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상현의 미디어 인사이트
씨로켓 인사이트 (2020.8.24)

안녕하세요. 씨로켓 인사이트의 에디터 김경달입니다. 
요즘 인플루언서들의 ‘뒷광고’ 논란이 한창인데요. 미국 뉴욕에 계신 박상현님이 때마침 이와 관련해서 통찰력 있는 지적과 함께 흥미로운 서비스 소개를 곁들여 글을 보내주셨어요. 

글 가운데 개인적으로 무척 공감하며 고개를 끄덕이게 된 대목은 광고에 대한 인식변화 부분입니다. 
“광고는 20세기 미디어를 든든하게 받쳐준 존재다. 매스미디어의 광고는 회피하기 어려워 세금 같은 존재였다.”

“그런데 뉴미디어 환경에선 회피방법이 늘고 있다. 애드블록으로 막거나 구독을 통해 건너뛴다. ‘광고의 불가피성’이 깨지면서 광고를 싫어하는 오디언스의 태도변화가 감지된다.”

그리고, 모든 관계의 핵심은 솔직함에 있다는 지적은 작금의 ‘뒷광고’ 논란에서 다시금 되새겨볼 중요한 지적이라고 생각됩니다.

광고에 대한 오디언스의 태도변화

최근 한국에서 유튜브 인플루언서들을 중심으로 일어난 소위 '뒷광고' 논란은 빠르게 발전하고 있는 뉴미디어업계가 가장 고민하고 있는 부분이 여전히 비즈니스 모델임을 보여줬다. 미디어가 성장은 둘째치고 생존을 하기 위해서는 수익을 낼 수 있는 모델이 만들어져야 하는데, 뉴미디어가 미디어 커머스를 하거나 구독 모델, 혹은 기부금에 의존하지 않을 경우 전통적인 미디어처럼 광고에 의존하게 된다.

광고는 20세기 미디어 업계를 든든하게 받쳐준 좋은 수익 모델이다. 하지만 지상파 방송, 종이신문 등으로 대표되는 매스미디어의 경우 오디언스는 광고를 피할 수 없기 때문에 강제로 봐야 하는, 일종의 세금이었다. 그리고 세금이 세금인 이유는 피할 수가 없기 때문이다. 탈세가 합법적으로 가능하다면 세금을 낼 사람은 없다.

광고도 마찬가지여서, 광고를 피할 수 있다면 사람들은 광고를 보려고 하지 않는다. 그런데 아날로그 시장에서 불가능했던 그 일이 디지털 미디어로 넘어오면서 가능해졌다. 물론 웹사이트나 소셜 플랫폼에서도 광고를 강제로 봐야 하는 일은 흔히 일어난다. 하지만 애드블록과 광고 건너뛰기, 구독을 통한 광고 없애기 같은 방법의 등장으로 '광고는 피할 수 없는 것’이라는 생각이 깨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광고의 불가피성'이라는 대원칙이 깨지자 사람들은 광고를 더욱 싫어하기 시작했다. 조세의 형평성이 없을 때 조세저항이 강해지는 것과 다르지 않다. 

따라서 뉴미디어 시대에 들어와서는 지상파 TV와 같은 광고는 잘 먹히지 않게 되었다. 뒷광고, PPL 등의 방법이 기승을 부리는 이유는 궁극적으로 오디언스의 태도변화에 있는 것이다. 


인플루언서의 돈벌기
하지만 뉴미디어의 오디언스가 무조건 광고를 싫어하는 것은 아니다. 그들은 자신이 아끼는 유튜버, 인플루언서가 꾸준히 구독자를 늘려서 드디어 광고가 등장하게 되면 축하해줄 만큼 성숙한 사람들이기도 하다. 따라서 인플루언서, 혹은 채널의 진행자가 광고임을 충분히 분명하게 밝힐 경우, 그리고 광고를 상식적으로 진행할 경우, 반드시 반감을 갖거나 싫어하지는 않는다.

왜냐하면, 오디언스는 인플루언서를 사랑하고, 그들이 계속해서 자신들이 원하는 콘텐츠를 만들어주었으면 하고 바라기 때문이다. 물론 광고주는 인플루언서의 영향력을 극대화하기 위해 광고임을 숨기기를 원하겠고, 그럴 경우 더 큰 비용을 지불하겠지만 이는 여느 인간관계와 마찬가지로 신뢰의 문제다.

그리고 모든 관계의 핵심은 솔직함에 있다. 스타, 인플루언서도 오디언스와 마찬가지로 먹고 살아야 하는 사람들이고, 따라서 수익을 올려야 하는 사람들임을 솔직하게 인정하면 오디언스는 기꺼이 인정하고 도와줄 수 있다.

이렇게 다소 긴 서두로 이야기를 시작한 이유는 바로 카메오(Cameo)라는 서비스를 소개하기 위해서다. 2016년 처음 등장해서 조용히 성장해온 이 서비스는 스타 및 인플루언서를 팬들과 연결해주는 플랫폼이다. 작동방식은 아주 간단하다. 팬들이 원하는 짧은 비디오 메시지를 녹화해서 보내주고 돈을 받는 것. 

