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편지가 왔어요! 💌
은미씨의 한강편지 103
호모 루덴스의 샛강 놀자

#시월의 어느 멋진 날 샛강에서
개천절을 하루 앞둔 102일 토요일에는 유난히 하늘이 높고 파랗습니다. 시월이 되자 가을의 아름다움을 만끽할 수 있는 샛강은 매일 축제장이 됩니다.

샛강에서는 아침 일찍부터 귀와 손으로 즐기는 탐조여행이 있었습니다. 시각 장애인들이 눈 대신 귀와 손으로 새를 만나는 프로그램입니다. 탐조전문가 이병우 대표가 한 무리의 참여자를 노련하게 이끌었습니다.

한낮에는 피터팬 생태모험놀이터에 정말 많은 아이들이 다녀갔습니다. 그저 통나무와 모래 언덕, 평평한 흙과 밧줄이 있을 뿐인데 아이들은 무궁무진하게 놉니다. 산책을 하던 어르신들이 걸음을 멈추고 흐뭇한 얼굴로 아이들이 뛰노는 걸 구경합니다.

붉은 노을이 서쪽 하늘로 서서히 번질 무렵, 해오라기숲 무대에서 샛강 노을밴드의 색소폰 연주가 울려 퍼집니다. 시니어들로 구성된 샛강 노을밴드는 그동안 코로나로 인해 같이 모이기는 힘들었지만 가을 무대를 위해 줌으로 만나 자주 연습했다고 합니다.

오후에 맨발의 연인들프로그램에 참여했던 연인들이 발을 씻고 계단참에 앉아 아름다운 색소폰의 선율에 귀를 기울입니다. 연인들의 어깨가 서로에게 점점 더 기울어지고, 노을 빛을 받아 한 몸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맨발의 연인들은 샛숲 흙길을 맨발로 걷는 프로그램입니다.

샛강센터에서 내려서면 보이는 참느릅나무 무릉도원 아래에서는 춤추는 샛강이 펼쳐집니다. 하얀 색 블라우스나 셔츠에 천연염색 스카프를 두른 남녀 무리가 나무와 땅을 파트너 삼아 자유로이 춤추고 있습니다. 그들도 맨발입니다.

수달 언니들은 여의못과 용태습지에 여름부터 거주하기 시작한 수달인 달수와 달순이를 위한 활동에 바쁩니다. 행여 시민들의 발걸음으로 수달이 낮잠을 자거나 휴식을 취하는 데 방해가 될까 봐 수달 하우스 근처를 은폐하는 작업도 합니다. 언니들은 어둠이 내리면 본격 활동을 하는 수달들을 만나고 가려고 해가 떨어지길 기다립니다.

(한강조합이 현대차그룹의 후원으로 첫 공모사업 <여의샛강 시민참여단 샛강 놀자>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위 글은 올 가을 샛강 놀자참여단의 활동을 상상하여 써보았습니다.) 

@2019년 12월 한강이 빛나는 밤(코로나 발생 전)


#샛강의 호모 루덴스
호모 루덴스 (Homo Ludens)라는 말이 있습니다. 유희하는 인간, 노는 사람을 의미하는 것으로 문화 그 자체가 놀이라는 것입니다. 네덜란드의 문화사학자인 하위징아가 말한 개념이죠.

저는 이 호모 루덴스가 참 좋습니다. 저 자신도 일상에서 호모 루덴스로 살고 싶다는 생각을 자주 합니다.

살다 보면 잘 노는 사람들이 정말 적다고 느껴집니다. 어려서부터 공부에 입시에 찌들고, 어른이 되어서도 돈벌이와 미래를 위한 준비에 매진하다 보니, 정작 노는 사람들은 얼마나 될지 모르겠습니다. 그렇다 보니 기껏 노는 것이라고는 노래방을 가거나 친구들과 술을 마시거나 하는 정도이지요. 그나마 코로나 이후 그마저도 어려워졌습니다.

친구들끼리 연극 공연을 하면서 놀고, 악기 연주를 하면서 놀고, 또 숲 속에서 춤을 추며 노는 것은 어떻습니까? 사진을 찍고 그림을 그리며 노는 것은 또 어떠신지요?

샛강에서는 다양하게 문화로 노는 사람들이 많았으면 좋겠습니다. 잘 놀 수 있도록 지원금도 드립니다. (노래방이나 술집엔 돈을 내고 놀러가는데, 샛강에서는 돈을 받고 노실 수 있습니다. ^^)

코로나로 지친 시민들에게 좋은 선물이 되길 바라고 있습니다. 좋은 기회 놓치지 말고 지원해보셔요. (잘 노는 팁이 필요하신 분은 은미씨에게 물어보시면 친절히 알려드립니다.) 
#이별과 만남
근래 한강에서는 아쉬운 이별과 새로운 만남이 있었습니다. 3년이 되는 한강조합에 그동안 퇴사자가 거의 없었던 터라 떠나는 직원에 대한 아쉬움은 말로 다할 수가 없네요. 함께 일하는 동안 한강에서 헌신적으로 일해준 직원들입니다. 앞으로의 여정에 창창한 미래가 펼쳐지길 바랄 뿐입니다.

한편 꼭 한강에서 일하고 싶은 간절한 마음으로 입사하신 분들도 계십니다. 그들의 꿈과 미래, 일상의 행복이 걸려 있는 한강이라는 직장. 잘 만들어야 한다는 책임감이 무겁습니다. 어른들이 옛말로 든 자리는 몰라도 난 자리는 안다고 하셨죠. 퇴사한 직원들로 인한 허전하게 난 자리를 새로 든 분들과 함께 차곡차곡 채워 나가겠습니다.

음력 달력을 보니 이번 토요일이 벌써 입추입니다. 덥다 덥다 해도 입추가 지나면 공기가 달라지더군요. 아무쪼록 더위 잘 이기시고 언제나 건강하시길 빕니다.

고맙습니다.

2021. 08. 05
호모 루덴스들이 노는 샛강에서
한강 드림 
사회적협동조합 한강
서울시 영등포구 여의동로 48 여의도샛강생태공원 방문자센터
           Office. 02-6956-0596/ 010-9837-0825
후원 계좌사회적협동조합 한강우리은행 1005-903-602443
홈페이지 http://coophangang.kr

[공고] 2021년 여의샛강 시민참여단 <샛강 놀자> 
자세한 내용은 한강 홈페이지 공지사항을 확인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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