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집값을 잡기 위해 모든 정책 수단을 동원하려는 국토부 입장을 이해하지 못하는 바는 아니다. 하지만 이전에도 강남권 그린벨트를 풀어 집값을 안정시키려는 시도가 몇차례 있었으나, 대부분 실패했다. 이명박 정부 때 송파구 거여동과 장지동 일대 그린벨트를 풀어 총 4만6천여가구 규모로 조성된 위례신도시가 대표적인 사례다. 분양 당시에는 아파트가 시세보다 20~30% 싸게 공급됐지만 곧바로 주변 시세를 따라잡았다. 집값 안정에 기여하기는커녕 ‘로또 아파트’를 만들어 되레 투기를 부추기는 꼴이 됐다.
시민 건강과 환경 보전 차원에서 그린벨트의 중요성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갈수록 미세먼지와 폭염 피해가 커지는 상황에서 그린벨트 해제는 심각한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 지금도 서울의 1인당 도시공원 면적은 5.3㎡로 베를린(28㎡), 런던(27㎡), 뉴욕(23㎡) 등은 물론 베이징(8.7㎡)보다도 작다. 세계보건기구(WHO)가 권장하는 최소 면적 기준(9.0㎡)에도 못 미친다. 이런 마당에 그린벨트를 계속 해제하는 것은 미래세대에 물려줄 유산을 훼손하는 일이다. 국토부는 보존 가치가 낮은 3등급 이하 그린벨트를 활용할 계획이라고 설명한다. 그러나 보존 가치가 낮다면 높일 방안을 찾아야지 그린벨트를 풀 명분으로 삼을 일은 아니라고 본다.
국토부는 득보다 실이 큰 그린벨트 해제에 앞서 서울시와 협의해 주택 공급을 확대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야 할 것이다. 용산역 정비창 등 철도역 가용지와 옛 성동구치소 부지 등 유휴지를 택지로 개발하고 상업지역의 주거비율을 높이는 방안 등이 대안이 될 수 있다.
공공택지 공급 확대 못지않게 중요한 게 주택 공급 방식이다. 이번에 개발되는 공공택지는 무주택 실수요자를 위한 공공주택 위주로 주택이 공급되어야 한다. 이전처럼 대형 건설사에 공공택지를 매각해 투기꾼이나 건설사들의 배만 불려주는 일은 없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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