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멈춰서 성찰하고, 성평등한 내일로 한 걸음”
서울시장위력성폭력사건 피해자와 함께 말하는 사람들
[사후보도자료]
서울시장 위력성폭력사건 피해자와 함께 말하기
"멈춰서 성찰하고, 성평등한 내일로 한 걸음"
제공일 : 2021. 03. 17. (수) |  제공처 : 서울시장위력성폭력사건 피해자지원단체
문의 : 한국성폭력상담소(02-338-2890/010-5414-2890), 
한국여성의전화(02-3156-5400/010-3222-3156)
3월 17일, 서울시장 위력성폭력사건 피해자와 함께 하는 말하기의 장이 열렸습니다오랫동안 여성,
 약자, 소수자들이 웅크린 채 침묵하게 한 사회는 변화하고 있습니다. 이에 경청하고 사회적인 변화를 
책임감 있게 논의해야 하는 때입니다. 

성평등한 내일로 한 걸음 내딛기 위한 피해자와 지지자들의 말하기를 널리 보도해주시기 바랍니다.
서울시장 위력성폭력사건 피해자와 함께 말하기
멈춰서 성찰하고, 성평등한 내일로 한 걸음

일시_ 2021년 3월 17일(수) 오전 10시
사회_ 송란희(한국여성의전화 상임대표)
순서
1. 서울시장위력성폭력사건 피해자
더 늦기 전에 말하고 싶습니다
 
2. 김혜정 (한국성폭력상담소 소장)
피해자가 처음 직접 말하기까지 _ 정치영역 내 성폭력 문제해결의 어려움과 일상회복과제
 
3. 서혜진 (피해자 변호인단, 법률사무소 라이트하우스)
국가인권위원회, 중앙지법의 사실인정과 제도개선 권고까지
 
4. 이대호 (피해자 전 직장동료, 전 서울특별시 미디어 비서관)
피해자의 예전 직장 동료가 다음 서울시장님께 드리는 부탁

5. 이가현 (페미니즘당 창당모임 공동대표)
20-30대 여성들이 살아가는 현실  가장 정치가 필요한 곳에 가장 정치가 부재하다면
 
6. 배진경 (한국여성노동자회 공동대표)
여성노동자의 목소리를 듣는 정치는 어디에 있습니까?
 
7.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
피해자 관점, 수사기관과 사법부만의 역할인가? 정치가 제일 공백이다
 
8. 권김현영 (여성현실연구소 소장)
서울시민은 미래를 원한다 - 박원순 성평등 정책이 멈춰선 자리에서, 그 이상을 시작하라
 
9. 서울시장위력성폭력사건 피해자
일터로 돌아가려던 그 길에 멈춰서서
 
10. 기자 간담 및 질의응답
■ 발언 0. 송란희(한국여성의전화 상임대표)

들어가는 말

박원순 전 서울시장에 의한 성폭력 사건을 피해자가 고소한지 250여 일이 지났습니다. 아시다시피 그간 많은 일이 있었습니다. 피해자는, 피해자 변호인과 지원단체는, 서울시장위력성폭력사건공동행동은, 또 더 많은 분들이 그 시간의 굽이마다 이 사건의 정의로운 해결을 위해 목소리를 내어왔습니다. 그 결과 비록 고소한 사건은 피고소인이 망인이 됨에 따라 사법기관의 판단을 받기 어렵게 되었지만, 국가인권위원회 직권조사를 통해 피해사실을 인정받을 수 있게 되었습니다. 지난주에 국가인권위원회 결정문을 받아보았습니다. 그렇지만 여전히 사건 자체를 의심하고, 피해자를 비난하는 행위는 멈추지 않고 있습니다. 또한, 본 사건으로 인해 실시되는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는 본 사건으로부터 반드시 얻어야 했던 교훈이 보이지 않습니다. 
저희는 여기에서 끝날 수 없고, 여기에서부터 다시 시작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모두 잠시 멈추고, 사건의 의미를 각자의 자리에서 성찰하고, 좀 더 나은 내일로 나아갈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오늘 이 자리에서 저희가 먼저 이야기를 시작합니다. 이 목소리가 더 많이, 더 멀리 퍼져나가기를 바랍니다.
■ 발언 1 _ 서울시장위력성폭력사건 피해자

더 늦기 전에 말하고 싶습니다

그분의 위력은 그의 잘못에 대해 그 사람을 향하여 잘못이라 말하지 못하게 만들었습니다.
그분의 위력은 그의 잘못을 다른 사람들에게 말할 때 그 내용을 다듬고 다듬으며 수백 번 고민하도록 만들었습니다. 
그분의 위력은 그의 잘못이 점점 심각한 수준이 되더라도 그 무게를 온전히 제가 감내하도록 만들었습니다. 
그분의 위력은 그의 잘못으로 인해 제가 겪는 피해보다 그 사람이 가진 것을 잃었을 때 제가 직면하게 될 어마어마한 상황을 두려워하도록 만들었습니다. 
그분의 위력은 그가 세상을 떠난 이후에도 그의 잘못을 인정하지 않는 사람들로 인해 저를 지속적으로 괴롭게 하고 있습니다.
그분의 위력은 자신들만이 정의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무자비하게 저를 괴롭힐 때에 그들의 이념을 보호하기 위한 수단으로 활용되었고 저를 괴롭히는 일에 동조하도록 하였습니다. 
그분의 위력은 여전히 강하게 존재합니다.
■ 발언 2 _ 김혜정(한국성폭력상담소 소장)

피해자가 처음 직접 말하기까지 - 정치영역 내 성폭력 문제해결의 어려움과 일상회복과제
 
안녕하세요? 박원순 전 서울시장 위력성폭력 사건 피해자 지원을 하고 있는한국성폭력상담소 김혜정 소장입니다. 제 발언의 제목이 ‘피해자가 처음 직접 말하기까지’인데요, 사실 피해자가 오늘 처음 직접 말하는 것은 아닙니다. 친구, 동료, 상사, 가족에게 말했고, 상담기관에 말했고, 변호사에게 말했고, 수사기관, 국가인권기구에 말해왔습니다. 오늘은 여러분과 함께 또 말하기를 합니다. 매번 이야기할 때마다 약자가 말할 수 있는 세상을 더 열어가는 피해자에게 감사와 지지와 존경을 보냅니다.

피해자는 계속 말해왔습니다. 지나가듯이, 정색하고, 웃으면서, 심각하게, 때로는 에둘러서, 온 몸으로 말했습니다. 서울시 전 비서실장들과 6층 사람들은 아무도 못 들었다고 주장했고 지금도 피해자를 비방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중요한 것은 들을 생각이 있는가? 입니다. 국가인권위원회와 법원이 피해를 인정한 지금은 듣고 있습니까. 피해자가 상사에게 말했을 때 처음 들었던 반응 “박 시장은 그럴 분 아니야”, 이 말은 지금도 계속 되고, 유명한 정치인들이 좋아요를 누르고, 2차 피해의 화수분이 되고 있습니다. 

법과 제도, 성폭력 처리 지침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정치권 성폭력 앞에서 제도가 무력해지는 이유는 말하기와 듣기에 완전히 불균형한 구조이기 때문입니다. 누구는 항상 말하고, 자원이 쌓이고 기회가 업적이 되고 신뢰가 자산이 되고, 그를 모델로 좇는 사람도 혼자 말을 더 독점할 수 있는 자리로 가기 위해 애씁니다. 반면 누구는 항상 들어야 하고 보이지 않게 침묵하고 그의 기분을 살피는 노동을 하고 있습니다. 

