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경험 디자이너' 김은휼 인터뷰


K E Y W O R D
#경험디자인  #실험  #기회의 평등
 

"모든 게 다 우연이었어요." 두 번의 자퇴, 3년여 간의 히키코모리 생활. 기회를 찾지 못해 방황했던 시기는 김은휼로 하여금 '누구나 경험 디자이너가 되는 세상'을 꿈꾸게 했다. 특정한 장소에 가야만, 자본이 있어야만 얻는 경험이 아닌, 누구에게나 열려있는 온라인 플랫폼에서 스스로 경험을 설계해가는 미래. '우연한' 내일이 아닌 '변명 없는' 내일. 과거의 나와 같은 삶이 더는 반복되지 않을 모레.

김은휼은 '누구나 경험 디자이너가 되는 세상'을 꿈꾼다.


누구나 경험 디자이너가 되는 세상
누구나 '경험 디자이너'가 될 수 있는 세상을 목적으로 일하고 있다고요. '경험 디자이너'란 무엇이고어떤 가치가 있나요?
 
세상 모든 게 다 경험이잖아요지금 우리는 대부분 자신의 일 경험에 대해서는 전문가로 살면서운동 경험을 하려면 운동 전문가에게예술을 하려면 예술 전문가에게 경험의 디자인을 맡기고 있지요.

자신에게 필요한 경험을 공급하는 주체가 외부에 있으면그 사람으로부터 경험의 수혜를 받아야만 하잖아요그러면 그 사람이 있는 지리적 위치나 구매에 필요한 자본 등이 다양한 장벽으로 작용해요반면 나에게 필요한 경험을 스스로 디자인할 수 있다면 좀 더 변명할 수 없겠지요.


'변명 없는경험을 생산할 수 있는 방식이 필요하다.
 
'좋은 선생님을 만나야 해'가 아니라누구와 무엇을 어떻게 어디서 배워야 할지를 스스로 결정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배움 뿐만 아니라 일 경험노는 경험 역시 그래야 한다고 생각하고요.

모든 경험은 '경험'이라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경험자체를 디자인하는 방법에 관한 연구와 확산이 필요하다고 생각했어요그래서 자신에게 필요한 경험을 스스로 발견하고 기획하는 구조를 우선 툴킷이라는 형태의 콘텐츠로 만들고 있습니다.
 
 
'경험'의 가장 공통된 요소는 무엇인가요?
 
하나만 꼽기 애매해요경험에 관여하는 요소를 약 16개 정도로 보고 있거든요.

가령 '경험 디자인'을 현재 우리가 놓여있는 상태를 다른 상태로 변화시키는 방법이라 본다면, '현재 상태에 대한 명확한 이해' '나아가고자 하는 상태에 대한 분명한 설정'은 어떤 경험이든 선행되어야 하지요. '변화로 나아가게 하는 정신적 에너지' '변화에 수반하는 문제를 해결 능력'도 모든 경험에 보편적으로 중요한 요소고요.

각각을 분리해 생각하기 어려워요그래서 하나의 툴킷에도 다양한 요소를 복합적으로 풀어내고 있어요.
 
 
지금까지 총 3가지 툴킷이 세상에 나왔어요모티베이션 툴킷 <용기의 숲>, 문제해결 툴킷 <체인지메이커의 시나리오>, 비전탐색 툴킷<미션파인더>. 경험을 생산하는 툴킷을 게이미피케이션 방식으로 풀어냈다는 게 신선해요.
 
어떤 고객은 툴킷을 낯설어하기도 해요경험 자체의 본질이나 형식을 다루는 것이 아니라특정 경험에 입각한 구체적인 디자인 테크닉으로 짐작하거든요.
어떻게 하면 낯설지 않게 본질을 전달할 수 있을지 고민하고 있어요현장에서 곧바로 사용할 수 있을 정도로 실용적이면서도 구체적인 방법을요.
 
 
그렇게 고심 끝에 출시한 툴킷도 100개에서 200개씩만 생산한다면서요?
 
