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약처-담배사 타르 공방 2라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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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18.10.04. 오후 8: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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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지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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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립모리스가 개설한 타르의 진실 사이트. 온라인 캡처


“궐련형 전자담배는 물론 일반담배에서도 타르를 측정하는 건 낡은 개념입니다. 타르 함량이 많다고 더욱 유해하다는 논리는 타당하지 않습니다.”(한국필립모리스 개설 홈페이지 ‘타르의 진실’)

궐련형 전자담배의 타르 함량이 일반 담배보다 많아 유해물질도 다양할 수 있다는 정부 발표에 맞서 온 담배 제조사 필립모리스가 온라인 사이트를 만들어 타르의 진실을 알리겠다고 나서는 등 공세를 퍼붓고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처가 발표의 근거가 되는 일부 자료를 공개할 수 없다는 입장을 보이자 압박 수위를 높여가는 것이다. 흡연자 단체도 “정부가 하루 빨리 궐련형 전자담배 유해성 분석자료를 공개해야 한다”고 합세하면서타르 유해성을 두고 논란이재차 불붙고 있다.

4일 식약처에 따르면 타르는 담배연기를 구성하는 물질 중 니코틴과 수분을 제외한 잔여물을 뜻한다. 특정할 수 없는 물질들이 엉킨 종합체인 것이다. 1급 발암물질인 벤조피렌 등 다양한 유해물질이 섞여있을 가능성이 있지만, 그렇다고 타르를 구성하는 물질 전부가 유해한 것은 아닐 수 있다. 이 때문에 국내에서는 물론 국제적으로도 타르의 함유량과 위해성이 정비례하느냐에 대한 해석은 엇갈린다.

식약처와 필립모리스가 대립하는 지점도 타르 양을 기준으로 궐련형 전자담배가 일반담배보다 ‘덜’ 혹은 ‘더’ 건강에 해롭다고 볼 수 있느냐다. 지난 6월식약처는필립모리스의 아이코스, 브리티쉬아메리칸토바코의 글로, KT&G의 릴등 궐련형 전자담배 3종을 분석한 결과 릴(9.1㎎)과 아이코스(9.3㎎)의 1개비 당 평균 타르 함유량이 일반 타르 함유량최대치인 8.0㎎보다 많이 검출됐다고 발표했다. 그러면서“일반담배와 다른 유해물질을 포함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해석했다. 반면 필립모리스는 ‘타르의 진실’ 사이트를통해 타르총량은담배의 유해성을 비교하는 적절한 지표가 아니라고주장한다. 궐련형 전자담배는 찌는 방식이기 때문에 기존 일반담배에서처럼 담뱃잎이 타면서 발생하는 타르와는 다르고 동등 비교해선 안 된다는 것이다. 현재 타르의 진실 사이트에 ‘동의’를 표한 이들은 1,882명에 달한다.

실제 국제 기구나 해외 주요국 역시 타르양과 담배 유해성의 연관성에 대해 접근하는 데조심스럽다. 세계보건기구(WHO)는 2015년 ‘담배 규제의 과학적 근거’ 보고서를 통해 “타르는 담배규제를 위한 확실한 근거가 아니기 때문에 타르 수치는 오해의 소지가 있다”고 했고, 독일 연방위해평가원도 “궐련형 전자담배의 타르 수치를 형식적으로 계산할 순 있지만 일반 담배와 비교하는 것은 오해를 일으킬 수 있다”고 보고 있다.

궐련형 전자담배 타르 함량 분석 결과


식약처는 아직까지 검출된 궐련형 전자담배 타르 속에 어떤 유해성분이 얼마나 포함돼 있는지 등을 명확히 설명하지 않고 있다. 문병호 식약처 담배관리TF 팀장은 “궐련형 전자담배가 작년 출시됐기 때문에 위해성 시험 방식이 따로 정의돼 있지 않은 것이 사실”이라며 “하지만 많은 타르 양이 검출됐기 때문에 다양한 유해물질이 포함될 가능성 역시 있다는 점은 전문가들 사이에서 공감대가 이뤄진 내용”이라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 서홍관 국립암센터 금연지원센터장은 “타르 성분은 태워지는 원료가 어떤 것인지에 따라 매우 달라질 수 있기 때문에 담배업계 주장대로 일반담배 타르와 전자담배 타르의 성격이 다를 수 있다”면서도 “다만 발암ㆍ독성물질이 소량이라도 포함됐다는 점은 누구도 부인할 수 없기 때문에 유해성을 축소하려는 시도는 바람직하지 않고, 식약처 역시 장기적인 흡연자 추적 관찰 등을 통해 더욱 정밀한 근거를 제시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신지후 기자 ho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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