서울시는 공공기관이고, 피해자는 공무원이고, 위력 성폭력이 발생했던 서울, 부산, 충남, 장성, 함평 모두 스스로 공공기관이고 지침대로 하고 문제 없다고 할지 모릅니다. 그러나 지방자치단체장이 최고점이 되는 위계구조, 재선 삼선을 위해, 더 높이 올라가기 위해 모든 것이 동원되는 구조를 인정하고, 거기부터 출발하는 대책을 세우지 않으면 피해는 철저히 공공기관과 제도와 법과 정치의 교집합과 사각지대 속에서 은폐되고, 피해자는 2차 피해의 온상에 놓입니다.

보궐선거가 시작됩니다. 왜 선거하게 되었는지 물을 틈도 없습니다. 정당만, 선거를 강행하는 사람들만, 후보에 등록하고 선거운동을 하는 사람만, 후보들만 말할 수 있는 시간이 시작됩니다. 공공기관에서 일어난 성폭력 때문에 시작된 선거인데, 성폭력이 다시 정치적 쟁점으로 소비됩니다. 박 시장이 그럴 사람이 아니었다고 했다가, 오거돈 시장 개인 문제였다가 하고 그것은 다 선거운동이라고 허용되는 말이어야 합니까? 시민들은 그저 나온 후보 중에 찍어야 하고, 온갖 곳에서 연락 오면 받아야 하고, 손 내밀면 악수해야 하고 – 다른 의견을 말하는 것도, 애초에 의문을 제기하는 것도 선거법 위반이 되어야 합니까?  

위력 성폭력 문제가 우리 사회의 과제가 된 지금, 말하기와 듣기의 불균형이 시작되는 시점에서, 은폐와 침묵과 왜곡이 또 누군가의 권력 재창출 자원이 되는 구조 속에서 오늘 피해자는 또 말하기를 말합니다. 멈춰서 성찰하고, 성평등한 내일로 가자고. 제가 서울시민의 한 사람으로서 듣고 싶었던 말, 하고 싶었던 말이었습니다. 부디 제대로 듣고 함께 더 내일을 향한 이야기를 함께 나눠주시기를 바랍니다. 
■ 발언 3 _ 서혜진(피해자 변호인단, 법률사무소 라이트하우스)

국가인권위원회, 중앙지법의 사실인정과 제도개선 권고까지
 
1. 이번 인권위의 직권조사는 박 전시장이 사망한 상황에서 피해자의 피해사실을 인정받을 수 있는 유일한 절차였습니다. 인권위는, 박 전 시장의 피해자에 대한 신체 일부를 만지는 행동, 밤 늦은 시각에 성적 굴욕감과 혐오감을 주는 문자메세지와 사진 등을 보내는 행동을 「국가인권위원회법」에 따른 “성희롱”이라고 명확하게 판단하였습니다. 인권위가 이번 결정에서는 성추행이라는 표현을 사용하지는 않았지만, 신체 접촉(집무실에서 피해자의 신체 일부를 만진 사실)에 대한 부분도 사실 인정을 한 것으로 봐서는 성추행의 의미도 포함되어 “성희롱”을 인정했다고 해석 할 수 있습니다. 

2. 인권위의 이번 조사는 피해자의 진술에만 의존한 것이 당연히 아닙니다. 피해자의 휴대전화를 포렌식하여 얻은 객관적인 자료, 피해자와 함께 일했던 서울시 소속 직원들의 진술, 피해자가 평소 성희롱 고충을 호소한 적 있던 피해자의 지인들의 진술, 서울시가 제출한 자료 등을 모두 조사하여 박 전시장의 행위를 “성희롱”이라고 인정한 것입니다. 특히 피해자와 함께 일했던 직원들 중 일부는 피해자가 이 사건을 경찰에 고소하기 이전부터, 박 전 시장이 피해자에게 밤 늦은 시간에 보낸 메시지 “A뭐해?, 향기 좋아, 킁킁”, 과 박 전시장의 셀카 사진을 직접 본 적이 있다, 일부는 직접 보지는 못하였지만 피해자로부터 들은 적이 있다는 진술도 확인했습니다. 그 밖에, 박 전 시장이 피해자에게 보낸 텔레그램 메시지, “지금 방에 있어? 늘 내옆에서, 알았지?, 꿈에서는 마음대로 ㅋㅋㅋ, 너네 집에 갈까, 혼자있냐” 등 대부분 밤늦은 시간에 보낸 성희롱성 메시지와 여성의 가슴이 부각된 이모티콘 등도 모두 조사과정에서 사실로 확인되었습니다. 

3. 피해자가 주장한 사실 중 인정되지 못한 사실도 있습니다. 그러나 이것은 없었던 일이거나 피해자의 진술에 신빙성이 없어서가 아닙니다. 박 전 시장이 사망을 해서, 인권위 조사과정에서 피진정인 신분의 박 전 시장의 의견진술 내지 방어권 행사의 기회가 없어서였기 때문입니다. 인권위도 이 부분을 특수한 상황이라고 판단해서, 기존의 성희롱 판단보다 엄격한 사실인정을 하였다고도 결정문 서두에서 밝히기도 했습니다. 심지어 피해사실로 인정받지 못한 부분에 대하여도, 피해자의 일관되고 구체적인 진술, 당시 구체적 상황 등을 고려할 때 피해자의 진술이 상당히 신뢰할 만하다는 판단이 있기도 했습니다

4. 인권위의 표현과 같이 다른 사안보다 사실인정여부를 엄격하게 판단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최종적으로 박 전시장의 행위가 성희롱으로 판단된 것입니다. 그리고 서울시, 여성가족부, 경찰청장 등에게 기존의 성역할 고정관념에서 비롯된 정책과 미흡한 조치를 지적하고 관련 제도 개선을 권고하였습니다.

5. 박 전 시장이 사망하지 않고 다른 피진정이나 피고소인처럼 형사절차와 인권위 조사 과정에 방어권을 행사하는 정상적인 과정이 있었더라면 오히려 피해자의 피해 인정은 훨씬 더 쉬웠을 것이라고 봅니다. 그리고 피해자에 대한 비정상적인 공격과 비난, 사실관계에 대한 자의적 왜곡행위와 측근들에 의한 2차피해의 수위도 지금과는 달랐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번 결정은 박 전시장의 행위를 명확하고, 직접적으로 성희롱이라고 인정하는데 의미가 있습니다. 비대칭적 권력관계를 이용한 위력 성폭력, 관행처럼 이어 오던 여성 비서의 노동권 침해, 형해화된 조직내 피해자 구제수단, 성폭력 피해자에 대한 보호장치 부재 등 여전히 해결되지 못한 우리사회의 뿌리깊은 병폐를 그대로 보여준 이번 사건은 인권위의 결정으로 끝난 것이 아닙니다. 인권위의 제도 개선 등의 권고를 받은 기관들이 인권위의 권고를 모두 받아들이고, 또 충실히 이행해야 합니다. 그 이행이 피해자의 진정한 피해회복 과정의 시작일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 발언 4 _ 이대호(피해자 전 직장동료, 전 서울특별시 미디어 비서관)

피해자의 예전 직장 동료가 다음 서울시장님께 드리는 부탁

 
안녕하세요.
저는 서울시장 위력성폭력 사건 피해자와 시장실에서 함께 일했던 이대호라고 합니다. 저는 오늘 서울시장 후보님들께 부탁을 드리고 싶은 것이 있어 이 자리에 나왔습니다. 제 부탁은 서울시장이 되신 후에 몇 가지 일을 해주십사 하는 것입니다. 그래서 피해자가 용기를 내서 회사로 복귀할 수 있도록 도와주시면 좋겠습니다.

