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살림편지
2020년 12월 21일 동지冬至

이즈음 꽃과 나무 
                          추위를 녹이는 겨울꽃 3총사

 
                                                                        저녁노을 (윤선주, 한살림연수원장)

 
 요즘 추위가 매서운데 잘 지내시나요? 제가 사는 이곳은 눈은 오지 않고 춥기만 하니 어째 좀 억울하기도 하더군요. 코비드19로 행동반경이 좁아진 요즘은 딱히 갈 곳이 마땅치 않아서인지 그 어느 해 보다도 저처럼 걷거나 등산하는 사람들이 많이 보여요.
 
 이럴 때 자주 걷는 길가에 꽃이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생각이 저절로 드는데, 그건 좀 욕심이 과하지요? 그들도 정확히 지켜야 할 질서와 시간이 있을 테니까요. 지난 달까지 간혹 ‘봄인가?’ 하는 듯 꽃망울을 터트린 철죽이나 끝까지 성실하게 피는 토끼풀, 애기똥풀, 개망초와 국화가 보였는데 이젠 그들도 보이지 않네요. 물론 모든 잎사귀를 다 벗고 홀가분하게 서 있는 나무나 소나무, 잣나무, 구상나무 같은 늘 푸른 나무들도 제 각각 특별한 아름다움을 지니고 있지만 저는 늘 꽃이 그립답니다. 특히나 크리스마스 즈음에 활짝 피어나는 꽃들이요.^^
  게발선인장은 그 마디가 마치 게의 발을 닮았다고 이름 지은 것으로 대개 지금쯤 피기 시작합니다. 많은 종류가 개발되었는데 그 중 한 종이 크리스마스 즈음에 피어 크리스마스 선인장이라고 불립니다. 겨울에 피는 대표적인 꽃으로 색깔도 다양해 빨강, 흰색, 분홍색에 요즘은 주황색도 있는데 꽃에 윤기가 흘러 빛이 나며, 모든 마디 끝에 한송이씩 달려 1단, 2단으로 밑을 향해 피지만 꽃잎은 뒤로 말려 올라가 그 모양새가 참 화려합니다. 겨울 창가에 올려놓으면 촛불을 켠 듯 환해지지요. 
아주 작은 화분을 사온 첫 해엔 꽃봉오리가 하도 귀해 보여 추위를 피해 방에 들여놨더니 오히려 시들시들, 그 많던 봉오리가 다 떨어지지 뭐예요. 아마 갑자기 건조하고 더워서 그랬나본데 어찌나 미안하고 아까웠는지 모릅니다. 그 후로는 아무리 날이 추워져도 꿋꿋하게 베란다에 두었더니 몇 년이 지난 지금도 잘 핀답니다. 최적의 온도는 17~22도 라지만 갑작스런 변화보다는 그냥 익숙한 환경에서 견디는 힘이 좋은 것 같아요.
 포인세티아는 ‘크리스마스 그린’이라는 진한 초록색의 잎과 위의 잎이 점차 붉게 물들어 12월이 되면 선명한 빨간색으로 변해 마치 꽃처럼 보이지요. 그래서 자칫 중심에 있는 노란색의 작은 진짜 꽃을 암술이나 수술로 오해하기도 하는데요, 작은 화분을 서너 개 올리는 것만으로도 어디선가 산타의 방울소리가 들리는 것 같아요. 바깥에 함박눈이라도 내리면 금상첨화, 더 바랄 것이 없을 정도랍니다. 별명인 크리스마스꽃답게 트리가 없어도 포인세티아 화분 하나로 충분히 그 분위기를 낼 수 있답니다. 
싱싱하고 건강한 가지를 잘라 흙이나 물에 꽃으면 곧잘 뿌리가 내리는 아주 튼튼한 꽃이기도 하고요. 대략 12월부터 빨갛게 물든 잎이 2, 3월까지 그대로 있어 간혹 조화라는 오해를 받을 정도로 오랫동안 즐길 수 있다는 것도 저는 참 좋더라고요. 아무리 집에 화분이 많아도 겨울의 빨강은 귀하니까요. 요즘은 분홍, 연노랑 색도 나와 또 다른 맛이 있긴 하지만 역시 이 계절엔 빨강이 답이다, 싶어요. 
어이쿠, 얘도 추위를 싫어한다는군요. 원산지가 멕시코라니 우리나라의 겨울은 너무 혹독하겠지요? 일조량이 적어야 색이 곱다는데 제 경험으로는 우리나라 겨울의 햇볕 정도면 되나 봐요. 꽃집처럼 실하지는 않아도 베란다에서 몇 년째 살고 있으니까요. 고향에서는 몇m씩 자란다고 해요. 