맞아요그리고 그게 다 팔리면 그로부터 새로운 지점을 찾아내서 개선하지요.
'아이폰처럼 개발한다'고 얘기해요. 출시되었던 당시에는 매 상품이 완제품 같았지만지나와서 돌아보면 매 순간이 새로운 가치에 대한 실험이었잖아요제 툴킷도 다루고자 하는 요소 및 본질이 있고이 본질을 다루기에 더 적합한 방식을 발견하면 끝없이 개선해 나가려고요.
 
 
평생 툴킷을 만들어가겠다는 생각의 바탕에는 '기회의 평등'에 대한 문제의식이 있다면서요.
 
우리의 삶에서 기회와 경험은 우연히 주어지잖아요좋은 나라좋은 지역좋은 부모와 좋은 관계망 속에서 자라야 좋은 기회를 얻으며 성장하니까요저는 여기서 문제의식을 느꼈어요.

교육프로그램 디자이너로 커리어를 쌓아왔거든요그러면서 교육자든퍼실리테이터든누구든 사람이 가야만 한다는 점에 한계를 느꼈어요어떻게 하면 사람의 손길이 닿지 않는 곳에도 빠르게 퍼져 나갈 수 있을까고민한 끝에 툴킷을 제작하였지요지금은 오프라인이지만궁극적으로는 온라인으로 구현하려고 해요오프라인 툴킷도 온라인으로 넘어가기 위한 포석이라고 볼 수 있어요.
 
 
온라인 툴킷이라니기회의 평등을 실현하기에 가장 걸맞은 방식이에요.
 
'모레'라는 이름을 통해 궁극적으로 하고자 하는 바는 '사람들이 언제 어디서든 온라인으로 연결되어 있기 때문에심지어 혼자서라도 시간과 공간의 구애를 받지 않고 자신의 삶에 필요한 경험을 만들 수 있는 환경'을 구현하는 것이에요온라인 플랫폼이 필수적이지요.

 
작년 말 퇴사한 후현재는 42서울에서 개발 공부에 매진하고 계시지요선택의 배경에는 그런 로드맵이 있었군요.
 
맞아요제가 원하는 환경을 만들 수 있는 개발 역량을 체득하려고요아이디어에는 한계가 있으니까.
42서울 재학 중에 '모레' 프로젝트에 대해 충분히 공감하고 이해하는 사람을 만날 수 있다면 최상이겠지요?

지금까지 총 3가지 툴킷이 크라우드 펀딩을 통해 세상에 나왔다. 왼쪽부터 문제해결 툴킷 <체인지메이커의 시나리오>, 비전탐색 툴킷 <미션파인더>, 모티베이션 툴킷 <용기의 숲>.
순서대로 '우리가 원하는 변화는 어떻게 가능한가', '우리의 일을 어떻게 정의할 것인가', '용기를 어떻게 얻을 것인가'라는 질문으로부터 출발하였다. 자세한 내막이 궁금하다면 그의 브런치를 방문해보길. 주소는 여기.


우연이 '우연히' 되지 않도록  
 
앞서 말한 '기회의 평등'이라는 문제의식은 은휼님 개인의 경험으로부터 출발했다고 들었어요. 구체적으로 어떤 경험이었는지 궁금합니다.
 
정말 열심히 살았거든요? 중학생 때 까지요. 울산에 살면서 밤 11시까지 학원에 다니는 생활을 했거든요. 한 학년이 24개 반으로 서열화되어있는 학원이었어요. 처음 갔을 때 꼴찌 반을 배정받았는데, 하나하나 올라가는 재미가 있는 거예요! 첫 번째 반까지 올라가고. 그 위의 특별반을 가고. 덕분에 공부에 취미를 붙이게 되었지요.
 
그러다 보니 어느 순간 학교 수업을 학원에서 다 떼버렸더라고요. 중학교 2학년 끝나고 '내가 왜 학교에서 시간을 보내야 하지?'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어요. 무작위로 추첨이 된 사람들과 하루 시간 대부분을 무의미하게 보내야 한다는 게, 배울 것도 다 배웠고, 원하는 사람들과 관계하지 못 한다는 게 과연 옳은 걸까? 의문이 들어 중학교 3학년에 학교를 그만두었지요.
 
 
엄청난 결단을 했네요. 학교를 그만둔 후에는 어떻게 시간을 보냈나요?
 