첫째, 서울시장이 되신 후에 이 사건에 대한 인식과 입장을 분명히 밝혀주시는 것입니다.
피해자가 겪은 일이 직장 내 성폭력 사건이고, 피해자는 자신의 일상을 돌려받을 권리가 있다는 점을 명확히 이야기해주십시오. 또 성폭력 피해자가 문제제기하는 것은 정당한 일이며 조직에 누를 끼치는 일도, 다른 정치적 의도나 개인적 이익을 위한 일이 아니라는 점을 이야기해주시면 좋겠습니다.

둘째는 피해자의 일상 복귀를 위해 노력하겠다고 약속해주시는 일입니다. 
그리고 피해자에 대한 2차 가해가 잘못된 일이라는 점도 명확하게 말씀해주십시오. 서울시 직원들 또한 이번 사건으로 상처받은 간접피해의 당사자들이라고 생각합니다. 다만 그 상처받은 마음이 2차 가해의 형태로 잘못 발현되지 않도록 나서 주시면 좋겠습니다.

마지막으로 조직 내 성폭력 예방을 위해 노력해주십시오. 
여러 후보님들께서 조직 내 성폭력 예방과 후속조치를 위한 대책을 공약하셨습니다. 그것들이 구현되고 실질적으로 잘 작동할 수 있도록 서울시장으로서 추진해주십시오. 그래서 서울시 조직이 지난 상처를 치유하고 더 안전한 직장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해주십시오.

제가 말씀드린 일들은 큰 예산이 필요한 일이 아닙니다. 그렇지만 성폭력 피해자가 안전하게 직장에 복귀하는 데 큰 용기를 주는 일입니다. 피해자에 대한 과도한 관심이나 특별한 인사조치보다도 도움이 될 거라고 생각합니다.
이번 보궐선거가 열린 맥락을 고려할 때 피해자에게 용기와 신뢰를 주는 일은 새로운 서울시장에게 요구되는 소명이라고도 생각합니다. 기꺼이 그 역할을 해주셔서 피해자의 복귀를 돕고, 다른 직원들 또한 자신이 성폭력을 겪었을 때 당당하게 문제제기할 수 있다는 사회적 신뢰를 가질 수 있도록 해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

상투적인 표현이지만 피해자는 참 밝고 유쾌한 친구였습니다. 같이 회사 흉을 보고, 오늘 점심에는 뭘 먹을지 고민하던 평범한 직장인이었습니다. 지금은 거대한 사건에 휘말려서 어쩔 수 없이 ‘투사’나 ‘운동가’와 같은 어렵고 무거운 역할을 해야 하는 상황이 친구로서 안타깝고 서글픕니다.

그러나 피해자가 일상을 회복하기 위해서는 조용히 있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목소리를 내서 부당함에 대해 이야기하고, 더 나은 사회로 가자고 이야기해야 한다는 것을 저는 잘 알고 있습니다. 부디 여러 후보님들께서 오늘의 이야기를 잘 들어주셔서 이 친구가 기나긴 고통의 시간을 끝내고 자신의 자리로 돌아가 가족, 친구, 동료들과 평범하게 살아갈 수 있기를 바라겠습니다.

감사합니다.
■ 발언 5 _ 이가현(페미니즘당 창당모임 공동대표) 

20-30대 여성들이 살아가는 현실 – 가장 정치가 필요한 곳에 가장 정치가 부재하다면
 
안녕하세요. 페미니즘당 창당모임 공동대표 이가현입니다.

먼저 오늘 이 자리에서 말하기를 통해 목소리가 있는 존재로서 이 사회에 문제제기를 하는 위력성폭력 피해자분께 연대의 마음을 보냅니다. 저는 오늘 이 곳에서 함께하는 피해자와 같은 청년 여성들이 겪고 있는 현실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자 합니다. 청년 여성들의 자살율 증가폭이 급증하고 있습니다. 여성커뮤니티를 가 보면 죽고싶다는 이야기가 많이 보입니다. 코로나바이러스의 확산으로 서비스직, 비정규직 일자리들이 먼저 없어지다보니 여성들의 고용률이 남성들보다 큰 폭으로 줄어들고 있습니다. 여성들의 생계가 어려워지고 집에 있는 시간이 길어지다보니 가정폭력의 피해자가 되는 일도 늘고 있습니다. 

어렵게 취업한 직장에서는 젊은 여자라는 이유로 또는 직급이 낮다는 이유로 직장 내 성희롱, 위력성폭력에 취약해집니다. 충남도청, 부산시청, 서울시청에서 여당의 정치인이자 공무원인 광역자치단체장 안희정, 오거돈, 박원순에 의해 위력성폭력이 일어났습니다. 정의당 김종철 당대표는 자당 여성국회의원을 성추행했습니다. 

미투운동 이후 수많은 여성들이 자신이 겪은 성폭력을 고발하면서도 역으로 가해자 취급을 당하고 있습니다. 더불어민주당과 성폭력 가해자를 감싸는 사람들은 검사, 시장 권한대행, 학자, 국회의원, 소설가, 기자, 변호사 등 사회에서 발언권과 존재감을 가지고 존경을 받아왔거나 민주화운동을 했던 사람들이었습니다. 피해자를 비난하며 사건을 부인하던 사람들 중에서는 성폭력 사건이 국가인권위와 검찰, 법원에서 사실로 밝혀져도 공개적으로 피해자에게 사과하는 사람이 아무도 없었습니다. 이미 그들에게 답은 정해져있고 사실관계는 중요하지 않았던 것입니다. 그저 지금의 정치 권력에 기생해 함께 특권을 누리는 일, 민주주의가 이뤄졌다고 착각하며 자위하는 일, 그것만이 이들에게는 중요해 보였습니다. 전 서울시장이 3선동안 서울시 곳곳에 꽂아놓은 보은인사들은 아직도 그대로 자리를 지키고 있거나 다른 권력있고 좋은 자리로 옮겨가면서 서로서로 권력을 나눠먹고 있습니다. 

2016년 탄핵정국에서 여성들이 외쳤던 구호 중 하나는 ‘여성혐오와 민주주의는 함께갈 수 없다’였습니다. 그로부터 5년이 지난 지금, 촛불 이후의 정치에서 여성은 어디에 있습니까? 촛불 이후의 정치는 자신의 삶을 살아가는 존재로서, 노동하는 존재로서, 남성과 평등한 존재로서 여성을 바라보고 있습니까? 정치계 내 성폭력은 여성을 배제하는 한국의 남성중심정치문화의 단면입니다. 정치권이 뿌리깊은 여성혐오로 여성을 남성을 보조하는 도구로서 대했기 때문에 성폭력이 일어나는 환경이 조성되었던 것입니다. 

하지만 이곳저곳에서 성폭력이 일어났던 환경을 만들었던 더불어민주당은 아무런 책임도 지지 않았습니다. ‘재보궐 선거 원인제공시 불출마’라는 당헌을 바꿔 출마했고, 보궐 선거를 왜 하는지는 언급을 최소화하며 선거의 쟁점을 부동산으로 바꿔버렸습니다. 부동산 문제, 중요하지만 이번 선거의 중심이 되어서는 안 되는 것이었습니다. 게다가 정부는 목숨을 걱정하고 있는 청년 여성들에게는 인구절벽이 시작되었으니 아이를 낳으라며 윽박지르고, 선거에서는 중산층 이상이나 고려해볼만한 주택공약들이 남발되는 것을 봐야 하는 청년 여성들에게 ‘세상에 내 자리는 없구나’라는 박탈감을 안겨줄 뿐이었습니다.
이번 선거는 정치인들이 어떻게 권력을 다시 회복할지가 아니라 국민의 무너진 신뢰를 어떻게 회복할 것인가에 대한 논의의 장이 되었어야 합니다. 성폭력과 무책임으로 무너진 신뢰를 어떻게 부동산으로 회복하겠다는 것입니까. 그렇게 만든 부동산 이슈마저도 계속해서 국민들의 신뢰를 무너뜨리는 것을 국민들은 어떤 심정으로 바라보고 있겠습니까.