 다년생 구근식물인 시클라멘도 겨울의 대표적인 꽃인데 꽃 색도 다양합니다. 흰색, 분홍색, 보라색, 빨간색에 꽃잎 가장자리에 다른 색이 살짝 얹히거나 프릴처럼 잔 톱니바퀴 모양으로 깊게 주름이 간 종류도 있어요. 봉오리 때는 밑으로 숙이고 있다가 피어나면서 꽃잎이 완전히 뒤로 젖혀지는 모양이 얼레지를 닮았는데, 그러고 보니 얼레지 잎에도 무늬가 있네요. 약간 회백색이 도는 초록색의 잎은 표면에 기하학적인 줄무늬가 있고 특이하게 심장처럼 생겼답니다. 11월 말 경부터 이듬해 3월 까지 꽃을 볼 수 있는데, 잎사귀 하나에 꽃이 하나씩 핀다는 말이 정말 그렇구나 싶게 아주 풍성하답니다. 바이올렛처럼 잎꽂이로도, 씨앗으로도 번식을 시킬 수 있는 기특한 존재이기도 하고요.
 그리운 가족이나 친한 지인과도 만나지 못하고 각각 섬처럼 따로 떨어져 공휴일, 명절 들을 다소 호젓하고 적적하게 보내야 하는 요즘, 곁에 이런 화분이 있으면 저는 참 위로가 되던데 여러분은 어떠신가요? ‘잘 있냐고, 보고 싶다’는 편지와 함께 작은 화분 하나 그의 문 앞에 놓아둔다면 받는 이 가슴에 금방 따듯한 미소가 피어나지 않을까요? 아니면 올 한 해 정성껏 살아 여기에 이른 내게 선물을 주는 것도 좋구요. 
'꽃 본 듯이 님을 보지 못하니 님을 보듯 꽃을 보는 것'도 좋겠다 싶습니다. 
하루하루가 선물인 한 해를 보내고 맞으며 모든 분들이 평화롭고 행복하시기 바랍니다.
이즈음 마음닦기

                              마음 살림살이를 돌아보며

                                                    자상慈祥 (정현숙, 마음살림연구위원장)

 누가 뚝 잘라먹기라도 한 것처럼 한 해가 다 지나가고 마지막 꼬투리만 남았습니다. 올 겨울 들어 가장 추운 날씨에 놀라 웅크리고 있다가, 딱 이때 해야 하는 ‘감따기’를 했습니다. 높다란 가지 끝에 매달려 있어 딸 엄두를 못내고 있던 감들이 꽁꽁 얼어 있는 날, 장대로 가지를 흔들면 얼어서 단단한 감들이 후두둑 떨어집니다. 그렇게 해서 내년 여름까지 먹을 아이스홍시를 확보하고, 찬바람에 꼬리를 잡힐세라 얼른 다시 방안으로 철수했습니다.

 산골의 게으른 해는 10시가 훨씬 넘어서야 산그림자를 걷어내며 모습을 드러냅니다. 늦게 나타나서 일찍 물러가는 햇살이기에 한 줌 햇살이 창에 비치기 시작하면, 얼어붙은 세상에 생명의 기운이 밀려오고, 굳은 몸에 온기가 닿아 비로소 피가 돌고 살아 움직이는 느낌이 들면서 새로운 하루가 시작되었다는 안도감이 든든하게 차오릅니다. 내 발소리를 듣고 뛰어나오는 강아지들과 함께 닭장을 돌아보고 마당을 한 바퀴 돌고나면 오전이 후딱 지나갑니다. 추위를 핑계 삼아 다시 뜨뜻한 아랫목에 진을 치고 있으니 내 한 해 마음 속 살림살이가 돌아봐집니다.