도서관에 가서 읽고 싶은 책을 읽고, 하고 싶은 공부를 했어요. 그러면서 처음으로 학업과 무관한 공부를 했죠. 당시 저는 사람의 도덕적인 부분들이 어떻게 생리적으로 영향받는지에 대해 관심이 많았어요. 그 외에도 도덕심리학, 자연과학, 생리학, 인문학, 철학 분야의 책과 함께 1년을 보냈지요.
 
그러다 고등학교 진학을 앞두고 '학교 수업이 나에게 실용적인가?' 하는 의문이 들었어요. '진짜 세상'이 어떻게 생겼는지 이해하고, 나의 존재를 고민하며 살아가는 역량이 중요한 거 같은데, 공립 학교에서는 이것을 가르쳐주지 않는다고 판단했어요. 고민하다 대안학교에 가게 되었지요.
 
 
대안학교는 어땠어요?
 
새로운 문제의식을 많이 느끼고, 많이 배웠어요. 중학교 때와 달라진 점이라면, 중학교는 별수 없이 그만뒀지만, 고등학교는 '내가 이 학교를 바꿔보겠다'라고 선거에 출마했었다는 점이에요. 학교 안에 정치 체제로서 '학생 정당', 사법 체계로서 '학생 변호사-판사 제도', 경제 체제로서 '교내 벤처'를 도입하자고 공약을 세웠지요. 학교 안에서 실제 세상을 경험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거든요.
 
아쉽게도 선거는 패배했어요. 변화를 설득하기 위한 섬세한 고민이 부족했거든요. 그런데 당선된 후보들의 정책은 비교적 보수적이고, 다른 대안학교와의 교류 활성화 밖에 인상적인 공약이 없었어요. 크게 실망했고, '더는 얻을 것이 없겠다'는 생각이 들어 2학년 끝나고 학교를 그만두었어요.
 
 
또 한 번 담장 밖으로 나왔네요. 이번에도 홀로 공부했나요?
 
실은 서울에 있는 하자센터라든지 다른 교육을 찾아가고 싶었어요. 그런데 울산에서 서울이 너무나 멀게 느껴지더라고요. 집이 경제적으로 힘들어지기도 했고요.
 
그래서 온라인 커뮤니티를 찾았어요. 당시 국내에 굉장히 활성화된 글쓰기 커뮤니티가 있었거든요. , 수필, 비평, 소설을 올리면 현직 문인들이 피드백을 주기도 하고, 주 단위 월 단위로 잘 쓴 글을 선정해 리뷰를 하는 등 유저 및 전문가 간 상호작용이 활발한 곳이었어요.
 
고등학교를 그만둔 후로 10대 후반부터 20대 초반까지는 거기서 글만 쓰며 살았어요. 제 인생에 매우 좋은 경험이었죠. 글을 쓰는 게 좋았고, 내 글이 '이 주의 베스트', '이달의 베스트', '올해의 베스트'로 뽑히는 과정이 재밌었어요!
 
 
글쓰기에 맛을 들이셨군요.
 
더 좋은 글을 쓰려는 고민이 저의 10대 후반을 장악했지요. 수필을 쓰려다 보니 삶을 잘살게 되고, 비평을 쓰려다 보니 마주하는 콘텐츠에 대한 내 입장을 갖게 되고, 시를 쓰려다 보니 마주하는 것들에 대한 내 고유한 감수성을 갖게 되었지요.


정말 열악한 상태에 있는 사람도
자신의 고유성을 찾고 실현해나갈 수 있는 환경을 만들고 싶어요. 

그것이 은휼 님만의 콘텐츠를 만드는 데 큰 힘이 되었겠네요.
 
제 첫 번째 직장이 '오픈컬리지'라고, 사람들이 서로의 지식과 경험을 공유하며 성장해 갈 수 있는 서비스를 비즈니스로 풀어내는 플랫폼이었어요. 원래는 유저로서 들어갔는데, 프로젝트를 잘 만든다고 좋게 봐주셔서 코어 콘텐츠를 만드는 교육 디자이너로 일을 하게 되었지요.
 
하지만 저는 일련의 과정이 모두 '우연'이라고 느꼈어요.
 
 
모두 '우연'이었다?
 
