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드라마가 1등과 3등으로 나누어진 까닭
지금을 읽고 싶은 사람들의 미디어 이야기, 어거스트
안녕하세요, 에디터 구운김입니다.


요즘 K-드라마, 어디까지 섭렵하셨나요?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이후 잠잠하다가, 신기하리만큼 화제작이 쏟아지는 요즘입니다. JTBC로 채널을 돌리게 만들었던 재벌집 막내아들, 넷플릭스와 김은숙 작가의 더 글로리, 소소한 반향을 일으킨 디즈니+ 오리지널 카지노까지.


주목할 만한 K-콘텐츠가 쉴 새 없이 늘어나는 시대, 오늘은 K-드라마의 최근 제작과 유통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 오늘의 에디터 : 구운김
영화와 미/영드만 보던 사람도 요즘은 K-드라마를 봅니다.
오늘의 이야기
1. 몇 위고? ⟪재벌집 막내아들⟫ 넷플릭스 순위 말이다
2. 이런 걸 판권이라고 하는 거야, 스튜어디스 혜정아
3. ⟪재벌집⟫ VS ⟪더 글로리⟫ 관전 후 한 마디

몇 위고? ⟪재벌집 막내아들⟫ 넷플릭스 순위 말이다

주변 사람들을 만나면 거의 안부급으로 “그거 봤어?”라는 질문을 던집니다. 몇 달 전까지 이 질문 속 ‘그거’는 재벌집 막내아들(이하, 재벌집)이었다가, 잠시 영화로 옮겨갔고, 최근에는 다시 더 글로리로 바뀌었습니다.


우리들의 대화 주제에서 꼭 등장했던 두 콘텐츠로 레터를 열어 보려고 합니다.

출처: Unsplash

재벌집더 글로리는 정말 다르지만 둘 다 메가 히트작이라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JTBC에서 방영한 후 OTT(넷플릭스, 티빙, 디즈니+)와 IPTV로도 공개되었던 재벌집은 첫 방송 당시 6.1%의 시청률로 출발해, 마지막 회에는 26.9%를 기록했습니다. 다른 의미로 결말이 화제였지만… ‘올해 최고의 시청률을 기록한 드라마’라는 멋진 수식어도 남겼어요. 같은 해 신생 채널 ENA의 존재를 각인시켰던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이하, 우영우)가 첫 회 시청률 0.9%에서 마지막 회 17.5%를 기록했음을 생각하면, 결말에 대한 논란은 차치하고 재벌집이 굉장한 성공과 화제성을 띤 작품임을 알 수 있습니다.


김은숙 작가의 더 글로리는 넷플릭스 오리지널로, 공개 3일 만에 비영어권 TV프로그램 순위 3위 자리를 차지, 1주 만에 당당히 1위를 달성했습니다. 악함 그 자체인 임지연 배우의 연기, 시즌 2가 더 궁금한 스튜어디스 혜정이 역의 차주영 배우와 유재석을 닮았지만 나올 때마다 이마를 짚게 하는 하도영 역의 정성일 배우. 드라마의 이곳저곳은 굉장한 화제가 되고 있어요. 파트 2가 공개되는 3월까지 언제 기다리냐는 아우성도 빗발치고 있고요.

출처: (좌) JTBC, (우) Netflix

서로 다른 플랫폼을 중심으로, 다른 시기에 공개되었기에 누가 누가 더 잘 했나는 순위 매기기가 큰 의미를 가지지는 않아요. 그런데 그토록 화제 되었던 재벌집의 넷플릭스 글로벌 시청 성적은 국내 인기에 비해 떨어지는 편입니다. 재벌집⟫은 방영되는 6주 내내 글로벌 비영어권 TV프로그램 TOP 10 순위권에 있었지만, 최대 3위에만 등극했어요. 우영우는 같은 차트에서 8주간 글로벌 1위를 달성했는데 말이죠. 시기적으로 살짝 비껴간 더 글로리의 경우 빠르게 차트-인해서 1위를 달성하고 이후 계속 TOP 3 순위권이고요.

(위) ⟪재벌집 막내아들(Reborn Rich)⟫과 (아래) ⟪더 글로리(The Glory)⟫ 순위 (출처: Netflix)

그 차이가 궁금해집니다.