요즘 매일 정치인들의 한 마디 한 마디가 기사에 실립니다. 실로 대단한 발언권입니다. 과연 정치인들이 너무 옳은 말만 해서, 잘나서 그런 발언권이 생겼겠습니까. 정치는 시민들의 목소리들을 대변해야 하고 그것이 정치인들의 발언권이 큰 이유입니다. 그런데 젊은 여성 시민들에게 정치와 정치인은 온데간데 없었습니다. 나를 대변해주는 사람이 없어서 내가 내 목소리를 직접 내야만 하는 현실이 지난 몇 년간 청년 여성들을 거리로, 광장으로, 기자회견장으로 나오게 만들었습니다. 

부디 정치권은 이번 선거의 본질인 성폭력 사건 해결, 피해자의 복직, 청년여성들의 생존권과 노동권이 무너지고 있는 현실에 주목하고 이들을 대변하기 위해 노력하십시오. 여성과 성폭력 피해자가 주변인이나 배제된 존재가 아닌 중심주체로서 적극적으로 말하고 판단하고 결정할 수 있는 정치문화가 만들어질 때 비로소 정치에 대한 국민들의 신뢰와 책임이 회복될 것입니다.
■ 발언 6 _ 배진경(한국여성노동자회 공동대표) 

여성노동자의 목소리를 듣는 정치는 어디에 있습니까?

열심히 공부해서 직장에서 요구하는 다양한 스펙을 쌓은 취업준비생 여성이 있습니다. 이 여성이 꿈을 품고 들어선 면접장에서 여성들은 군대를 안 다녀왔기 때문에 임금을 낮게 주는 것을 어떻게 생각하는가, 남자친구는 있느냐, 직장에서 성희롱을 당하면 어떻게 할거냐는 성차별적 질문을 받습니다. 이 상황은 여성들의 능력이나 노력이 부족해서 생기는 문제가 아닙니다. 

여성들은 본인의 업무 외에도 당연한 듯 직장 안 돌봄노동을 요구받습니다. 청소, 회의셋팅, 다과내기 등은 당연한 여성의 업무로 생각합니다. 그뿐만 아니라 상사의 사적 업무 수발이나 감정수발까지 요구받는 일이 빈번합니다. 서울시장공동행동이 실시했던 조사응답 중엔 회사의 젊은 여성들에게 번갈아 사장과 점심을 함께 먹을 것을 요구했던 사례도 있었습니다. 여성이라는 이유로 부가적으로 요구되는 일들은 공적업무의 영역을 벗어나 있으며 젠더 괴롭힘으로 분류될 수 있는 일들입니다. 하지만 이를 적절하게 규율할 방법은 없습니다. 

성희롱 사건이 발생했다는 이야기를 들으면 사람들은 피해자의 안위를 묻지 않습니다. 그저 무슨 일이 있었는지를 궁금해 합니다. 하지만 피해자들은 복합적 신체적, 정신적 고통과 싸우고 있습니다. 불면증, 우울증, 대인기피 증상부터 외상후 스트레스장애까지 고통의 수위는 매우 높습니다. 반복적으로 직장 내 성희롱 성폭력에 노출된 피해자들이 내부에서 문제제기할 때는 일부러 수위가 낮은 사건을 골라 문제제기하기도 합니다. 문제 해결 과정에서 끊임없이 질문받고 사건 자체를 복기해야하기 때문입니다. 이 처절한 고통 속에 다시 직장을 잃을지도 모른다는 생존의 문제가 불거집니다.   

한국의 여성노동자 중 50.8%는 비정규직입니다. 여성노동자들의 지나치게 낮은 임금은 생계부양자가 아니라는 이유로 합리화됩니다. 채용, 배치, 승진 과정에서 지속되는 성차별 속에 여성들은 이직을 고민할 수밖에 없습니다. 끊이지 않는 직장 내 성희롱, 성폭력에 삶은 피폐해져 갑니다. 여성들은 빈곤할 수 밖에 없고, 불안할 수밖에 없고, 미래를 기대하기 어렵습니다. OECD 1위의 성별임금격차와 최하위의 유리천장지수, 가장 짧은 남성들의 무급돌봄노동시간은 결코 우연의 결과가 아닌 의도된 성차별과 기획된 착취의 결과입니다.  

한국은 6-70년대 경공업 중심의 여성노동집약적 수출산업을 통해 경제를 일구어 왔습니다. 이미 이때 성별임금격차가 아시아 개발도상국 중 1위였습니다. 낮게 책정한 여성노동자의 임금은 수출상품의 단가를 낮췄습니다. 이를 통해 가격경쟁력을 획득하여 눈부신 경제발전을 이룬 것입니다. 이 뒤에는 여성노동자들에 대한 착취가 숨어 있습니다. 이는 다시 IMF를 거치면서 여성노동자 다수가 비정규직이라는 상황을 만들면서 여성들의 저임금과 불안정을 고착화시켜 왔습니다. 국가와 자본이 합작으로 기획한 성차별 구조 속에 여성노동자들은 포획되어 왔던 것입니다.   

하지만 한국사회는 문제를 정확히 지목 하지 않습니다. 우리 사회는 개인이 해결할 수 없는 문제를 개인의 탓으로 돌려버리는데 익숙합니다. 구조의 문제를 외면하는 관습은 이 모든 문제지점들을 개인이 극복해야할 문제로 사고하게 합니다. 가능하지 않은 일들을 개인이 해결하려는 과정 속에 여성노동자들은 좌절하고 절망은 반복됩니다.  

이런 성차별적 구조를 바꾸는 것은 정치가 해야할 중요한 역할 중 하나입니다. 하지만 지금껏 한국 정치는 여성노동자의 목소리를 듣는 것에 무관심했습니다. 정치 과정 속에서 여성노동자들이 겪는 문제들이 쟁점으로 부상한 일도 없었습니다. 동아제약 채용성차별 면접을 계기로 여성노동자들의 채용성차별 증언이 봇물터지듯 나오고 있습니다. 하지만 채용성차별을 일벌백계하여 여성노동자들이 겪는 차별을 없애겠다고 나서는 정치인은 없습니다. 선거때가 되면 마치 마트에 상품을 진열하듯 여성노동자와 관련된 공약을 내세웁니다. 하지만 실제로 당선자들이  선거 전 약속한 공약을 제대로 이행한 일은 없었습니다. 그야말로 여성노동자들은 정치의 진공상태에서 살아가고 있는 것입니다.  

역설적이게도 노동자들의 투쟁은 언제나 정치적일 수밖에 없으며 자연스럽게 사회진보를 요구합니다. 노동자들, 특히 중첩된 차별 속에서 살 수밖에 없는 여성노동자들은 요구는 더욱 그러합니다. 박탈당한 권리를 얻기 위해서는 사업장 안에서의 투쟁만으로는 가능하지 않습니다. 약자가 빼앗긴 권리는 현재 사회 구조의 문제에서 발생하기 때문입니다.  이에 대한 문제 제기는 필연적으로 사회의 근본적 변화를 요구합니다.    

