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립영화 여성 캐릭터를 소개합니다' 특집

독립영화 큐레이션 레터 by. 인디스페이스
vol.21 여.캐.소 특집🙋‍♀️
 내 독립영화 여성캐릭터를 소개합니다. 
8월 12일 오늘의 큐 💡
Q. 루비✨처럼 빛나는 여성 캐릭터를 떠올려볼까요? 

인디즈 큐도 짧은 휴식을 마치고 돌아왔습니다. 개봉작이 없어 조금 심심하던 어느 날, 인디즈들이 도란도란 모여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는데요. 모두의 관심이 집중된 주제가 있었습니다. 어, 너두? 나두.. "누구나 가슴 속에 여.캐(여성 캐릭터) 하나씩은 품고 살잖아요?" 
각자 좋아하는 독립영화 속의 여성캐릭터들을 떠올리다보니 간만에 기운이 나는 것 같았어요. 좋아하는 걸 말하면 기분이 좋아진다고 하죠. 코로나19에, 기나긴 장마에, 이래저래 님도 마음이 지쳤을 것 같은데요. 인디즈의 자체치유 프로젝트에 동참하시는 건 어떨까요? 앞으로 3주간 인디즈가 오래도록 사랑해온, 혹은 누군가에게 꼭 소개하고픈 여성캐릭터들에 대해 이야기를 나눌 예정입니다. 오늘의 주인공은 지난 해 개봉한 <칠곡 가시나들>의 할머니들, 그리고 <메기>의 이경진 부원장(문소리)이라고 해요. 얼른 보러갈까요?

더불어 이번주 개봉작 <루비>도 짚고 넘어가야죠! 꿈을 품고 방송국에 입사했지만 끝없는 장벽 앞에 방황하는 청춘들의 이야기입니다. 아참! 그리고 오늘 레터를 읽으면서, 한 번 내가 사랑하는 독립영화 여성캐릭터를 떠올려주세요. 곧 이벤트가 찾아올지도 몰라요!👀

 〈칠곡 가시나들〉 주인공 박금분, 곽두조, 강금연, 안윤선, 박월선, 김두선, 이원순, 박복형
모든 할머니들을 소개하며
연대하는 도전은 늙지 않는다

도전하는 여성은 많다멀리 갈 것도 없이 최근 한두 달 사이에 본 영화 몇 편만 헤아려봐도 힘차게 빛나는 여성들이 보인다존재 자체가 도전에 대한 영화인 <야구소녀수인기태에게 아까울 만큼 매 순간 밝은 에너지를 뿜어내던 <국도극장>의 영은최선을 다해 소원을 현실로 만들어내려던 <나는보리>의 보리까지그 자리에 머물지 않고 앞으로 나아가는 멋진 여성들이 곳곳에 있다. 그들의 도전을 보면서 나는 가슴이 뛰었고 많은 힘을 얻었지만내가 가장 감동받은 도전은 따로 있다. <칠곡 가시나들>의 할머니들이다.

영부인 김정숙 여사가 그들에게 편지를 써서, 영화에서 포맷을 가져온 동명의 예능 프로그램이 방영되어서다양한 사유로 그들은 여러 차례 세간의 화제에 올랐다그러나 내게 있어 그들 최고의 순간은 노래자랑 예선에 나가는 모습이다긴장된 얼굴로 옷을 갖춰 입고 집을 나서는 곽두조 할머니와응원을 위해 총출동한 다른 할머니들의 비장한 모습. 풍문으로 들었소를 배경음악으로 걸어가는 그들의 모습은 연대와 생존도전과 응전 그 자체다.

일제 강점기부터 시작된 굴곡진 현대사를 온 몸으로 겪어내면서글을 읽을 수 없다는 (그리고 그것이 함의하는 다른 수많은구체적인 어려움을 헤치고 살아내면서그들의 삶에는 파도처럼 때마다 도전이 찾아왔을 것이다그때그때 최선을 다한 끝에 노년을 맞았을 그들은 이제 유쾌하게 도전을 먼저 찾아 나선다한글을 배우고거기서 얻은 힘으로 또 노래자랑이라는 꿈이 실현될 수 있는지 시도해본다그런 그들의 삶은 어떤 시보다 단단하다무엇도 쉽게 포기하지 않는그러면서도 끝나고 함께 음료수 마시고 웃을 수 있는 여유를 가진 어른그런 여성으로 멋지게함께 늙어가고 싶다.

-인디즈 14기 정유선

 〈메기〉 이경진을 소개하며
이경진, 믿기 싫은 부원장의 매력
 
독립영화를 좋아하다 보면 매력적인 여성캐릭터들을 많이 만나게 된다. 아직까지 가장 기본적인 영화 성평등 지수 척도인 백델 테스트마저 통과하지 못하는 상업영화들이 비일비재한 반면 독립영화판에서는 비교적 다양한 여성들의 삶과 인간상이 다뤄지기 때문이다. 나는 살아 숨쉬는 듯한 캐릭터를 좋아한다. 영화가 끝나도 스크린 너머의 세상에서 잘 살아갈 것 같은 캐릭터들. 입체성과 의외성을 가진 인물들이 좋다. 말과 행동을 긋는 하나의 큰 성격적 틀 아래에서 자유롭게 움직이는 인물을 사랑한다. 지금껏 잘 구축된 여성캐릭터를 많이 봐 왔지만, 내 마음에 유독 깊이 남은 한 캐릭터를 소개해보고자 한다. <메기>의 이경진 부원장(문소리)이.