. 우연히 좋은 문제의식을 갖게 되었고, 우연히 대안 교육을 알게 되었고, 우연히 커뮤니티를 알게 되어, 우연히 좋은 사람들을 만나 만족스러운 방향으로 삶이 풀릴 수 있었거든요.
 
그 기회들을 몰라서 2, 3년간 폐인처럼 집에 있던 시기도 있었어요. 기회를 찾아도 안 보였거든요. 사실 인생에서 처음으로 정직원 달고 일한 직장도 쌀국수집이었거든요? 집에서 폐인 생활을 하다 '이러면 안 되겠다' 싶어서 처음 나간 곳이었어요. 당시의 장래희망은 '월급 80만 원 받는 삼류소설가'였고요. 10대 때 남들보다 더 많은 고민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22살에 가졌던 미래 계획이 그랬어요.
 
 
소설가라 해도 대단한 소설가를 꿈꿀 수 있었을 텐데. 왜 하필 '삼류'였어요?
 
내 주제에 이류도 못 될 거 같았으니까. 인생에 너무 많은 것이 이미 결정되었고, 그게 내 한계치라 생각했어요. 10대 때 글쓰기 커뮤니티 활동을 하면서 재능의 한계가 존재하고, 나의 한계는 좁고, 그것을 알아버렸다고 착각했거든요. 내가 쓸 수 있는 글이 문인들과 비교했을 때 한계가 뚜렷했으니까.
 
 
스스로 능력을 한계 짓고, 꿈도 한계 지었던 과거가 은휼님에게도 있었군요.
 
지금도 지역 사회에서는 많은 청년들이 자신의 미래를 지역 안에서 눈에 보이는 직업 중 하나로 결정하거나, 부모님의 직업을 물려받는 정도로 한계 짓고 있어요. 그들이 아는 '인간'도 부모님과 지역의 또래 커뮤니티 뿐이라, 그 안에서 인간을 이해하고 '인간은 이런 존재다'라고 규정 짓지요. 직업의 다양성은 물론, 어떤 비전과 미션이라도 가진 사람을 만나보기 힘든 환경에서요.

심지어 삶의 다양한 가능성을 이해하더라도 '내가 그런 삶을 살 수 있다'고는 생각 못하기 일수죠. 이것은 잘 풀린 사람의 이야기고, 내 여건에서는 불가능하고, 나에게는 너무 늦었고, 나는 그런 재능을 가지고 있지 않다고 판단하니까.
 
저는 제 경험이 이렇다 보니, 정말 열악한 상태에 있는 사람도 자신의 고유성을 찾고 실현해나갈 수 있는 환경을 만들고 싶어요. 구체적으로는 온라인 플랫폼이 누구에게나 열려있어서 자신에게 지금 시기에 필요한 경험을 다른 사람들의 시행착오와 노하우를 참고해 설계할 수 있는 환경이지요. 도심에서 좋은 기회를 받으며 자랐다면 이런 생각을 못 했을 거예요. 시행착오를 겪고 힘들게 보낸 시간이 많다 보니.


김은휼은 프로젝트의 이름을 '모레'라 지었다. 모레(nextomorrow)는 '오늘과 내일을 넘어 모레에 있게 될 것들을 오늘로 불러내자'는 뜻을 담고 있다. 제의 나와 같은 일이 반복되지 않길 바라는 김은휼의 간절함이 느껴지는 대목이다.


'쓸모 있는' 경험이 되도록 
스스로 학습해 온 시간이 남들보다 길어요그만큼 은휼님 만의 학습 방식도 확고할 거로 생각해요.
 
저는 대학을 안 갔어요대학에 가야 할 이유를 찾지 못해서요삶을 살다가 대학 교육이 필요해지면 그때 가는 게 맞지 않나 싶었고요.

그렇지만 관심 있는 것들은 끊임없이 있었기에 스스로 배움을 설계해왔어요온라인 글쓰기 플랫폼만이 아니라다양한 대안대학교육 프로그램들을 통해서 성장했는데요사실 그런 경험들을 떠나서 제 직업 자체가 교육 디자이너이기 때문에 학습 방식에 대한 철학이나 확고함은 당연히 있죠하지만 그 시작을 얘기하라면 아무래도 ''일 것 같아요.
 

책을 많이 읽었군요.