서울시장위력성폭력을 고발한 지 오늘로 252일째입니다. 그동안 정치가 한 일이 무엇입니까.  피해자를 피해호소인이라 칭하며 2차 가해에 급급했습니다. 혐오와 비방만이 난무했습니다. 문제의 근본적 대안에 대한 고민 없이 정쟁의 도구로만 이용했습니다. 정치인 중 그 누구도 이를 제지하거나 피해자 편에 서지 않았습니다. 그러다가 다시 선거철이 되니 때늦은 사과를 합니다. 누군가에게는 서울시장이란 자리가 욕망과 패권의 범주이겠지만 용기를 낸 여성노동자에게는 생존의 문제입니다. 이 보궐선거가 왜 치뤄지는지를 우리는 분명히 기억해야 합니다. 정치는 용기낸 여성노동자의 일상을 되찾아줄 수 있어야 합니다. 더이상 차별받지 않는 안전한 일상을 영위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 수 있어야 합니다. 권력이 아닌 약자와 소수자를 위해 구조를 바꿀 수 있는 정치를 우리는 원합니다.  
■ 발언 7 _ 이수정(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 

피해자 관점, 수사기관과 사법부만의 역할인가? 정치가 제일 공백이다
 
앞서 많은 분들이 말씀해주셔서 굳이 반복할 필요는 없겠다 싶습니다. 날짜를 250일이라고 말씀하셔서 곰곰히 생각해보니, 지금 제가 20년 동안 살아온 방식에 비해서, 짧은 250일 동안 몸부림 친 것에 대해 생각해보며 할 수 있었던 일인지 돌이켜 봅니다. 참 어려운 일이었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무엇을 우리가 바꾸었는가, 다시금 회의가 듭니다. 

딱 한 마디 하고 싶은 말이 있어서 갑작스럽게 오늘 참여해달라는 청을 수락했습니다. 피해자에 대한 2차 가해를 멈추어 주십시오. 굉장히 고통 받고 있습니다. 당사자뿐만 아니라 피해자 분과 함께 연대하여 이 분의 피해 회복을 위해 노력하는, 현장에서 함께하는 많은 분들에 대한 2차 가해 역시도 멈추어주십시오. 

결코 돌아가서는 안됩니다. 서울시장, 부산시장 위력 성폭력 사건, 그 이전으로 대한민국은 돌아갈 수 없습니다. 그러므로 2차 가해를 멈추어주십시오. 

마지막으로 한마디만 더 보태고 싶은 말이 있는데요. 성희롱이라는 용어는 잘못된 용어입니다. 왜 우리나라에서는 ‘희롱’이라는 용어를 피해를 대변하는 용어로 쓰고 있는 것 입니까. 아무리 사법기관에서  관행적으로, 법률 용어로서 사용해왔다손 치더라도  이것은 피해자의 입장에서는 ‘성적 괴롭힘’입니다. 왜 괴로움을 삭감한 채 희롱이란 용어로 대변하고 있는 것인가요. 용어를 바꾸어 주십시오. ‘Sexual harassment(통상 ‘성희롱’으로 번역되는 원어)’는 성적 괴롭힘입니다. 더 이상 의문이 필요 없습니다. 괴로운 사람이 괴롭다고 호소를 하는데, 왜 ‘피해 호소인’이라고 부릅니까. 성적 괴롭힘으로 인한 고통을 피해자로서 인정 받는 사회가 되어야 합니다. 2차 가해를 멈추어 주십시오.
■ 발언 8 _ 권김현영(여성현실연구소 소장)

서울시민은 미래를 원한다 - 박원순 성평등 정책이 멈춰선 자리에서, 그 이상을 시작하라
 
1. 피해자가 돌아갈 자리를 만드는 선거여야 했습니다. 피해자가 돌아갈 자리라는 것은 여성이 인간으로서 동등하고 노동자로서 존중받는 서울시를 만드는 선거가 되어야 한다는 말입니다.
그러나 현실은 어떠합니까.

2. 여당은 보궐선거에 후보를 내므로써 위력이 지속되는 장을 만들었고, 기회가 될 때마다 박원순의 치적을 떠올리게 했습니다. 이 선거만은 적어도 피해자가 돌아갈 자리를 만드는 선거여야 했습니다. 그러나 현실은 정반대였습니다.

3. 단일화 과정에서 더불어민주당 우상호 의원은 “내가 박원순이고 박원순이 나”라며 박원순 서울시정을 계승하겠다며 유가족의 아픔에 공감한다고 했습니다. 열린민주당 김진애 전의원은 박원순의 족적이 “눈부시다”며 인간은 모두 완벽할 수 없다고 하며 국가인권위원회가 성희롱을 인정하는 결과를 발표했음에도 불구하고 많은 사람들의 마음 속에는 석연찮은 의문점이 남아있다고 했습니다. 박영선 후보는 선거캠프 본부에 피해자를 피해호소인이라고 주장한 이들을 중용하고 이들에 대한 공격을 여성비하라며 감쌌습니다. 누가 여성을 비하하고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4. 국민의 힘 국민의 당 후보인 안철수, 오세훈 후보는 달랐을까요.  박원순의 성평등 정책은 다른 어떤 자치단체보다도 훌륭했습니다. 서울시에는 여성정책전문연구기관, 여성창업활동지원기관, 성평등활동지원센터 등이 있고, 서울시청에는 시장 직속의 젠더 특보도 있었습니다. 여성을 보호의 대상이 아니라 정책의 파트너로서 성평등거버넌스를 해왔습니다. 그런 박원순 전 시장이 위력 성폭력의 가해행위를 했고 이를 막을 수 없었다는 것이 문제의 핵심입니다. 왜 어떤 제도는 작동하지 않았는지, 조직문화를 습바꾸기 위해서는 어떤 정책이 더 필요한지에 대한 고민이 이번 선거에서 정책으로 나오길 바랬습니다. 하지만 세 후보는 이 사건을 정쟁으로 쓰는데 훨씬 더 많은 관심을 보였습니다. 

5. 우리는 더 나은 정책 더 나은 서울 더 나은 부산을 원합니다. 문제가 발생된 이후에 제대로된 처리를 할 수 있는 기구와 제도를 원합니다. 세 후보 모두 여성을 보호 대상으로 취급하는 여성안전정책에 머물지 말고 여성을 동등한 시민으로 존중하는 성평등한 조직문화를 만들어 주십시오. 성평등한 조직문화는 업무배치부터 역할분담, 평가체계부터 차별이 없어야 하고 인권이 기본 가치로 장착되어 있어야 합니다. 성평등임금공시제, 인권교육, 차별금지를 위한 실질적인 제도 등을 통해 평등이 기본이 되어야 인권은 당연한 것이 되는 성평등한 조직문화가 만들어질 수 있습니다. 

7. 박원순 이후, 박원순 이상의 성평등 서울을 시작해주십시오. 우리는 이 사건이 정쟁의 도구로만 쓰이는게 아니라 구체적 변화를 일으킬 수 있게 되는 계기가 되기를 바랍니다. 피해자가 돌아갈 자리는 그때서야 제대로 만들어질 수 있을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다시 한번 강조합니다. 이 선거는 위력성폭력을 없애는 선거, 성평등한 조직문화를 만드는 선거, 피해자가 돌아갈 자리를 만드는 선거가 되어야 합니다

8. 이 자리는 피해자 덕분에 만들어졌습니다. 그 용기 덕분에 여성노동의 문제 위력성폭력의 문제를 다시 한번 얘기할 수 있었습니다. 그 점에 시민으로서 깊이 감사드립니다. 발언 이것으로 마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 발언 9 _ 서울시장위력성폭력사건 피해자

일터로 돌아가려던 그 길에 멈춰서서
 
안녕하세요, 저는 고 박원순 서울시장의 위력성폭력 피해자입니다.

그동안 지원단체와 변호인단을 통하여 입장을 발표해 온 제가 제 안에 참아왔던 이야기를 나눌 수 있게 되기까지 저와 가족들, 지원단체와 변호인단은 수없이 고민했고, 그 시간들이 겹겹이 모여 용기를 갖고 이 자리에 서게 되었습니다.

