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마음의 허기를 채워주는 음식에 대하여

먹어도 먹어도 속이 허하고, 그래서 또 먹으면 속이 더부룩한 느낌 든 적, 혹시 있었나요? 어제 분명 엽떡을 먹었는데 오늘 또 치킨이 당기고.. 치킨, 피자, 햄버거, 매운 닭발 쿠폰과 배달 앱의 포인트만 열심히 쌓이는 것 같은 요즘. 제대로 된 밥을 언제 먹었나 싶어요. 분명 잘 먹고 살자고 하는 일인데.. 참 이상해요. 일을 열심히 하면 할수록 제 밥상은 왜 점점 초라해지는 것만 같죠..? 시간에 쫓기고, 알 수 없는 압박에 눌리고, 항상 밥은 뒷전이 되는 것 같아요. 살이 찌고, 피부에 뾰루지가 매일 올라오는 이유.. 너무나도 당연하네요.

지난번에 어떤 식당에 갔어요. 김이 모락모락 나는 갓 지은 밥에 구수한 된장국과 뜨끈한 가지볶음을 먹는데 울컥했어요. 눈물이 주르륵 흐를 것 같았지만, 친구들이 이상하게 생각할까봐 꾹 참았어요. 집밥을 판다고 광고하는 다른 식당에 가서 밥을 먹으며 ‘이게 무슨 집밥이야’라고 속으로 핀잔을 줬었는데, 그때 그 밥을 먹는 순간 ‘그래 이게 집밥이지, 속 깊숙이 따뜻해지는 바로 이게 집밥이지’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영혼까지 따뜻해지는 느낌이랄까?

메이트님은 최근에 가장 밥 다운 밥을 먹은 게 언제인가요?

모든 것을 바쳤던 뉴욕생활, 갑자기 찾아온 공허함
밑미 음식 카운슬러, 베이스이즈나이스 장진아 님의 이야기

우연히 친구의 예약으로 방문한 베이즈이즈나이스에 들어선 순간, 밖과 전혀 다른 시공간에 들어선 기분이었어요. 느린 음악 소리와 오픈 키친에서 새어나오는 도마 소리, 그리고 차분하고 은은한 빛으로 가득 찬 곳에 앉아있으니 말의 속도도 느려지고, 큰 목소리도 작게 변했어요. 예쁘기도 했지만, 늘 먹던 채소의 맛과는 다르게 느껴졌던 특별한 한 끼였어요. 그래서인지 집에 돌아와서도 오래 여운이 남더라구요. 참 오랜만에 천천히, 재료의 맛과 식감을 느끼면서 먹었구나 싶어서, 바삐 살던 나에게 근사한 선물을 해준 기분이었어요. 그래서 밑미 음식 카운슬링 프로그램을 계획했을 때 가장 먼저 떠오른 곳이 베이즈이즈나이스였어요.

Q. 베이스이즈나이스는 어떤 곳인가요?
A. 복작복작한 마포역을 지나면 나오는 조용한 도화동 골목에 있는 작은 식당이에요. 제철 채소를 베이스로 하는, 간결하고 균형 잡힌 식단을 꾸리고 있습니다.

Q. 왜 채소인가요?
A. 식탁에 올라오는 채소를 한 번 생각해보세요. 늘 똑같이 소비되고 있지 않나요? 시금치는 데친 뒤 참기름에 무쳐나오고, 우엉은 물컹한 식감의 간장조림으로 늘 먹곤 하죠. 사실 채소는 그 자체만으로도 맛이 있어요. 사람들이 채소 본연의 맛과 식감을 발견할 수 있도록, 제철 채소를 주인공으로 한 밥상을 만들고 싶었어요. 그리고 제주도가 고향인데, 제주는 밭이 비옥해요. 그 덕에 어릴 적부터 정말 맛있는 채소들을 먹고 자랐고, 그게 내 몸에 기억되어 있는 것 같아요.


