관악에서 함께서기
정보영
관악뿌리재단 교육홍보위원회 위원
한울지역정신건강센터 근무
봉천역 인근에 위치한 제가 일하는 곳은 흔히 말하는 정신병과 함께 살아가는 주민들이 회복의 여정을 여럿이 걸어가는 곳이라 할 수 있습니다. 얼마 전부터 관악의 공익활동가들과의 만남이 조금씩 더 생겨가면서 좋은 일상의 장면들이 늘어가고 있습니다.
일례로 30여년 간 정신의료기관과 정신요양시설에 계셨던 분이 있습니다. 정신병적 증상 때문이 아니라 갈 곳이 없어 너무 긴 세월을 안타깝게도 사회와 분리된 삶을 감당해 오신 거지요. 그러다 근래에 인연이 닿고 용기를 내셔서 관악구에 보금자리를 마련하게 되었습니다. 지금 관악에 뿌리내리기 위한 여러 노력을 하고 계시는데요, 그 중 의미 있는 일로서 관악주민연대의 반찬모임에서 활동하고 계십니다. 지역에 아는 사람의 관계를 만들고 서로 돕는 사람으로서의 자부심도 느낄 수 있는 장과 연결되신 거지요. 관악의 멋진 공익활동가분들이 있어 가능한 일이었습니다.
회복은 증상이나 재발의 유무만으로는 설명할 수 없습니다. 오히려 진정한 회복은 병이나 장애는 있지만 한 인간으로서 가치 있는 삶을 개성 있게 살아가는 것이라 합니다. 이에 당사자들은 아픔과 상처를 추스르고 자신만의 가치 있는 삶을 세우기 위해 애쓰고 계시지요. 이러한 노력을 지역에서의 자립생활이라는 말로도 많이 표현하고 있습니다.
자립생활이란 한 사람이 지역에서 주체적인 삶을 살아가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겠지요. 그런데 그것은 ‘혼자서기’가 아니라 ‘함께서기’라는 것에 대해서는 이미 많은 분들이 공감하고 계실 겁니다. 그건 한 사람의 회복과 자립에 있어 그 사람을 떠받치는 의미 있는 관계와 장소의 힘이 결정적이라는 점에 대한 공감일 것입니다.
그러한 함께서기를 풍성하게 해주시는 공익활동가분들이 관악에 참 많이 계시다는 것을 알게 되는 것은 참 기쁘고 자랑스러운 일입니다. 그런 공익활동가들의 삶에 관심을 두고 함께 하고자 하는 관악뿌리재단의 존재는 소중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