성폭력 피해자에게 있어 말하기는 의미 있는 치유의 시작이라고 합니다. 저는 자유의지를 가진 인격체로서, 그리고 한 사건의 피해자로서 제 존엄의 회복을 위하여 더 늦기 전에 하고 싶은 말을 꼭 해야겠다는 마음을 갖게 되었습니다. 제가 일상으로 돌아갔을 때, 저는 당당하고 싶습니다. 긴 시련의 시간을 잘 이겨내고 다시 제 자리를 찾았다고, 스스로를 다독여주고 싶습니다. 오늘 그를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말들을 하고 싶습니다.
 
제가 일상으로 돌아가기 위해 필요한 것에 대해 긴 시간 고민해온 결과, 저는 깨달았습니다.
저의 회복에 가장 필요한 것은 용서라는 것입니다. 용서란 지은 죄나 잘못한 일에 대하여 꾸짖거나 벌하지 아니하고 덮어 준다는 의미를 가졌습니다. 용서를 하기 위해서는 ‘지은 죄’와 ‘잘못한 일’이 무엇인지 드러나는 게 먼저라는 뜻이기도 합니다.
 
제가 겪은 사실을 사실로 인정받는 것 그 기본적인 일을 이루는 과정은 굉장히 험난했습니다. 극단적인 선택으로 인해 가해자와 피해자의 자리가 바뀌었고, 고인을 추모하는 거대한 움직임 속에서 우리 사회에 저라는 인간이 설 자리가 없다고 느껴졌습니다. 그 속에서 제 피해 사실을 왜곡하여 저를 비난하는 2차 가해로부터 저는 쉽게 벗어날 수 없었습니다. 그러나 분명한 사실은 이 사건의 피해자는 시작부터 끝까지 저라는 사실입니다.
 
아직까지 피해 사실에 관한 의문을 제기하는 분들께서 이제는 소모적 논쟁을 중단해주시기를 간곡히 부탁드립니다. 방어권을 포기한 것은 상대방입니다. 고인이 살아서 사법절차를 밟고, 스스로 방어권을 행사했다면 조금 더 사건의 진실에 가까워졌을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고인의 방어권 포기로 인한 피해는 온전히 제 몫이 되었습니다. 피해 사실을 인정받기까지 험난했던 과정과 피해사실 전부를 인정받지 못하는 한계, 그리고 이 상황을 악용하여 저를 비난하는 공격들. 상실과 고통에 공감합니다. 그러나 그 화살을 저에게 돌리는 행위는 이제 멈춰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저는 북부지검의 수사결과와 서울중앙지법의 판결을 통해 제 피해의 실체를 인정받았습니다. 그리고 지난 주 비로소 60쪽에 달하는 국가인권위원회의 결정문을 받아보았습니다. 저는 제가 할 수 있는 한 최선을 다하여 조사에 임했고, 일부 참고인들의 진술 등 정황에 비추어 진술의 신빙성을 인정 받았습니다. 이 자리를 빌려 인권위 조사에서 사실을 사실대로 증언해주신 많은 분들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하고 싶습니다. 그리고 사실이 사실의 자리를 찾기까지 힘써주신 대책위와 289개 단체가 모인 공동행동, 그리고 저를 변호하고 대변해주신 변호인단, 지지해주신 많은 분들께도 감사드립니다.
 
저는 그동안 제가 고소하기로 한 결정이 너무도 끔찍한 오늘을 만든 건 아닐까 견딜 수 없는 자책감에 시달렸습니다. 그러나 이 고통의 시작도 제가 아닌 누군가의 ‘짧은 생각’ 때문이었음이 드러났습니다. 이 일로 인해 우리 사회는 한 명의 존엄한 생명을 잃었고, 제가 용서할 수 있는 ‘사실의 인정’ 절차를 잃었습니다.
 
‘사실의 인정’과 멀어지도록 만들었던 피해호소인 명칭과 사건 왜곡, 당헌 개정, 극심한 2차가해를 묵인하는 상황들. 처음부터 모두 잘못된 일이었습니다. 모든 일이 상식과 정의에 부합하지 않습니다. 저는 지금까지 이어지는 상식과 멀어지는 일들로 인해 너무도 괴롭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용서하고 싶습니다. 잘못한 일들에 대하여 진심으로 인정하신다면 용서하고 싶습니다. 지금까지도 존재하는 그분과 남은 사람들의 위력 때문에 겁이 나서 하는 용서가 아닙니다. 저의 회복을 위하여 용서하고 싶습니다. 그분의 잘못뿐만이 아닙니다. 제게 행해지던, 지금까지 행해졌던 모든 일들에 대해서 사과하십시오. 

그 분들의 위력이 겁이 나서 하는 용서가 아닙니다. 저의 회복을 위해서 용서하고 싶습니다. 그러나 지금의 상황에서 과연 제가 누구를 용서할 수 있는 것인지 의문이 들고, 오히려 직면한 현실이 두렵기까지 합니다.
 
저는 불쌍하고 가여운 성폭력 피해자가 아닙니다. 저는 잘못된 생각과 행동을 하는 사람들을 용서할 수 있는 존엄한 인간입니다. 사실에 관한 소모적인 논쟁이 아닌 진정성 있는 반성과 용서로 한 걸음 더 나아가는 사회를 볼 수 있기를 소망합니다.
 
저는 이번 사건의 이유가 무엇인지 잊혀져 가는 이 현실에 답답함을 느낍니다. 저라는 존재와 피해사실을 인정하지 않는 듯 전임 시장의 업적에 대해 박수치는 사람들의 행동에 무력감을 느낍니다. 이 사건을 정쟁의 도구로 이용하시며 사건의 의미를 퇴색시키는 발언에 상처를 받습니다.
 
거대한 권력 앞에 이건 아니라는 생각이 들 때, 그 즉시 문제 제기할 수 있는 사회를 만들어 주십시오. 권력의 불균형 속에서 누군가 고통을 받는 일이 생긴다면, 모두가 약자의 고통을 공감하고 상처를 어루만지는 사회를 만들어주십시오. 여성과 약자의 권익을 위한 운동이 진영과 상관없이 사회적인 흐름임을 인정하고 그를 적극적으로 지지하고 지원하는 모습을 보여주십시오. 피해자가 조심하는 것이 아닌, 피해자가 좋게 에둘러서 불편함을 호소해야 바뀌는 것이 아닌, 가해자가 스스로 조심할 수밖에 없는 사회가 되기를 바랍니다.
 
그리고 세상의 많은 말못할 상처를 가진 외로운 피해자분들에게 전합니다. 잠들기 전, 자꾸 떠오르는 불쾌한 일이 있다면, 그것은 옳지 않은 일입니다. 아무에게도 말하지 못하고 혼자 생각하다가 베개를 적시는 일이 있다면, 그것은 완전히 잘못된 일입니다. 애써 웃으며 넘어가려고 하지 마세요. 참다 보면, 돌이키기 어려운 순간이 생길 수 있습니다. 용기를 내십시오.
 
저를 지지하고 도와주신 많은 분들 덕분에, 우리는 함께 한 걸음 더 나아가고 있습니다. 이제 더 많은 사람이 함께 모여 저벅저벅 나아가기를 기대합니다.

감사합니다.
■ 10 _ 기자 간담 및 질의응답

Q (사회자) : 예, 사전에 저희가 질문을 미리 받았는데요. 거의 비슷한 내용의 질문을 많이 해주셔서 몇 가지만 질문을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오늘 이 자리에 피해자분께서 말씀하시게 된 계기에 대해 많이 질문해주셨어요. 이미 준비하신 발언문에 포함되어 있기는 하지만 다시 한번 이야기 들어보도록 하겠습니다.