Q. 예전에 뉴욕에 계셨다던데…
A.  뉴욕에서 10년 동안 푸드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활동하며, 많은 레스토랑 브랜드를 기획했어요. 무엇보다 내가 좋아하던 일이었고, 그랬기에 정말 치열하게 일했습니다. 첫 기획부터 완성까지 했던 큰 프로젝트가 있는데, 그게 바로 뉴욕의 한식당 ‘허네임이즈한(Her Name is Han)’이었어요. 공간 디자인부터 메뉴 개발, 스태프 관리까지, 9개월 동안 저를 갈아 넣었어요. 오픈한 지 4주 만에 줄이 섰고, 좋은 리뷰들도 받으면서 성공적으로 마쳤는데.. 내 모든 것을 쏟아내고 난 뒤 왠지 모를 공허함이 지속되는 거예요. 정신적으로, 체력적으로 방전됐는데, 이게 며칠 쉰다고 해서 회복되는 게 아니더라구요. 그래서 심리상담사를 찾아갔어요. 하나의 브랜드를 만들며 내가 겪었던 정신적 고통이 출산하며 겪는 육체적 고통과 비슷할 수 있다고 하더라구요.

Q. 심리상담 이전의 장진아와 이후의 장진아는 어떤 점이 달라졌나요?
A.  그땐 막연하게 ‘내가 괜찮은 건가?’ 싶어서 심리상담사를 찾아갔는데, 지금 돌이켜보면 심리상담은 살면서 내가 나에게 해준, 제일 좋은 일이었던 것 같아요. 전 제가 정말 건강하고, 누구보다도 나 자신을 잘 안다고 생각했었거든요. 그런데 그게 아니었던 거에요. 친구들이나 가족들이 뭘 갖고 싶은지, 남이 뭘 원하는지는 잘 알면서, 정작 내가 뭘 필요로 하는지는 몰랐던 거죠. 심리상담을 통해 나도 몰랐던 나의 진짜 모습들을 알게 되었어요. 나의 모든 것을 쏟아부었던 프로젝트가 끝난 후 남은 공허함을 다른 것으로 채우는 것 보다 더 중요한건 '비움'이라는 것을 알았어요. 한국에 돌아와서는 생활에 여백을 주면서 나만의 속도로 살고 있습니다. 어떤 분들은 ‘장사도 잘되는데, 매일 열어주세요’라고 하시지만, 일주일에 서너 번 문을 여는 지금의 속도가 저에게 맞는 것 같아요. 
Q. 제안드렸을 땐 밑미에겐 아무 것도 없었는데.. 과연 우리랑 함께 해주실까 싶었어요.
A. 심리상담의 경험이 내 인생에서 너무나 중요한 과정이었고, 그 이전의 삶과 이후의 삶이 완전히 달라요. 그래서 주변 사람들에게 엄청 추천했는데, 안 해봐서 두렵거나, 비용이 비싸다고 느껴지거나, 절실한 게 아닌데 꼭 해야 하는 건지 고민을 많이 하더라구요. 사실 비타민은 안 먹어도 살 수 있지만 먹으면 몸에 좋은 거, 다들 알잖아요. 심리상담도 마찬가지예요. 계기가 있지 않는 한 시도를 하지 않죠. 심리상담의 장벽을 밑미가 낮추고자 한다고 했을 때, 내 대신 그 일을 해주는 사람을 만난 기분이라 반가웠고, 응원하고 싶은 마음이 컸어요. 사람들이 밑미를 통해 자신을 알아가는 과정에서 '베이스이즈나이스'의 음식이 어떠한 역할을 할 수 있다면, 저에게도 의미가 있을 것 같아요.

유튜브 밑미TV에서 진아님의 찐 스토리를 만나보세요! 밑미레터를 다 읽고 나면 맨 밑에 유튜브 링크가 있습니다. (끝까지.. 함께해주실 거죠..?)
오늘 내가 먹은 음식 = 나의 감정
‘몸과 마음을 외면하고, 음식으로 도망갈수록 스스로 감정적 식사에 빠져들게 된다’

음식 심리학자 수잔 앨버스가 쓴 [감정식사]의 이 문구를 읽고, 책을 구매했습니다. 매운 떡볶이를 먹고 아이스크림으로 입가심을 하면서 ‘에이 몰라, 오늘 이렇게 내게 보상해줘야 해’라고 합리화하는 나를 콕 찌르는 것 같았죠. (매운 거 먹으면 단 거 꼭 먹어줘야한다는..) 가끔 위의 허기인가, 마음의 허기인가 헷갈릴 때가 있어요. 배가 고픈 건 아닌데 입이 심심하다는 느낌으로 과자 몇 봉지를 해치우고 나면, 오히려 기분이 좋지 않아요. 루저가 된 기분이랄까.

