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섭 작가, 을지로 대림 컬러 팔레트 /

안녕하세요, <중심잡지>의 몰라입니다. 지난 호의 맺음말을 통해 말씀드렸지만, 에디터 릳(a.k.a. RD)이 건강상의 이유로 몇 주간 휴식을 취하게 되었습니다. 의 회복을 기원하며 몰라청두가 열심히 릳의 빈자리를 채워나가 보겠습니다.

저는 당분간 중심잡지의 시작을 조금 다르게 열어볼까 합니다. 우리들이 일상에서 만나는 고민과 발견들에 대해 이야기해보려고 합니다. 

얼마 전에 타투를 했습니다. 누군가의 눈에는 몸에 낙서를 하는 것처럼 보이겠지만, 타투를 새기는 사람들은 어떠한 의미와 상징이 자신의 몸에 영구적으로 기억되길 바라는 것이겠지요.

제가 만난 타투이스트는 예술작가로 활동하는 분이었습니다. 그분은 의뢰인의 도안을 그대로 해주기보다는 본인의 스타일로 재해석해 타투를 진행합니다. 저는 오랫동안 고민해 왔던 주제를 던졌습니다. 그리고 일주일 뒤 도안이 도착했습니다. 돌이켜보면 하나의 타투가 완성되기까지의 저와 타투이스트는 대화를 통해 영감을 교류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예술가들은 미세한 것, 다른 시선, 찰나의 순간에 관심이 많은 자들이니 덧없이 지나가는 시공간을 지켜보는 눈이 남다릅니다. 일상의 순간을 예리하게 포착하고 자신의 삶과 작업을 통해 감각적으로 표현합니다. 그렇게 오랜 기간에 걸쳐 자신만의 세계를 구축해갑니다. 더러 이런 작가들의 표현을 어려워하는 사람들이 있죠. 예술을 감각하는 방식에는 정해진 공식이 없습니다.  예술은 심미적인 표현이지만 동시에 사회적 발화이기 때문에, 결국 작품은 타인과의 대화를 시도하는 행위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이를 보고 듣고 만지고 느끼는 대화의 상대가 있어야 합니다. 

우리들은 일상에서 예술작품을 만나고 때로는 예술적 경험을 위해 작품을 찾아가기도 합니다. 그렇게 우리는 예술가들이 만들어낸 표현들을 통해 세상을 다른 방식으로 감각합니다. 이를 기반으로 또 자신의 삶을 새롭게 구축할 수 있는 실마리를 얻기도 합니다. 그리고 그 예술적 경험을 고이 간직한 채 다시 자신의 일상으로 복귀합니다. 

예술가도 마찬가지입니다. 작품을 만들고 다시 일상으로 돌아가 우리들이 함께 살아가고 있는 이 세상의 면면을 관찰하면서 어떤 것을 포착하고 표현할 건지를 고민할 것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결국 예술가들의 세계관은 일상을 살아가는 누군가로부터 영향을 받은 것입니다.

이렇게 보자면, 예술 안에서 우리는 단순히 생산자와 소비자가 아니라, 서로가 서로에게 삶의 영감을 주고받는 존재입니다. 예술을 통해 교류하고 있는 순간도 하나의 소우주가 되겠죠.

이번 주에는 기능을 갖춘 형태를 상상하며 재료를 기반으로 다양한 모양을 만들어 작업하는 김동섭 작가와 을지로 구석구석에 예술공간으로 채워져 가는 을지로 대림 컬러 팔레트를 들여다보았습니다. 이번 주 ‘작가의.노트’는 작품과 어떤 소통이 가능할지, ‘을지의.색’은 예술이 기능하는 공간들이 우리에게 어떤 감각을 안겨줄지 함께 보실까요? 그럼 31호, 시작합니다.