독특한 문법과 개성적인 연출이 특징인 이옥섭 감독의 <메기>는 다양한 주제를 다룬다. 불법촬영, 데이트 폭력, 취업난, 싱크홀 등 근래 우리 사회가 앓고 있는 크고 작은 재난들이다. 언뜻 보기에는 서로 무관해 보이는 이 키워드들은 믿음과 의심이라는 큰 카테고리 하에 긴밀하게 엮여 있다. 이 속에서 다양한 위기에 봉착하는 인물들은 믿고 싶은 간호사 여윤영(이주영), 믿기 힘든 윤영의 남자친구 이성원(구교환), 그리고 믿기 싫은 병원 부원장 이경진이다. <메기> 속 인물들은 제각기 다른 매력을 가지고 있고, 나는 경진 외의 많은 인물들을 좋아한다. 하지만 이번에는 경진만을 다뤄보고 싶다. 
경진은 영화의 주 무대가 되는 마리아사랑병원의 부원장으로, 다소 고지식하고 예민하며 간호사 윤영에게 부당한 지시를 내리는 상사인 동시에 윤영의 페이스에 휘둘리는 빈틈 많고 허술한 괴짜다. 나열한 속성들이 한 캐릭터를 모두 수식할 수 있는지 의심스러울 수도 있지만 경진은 정말 그런 사람이다. 어느 날 병원 입구 동상에 남녀가 성관계를 하는 순간이 찍힌 엑스레이 사진이 걸리고, 소문이 퍼지자 병원 직원들은 약속이라도 한 듯 전부 결근한다. 병원엔 윤영과 경진만 남아있다. 아프다는 직원들을 믿지 않는 경진에게 윤영은 믿음 교육을 제안한다. 무작위로 직원 두 명을 뽑아 집을 찾아가보는 것이다. 그 둘이 정말 아프다면 모든 직원들을 믿기로 하는 것. 거침없이 극의 흐름을 주도하는 윤영에게 경진은 속절없이 끌려간다. 명색이 부원장인데도.

이 장면에서 경진의 화법 또한 사랑스럽다. 어쩌면 마리아사랑병원의 모든 직원들이 엑스레이실에서 성관계를 맺은 적이 있을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병원의 총책임자격인 부원장 경진이 바라보는 것은 자신의 과거다. 그녀는 다소 뜬금없이 윤영에게 자신의 어린 시절 사진을 보여주며 유년기에 겪었던 믿음과 의심에 대한 에피소드를 들려주는데, 경진이 아무 말 없이 윤영에게 팬던트를 열어 보여주면, 갑자기 어린 소녀의 사진을 보게 된 윤영은 따님이 예쁘세요.”라는 당연한 오답을 내놓는다. 그럼 경진은 그제서야 저예요.”라고 대답한다. 나는 이 장면을 볼 때마다 웃음을 참지 못한다. 부연설명을 하지 않고 가만히 기다렸다가 상대가 오답을 던지면 기다렸다는 듯 의외의 정답을 꺼내는 화법. 자신을 드러내고 싶어하지만 또 한 번에 모든 정보를 주는 건 원하지 않는 것이다. 이토록 사랑스러운 이경진 부원장을 연기한 문소리 배우는 다가오는 8월 22일 'It’s MY turn! 릴레이 토크: 여성영화인을 만나다' STAGE 2 <여배우는 오늘도> 상영 후 강연을 진행한다. 
-인디즈 14기 최유진
이주의 개봉작 〈루비〉 
많은 이들의 꿈의 직장, 방송국! 프로그램 '오늘의 과학'의 메인 PD인 서연(박지연)은 언제나 좋은 과학 프로그램을 만드는 것을 꿈꾸고 있지만, 언제나 시청률로 인해 상사에게 깨지기만 합니다. 답답함을 느끼는 건 서연 만은 아닌데요. 스스로가 PD인 서연의 꼭두각시처럼 느껴지는 조연출 은지(손은지), 계약직 작가 수오(김동석)도 마찬가집니다. 
우리가 놓인 현실이, 어쩌면 열정을 좀먹어버리는 건 아닐까요? <루비>는 이러한 답답한 현실과 과학 프로그램 속 이야기가 혼재되어 우리를 또다른 세계로 이끕니다. 정갈한 흑백 화면과 현실과 환상을 넘나드는 독특한 연출은 덤!
💡 사진을 누르면 영화정보를 보실 수 있습니다

“우리 존재 파이팅!”

꿈은 유익한 과학 프로그램의 메인 PD! 현실은 낮은 시청률로 폐지 압박!
꿈은 멋진 어시스트, 미래의 스타 PD! 현실은 메인 PD의 꼭두각시 조연출!
꿈은 정규직 방송 작가! 현실은 언제 잘릴지 모르는 불안한 계약직! 

“대차게 개기고 깔끔하게 사라질까?”
쓴맛 가득한 암담한 현실과 마주한 우리 청춘들의 흑백 드라마
오늘의 이야기가 재밌었다면, 구독페이지를 친구에게도 소개해주세요!
우리를 만나는 영화관, 인디스페이스
indie@indiespace.kr
서울시 종로구 돈화문로 13, 서울극장 1층 02-738-0366
수신거부 Unsubscrib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