재벌집은 왜 넷플릭스 비영어권 TV 프로그램 부문 글로벌 1위를 차지하지 못했을까요? 재벌집에서 환생한다는 스토리가 다른 나라 시청자들의 궁금증을 자아내기에 충분하지 않았던 것일까요? 비슷하게 TV 채널에서 방영된 후 넷플릭스로도 공개된 우영우의 성적을, 비슷하게 복수와 사이다를 향해 달려가는 더 글로리의 성적을, 재벌집은 왜 따라잡지 못했을까요?


이런 걸 판권이라고 하는 거야, 스튜어디스 혜정아

이 영화는 OTT에 올라오면 봐야지’ 했다가 그 결심을 잊고 있을 때쯤 OTT에서 기다리던 영화를 발견한 경험 있으신가요?

출처: Unsplash

우리가 어떤 서비스를 통해 콘텐츠를 볼 수 있는 것은, 서비스를 제공하는 플랫폼이 콘텐츠를 방영/편성할 수 있는 권리를 취득했음을 의미합니다. 그리고 취득 가능한 방영권이 있다는 것은, 거꾸로 말하면 IP(지적 재산권)를 보유하는 주체가 있다는 것이고요.


‘IP’는 단어 하나로 포괄하여 쓰이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조금 더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콘텐츠와 비콘텐츠로도, 콘텐츠 안에서도 서비스/상품/지역에 따라서 권리 형태가 나누어져 있어요. 실시간 채널/OTT 등의 서비스 형태, 월정액 상품/광고 연계 상품 등의 상품 유형, 어느 나라 또는 지역에서 서비스할지도 모두 실제로 판권 계약의 대상이 되죠. 결국, 한 서비스에서 어떤 콘텐츠를 제공할지는 어디에서 어떤 권리를 구매했는지에 따라 달라집니다. 판권에 대한 이야기가 대중적으로 떠오르는 이슈는 아니지만, 실제로 콘텐츠의 공개 가능 여부나 시기 등을 결정하기 때문에 서비스 운영에 직접적인 영향을 준다고 할 수 있습니다.

네, 맞아요. 판권에 대한 이야기를 소상히 꺼낸 것은 재벌집, 더 글로리의 넷플릭스 성적 차이 역시 바로 ‘IP의 문제’에서 비롯되었기 때문입니다. 개인적으로 콘텐츠의 인기나 화제성과는 비교적 무관했다고 생각해요.


넷플릭스 오리지널 더 글로리는 스튜디오 드래곤 계열사인 화앤담픽처스에서 제작되었습니다. 하지만 화앤담픽처스는 넷플릭스로부터 비용을 지원받아 제작만 하고, 관련 IP, 특히 국내외 콘텐츠 판권은 넷플릭스가 독점적으로 소유하고 있습니다. 때문에 오리지널에 대한 정책이 바뀌지 않는 이상, 더 글로리⟫의 판권은 외부에 유통되지도, 궁극적으로 다른 플랫폼에서 더 글로리⟫가 서비스되지도 않을 거예요.

출처: Netflix

반면에, 재벌집은 제작사 래몽래인과 JTBC 계열사 SLL(스튜디오 룰루랄라)이 함께 제작하여 IP를 50%씩 보유한 작품입니다. 이 작품은 JTBC 채널에서 에피소드 공개 이후 티빙, 넷플릭스, 디즈니+와 IPTV에도 편성되었는데요. 이를 통해 여러 플랫폼에서 재벌집 방영에 대한 권리를 확보하고 있었음을 알 수 있어요. 해외 판권의 경우, 아시아 지역 OTT ‘뷰(Viu)’와 미국 OTT ‘라쿠텐 비키’와 계약하였고요.

출처: JTBC

다시 제 의문으로 돌아와 보겠습니다. 넷플릭스의 글로벌 순위는 콘텐츠별 주간 시청 시간을 기반으로 결정됩니다. 더 글로리는 약 45분짜리 에피소드 8편이, 재벌집은 순차적으로 공개된 1시간 이상의 에피소드가 집계의 대상이 됩니다. 하지만 국내외 서비스가 모두 넷플릭스에서만 이루어진 더 글로리와 다르게, 국내 여러 플랫폼에서 활발히 서비스된 재벌집은 해외 넷플릭스에서 공개되지 않았거나 타 플랫폼과 동시에 공개되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위에서 언급한 대로 재벌집은 아시아 OTT ‘뷰’를 통해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홍콩, 싱가포르, 태국, 필리핀 등에, 미국 OTT ‘라쿠텐 비키’를 통해 미국, 영국, 프랑스, 스페인, 브라질 등 50여 개 이상의 국가에 서비스되었어요. 뷰에서는 공개 직후 5주간 1위를 달성했고, 라쿠텐 비키에서도 1위를 기록했다고 하고요.