#김동섭

<300-100>, 골판지, 석고, 각 30x30x30cm, 2020
<300-100>은 가로, 세로, 높이가 300mm인 큐브가 될 때까지 종이를 쌓아 올리고 각각의 면 가운데에는 지름 100mm의 반구를 석고로 캐스팅한 후 오목한 면과 볼록한 면을 교차로 결합하는 방식으로 제작하였다. 오목한 면과 볼록한 면의 반구는 서로 결합이 가능하였기 때문에 각 블록은 상, 하, 좌, 우로 상황에 따라 확장될 수 있다. 300mm의 각 모듈은 위로 쌓아 올려 기둥을 만들거나 옆으로 확장시켜 벽을 구성할 수 있는 최소 단위 모듈이다.
 
김동섭(b.1992)
종이를 크기에 맞게 자르고 붙인다. 종이의 단면을 확인하고 서로 각도를 맞추어 쌓아 올리면 부피가 만들어진다. 얇디얇은 종이였지만 수백, 수 천장이 쌓여 부피를 만들고 형태를 만들어 낸다. 재료가 만들어 낸 부피는 어느새 결합하여 경계를 만들 수 있게 한다. 이렇게 만들어진 경계는 벽이 되고 기둥이 된다. 이제 이것들이 만들어 낼 구조와 기능을 상상해본다. 이 구조물에서 머물 대상인 식물들도 생각해본다 . 재개발 지역에서 모으기 시작했던 버려진 식물들에게 필요한 기능을 갖춘 구조물을 만든다. 언젠가부터 나는 세상을 큰 원이라고 생각하게 되었다. 우리는 원안에서 살고 있다. 수많은 원의 테두리 주변을 배회하며 원과 원의 접점을 혹은 좀 더 크고 완만한 곡선을 찾아가기도 한다. 눈에 보이진 않지만, 많은 경계가 존재하는 세상은 원의 안과 밖을 구분 지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
(작가노트 중)

#을지로 대림 컬러 팔레트

을지로 4가에서 구 국도극장 맞은편에 각종 전자제품 취급을 전문으로 하는 업체들을 고요하게 품고 있는 대림상가 건물이 보입니다. 종로의 세운상가와 함께 전자제품 도,소매로 오랜 명성을 지닌 곳으로, 요즘도 가전제품, 국내/외 고급 오디오, 아케이드, 노래방 기기 등을 도매가로 구입할 수 있는 곳입니다.
이 오래된 상가의 역사를 보려면 일제강점기까지 거슬러 올라가야 합니다. 이 부지는 당시 너비 50m, 길이 1㎞의 소개공지대였는데 소개공지대는 전쟁 중 발생한 화재가 주변으로 번지는 것을 막기 위해 비워 놓는 공간입니다. 광복 이후 한국전쟁 등을 거치며 이 공터는 점차 판자촌으로 슬럼화되었습니다. 
세운상가 프로젝트는 이 부지를 대상으로 하는 당시 국내 최대의 건축 프로젝트였고 건축가 김수근은 이 건물에 건축 이상을 적극 반영했습니다. 지상은 차도와 주차장으로만 구성하고, 2~4층을 상가로 구성한 뒤 건물 8개 동의 3층 레벨이 모두 보행로로 연결되게끔 설계하여 차도와 보행로의 완벽한 분리를 추구하였고 상가의 옥상이자 주거 부분이 시작하는 지상 5층에는 인공대지를 만들고자 했습니다. 이는 모더니즘 건축의 아버지인 프랑스 건축가 르코르뷔지에의 영향을 받은 것입니다. 그러나 이 이상은 현실에 제대로 구현되지 않았는데 지상 3층 공중보행로는 8개 동이 모두 이어지지 못하고 중간에 단절되었습니다. 현대·대림·풍전·신풍·삼원·삼풍 등 6개 기업과 아세아상가번영회, 청계상가주식회사까지 총 8개 사업체가 8개 건물을 각각 시공하고 분양하며 8개 건물 3층을 모두 잇는다는 계획이 실패로 돌아갔습니다. 1층도 자동차 전용 공간으로 조성되지 않고 상가가 들어섰으며, 인공대지와 아트리움 계획도 변경되었다고 합니다.
이 세운 상가 프로젝트는 70년대 당시 최대 규모, 최고급, 최신식 아파트로 선망의 대상이자 유행의 중심이었지만 신축 효과가 꺼지며 점차 도시의 애물단지로 전락했습니다. 상권의 중심은 명동으로 옮겨갔고, 강남 개발이 이뤄지며 부동산의 중심도 강남으로 옮겨 갔습니다. 쇠락을 거듭하던 대림상가는 2014년부터 진행된 ‘다시 세운’ 도시 재생과 힙지로(힙+을지로) 유행을 타고 최근엔 젊은층이 찾는 명소로 부활했는데 대림상가 3층 데크를 따라 챔프커피, 해피클럽, 브라운컬렉션, 호랑이 등 카페가 활발한 영업을 이어가고 있고 금지옥엽, 이평, 서점다다, 아몬드 스튜디오, 어보브 스튜디오, 여성을 위한 열린 기술랩 등 많은 ‘예술기능공간’들이 구석구석에 자리하고 있습니다.
 
