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쟁이> (감독 한제이)

독립영화 큐레이션 레터 by. 인디스페이스
vol.33 〈담쟁이〉
11월 11일 오늘의 큐 💡
Q. 시 한 편 같이 읽을까요? 🍃

정말 겨울이 다가오네요. 바람에 우수수 떨어지는 낙엽을 보며 마음이 왠지 스산해지기도 합니다. 이런 때엔 따스하게 마음의 양식을 채워야죠! 같이 시 한 편 읽을까요? 인디즈 큐가 먼저 읽어볼게요. 아아- "저것은 넘을 수 없는 벽이라고 고개를 떨구고 있을 때 담쟁이 잎 하나는 담쟁이 잎 수천 개를 이끌고 결국 그 벽을 넘는다.”

어때요,님? 인디즈 큐가 추천한 시 구절, 마음에 와닿으셨나요? 도종환 시인의 담쟁이」라는 시예요.😌 겨울, 독립영화전용관을 찾아오시면 동명의 영화 포스터를 만나보실 수 있을 거예요. 이 시의 소중한 뜻을 담아낸 퀴어 멜로, 담쟁이〉가 기다리고 있거든요!
누구보다 행복했던 은수(우미화)와 예원(이연). 갑작스러운 은수의 사고로 모든 상황은 변하고, 은수의 조카 수민과의 동거가 시작됩니다. 서서히 서로에게 익숙해지며 세 식구가 만들어나가는 행복을 찾아나가지만 그들이 마주하는 현실은 녹록치 않습니다. 

그래도 우리를 기다리는 또다른 미래가 있을지도 몰라요. 정지혜 감독의 〈사빈과 아나〉를 만나보세요. 40년간 함께 살아온 동성연인 사빈과 아나를 보면 우리의 앞날이 그렇게 막막하게만 느껴지진 않을 거예요. 그럼 오늘도 무기력에 지지 말고 힘찬 하루 보내기를 인디즈 큐가 응원할게요. 랜선으로 소리 한 번 지를게요🤟(속으로 같이 질러주기!) 화이팅!!!!!😆

〈담쟁이〉 리뷰:
유구한 사랑의 덩굴

저것은 넘을 수 없는 벽이라고 고개를 떨구고 있을 때 담쟁이 잎 하나는 담쟁이 잎 수천 개를 이끌고 결국 그 벽을 넘는다.” 도종환 시인의 시 담쟁이 마지막 구절이다.  시를 구심으로 두고 있는 영화가 있다. 한제이 감독의 퀴어 멜로 담쟁이, 올해 전주국제영화제 온라인 상영 당시 영화 인기 순위 1위를 기록한 화제작이다. 
영화는 누구보다 행복했던 연인 은수(우미화)와 예원(이연)이 갑작스럽게 닥친 사고로 이전과는 다른 일상을 겪으며 부딪히게 되는 현실의 벽과 장애물을 담담한 시선으로 그려낸다. 예원이 직장에서 승진 소식을 들은 날, 은수는 친언니 은혜와 함께 교통사고를 당하고 언니는 홀로 키우던  수민(김보민)을 남겨둔  세상을 떠난다. 사고로 다리가 마비된 은수의 곁에는 사랑하는 연인과 언니의 어린 조카가 있다. 장례식장에서 상복을 입은 채로 시작된  가족의 서사는 다소 직설적인 영화의 문법 속에서 담쟁이처럼 현실의 벽을 타고 오른다.
(...)
하루아침에 휠체어 신세를 지게  은수에게도, 연인의 고통을 지켜봐야 하는 예원에게도, 엄마의 부재에 적응해야 하는 수민에게도 현실은 녹록치 않지만 그럼에도 사랑이 그들을 살아가게 한다. 수민을 입양하려는 은수는 다리가 불편하다는 점과 동성애자라는 점이 결격사유로 작용해 입양 신청을 기각 당한 뒤 병원을 찾아가 최대한 빨리 걸을  있게  달라고 요구한다. 〈담쟁이〉는  새로운 형태의 가족이 서로를 단단히 묶고 현실의 넘을  없는 벽을 넘기 위해 부던히 노력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이들은 패배주의에 쉬이 빠지지 않는다. 예원이 은수에게 “우리 변하는  없지?” 하고 안기는 장면은  영화의 메시지를 함축하는  같다. 현실이 아무리 아프고 힘들어도 우리는 변하는  없어.  곧은 심지가 애틋했다.  
 
 영화를 이끄는 동력은 사랑이다. 현실이 아무리 냉정하고 매섭고 또한 장애물로 가득한 것이더라도, 그럼에도 우리는 이겨낼 것이라는 의지의 표상이다. 영화의 모티프인 시 「담쟁이」의 마지막 구절  ‘담쟁이  수천 개를 이끌고 결국  벽을 넘는 담쟁이  하나’는 은수이기도, 예원이기도, 수민이기도, 그리고 영화 〈담쟁이〉 그 자체이기도 하다. 그러니 나는 그저 은수, 예원과 수민을, 그들의 유구하고 굳은 사랑을 응원하고 싶다. 수천 개의 담쟁이들이 넘을  없는 현실의 벽들이 무너지길 바라며.

