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정현 작가의 ‘놀이’는 바슐라르가 정의한 ‘몽상’이 떠오른다. 몽상이라 하면 꿈을 꾸는 듯한 비현실에 갇힌
지난 9, 하정현 작가의 개인전 <투명한 밀도 Luminous Density: Innocence on Canvas>가 로이갤러리 압구정에서 개최되었다. 작가가 지향하는행복의 근원인 기억, 추억 속 순수를 겹쳐 밝고 포근한 느낌을 관객에게 전달한다. 전시명투명한 밀도는 이러한 작가의 특징을 상반된 특성을 지닌 두 단어로 묘사하고 있다.
<Luminous Density : Innocence on Canvas> A1 전시실

"나는 항상 어떠한 의도나 구상 없이 손에 잡히는 오일 바를 가지고 캔버스에 긋고 칠하고 손과 붓으로 문지르는 것을 이어간다. 이것은 아무런 마음의 거슬림 없이 유희하는 가장 기쁜 '나의 놀이'이다."  (작가 노트 중)


하정현 작가에게 작업은 '놀이'로 비유된다. '나의 놀이', 지극히 개인적인 이야기로 그 시점에서 벗어난 후에도 다양한 감정, 느낌으로 흔적을 남긴 것을 현재에 끌어오려는 모습니다. 어렴풋이 스치다 사라지려 하는 것들, 어렸기에 느낄 수 있었던, 시간의 흐름에 현재는 더 이상 경험이 불가능해진 기억들을 캔버스에 저장하고 있다. 

송인헌. "색채로 표현된 추억의 이미지 연구." 국내박사학위논문 단국대학교 대학원, 2015. 경기도, 8p

Draw without drawing 147_80.3 x 80.3_Oil on canvas_2024

하정현 작가의 '놀이'는 바슐라르가 정의한 '몽상'을 떠오르게 한다. 

몽상이라 하면 꿈을 꾸는 듯한 비현실에 갇힌 것을 떠올리기 쉬우나 바슐라르의 정의는 달랐다. 무의식 상태로 밤에 꿈을 꾸고 상상하는 것이 아니라, 명료한 의식을 가지고 자신의 영혼과 기억으로 가득 채워 그것을 온전히 향유하는 것이다. 따라서 몽상은 영혼에게 휴식과 통일감을 준다고 주장했다. 


작가에게 그림의 시작은 이러한 '몽상'이 아닐까.

누군가의 아내이자 엄마로서, 작가 하정현으로서 지금이 있기까지 거쳐온 수많은 과거의 자신을 통해 완벽한 휴식인 고요속 놀이를 화폭에 새김으로써 즐기고 있다. 의식을 주체적으로 제어하는 것이 필요하기에 부족함과 미숙함을 허용하지 않으려는 작업 규범 체계는 온전히 휴식을 즐기기 위한 필수 요소처럼 그에게 따라왔다. 

[참고] 홍명희, 상상력과 가스통 바슐라르, 살림출판사, 2005, p.43
Draw without drawing 164_162.2 x 130.3_Oil on canvas_2024
<Luminous Density : Innocence on Canvas> A1 전시실

전시를 기획한 로이갤러리의 큐레이터는 작가의 작업을 "손과 붓이 '움직이는 대로'는 삶을 긍정하는 태도의 일환이며, 본인의 작업 과정을 신뢰하는 것이다. 더 맑고 투명한 레이어를 위해 표현을 정제하면서 중첩한다. 선명한 기억을 흐린 이미지로 드러낸다. 은은해 보이는 화면은 감상자에게 삶의 긍정을 강렬하게 요구하고 있다." 라고 설명했다.

<Luminous Density : Innocence on Canvas> A7 전시실

하정현 작가의 개인전 <투명한 밀도 Luminous Density : Innocence on Canvas>는 3월 31일까지 로이갤러리 압구정에서 관람할 수 있다.

Jeong Hyun Ha

하정현 작가는 이화여자대학교에서 도자예술과 시각 정보 디자인학을 전공하였으며, 동 대학원 미술학 석사와 디자인학 박사를 취득하였다. 현재 이화여자대학교 겸임교수, 한성대학교 부설 디자인아트 교육원 겸임교수를 맡고 있으며, 2022년 갤러리 헤세드에서 <하정현의 낱개들> 등 개인전 9회를 개최하였고, 영국 사치갤러리에서 열린 <아트그라운드 런던 2023> 등 단체전 50 여 회를 참여했다. 또한 작가의 작품은 국립현대미술관 정부 미술은행 등 다양한 기관에 소장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