이미 눈치채셨겠죠? 제 궁금증에 대한 결론은 생각보다 간단합니다. 더 글로리가 넷플릭스의 비영어권 TV 프로그램 부문 순위에서 1위, 재벌집이 최대 3위에 머무른 것은, 판권을 보유한 주체의 콘텐츠 유통 전략이 달랐기 때문입니다.


가입자를 끌어모으기 위해 독점적인 오리지널을 선택한 플랫폼 '넷플릭스'와 콘텐츠가 노출되는 플랫폼의 폭을 넓혀 판권 수익을 극대화한 제작사 '래몽래인/SLL'의 차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그 차이의 결과로, 재벌집은 넷플릭스 1위라는 타이틀은 놓쳤지만, 오히려 넷플릭스에 집중하지 않았음에도 국내외를 막론하고 높은 성과를 이뤘어요.

⟪재벌집⟫ VS ⟪더 글로리⟫ 관전 후 한 마디
OTT의 급속한 성장에 대해 한창 이야기하던 시기를 뒤로 한 최근, 재벌집의 성공을 자세히 살펴보며 K-드라마의 제작과 유통에 대해 한 번 더 생각하게 됩니다. 제작사와 플랫폼으로 나누어 이야기할게요.

- 제작사는 제작 기회와 IP 사이에


한 애널리스트의 분석에 따르면, 재벌집은 제작비를 제외하더라도 투자금의 30% 수준인 100억 원 이상의 영업이익을 냈을 가능성이 높다고 합니다. 향후 중국 판권 판매나 IP 관련 사업을 통해 수익을 더 벌어들일 수도 있고요. 더 글로리가 넷플릭스에서의 성공과 화제 그 이상으로 회자되지 않는 것과는 구분되는 지점입니다.


재벌집 보다 먼저 선례를 만든 우영우도 IP를 선택한 제작사 에이스토리의 콘텐츠입니다. 에이스토리는 넷플릭스 오리지널 킹덤 제작 이후 해외 판권 판매에 대한 아쉬움이 남아, 우영우 만큼은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제작 제안을 거절하고 방영권만 판매했다고 해요. IP를 쪼개는 것이 아니라 방영권 판매만 하려다 보니 신생 채널인 ENA를 선택한 것이고요. 현재 에이스토리는 '우영우' IP로 웹툰, 뮤지컬 등으로도 사업을 확장하고 있습니다.

웹툰이 된 투-더 투-더 (출처: 에이스토리)

모든 콘텐츠가 재벌집우영우 같은 성공적인 작품이 된다는 보장은 없기에, 제작 기회와 IP 사이 제작사의 고민은 여전합니다. 요즘 드라마의 회당 제작비는 PPL로 충당하기 어려울 만큼 오르고 올라 20억 이상이라는 말이 있는데요. 오리지널 콘텐츠가 낮은 리스크로 제작 부담을 덜어낼 수 있는 방법인 만큼 제작사 입장에서는 현실적으로 놓치기 힘든 기회이기도 해요. 동시에 우영우에 이은 재벌집의 성공은 콘텐츠는 더 중요해지고 유효한 플랫폼은 더 많아졌다는 점을 시사하기에, 적어도 제작 능력이 검증된 제작사나 모기업의 자금력이 뒷받침되는 스튜디오 중심으로 IP를 선택하는 움직임이 더욱 활발해질 수 있지 않을까 합니다.

- 오리지널이 아니어도 플랫폼에게 단비가 되는 것


작년 상반기 한 컨설팅 기업은 한국 OTT 시장에 대한 리서치 결과를 발표했습니다. 한국에 서비스되는 OTT에서, 한국 드라마/영화/예능 등의 K-콘텐츠는 전체 시청의 약 70%를, 미국 드라마나 영화 콘텐츠는 14% 정도만 차지한다는 것인데요. 한국 넷플릭스에서의 콘텐츠 소비도 한국어 콘텐츠에서 50% 이상이 발생하며, 미국 콘텐츠는 약 25%를 차지한다고 합니다. 웨이브의 경우 지상파가 합심한 OTT답게, 3사 프로그램이 전체 시청량의 75% 이상을 차지하고 예능 콘텐츠의 시청이 특히 두드러졌다고 하고요. 국내 OTT를 이용하는 분들이라면 당연하게 예상할 결과이기도 합니다. 역시 OTT를 가장 활성화시키는 콘텐츠는 폭넓게 공감대 쌓을 수 있고 매일 밥친구가 될 수 있는 로컬 콘텐츠입니다.