정말 많이요그런데 어느 순간부터누가 어떤 책을 들고 있으면 그 책을 읽었다는 사실은 기억나는데어떤 부분에서 그 책이 가치 있고책의 어떤 점에 중점을 두어 읽으면 도움이 될지 추천해줄 수 없는 나를 발견했어요너무 비참했지요.

'이건 아니다'라는 느낌이 강하게 들었어요읽는 과정에서 내 생각이 변하고감수성이 변하면서 무의식적으로 축적되는 부분이 분명 있겠죠하지만 내용을 기억 못 하는 방식의 독서는 안 되겠다그래서 독서 방식을 바꿨어요책을 읽으면 내 생각을 기록하는 것이 아니라책의 문장들만을 편집해서 10장 이내의 페이퍼로 재구조화하는 방식으로요.
 

책의 문장을 요약하는 독서가 은휼님께 어떤 영향을 미쳤나요?
 
책의 구조를 이해하게 되더라고요. 그 안에 있는 콘텐츠가 보이기 시작한 거죠.
원래는 문장을 읽고자 책을 읽었어요그런데 10페이지 내로 내용을 줄이다 보니 구조가 보이고구조를 짜다 보니 내용을 재편집하는 기술이 쌓이더라고요.

독립된 페이퍼들이 자꾸 생겨나다 보니같은 주제 아래로 여러 개의 페이퍼가 쌓이더라고요이걸 또 어떻게 통합할까 고민하다 보니 압축의 압축이 또 생기고그것을 또 다른 구조로 통합하고.
 

구조의 구조가 생기기 시작했군요.
 
맞아요처음에는 그저 마음에 드는 문장을 밑줄 치며 모으는 것으로 시작했는데구조화하다 보니 결국 우리 자신에 대한 얘기거나우리가 살고 있는 세계에 대한 얘기거나우리가 세상과 어떻게 관계맺고 있고 맺어야 하는가에 대한 얘기였어요인간관세계관인생관(가치관)의 갈래인 거죠이 구조가 모두에게 정답은 아니겠지만적어도 내가 삶을 이해하는 방식임은 틀림없었지요.

구조가 만들어지니까그 후로는 책을 읽어도 단순히 그 책을 요약하거나 주제별로 정리하는 게 아니라 내 프레임워크의 어떤 주소에 넣기 시작했어요이 책의 이런 인사이트는 내 프레임워크의 인간관그 중에서도 감정에 대한 얘기구나이런 식이죠어느 순간 '나의 세계'가 만들어진 거에요. 물론 어떤 인풋이 들어오느냐에 따라 끊임없이 변화하며 형태를 바꾸는 '변화하는 세계'.
 

'밑줄 치기로 시작한다'라는 말이 위로되네요누구나 할 수 있으니까.
 
결국 '쓸모에 대한 고민'이었던 거에요책을 읽은 시간을 어떻게 삶에 더욱 쓸모 있게 만들까밑줄이 어떻게 내 삶을 바꿀까시간을 쓰는 방식이 삶의 유용성으로 이어질 수 있기를 바랐어요그러다보니 흘러흘러 여기까지 온 거지요.


경험을 편견없이 대하면 맛있는 음식을 먹으면서도, 좋은 영화를 보면서도
나의 일경험이 더 나아지는 상상과 영감을 얻을 수 있게 되거든요.


앞서 툴킷에 대해서도 '현장에서 사용할 수 있을 정도'의 실용성을 강조했지요유용성에 대한 고민을 항시 하고 계시네요.
 
꽤 오래도록 관심을 두었던 주제가 '삶의 기술로서의 인문학'이에요본질에 대해 개념적으로 인지하는 바를 삶에서 마주하는 영역들에 써먹을 수 있는 역량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예를 들면 이런 거죠내가 생각하는 '변화를 만드는 방법'이 실제로 우리집 인테리어에 어떤 영향을 끼치는가내가 친구의연인을 위로하는 데 어떤 영향을 미치는가.
 

스킬 보다 본질을 구체화하는 역량에 중점을 둔다는 의미로 들리네요.
 
