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 안녕하세요? 오늘은 4ㆍ7 재보궐 선거 이후에 뜨거운 이슈로 등장한 남녀가 평등한 군 복무에 대해 이야기하려고 합니다
'여자도 군대 가라'에 찬성하십니까?

성평등 복무가 실현된 노르웨이의 여성 군인들. [중앙포토]
  정치권에서 ‘남녀평등 복무제’가 거론됩니다. 여성도 군사훈련을 받게 하거나, 군 복무를 하게 하자는 것입니다. 제법 진지한 이야기들이 오가지만, 저는 실제로 그런 일은 생기지 않는다는 쪽에 베팅하겠습니다. 

 남녀 출생 성비가 50%대 50%이라는 전제하에, 자식이 하나인 집에 딸이 있을 확률은 50%입니다. 아이가 둘인 집에 딸이 하나 이상 있을 확률은 75%이고요, 아이 셋 있는 집에 딸이 최소 한 명은 있을 확률은 89%입니다. 그러니까 아이가 있는 가정에 딸이 있을 확률은 70% 정도 된다고 볼 수 있습니다. 

 여성도 군대에 가게 될 경우 당사자들이 얼마나 반대할지는 모르겠습니다. 또래의 남성들이 얼마나 반길지도 모르겠습니다. 선거에서의 표로 계산할 경우 +,-로 제로섬에 가까울 듯합니다. 

 그런데 딸을 군대에 보내는 어머니ㆍ아버지와 손녀를 군대에 보내는 할머니ㆍ할아버지의 마음은 몹시 편치 않을 것 같습니다. 아들이나 손자가 군대에 가도 노심초사인데, 딸이나 손녀가 군대에 가면 오죽하겠습니까? 아들 제대하니 딸이 군대에 간다고 생각해 보십시오. 날벼락 같지 않겠습니까? 

 그렇다고 두 자녀 집에서 아들이나 딸 중 하나만 가게 하거나, 세 아이 이상 가정에서 아들이든 딸이든 한 명만 가게 하는 것도 쉽지 않아 보입니다. 자녀들이 의좋게 상의해 평화로운 결론을 낸다는 보장이 없습니다. “누나는 유학 가서 공부해. 내가 군대 갈 테니.” “내가 갈게. 언니는 남자친구도 있잖아.” 세상이 이렇게 아름답지만은 않습니다. 

 누가 이런 제도를 만들어서 아들ㆍ손자뿐만 아니라 딸과 손녀도 군대에 가게 했느냐는 원성이 높을 게 뻔합니다. 여자도 군대에 가면 평균 복무 기간을 줄일 수 있으니 부모가 꼭 싫어하지 않을 수도 있지 않겠느냐고요? 올해 말에 육군 복무 기간이 18개월이 됩니다. 여기서 얼마나 더 줄일 수 있겠습니까? 지금도 군인 구실 좀 할 수 있게 됐을 때쯤 제대한다는 얘기가 나옵니다. 결국 병역 자원은 두 배가 되니 현역병이 아닌 사회복무 요원(공익요원)으로 복무하게 되는 남녀가 엄청 늘어나게 될 것입니다. 

 딸 가진 부모들과 손녀가 있는 노인들 표를 생각하면 법안 발의조차 망설여질 것입니다. 더불어민주당이 법 제정에 나설 것 같지 않습니다. 국민의힘도 마찬가지이고요. ‘남녀평등 복무제’는 20대 남성을 향한 립서비스라고 보는 게 현실적입니다. 

 그런데요, ‘남자만 군대에 가는 게 공정하냐’는 물음을 사회가 계속 외면하기는 힘듭니다. 그래서는 안 되기도 합니다. 합당한 보상이 필요합니다. 돈이든, 취업 시 혜택이든 무언가가 있어야 합니다. 군 복무에 따른 취업 시험 가산점에 위헌 결정이 났던 것은 지나치게 당락을 좌우한다는 판단 때문이었습니다. 합리적으로 설계해 일정 선을 지키게 하면 여성들도 동의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여성도 지원자는 군 복무나 사회복무가 가능하도록 하고, 그 경우에도 가산점을 부여하는 것을 검토해볼 만합니다. 

 모병제로의 전환이 해결책이라고 이야기 하는 분이 많습니다. 현재 국군 병력 규모가 60만 명입니다. 남북관계가 드라마틱하게 변하지 않는 한 여기에서 크게 줄이기는 어렵습니다. 모병으로 50만 명 정도를 유지하려면 한해 50조원 이상의 인건비가 필요합니다(평균 연봉 1억원은 돼야 50만을 모을 수 있을 것이라고 전문가들이 말합니다. 그래도 50만을 모으기 힘들 것이라는 예측도 있습니다). 올해 군 인건비 총액이 약 20조원입니다. 30조원이 더 필요하다는 얘깁니다. 지난해 국세청이 걷어들인 세수가 277조원이었습니다. 국세를 10% 이상 더 걷어야 50조원이 확보됩니다. 우리 경제력이 감당할 수 있을까요? 

 아무리 궁리해 봐도 현재로썬 군 복무를 마친 사람에게 인센티브를 제공 하는 것 말고는 해법이 보이지 않습니다. 

 노르웨이에서는 7년 전부터 여성도 군대에 갑니다. 같은 내무반에서 남녀가 섞여 생활하기도 합니다. 가기 싫은 사람은 안 가도 된다는데 서로 가겠다고 손을 든다고 합니다. 왜 군대가 인기가 있는지 중앙일보 기사가 설명합니다. 노르웨이 병력 규모는 우리의 25분의 1입니다. 병영 내 복무 기간은 1년입니다. 우리의 현실과는 많이 다른 부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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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이상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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