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10. 29 예술적 하루를 위한 작은 쉼표, 안녕하세요. 한국경제신문 문화스포츠부 김희경 기자입니다. '7과 3의 예술'에서 7과 3은 도레미파솔라시 7계음, 빨강 초록 파랑의 '빛의 3원색'을 뜻하는데요.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이고 감동시키는 예술은 모두 7계음과 3원색으로부터 탄생합니다. '7과 3의 예술'은 최근 화제가 되고 있는 공연이나 전시 등을 살펴보고, 훌륭한 작품을 만들어낸 예술가들의 삶과 철학을 경유합니다. 그리고 오늘 하루를 채워줄 작고 소중한 영감을 전합니다. <서른 여섯번째 편지> 사과 하나로 미술계를 뒤흔든 화가 폴 세잔 사과와 오렌지, 1899, 오르세미술관 (*그림을 크게 확대해 보실 수 있습니다.) “기분 나빠하진 말게. 자네는 우유부단하네. 그런 점 때문에 성공하지 못할 거야." 기분 나빠하지 말라고 하지만, 정말 기분 나쁜 얘기입니다. 심지어 이 말을 30년 단짝 친구에게 듣게 된다면 어떤 심정일까요. 화가 폴 세잔(1839~1906)은 소설가 에밀 졸라에게 이런 혹평을 들었습니다. 세잔과 졸라는 서로 힘들 때마다 의지했던 오랜 단짝이었습니다. 졸라의 얘기가 세잔을 채찍질하기 위한 취지였다고 좋게 해석하더라도, 너무 냉정한 평가가 아닌가 싶습니다. 이뿐만 아니라 졸라는 1886년 소설 <작품>에 세잔을 닮은 한 인물을 넣었는데요. 능력은 있으나 끝내 인정받지 못하고, 스스로 목숨을 끊는 화가 클로드라는 캐릭터죠. 세잔은 이를 졸라가 바라본 자신의 모습이라고 생각하고, 큰 충격을 받았습니다. 그리고 졸라와의 30년 우정에 마침표를 찍었습니다. 폴 세잔의 자화상, 1875~1877, 노이어 피나코테크 졸라는 오랜 시간 세잔을 지켜봤던 만큼 나름 그를 잘 알았을 것 같은데요. 하지만 졸라의 예언은 보기 좋게 빗나갔습니다. 세잔은 '근대 회화의 아버지'로 미술사에 길이 남았습니다. 피카소도 "우리 모두의 아버지"라고 칭송했죠. 친구에게조차 그토록 비관적인 예언을 들은 세잔은 어떻게 성공할 수 있었을까요. 그의 이 한 마디면 모든 게 설명이 됩니다. "나는 사과 하나로 파리를 놀라게 할 것이다." 사과를 그리는 건 꽤 단순해 보입니다. 그것만으로 파리를 놀라게 하겠다니, 정말 가능한 일일까요. 놀랍게도 실제 세잔은 사과로 파리, 나아가 미술계 전체를 뒤흔들었습니다. 생트 빅투아르 산, 1904, 필라델피아미술관 세잔은 프랑스 엑상프로방스에서 부유한 은행가의 아들로 태어났습니다. 어릴 때부터 화가가 되고 싶었지만, 아버지의 뜻에 따라 법대에 가야 했죠. 그러다 그는 아버지의 눈을 피해 무료로 강의를 해주는 시립 미술학교에 다니기 시작했습니다. 이후엔 굳은 결심을 하고 가족들에게 화가가 되겠다고 선언했습니다. 아버지는 반대했지만 아들의 고집을 꺾을 수 없었습니다. 세잔은 미술을 배우기 위해 파리로 향했습니다. 중학교 때 친구가 된 졸라도 당시엔 그의 꿈을 응원했습니다. 김희경 한국경제신문 문화스포츠부 기자, 한국예술종합학교 연극원 예술경영 겸임교수. hkkim@hankyung.com '7과 3의 예술'을 카카오톡으로 공유하세요! 7과 3의 예술 COPYRIGHT ⓒ 한국경제신문 ALL RIGHT RESERV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