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록체인 정책

美·英 가상화폐 가이드라인 '착착'… 韓, 블록체인도 갈라파고스 '우려'

허준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05.24 14:05

수정 2018.05.24 14:05

美·英 가상화폐 가이드라인 '착착'… 韓, 블록체인도 갈라파고스 '우려'
우리 정부가 가상화폐공개(ICO)를 전면 금지한다는 입장만 내놓고 투자자 보호나 블록체인 산업 활성화를 위한 가이드라인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는 사이에 미국, 영국 등 선진국들은 투자자 보호와 시장 활성화를 위한 정책의 기틀을 갖춰가고 있다.

특히 해외 주요국가들은 가상화폐 기반 블록체인 산업의 가능성을 높게 평가하면서 투자 가이드라인 등 제도 마련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가상화폐 거래에 대한 부정적인 측면만 보고 아날로그 적인 국내규제만 강화하고 있는 정부 때문에 자칫 우리나라가 제2의 인터넷 혁명이라고 평가받는 블록체인 산업에서도 갈라파고스처럼 고립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24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미국과 영국 등 해외 선진국들이 가상화폐 투자 가이드라인을 마련하는데 속도를 내고 있다. 미국은 가상화폐 투자자를 보호하기 위한 가이드라인을 내놨고, 영국도 기관투자가를 대상으로 투자기준을 제시했다. 스페인도 당국 인가를 받은 펀드들의 직접 투자 허용에 전향적 태도를 보이고 있다.


■美 CFTC, 가상화폐 파생상품 거래 지침 제시
최근 미 증권거래위원회(SEC)는 사기위험 경각심을 불러일으키기 위해 가짜 가상화폐공개(ICO) 웹사이트를 개설했다. 해당 사이트를 클릭하면 ‘당신은 지금 속을 뻔 했다’는 문구가 떠 있는 SEC 홈페이지로 연결된다.

해외 주요 국가의 가상화폐 관련 정책
구분 내용
미국 증권거래위원회 가짜 가상화폐공개(ICO) 웹사이트 개설하며 투자자들의 주의 요구
미국 연방상품선물위원회 가상화폐 관련 파생상품 상장된 거래소 대상으로 한 가이드라인 제시
북미증권관리자협회 가상화폐사기 근절위원회 운영. 70개 이상의 사기사례 조사
영국 LMAX거래소 기관투자자 전용 가상화폐 거래소 LMAX디지털 출범
스페인 증권시장위원회 인가받은 펀드에 대해 가상화폐 직접 투자 허용
독일 증권거래소 가상화폐 관련 상품 서비스 여부 검토 중
또 미 연방상품선물위원회(CFTC)는 가상화폐 관련 파생상품이 상장된 거래소·청산소를 대상으로 한 새 지침을 발표하기도 했다. 시장감독과 대규모 거래보고, 리스크관리와 지배구조, CFTC 위원들과의 협력방안 등이 골자다. CFTC는 "시장참여자들이 가상화폐 상품에 수반되는 리스크를 관리하고, 상품 출시시 적절한 거버넌스 절차를 따르도록 돕겠다”고 강조했다.

북미증권관리자협회(NASAA)가 주도하는 미국·캐나다 가상화폐 사기 공동단속반의 가상화폐 투자 프로젝트 단속 성과 역시 주목 받고 있다. ‘가상화폐사기 근절위원회(Operation Cryptosweep)’는 최근까지 70개 이상 사례를 조사했다고 한다. 이번 단속반에는 40여개 주 규제당국이 참여 중이다.

■英, 세계 최초 기관투자자 대상 가상화폐 거래소 출범
영국에서는 세계 최초 기관투자자 전용 가상화폐 거래소가 탄생했다. 가상화폐를 제도권으로 끌어안으려는 모습이다.

영국 LMAX거래소는 기관투자자 전용 가상화폐 거래소인 LMAX디지털을 출범했다. 비트코인·이더리움·리플 등 유동성이 풍부한 가상화폐 위주로 서비스할 계획이다. 보안·준법감시·자금세탁방지 정책 등에서 기존 시스템과 유사한 수준의 규제를 적용할 방침이다.

스페인 규제당국도 인가 받은 펀드들의 가상화폐 직접 투자 가능성을 열어놓고 있다. 증권시장위원회(CNMV)는 “당국에 등록된 펀드의 가상화폐 직접투자는 합법적"이라며 "폐쇄형 종합투자업체(EICC)와 폐쇄형 투자펀드(FICC), 폐쇄형 투자회사(SICC)를 통한 형태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독일 증권거래소 운영사인 도이체뵈르제는 가상화폐 관련 상품 서비스 여부를 놓고 진지하게 검토 중이다.

■한국은 VC들도 블록체인 기업에 투자 못해
이처럼 해외 주요국들이 가상화폐 투자 및 거래 가이드라인을 제시하느라 바쁘게 움직이고 있지만, 우리 정부는 제자리걸음에 그치고 있다. 지난해 9월 가상화폐공개(ICO)를 전면 금지한다고 발표한 이후 반년이 넘도록 관련 법 개정이나 가이드라인도 제시하지 않고 있다.

기관투자자들의 가상화폐 투자나 블록체인 기업 투자도 사실상 어려운 상황이다.
정부의 정책자금을 받은 기관투자자들은 가상화폐에 대한 부정적인 입장을 견지하고 있는 정부 때문에 가능성 높은 기업에 대한 투자나 ICO 참여를 망설이고 있는 상황이다.

한 벤처캐피탈 대표는 "정책자금을 받는 펀드들은 정부의 눈치를 보느라 ICO 참여는 물론, 가능성있는 블록체인 기업에 대한 초기 투자도 하기 어렵다"며 "전문가 집단인 기관투자자들의 가상화폐 투자나 ICO 참여도 막고 있는 상황을 이해하기 어렵다"고 하소연하기도 했다.


블록체인 기업을 창업한 한 대표도 "민간 자금으로만 꾸려진 VC들과 엔젤투자자들이 그나마 관심을 가지고 투자를 하고 있지만 창업자 입장에서는 투자받기가 너무 힘든 상황"이라며 "가상화폐에 대한 부정적인 부분에 대한 우려는 이해하지만, 이를 해소하기 위한 어떤 방안도 마련하지 않고 방치하는 정부의 행동이 한국 블록체인 경쟁력을 갉아먹고 있다는 점을 깨달아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jjoony@fnnews.com 허준 장안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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