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LLE VOICE ANIMAL SPECIA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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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르는 동물 문제에 진심입니다.
그래서 찾아온 2월의 스페셜 엘르보이스!
이른 봄날의 레터를 통해, 반려동물을 입양하고 공존하는 방식에 대해 한번쯤 생각해 보면 어떨까요? 

<캐나다 체크인>의 고인숙 활동가, 임시보호에 진심인 일러스트레이터 홍조, 얼마전 <유퀴즈>에 출연했던 설채현 수의사까지!

엘르보이스가 전하는 '동물을 데려오는 일'
스페셜 보이스를 지금 만나보세요.
 왜냐면 우리는 함께 살 수 밖에 없는 사이니까요!


제주 유기견과 함께하는 일상

고인숙, 동물활동가


Q. 임시보호라는 건 뭘까요. 구조견을 사회화시키고 더 좋은 환경에 적응하도록 애정을 쏟지만, 언젠가 떠나보내야 하는 힘든 과정이에요.

A. 첫 번째가 가장 힘들어요. 또 버려진다고 인식할까 봐 미안하고, 보내기 힘드니까요. 하지만 개들은 새로운 가정에 가면 정말 뒤돌아보지 않고 잘 살아요. 한번 가정에 적응했던 개들은 충분한 안정화로 어디서든 금방 적응하거든요. 잘 지내는 걸 보면 ‘이 녀석이 나를 잊었나’ 하고 서운할 정도죠. 하지만 사회화가 잘됐기에 그런 것이니 또 용기 내 한 마리, 두 마리 하고 나면 베테랑이 됩니다(웃음). 


Q. 이곳을 ‘개버랜드’라 부른다죠(웃음). 유기견 쉼터에서 만나려다 폭우 때문에 이곳으로 오게 됐어요.
A. 파보 같은 전염병에 걸린 친구는 쉼터에 있지 못하고, 입원마저 힘들 때 봉사자의 집에 잠깐 머물러야 하는 상황이 생기는데, 그 경우를 위해 만든 공간이에요. 제2의 놀이터나 휴식처 같은 곳이랄까요. 물론 여기서 임시보호를 길게 할 순 없어요. 또 다른 다친 유기견이 오고, 서로 감염 우려도 있으니까요. 아파트에서 살다 보니 여전히 대형견을 산책시킬 때 눈치 보이고 아침 일찍 혹은 밤늦게 산책하는 상황이 미안하기도 해서 겸사겸사 마당 있는 집을 구한 건데, 이제 모두의 놀이터가 된 거죠(웃음).

Q. 해외로 입양 간 모든 개가 잘 지낼까요? 그렇지 않은 경우도 있을지.
A. 캐나다로 간 50여 마리 중 10마리 정도만 봤고, 모든 개를 보지 못했지만 그중 ‘빼꼼’이가 유일하게 임시보호를 거치지 않고 갔어요. 100여 마리가 있던 개 농장 뜬장에서 구조했는데, 쉼터와 또 다른 보호시설에 있다가 입양 간 경우거든요. 워낙 성격 좋고 사람을 잘 따르던 친구라 걱정 없었는데, 트러블도 있었고 의외로 제일 소심해져 있더라고요. 임시보호를 통한 사회화 과정이 꼭 필요하다는 생각을 다시 했죠.


임시보호를 통해 만난 수많은 사랑

홍조, 일러스트레이터


Q. 2016년 ‘라라’라고 불리던 시카의 임시보호와 입양 홍보를 시작했어요. 임시보호 1년이 되던 날, 입양을 결심했죠. 이미 여섯 마리의 동물을 임시보호한 경험자이기도 하고. 어떻게 시작하게 됐나요?
A. 유기견이나 보호소에 대해 잘 알지 못했어요. 강아지를 좋아해서 어릴 때 부모님을 졸라 데리고 왔다가 끝까지 책임지지 못하고 보낸 적도 있었죠. 그런 경험이 있다 보니 어른이 되고 나서도 내가 개를 키울 수 있다는 생각은 선뜻 들지 않더라고요. 그러다가 고양이 봄이 · 루피와 살게 됐고, 다니던 동물병원에서 만난 귀여운 강아지를 통해 유기견 보호소의 존재를 알았어요. 처음 임시보호를 시작했을 때는 커다란 책임감이나 사명감은 없었어요. 보통 작은 개를 맡았고요.


