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형석 기자 #미그로 #고틀리프_두트바일러

[주말에 뭐 읽지]  2020-11-13 #34

책, 책방, 사람 이야기를 전해 드립니다
주말의 책꽂이

photo by pixabay

스위스 사람들이 그를 기리는 이유   

쿠르트 리스 지음, 김용한 옮김
북바이북 펴냄  

누구지? 고틀리프 두트바일러라고 하면 대개 되묻는다. 스위스 사람들이 아인슈타인 다음으로 중요하다고 여긴 사람이라고 말하면 다시 묻는다. 뭐 하는 사람이기에?

두트바일러는 미그로라는, 우리로 표현하면 스위스의 한 생협을 만든 사람이다. 스위스 인구의 26%가 이 협동조합에 가입했다(2016년 기준). 두트바일러는 1925년 트럭 다섯 대로 식료품 장사를 시작했다. 당시 스위스 사람들의 가계소비에서 식료품비가 차지하는 비중은 거의 절반에 달했다. 두트바일러는 소매상과 도매상의 중간 가격에 물건을 팔았다. 소비자들은 정거장에서 이 트럭을 기다렸다. 그러자 기존 유통기업이 난리가 났다. 관료·정치인을 압박하고 언론을 활용해 미그로를 공격했다. 도매상은 미그로에 물품 공급을 끊었다. 

두트바일러의 대응은 기발했다. 다른 주소지로 물건을 납품받았고 호소문 전단지를 살포했다. 신문 지면을 사들여 ‘신문 속 신문’을 만들고 거기에 소비자에게 보내는 ‘편지글’을 실었다. 나중엔 매체를 창간했다. 적극적으로 소송을 활용했다. 법정 다툼은 미그로를 알리는 홍보 수단이었다. 충돌은 격렬했다. 미그로의 확장을 막는 법안까지 생겼다. 두트바일러는 일종의 ‘무소속 연대’를 꾸려 출마했다. 그는 상인이었고, 정치인이었고, 저널리스트였다.

1941년 자신의 지분을 기부하며 미그로를 사기업에서 협동조합으로 바꾼 두트바일러는 예술·언어·평생교육을 강조했다. 저렴한 가격에 언어·문화를 배울 수 있는 센터를 세웠다. 조합원이 원하는 언어 강좌를 개설했다. 한국어 강좌도 열렸다. 그의 뜻에 따라 미그로에는 총판매액의 1%를 문화적·사회적 목적으로 사용하는 전통이 만들어졌다. 두트바일러와 동시대를 살았다면 이 열정적인 사회혁신가의 행보가 무척 흥미로웠겠다. 1962년에 숨진 두트바일러의 삶은 지금 한국에 좀 더 알려져야 한다.

차형석 기자 

시사IN 기자들이 추천하는 책
문 앞의 야만인들
브라이언 버로·존 헬리어 지음, 이경식 옮김, 부키 펴냄 

“너무 위험해요. 이건 그 사람들 방식이 아닙니다.” 

<문 앞의 야만인들>이 재출간됐다. 탐사보도의 전설, 기업 인수합병 스토리의 전설, 그리고 미국의 금융지배 시대를 예고하는 전설로 꼽히는 책이다. 미국 경제계의 속살을 파헤치는 탐사보도의 미덕에, 스릴러처럼 읽히는 몰입감을 겸비했다.
〈월스트리트저널〉에서 기자로 일하던 두 저자는 1989년 RJR 나비스코라는 기업의 인수합병 전쟁을 취재한다. 둘은 이 하나의 사건을 놓고 100건이 넘는 인터뷰를 진행해 한국어판으로 1000쪽에 달하는 대작을 써냈다. 미국 기업과 금융의 작동 원리를 보여주는 걸작으로 영화와 다큐멘터리로 만들어졌고 지금도 여러 비즈니스스쿨 교재로 쓰인다. 신문기사에서 출발한 책이지만 30년이 지난 지금 읽어도 가치가 퇴색되지 않는 힘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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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곤이 오고 있다
신명호 지음, 개마고원 펴냄  

“이 세상에 가난해지기를 원하는 사람이 있을까?” 

가난한 사람에게 몸은 삶의 밑천이다. 빈곤층은 몸으로 부딪쳐 살아간다. 몸만은 건강하면 좋겠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우선 이들의 작업환경 자체가 위험한 경우가 많다. 일을 하다 다쳐도 충분히 치료를 받지 못하는 일이 흔하다. 날씨도 가난한 사람을 차별한다. 가난하면 더 춥거나 더 덥다. 빈곤하면 ‘인간다움’에서 조금씩 멀어진다. 우울함이나 무력감을 가지기도 쉽다.
누구나 한국이 가난한 나라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하지만 돈에 쪼들려 일자리에 목매는 사람들은 점점 더 늘어나고 있다. 우리에게 빈곤이란 무엇일까? 가난한 사람은 왜 더 가난해질까? 저소득 가구의 문제만이 아니다. 저자는 서민 대중의 코앞에 와 있는 빈곤의 현실을 알리고자 이 책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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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자의 거짓말 
프랑수아 누델만 지음, 문경자 옮김, 
낮은산 펴냄 

“거짓말은 진실과 반진실의 힘겨운 연결을 보여주는 바느질 같은 것이다.” 