A (피해자) : 지금 상황에서 본래 선거가 치러지게 된 이유가 많이 묻혔다고 생각을 합니다. 저는 저의 피해 사실을 왜곡하고 오히려 저를 상처 주었던 정당에서 시장이 선출되었을 때, 저의 자리로 돌아갈 수 없을 것이라는 두려움이 듭니다. 저는 후회가 덜한 쪽을 선택하고 싶습니다. 제가 말을 하고 어떤 결과가 생기고, 말을 안 하고 어떤 결과가 생겼을 때 후회의 무게를 더 가벼운 쪽으로 선택을 하게 됐고, 이 자리에 서게 되었습니다.

Q (사회자) : 피해 사실을 밝힌 후에 기자님들도 다 알고 계시다시피 무수한 상황들이 많이 있었는데요. 그중에서 가장 견디기 힘들었던 부분이 무엇이었는지 여쭤보신 분들이 많습니다. 어떤 부분들이 가장 힘들었는지 말씀해주실 수 있을까요?

A (피해자) : 첫째는 지금 이 자리에서도 당부의 말씀을 드리겠지만, 제 신상 유출에 관한 내용입니다. 저는 수사기관에서 가명으로 조사를 받았고, 저의 신상이 유출될 염려가 전혀 없었음에도, (가해자) 지지자들의 잔인한 2차 가해 속에서 하루하루 버티고 있습니다. 그리고 두 번째는 저와 함께 일을 했던 사람들이 2차 가해를 주도하고 있다는 면입니다. 제가 일터에서 제가 저의 소명을 다해서 열심히 일했던 순간, 그러한 순간들이 저의 피해가 없었음을 증명하는 이유로 사유 되는 것에 굉장히 유감스럽습니다.

Q (사회자) : 네. 지금도 저희가 고소해서 진행하고 있는데요. 피해자의 실명, 사진, 여러 가지 개인 정보들을 유출하는 일이 사건 초기부터 지금까지 계속 이어지고 있습니다. 이 부분에 대해 힘든 점을 말씀해주셨고요. 그간 근무를 열심히 했던 것이 오히려 공격의 빌미가 되는 상황에 대한 어려움을 이야기해주셨습니다. 그리고 인권위 결과 발표에 대해서도 질문을 많이 해주셨었는데요. 수사기관에서는 아직, 최종적으로 발표하고 있지는 않지만, 법원에서 간접적으로 피해사실을 인정한 바가 있고요. 최근 인권위에서 피해사실을 인정했습니다. 이 부분에 대해 의의가 크다고 보시는지, 어떤 한계가 있다고 보시는지 사전 질문이 있었습니다.

A (피해자) : 저는 큰 의미가 있다고 생각을 합니다. 7월 이후에 공소권 없음으로 수사가 종결될 것이라는 모두의 기대와 달리, 실체적 진실을 밝혀냈다고 저는 생각 합니다. 지금 인권위원회에서 판단 받기로 저의 일방적인 주장뿐만이 아니라 구체적인 증거들 그리고 참고인들이 진술 등에 비추어서 사실을 인정받았다고 생각을 하기 때문에 공소권 없음으로 수사를 멈추었던 당시에 기대했던 것보다는 더 나아졌다고 생각합니다.

Q (사회자) : 굉장히 어려운 과정이었는데. 실체적 진실이 완전히 밝혀진 건 아니지만 한 걸음 다가갈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하셨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가인권위가 박 전 시장의 성희롱을 인정하면서도, 살아있는 다른 사람들에 대해서는 증거가 부족하다고 판단한 점이 있습니다. 이런 부분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궁금하시다고 여쭈어보신 분들이 있었습니다.

A (피해자) : 이것은 언론에서 꼭 한번 밝혀드리고 싶었던 부분인데요. 제가 지금 방조 사건으로 조사가 진행되고 있는 사건에 대해서는, 제가 그분들의 행동에 대해서 고소를 했던 게 아니라, 제삼자의 고발에 의해 조사를 시작했던 사건입니다. 저는 그때 당시에도 저의 상사분들이 함께 위력 아래에 놓여 있었다고 생각하고요. 인권위원회 결정문에서 밝힌 바와 같이 그분들의 잘못에 대해서는 사법기관에서 판단을 받게 되겠지만, 그분들의 성 인지 감수성이 부족했다는 인권위의 판단을 다시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그분들께서 지난한 조사 과정에 계속 참여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을 만든 것에 대해서는 굉장히 죄송스러운 마음을 가지고 있습니다.

Q (사회자) : 방조 관련해서는 피해자가 고소한 게 아니라 제삼자에 의해 고발된 사건이었고, 피해자는 그 당시 상사분들도 시장의 위력 아래에 있었다고 보고 계신다는 말씀이셨습니다. 이런 질문들이 또 꽤 됐었는데요. 인권위 결정이 있고 나서,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사과했습니다. 사과를 받아들일 의향이 있는지 여쭈어보신 분들이 있습니다.

A (피해자) :  제가 앞서 발언문에서 준비했던 내용이 용서에 관한 내용이었습니다. 그런데 이낙연 대표님과 박영선 후보님께서도 어떤 것에 대한 사과인지에 대해서 짚어주지 않으셨다는 생각이 듭니다. 민주당에는 소속 정치인의 중대한 잘못이라는 책임만이 있었던 것이 아닙니다. 피해호소인 이라는 명칭으로 저의 피해 사실을 축소·은폐하려고 했고, 투표율 23%의 당원 투표로 서울 시장 선거에 결국 후보를 냈습니다. 그리고 지금 선거 캠프에는 저를 상처 주었던 사람들이 많이 있습니다. 저는 사과를 하기 전에 사실에 대한 인정과 그리고 후속적인 조치가 있었어야 한다고 생각을 합니다. 지금까지의 사과는 진정성도, 현실성도 없는 사과였다고 생각을 하고요. 아직 늦지 않았다고 생각을 합니다. 그리고 이러한 질문을 해주시는 기자분들께서는 한번 상대방에게 여쭤봐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기자님께서도 저에게 조언을 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어떻게 하면 제가 사과를 받아들일 수가 있을까요?

Q (사회자) : 진정성 없는 사과였고, 사실 인정과 그에 따른 후속 조치가 없는 사과였기 때문이라는 말씀해 주셨습니다. 사전에 준비한 질문들이 거의 응답이 되었는데요. 현장에서 궁금한 거 있으시면 한 가지 질문 더 정리하고, 얘기해주시면 되겠습니다. 앞으로 이런 위력에 의한 성폭력 피해자가 불이익을 두려워하지 않고 목소리 내고 신고하기 위해 제도적으로 개선되어야 할 부분이 무엇이냐고 물어보신 기자분이 있었습니다.

A (피해자) : 아까 이수정 교수님께서 말씀해주신 것처럼 저는 사실은 사상 초유의 2차 가해를 직면하고 있습니다. 제도적으로는 2차 가해에 대한 구체적인 기준을 명확하게 정립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에 대한 제재 또한 구체적이어야 할 것입니다. 저의 가족들은 저에 대한 근거 없는 저의 신상에 대한 게시물들을 직접 지워나가고 있습니다. 그러한 게시글들을 보는 것뿐만이 아니라 지워나가는 과정에서도 끔찍한 나날들을 보내고 있습니다. 이러한 실질적인 지원이 필요하다고 생각을 합니다.

사회자 : 지금도 사실은 피해자 신상이 들어가 있는 게시물들을 피해자분께 직접 신고하고 삭제하는 일들을 하실 수밖에 없는 상황에 있습니다. 이런 부분에 대한 제도 개선이 필요할 것 같다고 이야기해주셨습니다. 현장 질문받아보려고 하는데요. 혹시 질문하실 기자분 있으실까요?

Q (뉴시스) : 인권위 조사 결과가 얼마 전에 나왔는데 이게 대부분의 사실이 밝혀진 것인지 아닌지, 조사 결과에 대한 의견이 궁금합니다.