Q.저희 부모님도 10년 전 전원주택으로 이사해서 진돗개를 밖에서 키우세요. 요즘 기준에서는 ‘학대’지만 그렇다고 저희 개가 사랑받지 않는 건 아니거든요. 개인의 기준과 사회적 인식은 충분히 달라질 수 있고, 그런 변화가 중요하다는 생각도 들어요.
저는 어릴 때 키웠던 강아지를 끝까지 책임지지 못했죠. 봄이와 루피도 동물 문제에 대한 관심이 크지 않았던 시기에 가정 분양으로 데려온 품종묘예요. 저는 직접 개를 구입해서 데려오기도 했고, 유기묘와 살고 있잖아요. 정말 아이들은 똑같고 다를 게 없어요. 오히려 착하고 튼튼하게 느껴지기도 해요. 저희 아빠도 지금은 시카를 예뻐하지만, 처음에는 시골 개처럼 생긴 애를 왜 키우는지 이해하지 못했어요. 길고양이를 집에서 키운다는 사실도요. 인식이 예전과 많이 달라졌다는 지금도 힘든 상황에 처한 생명이 너무 많아요. 최근 불법 번식장이 확인된 도사(Tosa)견처럼요. 진도와는 비교도 안 되게 국내에서 인식도 안 좋고, 무게 제한 때문에 해외입양도 쉽지 않으니까요. 국내에서는 식용 목적으로 키워져 뜬장에서만 살아서 겁 많고 조용하다고 들었어요.



Q. 사람과 동물은 왜 공존해야 할까요?
A. 여름에 이 문제를 은근히 많이 생각했어요. 바다는 누구의 땅도 아니잖아요. 바닷물 속에 뭐가 있는지 모르고 들어가면서 개가 들어가면 더럽다고 생각하는 건 이해할 수 없어요. 시카는 바다를 안 좋아해서 여름밤에 사람이 많으면 해변을 돌아가는데도 싫은 눈빛을 보내는 사람들이 있어요. 그런데 겨울에 산책할 때 눈길 위를 보면 사람 발자국과 개 · 고양이 · 새 발자국이 함께 있어요. 그걸 보면 정말 다 같이 사는 땅이구나, 인간 위주로 살지만 분명히 사람만 사는 곳은 아니라는 마음이 들어요.




내가 마주한 유기견

설채현, 수의사 & 동물행동수정 트레이너


Q. 카이스트와 수의대를 동시에 합격했지만, 학비가 많이 드는 수의대를 선택해 부모님이 아쉬워 하셨다죠(웃음). 이후 미국으로 건너가 국내에서 다소 생소한 동물행동학을 공부하게 된 계기 또한 가족과 키우던 반려견의 분리불안 때문이라고요.
그 때문에 관심을 갖게 됐지만 행동학을 연구하며 알게 된 건 반려견의 행동 문제가 보호자의 무지나 오해에서 비롯되는 경우가 많다는 거였어요. 누군가는 식분증을 귀여워하는 반면 누구는 기겁하고 개를 던져버리기도 하죠. 개에게는 정상일 수 있는 행동인데 보호자에 따라 인식이 달라요. 자기 마음대로 안 되면 문제라 생각하죠. 실제 수의행동학 원서에 ‘개들의 문제 행동 첫 번째 원인은 개들에게 정상 행동인데 사람이 문제 행동으로 인식하는 것’이라고 나와요. 이 사실을 알리고 반려견과 보호자가 소통할 수 있게 만든다면 유기견과 안락사도 줄어들겠다는 작은 희망을 품게 됐네요.

 

Q. 행동 전문가 입장에서 입양에 앞서 보호자들이 반드시 갖춰야 할 태도를 꼽는다면?
A. 올바른 책 한 권 정도는 읽고, 개가 어떤 동물인지 탐구했으면 좋겠어요. 다른 종족이라는 걸 이해하면 접근이 쉬워요. 같은 언어를 쓰는 인간도 서로 이해하기 힘든데 개들을 사람 입장에서만 보면 갈등은 당연합니다. 또 이들을 인생의 3순위 울타리에서 사랑할 자신이 있다면 함께해야죠. 제 첫 강아지가 아픈 손가락인데 매일 바쁘다고, 공부한다는 핑계로 잘 돌보지 못했거든요. 친구들과 술은 마시면서요. 자신도, 새로운 가족을 찾은 개도 행복하려면 자신과 잘 맞는 개를 찾으려는 노력을 해야 해요. 사진만 보고 데려오기보다 산책 봉사나 놀이 봉사를 나가보면 잘 맞는 개들이 보여요. 죄책감 가질 필요가 전혀 없는, 현명하게 서로 행복해지는 길입니다.