진실은 사랑받지만 거짓은 환영받지 못한다. 모두가 거짓말을 하는데도 불구하고. 그래서 거짓말은 때로 재능 혹은 체력의 문제가 된다. 거짓말을 유지하려면 그것을 뒷받침할 또 다른 상황과 이야기를 무수히 만들어야 하기 때문이다. 지적·육체적 에너지가 동시에 필요한 일이다. 거짓말이 갖고 있는 이 ‘풍성한’ 맥락을 살펴보는 일은 그래서 매혹적이다.
특히 ‘사상과 삶이 일치한다는 믿음’ 위에 서 있는 철학자들의 거짓말이라면 어떤가. 저자는 루소, 니체, 푸코, 보부아르 등 여러 철학자의 사례를 짚어나가며 살아가는 자아와 말하고 쓰는 자아가 결코 같지 않음을, 글쓰기는 현실을 살아내는 하나의 방식임에 주목한다. 그 덕분에 우리는 철학을 읽는 또 다른 길을 하나 발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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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사는 우리 엄마 복희 씨   
김비 글, 박조건형 그림, 김영사 펴냄  

“여행을 하다 보면 가끔 이렇게 서로의 체온을 맞대야 할 때가 있다.”  

소설가 김비씨는 남편 박조건형씨와 10여 년 만에 제주에 사는 엄마 ‘복희 씨’의 집을 찾았다. ‘같이 살던 양반’이 세상을 떠난 뒤 혼자가 된 복희 씨가 걱정되기도 했고, 29년째 우울증과 살고 있는 남편에게 제주 여행이 도움이 될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오랜 시간 해묵은 감정과 어색함을 그대로 둔 채 40일간의 제주살이가 시작된다. 복희 씨는 “춥긴 뭐가 추워” “배 터지게 먹고 또 뭘 먹냐” 퉁명스럽다가도 활짝 핀 이름 모를 꽃 앞에서 “아이고, 좋다, 예쁘다!” 감탄한다. 위태로운 대화 속에서도 묘하게 사람을 푸근하게 하는 구석이 있었다. 일상 드로잉 작가인 박조건형씨가 제주의 소소한 일상을 그림으로 남겼다. 여행은 도망치는 게 아니라 서로를 마주 보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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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의 영토

달에 간 나팔꽃

그 나팔꽃은 마침내 달에 닿았을까?

나팔꽃은 이른 새벽에 꽃을 피우고 해가 정수리에 닿기도 전에 꽃잎을 오므리기 때문에 달이 있다는 것조차 몰랐다. 그러던 어느 날 나팔꽃은 낮달을 보게 된다. 그것은 다른 세계와의 조우였다. 그날 이후 나팔꽃은 달에 가고 싶어졌다...

  신종 바이러스가 언론을 만났을 때

전 세계 모든 언론이 같은 주제로 기사를 써야 했던 사상 초유의 재난 상황.  그중에서도 <뉴욕타임스> 보도는 독보적이었습니다. 왜 <뉴욕타임스>는 코로나19 보도에서 기억될 단 하나의 언론이 되었을까요.  
<뉴욕타임스> 보도를 이끈 칼 짐머의 이야기를 2020 시사IN 저널리즘 콘퍼런스에서 들어보세요. 칼 짐머는 <진화><바이러스 행성><기생충 제국>으로 국내 독자들에게도 잘 알려진 과학 칼럼니스트입니다.

*일시:11월30일 오후 5시~8시
*중계방식:온라인 생중계(사전신청은 여기
혹시, 그 정치발전소 맞나요?”
 
<시사IN>×동네책방 콜라보 프로젝트 책 읽는 독앤독에 새로 참여를 신청한 책방 이름을 듣고 저도 모르게 다시 물었습니다. 정치발전소는 시민사회 영역에서 꽤 이름이 알려진 곳이죠. 정치학자 최장집, 박상훈 등과 함께 정치와 민주주의를 주제로 한 시민교육을 꾸준히 펼쳐온 연구단체 겸 시민단체이기도 하고요. ‘그 정치발전소가 왜?’
 
의문은 곧 풀렸습니다. 알고 보니 이 단체가 조만간 서울 마포구 합정역 인근에 정치사회전문서점을 오픈한다더군요. 우리사회가 정치에 대한 냉소와 혐오를 넘어설 수 있게끔 좋은 책과 좋은 교육으로 시민들을 만나고 싶다면서요. 있는 책방도 문 닫는 걸 고민하는 판에 새로 책방을 내겠다니, 걱정이 되면서도 그 패기가 반가웠습니다.
 
코로나19 확진세가 뚜렷한 이즈음, 자영업자들의 표정이 다시 어두워지고 있죠. 10월 들어 사회적 거리두기가 1단계로 조정되면서 그간 못했던 오프라인 북토크, 독서모임 등을 조심스레 재개했던 동네책방들도 위축되기는 마찬가지입니다. 그래도 지난 일 년간 단련이 되어서인지 상황이 악화되자 곧바로 온라인 대응에 나서는 곳들이 적지 않네요. SNS ‘라방’(라이브 방송)을 처음 진행할 때만 해도 배터리가 떨어질까봐 절절 매던 책방지기가 어느 날부터인가 독자 댓글에 일일이 멘트를 날려주는 여유를 부리는 걸 보면 한편으로 신기하기도 합니다. 

오늘 소개해 드린 그림책에서 나팔꽃은 자신이 달에 닿을 수 있을지 없을지 확신할 수 없는 상황에서도 줄기를 뻗어 나가는 일을 포기하지 않던데요.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도 어쩌면 이런 근기일지 모르겠다는 생각이 드는 이즈음입니다. 작가의 말마따나 '완전'하기보다는 '온전'하기를 꿈꾸는 또 하루 되시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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