재벌집의 방영 이후 공개된 국내 OTT 앱의 월간 활성 사용자(MAU) 추이는 이러한 믿음을 더욱 확고하게 합니다.


  •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로 2022년 8월 1213만 명을 달성한 넷플릭스의 MAU는 11월 1090만 명대까지 지속 감소하였습니다. 하지만 12월 재벌집 편성 이후 약 1160만 명대까지 상승했어요.
  • 티빙 앱의 MAU도 2022년 11월까지 근 1년간 380만430만 명대를 유지했으나, 재벌집 이후 한 달 만에 60만 명 가까이 늘어나며 489만 명을 달성했습니다.
  • 디즈니+ 앱 역시 감소 추세를 벗어나 12월 195만 명을 기록했습니다. 2021년 1월 MAU 202만 명을 달성한 이후 최고치라고 하네요.
  • 한편, 웨이브 앱의 MAU는 1개월 사이 11만 명이 줄어들어 12월 408만 명으로, 왓챠는 전달 대비 약 5천 명 줄어든 81만 명을 기록했습니다.

예상은 했지만, 정말 ⟪재벌집⟫의 편성 여부에 따라 2022년 12월 OTT별 MAU 추이가 양분되었습니다. 활성 유저의 수는 가입자의 다음 달 가입 여부를 가늠하게 하는 중요한 지표 중 하나입니다. 프로그램 하나의 편성 여부에 따라 활성화 정도가 일제히 오르거나 떨어졌다는 것은, 폭넓게 노출되는 인기 콘텐츠가 쉬고 있던 OTT를 켜게 할 만큼 매력적이었음을 보여줍니다. 이렇다 할 드라마가 없었던 것 같은 2022년 하반기, 어중간한 오리지널보다 국내 방영작 ⟪재벌집⟫이 효자 노릇을 톡톡히 한 것이죠.


확실히 경쟁적인 오리지널 출시로 전체적인 콘텐츠의 수가 많아졌고 시청자의 OTT 사용률도 높아졌습니다. 굉장한 화제성과 완성도가 아닌 이상 예전만큼 오리지널 한 편 한 편에 세상은 반응하지 않는 것 같아요. 그래서 ⟪재벌집⟫ 같은 콘텐츠는 앞으로도 플랫폼에게 더 중요해질 것 같습니다. 가입자 성장을 견인할 정도의 효과를 내기는 어렵겠지만, 여러 채널에 폭넓게 노출되면서 매주 플랫폼으로 돌아오게 하기에는 제격이거든요. 한 달 더 구독을 유지하는데 충분히 힘을 보탤 수 있죠.

2022년 말 티빙과 시즌의 합병 절차가 마무리되었습니다. 시즌의 가입자가 티빙으로 이동하면, 국산 OTT 1위는 티빙이 된다고 하죠. 올해에는 작년보다 더 한국 드라마와 예능이 부각되는 한 해가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제작사부터 플랫폼, 거기다 콘텐츠를 최초 방영할 수도 있는 채널들까지, 또다시 눈에 띄는 움직임이 포착되면 돌아올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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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터 <구운김>의 코멘트
올해 1월은 무언가를 결심하기 특히 좋은 시기인 것 같아요. 신정과 구정이 모두 있기에, 1월 1일에 했던 흐릿한 결심을 슥슥 지우고 설날에도 다시 한번 작심합니다.
저는 올해 일과 적당한 거리를 지켜보려고 해요. 레터도 다른 주제를 해찰하다 돌아오니 조금 더 재밌게 작성했던 것 같기도 하고요.
아리아나가 부른 가사처럼, 너무 가까우면 탈이 나고, 계속 같이 있으면 그리워할 수 없잖아요. 그래서 그녀와 함께 외칩니다, I'MA NEED SPA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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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dited by  Zoe • 한새벽 • 구현모 • 후니 • 찬비 • 구운김 • 식스틴 • Frid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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