스킬을 가르치는 사람은 너무 많잖아요저는 그보다 인문학이나 철학과 같은 본질적인 분야의 개념들을 역량으로 구체화하거나다른 분야의 테크닉을 추상화하여 내가 속한 영역에 쓸 수 있도록 구체화하는이른바 래더링이라고 하는 작업에 관심 있어요한 작업의 발전은 그 작업의 선두주자를 벤치마킹하기 보다 다른 분야로부터 적용점을 찾아낼 때 훨씬 창의적인 접근이 가능하다고 생각하거든요.
 

그게 툴킷으로도 구현될까요?
 
! 앞서 말씀드렸던경험을 만드는 약 16가지의 요소 중 중 '기술 자체에 대한 역량'이 있어요그 역량의 핵심이 '배움' '창조성'이에요창조성 자체에 대한 툴킷도 만들 거에요.
 

창조성을 기르기 위해서는 무엇이 가장 중요할까요?
 
경험을 구분하지 않는 사고요경험을 편견없이 대하면 맛있는 음식을 먹으면서도좋은 영화를 보면서도 나의 일경험이 더 나아지는 상상과 영감을 얻을 수 있게 되거든요.



원하는 경험을 원하는 사람들과 원하는 곳에서 
어떨 때 보람을 느끼세요?
 
질문을 '만족감'이라고 해석해도 될까요?
 

얼마든지요.
 
고객이 저를 전형적인 공급자로 보지 않을 때고객이 저를 공급자로 인식하지 않는 관계가 구축되었을 때 만족감을 느껴요.

 
'고객' '공급자'로 인식하지 않는 관계라그건 어떤 관계일까요?
 
'파트너'라고 생각해요누군가는 가치를 만들고누군가는 그 가치를 다른 것으로 교환하면서 시너지를 내가니까상호작용하는 관계지요그리고 앞으로는 이런 구분조차 희미해질 거에요점점 더 개인화가 중요한 가치로 여겨지면서 서비스의 많은 영역을 고객이 결정하고고객이 서비스 안에서 가치를 생산하는 영역이 더 많아질 거라고 보거든요저는 구매자-판매자이런 패러다임에 대한 본질적인 의문을 늘 가지고 있어요.
 
이런 사고방식으로 함께 하는 사람이 제 주변에서 늘어갈 때 저는 스스로가 일을 잘하고 있다고 느껴요반대로 아무리 콘텐츠가 좋더라도 고객이 흔히 말하는 '고객'으로만 자신을 인지하고 그에 맞는 액션들이 지속되면내 것을 많이 사주더라도 만족감이 떨어지지요.
 

관계의 패러다임을 바꾸고 싶어 하시는군요은휼님이 바라는 이상향이 있나요?
 
최근에 <배달의 민족> M&A를 하면서 다시 한 번 강조된 비전이 '좋은 음식을 먹고 싶은 곳에서'잖아요저는 그렇게 말해요. "원하는 경험을원하는 사람들과원하는 곳에서."


너무나 멋진 문장이에요원하는 경험을원하는 사람들과원하는 곳에서!
 
그런 세상을 꿈꿔요미션과 비전으로 첫인사를 하고그것이 당연한 세상.

처음 만났을 때 하는 질문들이 바뀌었으면 좋겠어요대개 '이름이 어떻게 되세요어디 사세요나이가 어떻게 되세요?' 하고 묻잖아요더 최악은 '직장이 어디에요'지요좋은 질문이 아니라고 생각해요.. 질문이 좀 더 보편적으로사람을 불편하게 하지 않는 방향으로 이루어져야 해요.
그러려면 어떤 인간관인생관세계관을 가졌는지나 미션비전에 대해 질문해야 하는데 요즘은 전부 어떤 전공어떤 직장을 물으니 아쉬워요.

 
미션과 비전으로 첫인사를 건네는 세상은 어떤 모습일까요?
 
누구나 가지고 싶은 것하고 싶은 일가고 싶은 곳되고 싶은 모습이 있다면 이를 자연스럽게 나누는 문화가 생기겠지요서로의 방향이 같다면 어떤 일을 함께 할 수 있을지어떤 자본을 가졌는지 이야기할 거고요마치 우리가 하고 있는 이 인터뷰처럼요.
 
그런 대화가 특정한 어느 장소가 아니더라도일상적이고 자연스럽게 행해지는 사회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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