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LLE VOICE TREND SPECIA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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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의 절반이 어느덧 훌쩍!
아리님 모두 새해 잘 맞이하셨나요?

신년인 만큼 엘르보이스도 님을 위한
트렌드 스페셜을 준비했어요.

희망과 낙담, 그 사이에서 무수히 쏟아지는 2023년의 키워드.
우리가 꼭 인지하고 정비해야 할 4가지 마인드셋 키워드를 소개합니다!

새로운 마음가짐을 가질 때,
때로는 아는 것이 큰 힘이 되기도 하니까요:)


앱으로 저녁 식사를 배달하고, 줌으로 요가 수업을 듣고, 슬랙으로 동료와 업무 이야기를 나눈다. 메신저와 DM이 릴레이처럼 오가고, 인스타그램 스토리를 본 ‘인친’들이 하트를 보내지만 끝끝내 잔존하는 외로움. UCLA에서 발표한 ‘외로움 지수’에 따르면 한국인은 80점 만점 중 평균 43.94점으로 중증도 외로움 상태이며, 10명 중 3명은 중고도의 외로움을 겪는다. 그중에서도 가장 활발하게 사회 활동을 하는 연령대이자, 인구가 밀집된 도시인 서울 거주 30~40대가 외로움을 가장 많이 느낀다는 결과는 사뭇 충격적이다.

〈고립의 시대〉(2021)를 쓴 영국의 경제학자 노리나  허츠는 현대인의 외로움을 ‘혼자 있다고 느끼는 정서적 상태라기보다 소외와 배제, 양극화와 정치적 극단주의에 내몰린 채 주변화되고 무력해진 느낌 혹은 자신의 자리를 빼앗긴 느낌’이라고 재정의한다. 예컨대 내 손으로 뽑은 정치인이 정작 당선 이후에는 내 주변의 삶에 실효적인 정책을 만드는 데는 관심 없어 보인다거나, 동료들 사이에서 내가 무능한 존재로 느껴지거나 아무도 내 목소리에 귀 기울여주지 않는 것 같은 절망감, 때로는 미디어 속 인물에게 느끼는 경제적 박탈감까지 포함된다는 것이다. 외로움은 더 이상 개인의 문제가 아닌, 사회적 해결 과제다.

“콘텐츠 범람의 시대. 사람들은 작품의 감상자라기보다 인간관계 유지를 위해 콘텐츠를 활용하는 기술이 탁월한 소비자에 가깝다. 마치 노래방에서 진심으로 부르고 싶은 곡이 아니라 분위기를 띄울 적당한 곡을 고르는 것처럼.” 영화배급사 기자 출신으로 〈영화를 빨리 감기로 보는 사람들〉을 펴낸 이나다 도요시는 ‘빨리 감기’가 시대 정서가 된 이유를 파고든다. 빨리 감기는 대화에서 소외되거나 화젯거리에 뒤처지는 것처럼 보이고 싶지 않은 이들의 대안이다. 효율을 중시하는 ‘가성비’ 문화도 한몫한다. 지금 우리는 역사상 가장 많은 영상 작품을, 가장 값싸게 볼 수 있는 시대를 살고 있으니까. 

그러나 지금도 어떤 사람들은 좋아하는 영화를 몇 번이고 보기 위해 넷플릭스 한 달 구독료가 훨씬 넘는 돈을 내고 극장을 찾아 130분 넘는 시간 동안 의자에 꼼짝하지 않고 앉아 있는 걸 선택하고, 누군가는 10곡 정도밖에 들어 있지 않은 LP를 ‘원곡을 가장 가깝게 재현한 리마스터 버전’이라는 이유로 공들여 구입한다. ‘빨리 감기’와 ‘전통적 소비’는 어떤 비율로 공존할까? 공존의 여부에 콘텐츠 공급자와 감상자 누구의 역할이 더 크게 작용할까. 과연 ‘많이 보고 듣는다는 것’이 지금 시대에 갖는 의미는 무엇인지 생각해 봐야 할 시점이다.


내가 ‘좋아요’ 한 것으로만 둘러싸인 세계에서 성찰을 얻고, 타인이 이미 한 번 매만진 추천 리스트 속에서 진짜 내 취향을 발견할 수 있을까? 모두가 엇비슷한 알고리즘에 갇힌 사회에서 어떻게 창의적 사고가 가능할까? 어쩌다 한번 ‘검색’한 키워드 때문에 흥미 없던 내용에 자꾸 노출될 때, 데이터가 기억하는 나는 과연 어떤 취향을 가진 어떤 존재일까?


