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장애인 이야기>컬렉션 연계칼럼 01
재난의 시대,
일상의 관계를 놓지 않기,
끈끈하게 연대하기






진성선
장애여성공감 활동가
누구나 안전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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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개월째 코로나19가 지속되고 있다. 장애여성들은 감염에 대한 두려움을 느끼는 동시에 코로나19 발생 전과 지금이 별반 다를 게 없다고 말한다. “우리는 불나면 죽어야 해라는 자조 섞인 농담을 툭 던질 때 그 말에 일제히 공감하는 웃픈 상황이 벌어지기도 한다. 이미 일상 속 언제든 발생할 수 있는 재난의 위험을 삶의 일부처럼 감당해왔다는 의미이다. 어쩌면 죽음을 예견하고 포기하는 게 더 익숙해지지 않았을까. 이제 더이상 세상이 좋아져서장애인안전한 삶을 살게 되리라고 기대하지 않는다.
적응할 수 없는 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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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언젠가 나도 코로나 확진자가 되거나 밀접접촉자로 분류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나는 대부분의 일상생활에서 몸의 보조가 필요하기 때문에, 내가 아무리 방역지침을 잘 지킨다고 할지라도 감염될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 없다. 나를 보조하는 활동 지원사가 이런 위험을 함께 감수해야 하는 것도 문제지만, 당장 밥을 먹고, 씻고, 화장실을 가는 최소한의 일상을 활동 지원사 없이 유지할 수 있을지가 내겐 가장 시급한 문제다

    최소한보조로 버티는 상황, 어느 정도 예상되는 모습이다. 필요한 보조를 줄이고, 줄여 겨우 버텨내야 하는 상황이 올 것이다. 장애인들은 오랜 시간 장애인권을 위한 장애 유형별 재난 대처 매뉴얼을 요청해왔지만, 문제는 받아들여지지 않았고 현실은 바뀌지 않았다
보호 말고 연대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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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K-방역으로 사람들이 환호할 때 그 안에 장애인은 없었다. 코로나19 확산 이후 전염병 예방을 목적으로 주로 일상을 보내던 일터, 작업장, 복지관, 시설 등이 다 문을 닫았다. ‘위험을 이유로 장애인들이 고립되었고, 장애인에 대한 폭력은 사회적 단절로 인해 가시화되기 어려워졌다

   그러던 중 장애인거주시설 신아재활원에서 집단감염이 발생했다. 신아재활원은 대규모 시설이라 사실상 거리두기가 불가능한 곳이다. 이러한 시설이 감염에 취약한 구조라는 것은 명확한 사실임에도 거주인을 보호한다는 이유로 코호트 격리조치가 시행되었다. 이에 장애여성공감과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는 긴급 분산조치를 요구하는 농성을 시작했고, 이는 수용되었다. 하지만 구체적인 대안이 나오기까지는 긴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견된다. 현재는 구체적인 대안을 찾기 위해 신아재활원 거주인 중 한 분과 탈시설 운동을 함께 하며 시설의 문제, 시설과 얽혀있는 이해관계와 권력의 작동을 드러내는 활동을 하고 있다.
 
지금도 수많은 시설이 존재하고 그곳에 많은 사람들이 남아있다
 
   코로나19는 장애여성을 사회로부터 고립시키는 정당한 이유가 되었다. 하지만 고립과 단절은 문제해결을 위한 예방책이 될 수 없다. 일상에서 정보를 얻고, 필요한 것을 요청하고, 새로운 관계를 맺을 수 있는 커뮤니티가 필요하다. 코로나19를 겪는 과정 중에도, 그 이후에도 장애여성은 보호의 대상이 아닌 세계를 만들어나가는 활동에 참여할 수 있는 사람이어야 한다. 코로나19 방역상황에서 배제된 사람들은 누구인지를 알고, 어떻게 함께 할 것인지 고민할 때이다. 재난의 시대를 살아가는 일상의 동료로서 더 끈끈한 연대가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