Q. 동물을 보호하는 일은 결국 사회적 약자를 보호하는 일, 그런 세상을 만드는 것과 같은 맥락이라는 말도 와닿습니다.
A. 동물은 인간 중심 사회에 편입돼 사는 모양새로 보이죠. 자신의 의지나 목소리를 낼 수 없어요. 인간이 무슨 행동을 해도 반항 없이 당하기만 하는, 어떻게 보면 사회에서 가장 연약한 존재예요. 동물을 학대하는 사람들이 여성과 아동을 학대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사람들은 자신이 약자가 되지 않을 거라고 생각하지만, 정말 많은 상황에서 우리는 약자가 돼요. 우리가 동물에게 도덕적 · 복지적으로 신경 쓴다면 그건 건강한 사회가 만들어지는 기준이 될 거예요. 동물 보호는 궁극적으로는 나와 가족들에게 일어날 수 있는 일을 막는 것과 같은 맥락이라는 생각입니다.

 

Editor 이마루, 전혜진, 류가영
Photographer 맹민화, 김태구
Designer 김희진
- <엘르> 2023년, 2월호 웹기사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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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영화 '정이'를 보고 난 후 읽은 레터라 더 공감이 갔습니다. 김현주 배우의 변신도 반가웠고요. 기사에 있던 내용처럼 신파적인 내용이 아쉽기도 했지만 그 점이 한국적SF이기에 차별화된 점 같기도 하네요.

*나이 든 사람 말을 내가 나이가 들어 이해하는 아이러니 ㅋ 엄마 가방 안에 잡동사니...정말 공감 가는 이야기 인정입니다ㅎ

*랜덤박스 선물 너무 감동이었어요. 연말 연시 개인적으로 많이 지치고 피로한 시기였는데, 엘르의 선물상자가 마치 어릴 적 크리스마스 선물을 받았을 때처럼 반짝반짝한 순간을 만들어주었어요. 저처럼 연말연시 업무가 바쁘셨을텐데, 귀하게 담아주신 마음 감사히 잘 받았습니다.

*"오늘의 에세이 - 짜잔! 40대의 삶"을 정말 공감하며 읽었습니다. 40대 중반을 앞두고 있는데(2살이 젊어져서 ^^;;) 30대 후반과 어찌나 다른지.. 40대면 아직 한창일 텐데 왜 그리 요새 들어 노화의 증거들이 연이어 줄줄이 나타날까요? 너무 공감 가는 내용을 실어주셔서 잘 보았습니다!

*서른 중반인데 오늘 레터를 읽으니 조금 걱정되네요.. 하지만 기대되기도 합니다! 몸은 나이가 들고 챙길 것도 많아지지만 더 많은 일들을 성숙한 정신으로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아서요!

*싱글들의 삶이 다양해지다 못해 당연해지고, 30대 여성의 삶은 멋지고 힘들기도 하고 20대에도 있었던 고민이 여전한 삶이라는 이야기를 여러 방식으로 접하고 있는 2020년대를 살며, 40대의 이야기는 왜 없는가를 문득문득 답답해하는 40대 싱글입니다. 짧은 한 토막이지만 나이 들며 나이 든 세대의 이해를 말한 이번 레터 좋았습니다. 그 마음을 뭐라도 한마디 나누고 싶어 피드백 남깁니다.

*엘르보이스 구독하고 첫 번째 뉴스레터를 받아봤어요. 40대를 앞둔 같은 여성으로서 묵직한 울림을 느꼈습니다. 무거웠던 출근길이 조금은 가벼워졌네요.

*마침 어제 [정이]영화를 보고난 후라 한번 더 생각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어요. 앞으로도 엘르보이스를 통해 많은 얘기를 듣고 싶어요.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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