이 책에 따르면, 건강하지 않은 음식의 선택과 과식 뒤에는 우리가 의식하지 못하는 어떤 감정이 도사리고 있다고 해요. 의식적으로든 무의식적으로든, 우리는 현재의 감정을 즉각적으로 바꾸기 위해 음식을 찾는 것이죠. 음식 뒤에 숨는 것과 같아요. 
우울증 점수가 높은 사람들은 낮은 사람들에 비해 초콜릿을 약 60퍼센트 더 많이 섭취했다는 리서치 결과를 보면, 감정에 끌려 음식을 선택하는 경우가 많은 것 같아요. 실제로 슬픔이 있을 때 훨씬 많이 먹고, 짠 음식보다 단 음식을 더 먹는다고 해요. 지금의 내 감정을 잘 알아차리지 못한다면, 그 감정에 끌려다니면서 먹게 되겠죠.

자극적인 음식이 당긴다면, 잠깐 멈추고 지금 내가 어떤 감정인지 느껴보세요. 음식이 내 감정을 말해주고 있을지도 몰라요. 신기하게 그 감정을 알아차리게 되면, 순간의 폭풍같은 감정에 휘둘려 음식을 선택하는 빈도를 줄일 수 있습니다. '진짜 배고파서, 먹고 싶어서'가 아니라 관심과 사랑이 더 필요한 것일 수 있어요. 조금 더 건강한 식습관을 유지하고 싶고, 다이어트에 성공하려면 중요한 것은 무작정 절제하는 것보다, 제일 먼저 ‘내 감정을 알아차리고 받아들이는 연습’이 필요해요. 감정을 잘 다스릴 줄 알면, 다른 방법으로 나를 위로할 수 있게 됩니다. 더 자세한 내용을 알고 싶다면, [감정식사]라는 책을 한 번 읽어보세요. 책에서 추천하는 세 가지 방법을 공유합니다.

1) 감정을 알아차리기: 어떤 음식이 강렬하게 먹고 싶을 때, 그게 어떠한 감정인지 한 번만 생각해보세요.
 
2) 나의 감정을 받아들이기: 감정과 싸우거나 그 감정에서 벗어나려고 하면 표현이 더 어려워져요. 그냥 감정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이 중요해요. 영화 [인사이드 아웃] 처럼 ‘슬픔이가 저기 앉아있네’ 하는 마음으로, 감정의 존재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 보세요.
 
3) 긍정적으로 전환하기: 스트레스를 받거나, 기분이 울적할 때 다른 방법으로 전환하는 연습을 해봐요. 산책하거나, 음악을 듣거나, 글을 쓰면서 나의 감정을 풀어주는 다른 방법을 찾아보는 거예요. 

힘들지? 고민을 말해봐~~ 🗣 
내 감정 표현이 어려운 서연 님의 고민
내 의견을 말하는 게 두려워요. 연인과 식사 메뉴를 고르는 것부터 서운한 걸 이야기하는 것, 회사에서 회의를 하는 것까지 삶의 많은 영역에 해당돼요. 누군가와 대화하거나 선택을 해야할 때, 내 의견 보다는 타인의 의견을 따르는 게 마음이 편해요. 그래서인지 주변 사람들은 나를 착한 사람이라고 말해요. 하지만 가끔 내 안에 억눌린 감정들이 폭발할 때가 있어요. 누군가 내 마음을 알아차려줄 때 브레이크 없이 자동으로 눈물부터 나와요.
최근 헤어진 남자친구가 '제발 네 얘기 좀 해줘'라는 말을 했어요. 만나는 동안 ‘이런 게 서운해' ‘이런 부분은 가치관이 다르네' 등의 생각을 했지만, 그냥 맞추며 지냈어요. 저한텐 그게 편했으니까요. 하지만 그런 일이 반복되면서 둘의 차이를 좁혀나가는 과정이 막막하고 힘들었어요. 그래서 헤어지자고 했죠. 그 친구는 우리에게 문제가 전혀 없었다고 생각했을 거예요. 제가 제 생각을 드러낸 적이 거의 없었으니까요. 제 속에 있는 걸 그대로 입 밖으로 꺼내기만 하면 되는데.. 그게 너무 어렵고 두렵습니다.
밑미 심리 카운슬러 이유정 님의 답변
서연 님은 자신의 속마음을 말하기보다 타인의 의견을 따르고 배려하는 것이 더 편한 분이군요. 최근 헤어진 남자친구와의 관계에서 어려움을 느끼며, 많은 고민이 있었을 것 같아요. 다른 사람들과의 관계에서는 내가 참고 노력하면 그럭저럭 지낼 수 있죠. 하지만 연인과의 관계에서는 상대가 나를 알아줄 거라는 기대가 큰 만큼 나의 실망도 커져서 속상한 마음이 컸을 거에요.
한 가지 기억하실 부분은 연애 관계에서는 평소 몰랐던 나의 모습들, 특히 내가 드러내고 싶지 않은 진짜 ‘나’의 모습이 툭툭 튀어나와서 스스로 놀랄 수 있어요. 그런 모습을 드러내면 거절당할 것 같아 관계를 끝내고 싶지만, 사실은 내가 사랑하는 사람에게 이해받고 싶은 마음이 정말 크기 때문에 두려운 것이에요. 그 두려운 마음이 더 사랑받고 싶은 마음이라는 것을 알아차리는 것이 필요해요.