-인디즈 15기 박유진
또다른 미래가 있다

〈사빈과 아나〉 :
잘 살 수 있다는 가능성에 한 표
영화를 보다 보면 스크린 너머에도 세상이 있을 것만 같다. 영화가 끝나고, 크레딧이  올라가고, 극장의 불이 켜져도 영화  인물들은  자리에서 계속 각자의 생을 지속하고 있을 것만 같다. 〈담쟁이〉를 보고 나서도 그렇다. 은수(우미화) 예원(이연) 수민(김보민) 마지막 장면,  이후에도  살아갔으면 좋겠다. 그렇지만 우리는 사람이 어디까지 나빠질  있는지, 세상이 얼마만큼 폭력적으로 변모할  있는지 안다. 은수와 예원이  살아가기 위해 견뎌야  하중을 가늠해보다가 아득해진다. 그래도 무력해지진 않으려고  바람에 힘이 되는 작품을 가져왔다.

〈사빈과 아나〉는 장지혜 감독의 10분짜리 다큐멘터리다. 사빈과 아나,  여성이 함께 아침 식사를 하고, 모임에 나가고, 걷고, 사는 모습을 기록했다. 사빈과 아나는 그들이 어떤 관계인지 세상과 주변 사람들에게 명확하게 설명한  없다. 그러나 그들이 함께  35년이라는 시간의 더께엔 수식이 필요 없다. 식사  하는 대화, 서로의 걸음에 보조를 맞추는 행동이 서로가 서로의 동반자임을 입증한다. 소파에 앉은 사빈이 다른 여자랑은 같이    같아요. 아나랑만   있어요.”라고 하는 말을 들으며 생각한다. , 흰머리가  은수와 예원도 보고 싶다. 그리고 사빈과 아나, 은수와 예원, 그리고  많은 이름들이    있다는 가능성에,  . 

인디즈 15기 이주혜
사빈(87)과 아나(89)는 네덜란드 전역을 돌며 40여 년을 함께 해 온 파트너다. 어느새 머리가 하얗게 센 둘은 더이상 사회가 요구하는 ‘정상가족’의 기준에 맞추어 자신을 가리거나 꾸밀 필요 없이, 인생의 그 어느 때보다 충만한 삶을 누리며 살아가고 있다. 두 사람 각자의 자녀들도 둘의 관계를 기쁘게 받아들이고 아낌없이 응원한다.  
"〈담쟁이〉의 인물들은 지금은 어렵다는 걸 알고 있기에 본인들이 각자의 위치에서 할 수 있는 걸 하는 인물들이에요. 그래서 앞으로 같이 살기 위해 노력할 거고, 그게 그들만의 투쟁이 아닐까 싶습니다. 느리지만 중단없이, 지속적인 투쟁이죠."
지난 7월, 인디스페이스를 미리 찾아온 <담쟁이> 한제이 감독을 인디즈 이보라 님이 만나 긴 이야기를 나눴어요. 이 영화를 스크린에서 봐야하는 이유를 한 가득 품고 있는 인터뷰입니다. 웃음과 감동이 공존하는 한제이 감독의 인디즈 인터뷰, 강력추천이에요!💪
극장의 장벽이 사라지는 그날까지
누군가에겐 익숙한 극장이 누군가에겐 수많은 장벽(barrier)이 존재하는 공간이기도 합니다. 이동에도, 관람에도 여전히 걸림돌이 많은 극장. 서울배리어프리영화제와 가치봄영화제를 통해 모두가 접근 가능한 영화는 무엇인지 생각해보면 어떨까요? 
제10회 서울배리어프리영화제와 21회 가치봄영화제의 온라인상영관을 소개합니다. 가치봄영화제 상영기간은 이틀 남았으니 서두르세요-!
안전한 관람을 위해, 함께 해주세요!
보다 안전한 영화관람을 위해 방역지침을 지켜주세요. 건강한 모습으로 함께 할 수 있도록 극장도 더욱 노력하겠습니다💪 

*마스크 착용, 전자출입 등의 출입자 기록은 국가 방역수칙의 필수사항입니다!
영화 관람 시 주의사항
1. 인디스페이스는 음식물 반입 금지 영화관입니다. 더불어 음료 섭취 또한 가능한 자제 부탁드립니다.
2. 영화 관람시에도 마스크를 꼭 착용해주세요.
3. 티켓 발권시 전자출입명부 QR코드 등록 혹은 수기명부작성은 필수입니다. (매회차 발권마다 진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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