가령, 제니퍼라는 사람이 아파서 병원에 입원해있다고 하자. 그런데 제니퍼는 평소 길모어걸즈(Gilmore Girls)라는 드라마의 팬이다. 그걸 아는 친구는 완쾌를 바라는 메시지를 그 드라마에 출연한 배우 스콧 패터슨에게 부탁하는 거다. 이 배우는 제니퍼에게 보내는 짧막한 메시지를 폰으로 녹화해서 보내주고 정해진 금액을 받는다. (스콧 패터슨의 경우 한 메시지 당 150달러) 

피드 l cameo
가격은 천차만별이다. 톱스타들은 아니라도 한 번쯤 이름을 들어봤을 법한 스타들은 200-300달러를 받고 (가령 컬처클럽의 가수 보이 조지, 영화배우 린지 로한 등이 300달러를 받는다) 유튜버나 틱톡 인플루언서급은 15-20달러면 원하는 메시지를 녹음해준다. 웹사이트에 가보면 영화배우, 가수, 운동선수, 소셜 인플루언서 등의 다양한 카테고리로 프로필 사진들이 마치 넷플릭스 영화 썸네일 처럼 줄지어 등장하고 그 밑에 가격표가 붙어있다. 

아무리 전성기를 지났다고 해도 명색이 스타인데 그렇게 등급별로 가격이 매겨져서 푼돈을 받는 건 너무한 것 같다는 생각이 들 수도 있겠지만, 사실은 스타도 돈을 벌어야 하는 사람들이고 필요하다면 이렇게 돈을 버는 것도 창피한 일이 아니라는 미국적 사고방식의 결과다. 실제로 미국의 많은 유명가수들이 유대계 아이들의 성인식인 바 미츠바bar mitzvah나 부자들의 생일파티에 가서 수십 명을 상대로 노래하고 돈을 번다. 말하자면 우리나라에서 가수들이 지방의 ‘밤무대’를 순회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 

카메오의 스타들
게다가 받는 돈이 적어보여도 들어가는 품이 거의 없다는 점을 잊으면 안된다. 그냥 집에서 편안한 옷차림으로 앉아서 몇 문장 만 말하면 끝이다. 가령, 연초에 인기를 끌었던 넷플릭스의 다큐멘터리 ‘타이거킹’으로 스타덤에 오른 캐롤 배스킨의 경우 199달러를 받고 하루에 수백 개의 비디오 메시지를 녹화하는데 그렇게 해서 일주일에 벌어들이는 돈이 10만 달러, 한화로 1억 원이 넘는 돈이다. 

가격은 각자 설정하고 (배스킨의 경우 최근 인기가 오르면서 요금을 199달러에서 299달러로 올렸다) 고객과 스타를 연결하는 플랫폼인 카메오는 25%를 가져간다. 결국 카메오는 스타와 인플루언서들이 긱(gig) 노동을 하는 공유경제인 셈이고, 여기에서 거래되는 것은 셀레브리티(celebrity, 사람이 아닌 ‘명성’)인 셈이다.

이를 보도한 기사에 따르면 카메오의 설립자 스티븐 갈라니스는 프로미식축구(NFL) 선수들의 80%가 은퇴 후에 파산한다는 이야기를 듣고 이 서비스를 구상하게 되었다고 한다. 젊을 때 준비가 안된 채 큰 돈을 손에 쥐었다가 금방 날려버리고 부상당한 몸을 이끌고 중년 이후를 살아야 하는 선수이지만, 팬들에게는 여전히 가슴 설레는 존재로 남아있다면, 그 둘을 연결하면 사업이 만들어질 수 있다는 것. 

 척 노리스 l cameo
카메오로 돈을 버는 스타들을 보면 한 편으로는 처량하다는 느낌이 들기도 한다. 모든 사람들이 그런 것은 아니지만, 대개 화려했던 과거와 달리 나이도 들었고, 체중도 늘었다. 게다가 잘 꾸미고 카메라 앞에 나서는 게 아니라 집에서 입는 편안한 옷으로 앉아서 이야기하는 거라 더욱 그런 느낌을 받는 것일 수도 있다. 

하지만 팬들에게는 그렇지 않다. 오히려 TV나 영화관에서 보던 모습이 아닌 일상 속 모습으로 자신의 이름을 부르며 이야기하는 것이 더욱 친근하고 친밀하게 느껴진다. 자기가 그렇게 좋아하는 셀렙이 솔직한 모습을 보여줄 때 팬들은 더 감동하게 된다. 비록 그게 단돈 몇 십, 몇 백 불을 벌기위해 하는 말이라고 해도 그들은 개의치 않는다. 그게 솔직한 모습이고, 그들이나 나나 결국 자본주의 시스템에서 돈을 벌기 위해 일하는 생활인들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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