 올해 근래 맞은 적이 없었던 큰 손님 덕분에 우리 모두는 많은 변화를 겪었습니다. 바깥으로 가던 마음이 안으로 거두어지면서 예사롭게 지나가던 일상들이 순간순간 더 소중하고 생생하게 빛나는 경험을 했습니다. 더 겸손해졌고, 한 번 더 살피는 지혜가 보태졌고, 다른 사람들에게 폐를 끼치지 않아야 겠다는 배려가 더 늘었으며, 참을 줄 아는 인내가 늘었고, 안팎을 정리하고 정돈하는 일상을 보내게 됐으며, 더 침묵하고, 더 고요하게 살며, 가까이 있는 사람들의 마음을 조금 더 헤아리며 살게 되었습니다. 자연과 환경의 소중함도 몸으로 더 느끼게 되었고, 내 호흡을 정리하고 가다듬는 시간도 늘어났습니다.  

 아마 이 손님이 가셔도 우리 세상은 상당부분 이 흐름이 그대로 이어질 것 같습니다. 영성이 눈을 뜨고 생태적인 감수성이 살아나며 우리의 의식이 더 높게 고양되었는데, 아무 생각없이 바쁘기만 했던 철없던 시절로 다시 돌아갈 수는 없겠지요. 이제 삶을 돌아보는 우리의 질문도 새롭게 정리해 봅니다.

편안함, 고요함, 기쁨, 감사, 사랑, 평화 ⬝⬝⬝⬝⬝.
이 질문은 나의 몸과 마음은 지금 편안한가로 시작합니다.
나의 몸과 마음은 지금 편안한가?
나의 마음과 호흡은 고요한가?
나의 내면에서는 기쁨이 계속 솟아오르고 있는가?
늘 감사하는 마음이 흘러넘쳐 감사 속에 살고 있는가?
나는, 이 세상이 사랑임을 얼마나 확신하는가?
모두가 하나된 평화가 나로부터 비롯되고 있는가?

 사랑을 실천하는 사람은 항상 기쁩니다. 이타적인 사랑을 품은 사람에게는 어떤 고난과 역경도 불행으로 여겨지지 않습니다. 모든 생명은 숨을 쉴 때마다 기쁨이 샘처럼 솟아나는 것이 맞습니다. 내 생명의 존재 자체를 소중히 여깁니다. 내가 사랑임을 받아들이고 사랑을 표현하러 이 세상에 왔으므로, 잠들면서 ‘오늘 사랑에 감싸여 살았구나’ 하고 감사하고, 잠이 깨면서 ‘사랑으로 하루를 시작하는구나’ 하고 고마워합니다. 그러면 서로를 진심으로 대하고, 친절하고, 관대하게 보살피고, 보호하고, 협력하고, 희망을 주는 존재로 살아갈 수 있습니다. 우주의 마음이 나를 위해 존재하고, 지구의 모든 자연이 나를 위해 존재하며, 부모님과 선조들로 인하여 지금의 내가 있음을 알면, 내 존재는 그대로 감사와 축복으로 이루어졌음을 실감합니다.
 끝으로, 나는 사랑을 누리고 있나? 내 사랑은 얼마나 크게 얼마나 넓게 펼쳐지고 있나? 내 가슴에서 나와 다른 사람들을 향한 배려, 친절, 보살핌이 솟아나오고 있나? 
그래서 '큰 나'가 힘을 얻고, 보는 자와 보여지는 자의 구분이 사라지고 있는지? 모든 것이 연결되고 모두가 하나임을 보고 있는지? 물으며 올해 삶의 책장을 덮습니다.
 내가 만난 마음살림 이야기
  
 12월, [한살림 명상, 마음닦기]를 마지막으로 2020년 마음살림의 모든 프로그램을 마쳤습니다. 
코로나 상황으로 인해 마음돌봄에 대한 관심이 커진 가운데, 비대면으로 진행된 [마음닦기]프로그램에도 전국의 고른 지역에서 33명의 조합원과 살림꾼들이 참여하였고, 온라인 상황에 따른 아쉬운 부분도 있었지만 그 한계를 넘어, 모두의 마음이 모여서 만들어내는 고요하고 평화로운 체험을 함께 했습니다. 
  참여하신 분들의 다양한 소감들 가운데, 여의치 않은 업무상황에서 어렵게 일부라도 참여했던 실무자의 글을 소개합니다. 아울러 내년에는 자기돌봄을 위한 '마음살림' 과정에 좀더 많은 살림꾼들이 참여할 수 있도록 제도적 협조를 위한 조직의 관심을 바라는 마음도 담아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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