대림상가를 방문할 때 우리를 가장 먼저 반겨주는 파사드의 외벽은 긴 시간 동안 여러 번의 보수와 재도장을 거쳐 지금의 색을 가졌을 것입니다. 특별하진 않지만, 다시 페인트 칠을 하기 전까지 볼 수 있을 대림상가의 외투, 대림 컬러 팔레트가 이번 주 을지의.색 입니다. 

안녕하세요. 모르는게 많은 몰라입니다. 이번 주 을지예술센터에서는 어떤 일이 벌어졌을까요?! 사소하지만 리얼한 소식! 지금 바로 보시죠.^^ 
첫 번째 소식 : 에디터 릳(a.k.a RD)의 빈자리, 몰라 원고의 늪에서 허우적대 

중심잡지의 에티터 릳(a.k.a RD)이 얼마 전 건강상의 이유로 급하게 몇 주간 휴식을 취하게 되었습니다. 릳의 건강 회복을 기원하고 걱정하는 마음과 동시에 몰라는 본인이 원고의 늪에 빠지게 될 것을 직감했습니다. 릳의 빈자리를 몰라가 당분간 맡아서 진행하기로 했습니다. 
몰라는 떨립니다. 아직 글쓰기에 겁이 많은 몰라는 용기를 내야 합니다. 중심잡지의 중심이 흔들리지 않도록 지켜줘 몰라야...

두 번째 소식 : 을지로3-4가를 뒤덮었던 가로등배너, 새롭게 탄생 예정

지난날 약 한 달가령 을지로3-4가를 뒤덮었던 <예술기능공간> 가로등배너 현수막을 보신 적이 있나요? 홍보의 박차를 가했던 을지예술식구들의 노력으로 투어서비스가 매진되는 기적도 일어났었지요. 허나 현재 <예술기능공간> 행사가 끝나고 본분을 다해 수거된 70개가량의 가로등배너 현수막들이  을지예술센터에 도착해 있습니다. 을지예술센터 식구들은 고민합니다. 이것을 어떻게 재활용할 수 있을지. 과연 가로등배너 현수막은 어떻게 새로 태어날지 조금만 기다려주시지요.

         ☺ 전시명을 클릭하시면 전시정보를 보실 수 있어요!

# 다음호에.만나요

이번 주도 여기까지입니다. 여러분들은 어떤 세계와 어떤 소우주를 만들어 가고 있나요? 
또 김동섭 작가님의 세계와 대림 컬러 팔레트를 어떻게 감각하셨나요? 

세상에는 모르는 것들이 너무 많습니다. 또 알면 알수록 더 넓어지는 미지의 세계를 만나게 됩니다. 여러분들은 오늘 어떤 발견을 하셨나요. 

요즘 날씨가 좋다가도 이따금씩 빗방울이 내립니다. 이번 여름은 무언가 풍성할 것 같은 예감이 듭니다. 그럼, 다음 주에 만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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