이번 기회를 통해 천천히 내 마음을 타인에게 설명하고, 진짜 나를 만나는 연습을 해나가면 좋을 것 같아요. 두려움이 올라올 때마다, ‘할 수 있다'는 마음으로 일상 속에서 메뉴 결정도 먼저 해보고, 주변 사람들에게 내 감정을 표현하면서 진짜 내 목소리를 내는 연습을 해보세요. 그때 내 의견이 존중받는 경험들이 쌓이다 보면 타인이 알아주지 않을 때도 억울하지 않고 속상하지 않을 수 있답니다. 그래도 내 마음의 소리를 내기 어렵다면, 심리상담을 받아보시는 것을 추천드려요. 내 마음에 문을 두드리는 시간이 필요합니다.
지금 고민이 있으시면 익명으로 밑미 고민상담소에 고민을 보내주세요. 카운슬러의 답변을 보내드립니다. 
밑미가 추천하는 음식X심리 카운슬링 프로그램
[음식x심리 카운슬링 프로그램]은 수다를 떨며 음식을 함께 먹는 소셜 다이닝이 아니에요. 그보다는 명상에 가까워요. 에너지가 없고 무기력한 상태거나 혹은 마음이 조급한 사람들은 음식을 빨리 먹고, 먹는 중에도 동시에 다른 것들을 하는 경향이 있어요. 밑미의 [음식x심리 카운슬링 프로그램]은 재료 본연의 맛을 살리고, 나만의 속도로 먹을 수 있는 경험에 초점을 맞췄어요. 무뎌졌던 미각을 깨운 후 심리상담을 하면, 맘 속 깊은 이야기를 좀 더 쉽게 꺼낼 수 있을거에요.
요나 X 유연진
팝업 식당 ‘재료의 산책'을 운영하는 요나 님의 제철 요리와 유연진 심리 카운슬러의 All Day 프로그램
이현승 X 양민아
스트레스 이완에 좋은 재료로 만든 이탈리안 음식과 양민아 심리 카운슬러가 함께하는 4주 프로그램
장진아 X 박한나
에너지 회복을 돕는 제철 채소 음식과 박한나 심리 카운슬러가 함께하는 4주 프로그램
#밑미타임 #MeetMeTime

몸이 많이 아팠을 때, 혹은 장기간 타지에 있었을 때, 가장 생각나는 음식이 있었나요?

저는 인도여행을 하던 중 열이 펄펄 났을 때 엄마의 김치찜이 머릿속에서 떠나질 않았어요. 그것만 먹으면 모든 병이 나을 것 같았죠. 그때부터 제 소울푸드는 김치찜이 되었답니다. 마음이 힘든 날에도 김치찜이 떠오르곤 해요. 여러분은 몸과 맘이 힘들 때 어떤 음식이 생각나나요? 지난주 몸과 맘이 많이 지쳤을 나에게 이번 주는 딱 한 끼라도 영혼을 따뜻하게 데워줄 음식을 선물하는 건 어떨까요?

*실천하는 모습을 SNS에 해시태그(#밑미타임 #MeetMeTime)와 함께 올려주시면, 소개해드립니다.

밑미 음식 카운슬러 장진아 님 인터뷰

10년 동안 뉴욕에서 유명 레스토랑 브랜드를 기획한 푸드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장진아 님. 좋아하던 일에 모든 걸 바친 후 방전된 그녀가 어떻게 번아웃을 극복했는지, 유튜브에서 확인하세요!
이번 주 밑미레터, 어떠셨나요?
여러분의 솔직한 의견은 큰 도움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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