A (사회자) : 네, 잠시 답변 정리할 시간을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인권위원회 조사 결과가 대부분 다 밝혀졌냐는 질문 주셨는데요. 피해자분이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다시 한번 말씀드리겠습니다.

A (피해자) : 인권위원회 조사 결과 제가 주장했던 사실과 참고인들의 진술에 비추어 저는 제가 할 수 있는 한 최선을 다했고, 저 상대방이 부재한 입장에서 인정받을 수 있는 최대한을 인정받았다고 생각합니다. 피해자 진술의 신빙성이 성폭력 사건에서는 중요한 포인트가 아닐까 싶은데요. 저의 이야기가 신빙성을 인정받았다는 것만으로 저는 제 피해사실이 부정할 수 없는 사실로 인정받았다고 생각합니다.

Q (참세상) : 오늘 기자회견에 나오신 이대호 님 같은 경우에는 소속이 ‘전 비서관’으로 되어 있는데, 혹시 피해자분 관련 진술을 하시다가 소속을 옮겼거나 불이익을 받으셨는지 궁금합니다.

A (이대호, 피해자 전 직장동료, 전 서울특별시 미디어 비서관) : 소속을 옮긴 이유는 이 사건과 전혀 관계가 없고요. 시점도 사건 이전입니다. 현재는 평범한 IT 회사를 다니고 있고 다른 사유로 이직했습니다. 불이익을 받았다거나 하는 부분은 시점이 맞지 않습니다. 사건 고소 시점은 제가 이직한 한참 이후입니다.

Q (TV조선) : 서울 시장 선거 캠프 쪽에 피해자분을 ‘피해호소인’이라고 지칭한 사람들이 소속되어 있는 점을 이야기해 주셨는데, 추가로 대응 계획이 있으신지 궁금합니다.

A (피해자) : 이제 저의 말하기의 시기는 오늘이 마지막이라는 생각이 들고요. 이제 그분들이 조치하고 행동하셔야 할 때라고 생각합니다.

Q (중앙일보) : 곧 <비극의 탄생>이라는 책이 발간될 예정인데, 이 책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궁금합니다.

A (피해자) : 저는 아직 그 책을 접하지는 못했으나 그 책에 대한 몇몇 이야기를 지인들에게서 들었습니다. 그 지인들을 통해 들은 바에 따르면, 제가 인권위에서 인정받은 사실들에 대해서 오히려 부정하는 주장을 하고 있다고 들었습니다. 저는 국가기관에서 공신력 있는 국가기관에서 인정받은 제 피해 사실과 개인이 저서에 쓴 주장은 힘이 다르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분별력 있는 분들께서는 반드시 제대로 된 시선으로 그 책을 평가하실 거로 생각합니다.

Q (국민일보) : 오늘 오전 박영선 후보가 기자회견을 하는 것을 들어보고 답변을 하는 게 맞을 것 같다며, 시장이 되면 두 배로 열심히 하겠다고 언급한 바 있습니다. 당의 상황을 보면 진정성을 의심할 수밖에 없는 상황인데, 어떻게 어떤 것들이 진정성 있는 사과의 조건인지 조금만 더 구체적으로 말씀해주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A (사회자) : 사과에 대해서 물어보셨는데요. 오늘 오전 박영선 후보의 입장에 대해서는 아직 (피해자 및 지원단체 측이) 확인을 하지 못한 상황입니다. 어쨌든 진정성 있는 사과의 조건이 뭐라고 생각하는지 질문하신 것으로 이해합니다.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요?

A (피해자) : 정말 솔직하게 말씀을 드리고 싶은데, 제 신분상 그리고 지금 선거기간에 저의 의견을 표현하는 것이 어떤 저의 표현의 자유와 상충하는 부분이 있을 거라고 생각이 들어서 조심스럽습니다. 아까 말씀드렸던 것처럼 저는 이번 선거가 처음부터 잘못되었다고 생각을 합니다. 그리고 구체적인 사과의 방법으로는 민주당에서는 할 일들이 너무나 많다고 생각을 합니다. 저를 피해호소인 이라고 명명했던 그 의원들에 대해서 직접 저에게 사과하도록 박영선 후보님께서 따끔하게 혼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그 의원들에 대한 당 차원의 징계가 있어야 한다고 봅니다. 이번 사건으로 인해 더불어민주당은 자신들의 정체성을 흔들었다고 생각을 합니다. 제가 지난 1월에도 남인순 의원의 사퇴를 요구했습니다. 그분으로 인한 저의 상처와 사회적 손실은 회복하기 불가능한 지경입니다. 저는 그분께서는 반드시 정치적인 책임을 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도 민주당에서 아무런 징계가 없었습니다. 민주당 차원의 징계를 요청합니다.

Q (이데일리) : 이렇게 직접 나서서 입장을 밝힌 게 오늘이 처음인데. 아까도 말씀해주셨지만, 굉장히 큰 용기가 필요했을 것 같습니다. 아까 말씀하신 것처럼 이번 보궐선거가 위력 성폭력 사건 때문에 치러지게 되었음에도, 국면이 원취지와 달라진 점이 계기가 되셨다고 말씀해주셨는데, 오늘 이 자리에 나서게 된 가장 큰 계기를 구체적으로 설명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A (사회자) : 아까 그 발언문에 내용이 포함된 것으로 하셔서 다시 답변하지 않는 것으로 하겠습니다.

혹시 발언자분들 지금 더 하고 싶은 얘기나 그런 것들이 있으실까요? 없으셔서 마무리하겠습니다. 오늘 말하기 해주신 피해자분께 박수 부탁드리겠습니다.

오늘 이 자리를 준비하면서 제일 곱씹었던 질문은 “이대로 괜찮나?”라는 질문이었습니다. 보궐선거도 그렇고, 본 사건에 대한 현 국면이 정말 이대로 괜찮은가에 대한 질문을 해보았습니다. 결론은 괜찮지가 않았고요. 이대로 멈출 수가 없겠다고 생각했습니다.

대신 오늘의 이 “함께 말하기”와 함께 잠시 멈춰 성찰하고, 그 힘을 바탕으로 성평등한 세상으로 한 걸음 더 나아갈 수 있기를 바랬습니다. 오늘 저희들의 ‘말하기’가 선거 국면이라는 이유로 오독 되거나 퇴색 되지 않도록, 온전하게 널리 퍼져나갈 수 있도록 잘 보도해주시기를 다시 한번 부탁드립니다. 그리고 오늘 이후에 또 어떤 피해자에 대한 공격이 이루어질지 저희도 예상할 수 없는 상황입니다. 피해자에 대한 공격들을 같이 염려해주시고, 같이 힘을 보태주시기 바랍니다.

오늘 이 자리가 열린다는 소식에, 피해자에게 보내는 연대의 메시지로 오늘의 말하기에 함께 해주신 분들이 계십니다. 그분들의 메시지로 오늘 “함께 말하기”를 마무리해보려 합니다. “당신의 용기에 용기를 얻었습니다. 절대 포기하지 않습니다. 성평등한 오늘을 만드는 투쟁!”, “선생님의 용기 덕분에 우리는 또 한 걸음 내디딜 수 있게 되었습니다.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라고 메시지 남겨주신 분 계셨습니다. 7월부터 지금까지 쭉 해주시는 말씀들인데요. “끝까지 연대하고 곁에 있겠습니다.”라는 메시지 남겨주셨습니다.

긴 시간 함께 해주신 여러분들 감사드립니다. 앞으로도 더 많은 분들과 함께 한 걸음 더 나아가도록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제공처 : 서울시장위력성폭력사건 피해자 지원단체
한국성폭력상담소(02-338-2890/010-5414-2890) | 한국여성의전화(02-3156-5400/010-3222-315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