음원사이 후발주자였던 스포티파이가 경쟁사를 앞지르고 세계 최대 음원 스트리밍 사이트가 된 데는 맞춤 추천 기능의 공이 컸다. 유튜브 플레이리스트에 의존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인스타그램 광고에 ‘영업 당했다’는 말이 쉽게 공감을 사는 지금, 본래 갖고 있던 편향성에 의존하는 우리가 알고리즘을 비난하는 건 섬프터의 표현대로 ‘헛발질’일지도 모른다. 마침 〈트렌드 코리아 2023〉에서 주목한 올해의 키워드 중 하나인 ‘디깅모멘텀’은 하나의 대안처럼 보인다. 저자인 김난도 교수는 디깅의 핵심은 ‘행동력’이라며 “진정한 디깅러는 기업이 생산하는 문화나 생태계에 좌우되지 않고, 오히려 전략의 방향을 주도하는 힘을 갖는다”라는 사실을 강조한다. 데이터가 쌓일수록 점점 더 강력해지는 알고리즘의 편의에 갇힐 것인지, 아니면 적극적으로 정보를 수집하고 소통하면서 자기 성장을 이끌어낼 것인지 선택은 당신에게 달려 있다. 


‘불안정한(Precarious)’과 노동자 계층을 일컫는 ‘프롤레타리아트(Proletariat)’의 합성어인 ‘프레카리아트’는 영국의 노동경제학자 가이 스탠딩이 제시한 개념이다. 본래 도시 유목민이나 이주 노동자를 가리켰지만 요즘 직무 불안에 시달리는 회사원, 부채에 내몰린 청년, 구조조정당한 샐러리맨까지 포괄한다. 그러나 2023년의 현실은 계급과 젠더, 세대라는 세 가지 사회학적 계층이 중첩된 ‘청년 여성 프레카리아트’들에게 훨씬 가혹해졌다. 한림대학교 사회학 교수 신경아의 논문 ‘팬데믹 시대 여성노동의 위기에 관한 페미니즘적 성찰’에 따르면 “코로나19가 확산에 따라 한국 노동시장에서 여성의 실업률이 급증하고, 대면 서비스업과 임시직 여성 노동자들이 일자리를 잃었다. 학교와 어린이집 등 공적 돌봄 서비스가 중단돼 자녀를 키우는 여성들이 노동시장을 떠났다”며 이를 전 세계적 여성 고용 위기로 설명한다. 


실제 여성 가구주의 빈곤율은 40.1%로 남성 가구주 빈곤율의 약 3배라는 현실은 우리 주변 여성의 삶이 최소한의 안전을 박탈당한 채 여러 위험과 재난 앞에서 언제든지 붕괴할 수 있다는 걸 암시한다. 2022년을 휩쓴 키워드인 ‘조용한 사직’(실제 퇴사가 아니라 최소한의 일만 하려는 태도) 또한 자신의 삶에서 직업과 노동의 불안정성을 재검토하고, 번아웃을 막아 지속 가능한 노동을 위해 발버둥 치는 여성들 노력의 일환일지도 모른다.


Writer 이마루, 전혜진, 류가영
Designer 정혜림
- <엘르> 2023년, 1월호 웹기사 발췌




비비안 웨스트우드의 가장 반항적인 순간들

_요주의여성 #78

디자이너인 동시에 혁명가, 사회운동가였던 그의 기념비적인 순간들을 돌아봤습니다.



지난 12월 29일, 새해를 며칠 앞두고 비비안 웨스트우드의 부고 소식이 전해졌습니다. 펑크룩의 창시자이자 긴 시간 세계 패션계에 독보적인 존재감을 발휘해온 그는 단지 옷만 짓는 디자이너가 아니었습니다. 질서에 순응하기보다 영원한 악동으로 살고자 했던 그는 사회정의와 인권, 환경 문제 등 여러 가지 이슈에 관심을 기울였으며 때로는 도발적이고 때로는 격렬하게 자신의 의견을 펼쳐 보였습니다. 언제나 젊고 거칠고 섹시했던, 남다른 기상과 배포를 지닌 진정한 반항아 비비안 웨스트우드의 기념비적인 순간을 모아봤습니다.
펑크 스타일의 선구자인 말콤 맥라렌과 비비안 웨스트우드
@GettyImages

#펑크의 여왕
1970년대 런던에서 탄생한 펑크 문화의 중심에는 바로 비비안 웨스트우드와 파트너 말콤 맥라렌이 있습니다. 1971년 첼시 킹스로드에 ‘Let it Rock’란 이름의 작은 부티크를 연 두 사람은 1974년 ‘SEX’로 가게명을 바꾸고 반항심이 풍기는 도발적이고 실험적인 옷들을 만들어 팔았습니다. 섹스 숍은 런던 아웃사이더들의 아지트가 되었고, 맥라렌이 매니저로 나선 밴드 섹스 피스톨즈가 이들의 옷을 입으면서 두 사람이 창조한 스타일은 음악과 함께 전 세계에 퍼졌습니다. 펑크 시대를 열었던 저항 정신은 이후에도 비비안 웨스트우드의 삶과 패션에 중요한 DNA로 작용했습니다.

