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오늘이야. 오늘을 즐겨야 돼. 그걸 알게 된 거야.”

2018년 여름, 강화도 풍물시장에서는 기이한 일이 일어났습니다. 차들이 가득해야 할 주차장엔 각양각색의 플리마켓 부스가 들어서 사람들이 북적였고, 호루라기 소리가 울려 퍼지자 얼굴과 팔에 흰 물감을 칠한 한 무리의 사람들이 등장해 춤을 추고 북을 치기 시작했어요.

 흥겨운 퍼레이드의 주인공은 평소 과일을 팔고, 밴댕이를 무치고, 젓갈을 담그는 시장의 상인분들이었어요. 보는 사람도 흥에 겨워 엉덩이가 들썩이는 한여름날의 축제. 들끓는 여름날의 태양보다 더욱 뜨거웠던 축제의 열기가 여전히 선연합니다.

“너무너무 좋았어! 또 하고 싶어. 젊은이들이 하는 거, 우리 나이에 안 하는 걸 했잖아. 그래서 많이많이 젊어졌어. 활력이 됐고, 생각이 젊은 쪽으로 많이 바뀐 거야. 웅크리고 앉아있던 게 새싹이 나듯 피어나서 장사도 활기차게 하고, 많이 바뀐 것 같아.” -미영청과 김미영 사장님


 협동조합 청풍이 10년 전 강화살이를 갓 시작했을 때 풍물시장은 한 달 중 고작 하루를 쉬었습니다. 시장이 쉬는 날에도 많은 상인분은 가게에 나와 다음날 장사를 준비했어요. 풍물시장 미영청과의 김미영 사장님은 그때를 ‘그냥 맨날 먹고 자고, 노는 날은 병원만 가던’ 생활이라고 회상했어요.


 그러던 상인들이 놀 줄 아는 ‘청풍이들(협동조합 청풍)’ 만났습니다. 같이 축제도 하고 동아리도 만들자는 청풍이들의 제안에 상인분들은 ‘가게를 안 하고 놀다니 정신이 빠졌다’고 걱정했어요. 하지만 천천히 동아리가 하나둘 생기고, 난타를 배우거나 합창단 활동을 하고 춤을 배우기 시작했습니다. 열심히 배운 난타 실력을 뽐내며 양로원으로 위문 공연을 가거나 큰 축제에서 오프닝 퍼레이드를 장식하기도 할 때쯤, 시간은 어느새 많이 흘러 있었고 상인분들의 생활과 마음에도 많은 변화가 생겼습니다.


“오늘은 오늘이야. 오늘을 즐겨야 해. 그걸 알게 된 거야.” -미영청과 김미영 사장님

 이제 상인분들은 놀 줄 아는 사람이 되었습니다. 콘서트도, 갈라쇼도, 전시회도 더 많이 가려고 노력합니다. 김미영 사장님은 청풍이들을 따라 귀 뒤에 멋들어진 탄생화 타투를 새겼습니다. 직접 가사를 짓고 뮤직비디오를 찍었던 트로트 ‘인생아’를 벨소리로 해놓고 매일 듣습니다. 누가 뭐래도 내 인생은 내꺼, 내꺼잖아요.


 일상에 한 방울, 두 방울 떨어진 문화예술은 은은하지만 분명하게 내 삶을 변화시킵니다. 나와 주변을 새롭게 바라보는 경험을 선사해주고, 심장을 찌르르 울리는 감동을 주고, 그것이 쌓이고 쌓여 나의 세상을 풍성하게 만들어주니까요.

 오늘은 지역과 강화섬, 나의 내면을 확장해 줄 연극 한 편을 소개하려 합니다. 이동형 공연 <강화도 산책: 평화 도큐먼트>는 늘 곁에 있었거나, 혹은 미처 못 봤던 세상으로 자박자박 걸어 들어가는 산책을 제안합니다.


 2020년, 몇 명의 창작자들이 강화도에 모였습니다. 저마다의 서사가 달랐지만 모두 평화에 닿고자 하는 사람들이었어요. 그들은 강화도라는 창을 통해 평화를 발견하기 위한 탐색을 시작했습니다. 산을 타고, 갯벌을 달리고, 할머니의 긴 인생사를 경청하거나 이제는 손길이 닿지 않는 오래된 유적지를 방문하기도 하였습니다. 역사를 되짚어보고, 그림을 그리고, 글을 짓기도 했어요. 그리고 각자가 발견한, 혹은 발명한 평화를 한데 모았습니다. 이 연극은 그들의 이야기, 혹은 당신의 이야기를 담고 있어요.

 강화유니버스 친구들은 작년에 <강화도 산책: 평화 도큐먼트>를 보았는데요, 내가 살고 있는 강화가 지금까지와 전혀 다른 공간으로 감각되는 경험을 하며 충격을 받았어요. 아주 익숙한 섬이었는데, 연극을 보며 점차 다른 세상으로 들어오는 느낌이었달까요. 문화예술을 통해 지역을 새롭게 보는 시선을 갖게 되고, 내가 살아가는 세상을 다시 보는 경험은 정말 근사한 일이었죠.


 <강화도 산책: 평화 도큐먼트>에서 우리는 함께 걷게 될 거예요. 생각보다 너무 가까운 저편의 북한이 보이는 바다를 바라보고, 커다란 나무 그늘에서 봄을 즐기기도 하면서요. 그리고 불쑥 내미는 간식 같은 다른 세계를 건네받을 수도 있어요. 그 맛은 짭짤할 수도, 달큰할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같은 세상에 살고 있어도, 저마다의 세계가 다르다는 점은 흥미롭고 신비로워요. 그리고 우리가 스치고 포개지며 서로의 물이 들고 때때로 세계가 완전히 전환되는 경험은 정말 특별합니다. 감히 이 공연을 상인분들과 청풍이들의 만남과도 같다고 설명하고 싶습니다. 우리는 함께 산책하며 서로의 세계를 주고받고, 그렇게 새로운 유니버스를 만들어 나가게 될 테니까요.

강화유니버스 피플,

<강화도 산책: 평화 도큐먼트>의

구성과 연출을 맡은 섬섬을 소개합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섬섬입니다.

연극 연출가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서울에서 활발히 활동하다가 문득 그냥 잘 보이기 위해, 상을 받고 싶어 작업을 하던 나를 발견했습니다. 어쩌면 괴물이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 나 자신을 유배시켜야겠다는 생각으로 섬인 강화도로 오게 되었습니다. 강화도에 온 지는 5년이 되었습니다.

승효상 건축가 선생님의 <지문>이라는 책이 있어요. 그 책에서 ‘손에도 지문이 있듯이 땅에도 지문이 있다’는 문구를 보고 많은 영감을 받았어요. 내가 살고 있는 땅의 지문은 뭐지? 라는 고민이 들고, 궁금해지기 시작했어요. 그래서 리서치를 하게 되었고, 아픈 역사를 알게 되고, 각자의 평화에 대한 고민이 시작됐던 것 같아요.


땅의 지형과 지문을 파악하기 위해선 몸으로 이동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일 거라고 생각했고, 강화의 아름다운 풍경과 풍경 안의 아픈 역사, 그 철책이 강화가 가진 고유의 무늬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 함께 걸어가며 감각해보면 어떨까 싶었어요.

관객분들이 공연을 보며 몰랐던 강화도에 관한 배경과 이야기를 듣고 사고나 감각이 확 열리는 경험을 했으면 좋겠어요. 이 공연이 여러 가지 평화를 이야기하고 있지만, 그중 내면의 평화에 대한 고민하는 분들이 산책하며 만나게 되는 어떤 이야기가 있는 것 같아요.

새로운 세상이 열리고 감각이 확장되는 경험을 많은 분들과 나누고 싶은 마음으로,

여기까지 강화쿠키레터를 읽어주신 분들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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