1990년 비비안 웨스트우드의 ‘포트레이트’ 컬렉션 쇼

@GettyImages


#파격과 도발

비비안 웨스트우드의 쇼는 지루한 적이 없습니다. 1981년 ‘해적’ 컬렉션으로 런던 패션 위크에 데뷔한 그는 맥라렌과 결별한 뒤 독자적인 패션 세계를 구축하며 잊지 못할 장면들을 연출했습니다. 1990년 ‘포트레이트’ 쇼에서는 여성 억압의 상징인 코르셋을 겉옷으로 재해석해 신선한 충격을 선사했으며, 1993년 ‘카페 소사이어티’ 쇼에서는 케이트 모스가 ‘톱리스’에 초미니스커트를 입고 아이스크림을 먹으며 런웨이를 거닐었습니다. 1994년 파리 패션 위크에서는 카를라 브루니가 인조 모피 코트에 G-스트링 비키니를 입고 등장했지요.

2018년 프래킹 반대 시위에 나선 비비안 웨스트우드

@GettyImages


#기후 혁명

비비안 웨스트우드가 생전에 가장 열정적으로 활동했던 이슈가 바로 환경 문제입니다. “패션보다 지구의 건강이 더 중요하다”라고 말한 그는 패스트 패션을 지양하고 좋은 옷을 오래 입으면 탄소 배출량을 줄일 수 있다며 “적게 사고 잘 고르자”는 메시지를 전파했습니다. 환경 단체들을 후원하고 아마존 열대우림을 방문하기도 했던 그는 2012년 컬렉션 피날레에서 기후 혁명(Climate Revolution)을 선언하고 관련 캠페인을 지속했습니다. 2015년 런던 패션 위크에서는 레드 라벨 쇼를 시작하기 전 모델 군단을 이끌고 색색의 왕관과 플래카드를 들고 거리를 행진하는 플래시 몹을 실행하기도 했지요. 지하 깊은 곳에 매장된 셰일가스를 추출하는 프래킹(수압파쇄) 공법이 환경을 파괴한다는 논란이 일자 이를 반대하는 운동에도 적극적으로 나섰는데, 당시 총리였던 데이비드 캐머런 총리 집 앞으로 탱크(!)를 몰고 가기까지!


2020년 줄리안 어산지의 미국 송환을 반대하며

공개 시위를 펼친 비비안 웨스트우드

@GettyImages


#줄리안 어산지를 위하여

비비안 웨스트우드는 저널리스트이자 위키리스크 설립자인 줄리안 어산지의 열렬한 지지자였습니다. “줄리안 어산지는 영웅”이라 여긴 비비안 웨스트우드는 그가 런던 주재 에콰도르 대사관에서 도피 생활을 할 때부터 친분을 나눴으며 여러 자리에서 그의 자유를 위해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패션쇼 피날레에 “I am Julian Assange’라고 적힌 티셔츠를 입고 등장하는가 하면, 2020년에는 줄리안 어산지의 미국 송환을 반대하며 대형 새장 안에 매달려 시위를 벌이기도 했습니다. 현재 줄리안 어산지는 비비안 웨스트우드의 장례식 참석을 위해 특별 외출을 요청했다고 하는데, 그의 요청이 승인될지는 미지수라고 하네요.
 
이 세상에 그처럼 옷을 입고 그처럼 행동하는 할머니가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우리는 좀 더 자유로워졌을지도 모릅니다. 비비안 웨스트우드는 생의 마지막 순간까지 예술가로서 자신이 사랑하는 일을 했으며 세상을 더 나은 곳으로 만들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그리고 사람들에게 “자유의 전사(freedom fighter)”가 되라고 독려했습니다. 비비안 웨스트우드의 삶과 패션이 남긴 빛나는 레거시가 오래도록 기억되길 바랍니다. 



Writer 김아름
전 <엘르> 피처&라이프스타일 디렉터 김아름. 다양한 목소리를 전달하는 좋은 이야기의 힘을 믿으며 책과 영화, 각종 컬처 콘텐츠를 탐닉합니다.
 - <엘르> 2022년, 12월 웹기사 발췌


엘르보이스 어워즈 이벤트

랜덤 선물이 발송되었습니다:)


💚아리님 모두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지난주 구독자 보이스🔊
매주 여러분의 목소리 중 일부를 전해드립니다. 모든 분의 소중한 피드백 하나하나 귀 기울이고 있으니 오늘의 <엘르보이스>가 어땠는지 자유롭게 남겨주세요 :) 

*Never say never 해보자 해보자 후회하지 말고. 김연경 선수의 외침이 오래도록 입 안에서 맴돕니다. 스포츠에 관심이 없던 저에게도 얼마나 간절한지 와닿은 문장입니다. 뉴스레터 덕분에 의식을 환기할 수 있어서 참 감사합니다.

*이번 편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저도 스포츠를 좋아합니다. 오랫동안 여자배구와 남자축구 팬이기도 했고요. 관심 있는 주제라서 더 몰입해서 읽었습니다. 열악한 한국 스포츠 시장에서 알아서 커 준 선수들이 모두에게 희망을 보여줬다고 생각해요. 다음 편에도 좋은 이야기 들려주세요!
💌  님, <엘르보이스> 47번째 레터 어떠셨나요? 
님의 감상은 어떠셨는지 궁금해요! 아래 링크에 남겨주시면 정성껏 읽고 다음 레터 준비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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