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심을 북돋는 취향들

마음을 전하는 우리들의 자세

적당한 온도의 마음을 내어보이는 일은 언제나 어렵게만 여겨져요. 관계의 적정선을 지키며 곁에 있는 사람들을 능숙하게 어르고 챙기는 이들을 보면 ‘다정함’도 재능의 영역이라는 말을 긍정하게 됩니다. 님은 애정을 전하는 데에 능숙한 사람인가요? 혹은 진심을 입 밖으로 내는 순간 왜곡되어 버릴까 두려워 하는 사람인가요. 겁이 난다고 해서 주눅들 필요는 없겠지요. 표현에 신중한 사람이 머뭇거리며 건넨 어리숙한 진심 또한 충분히 사랑스러우니 말이에요. 이번 뉴스레터에서는 미처 표현하기 어려웠던 진심을 북돋아 주는 이야기들을 함께 나눠보려 해요. 

05.25 What We Like취향을 나누는 마음

진심을 북돋는 취향들


06.08. Another Story Here책 너머 이야기

책에 실리지 못한, 숨겨진 어라운드만의 이야기를 전해요.


06.22. A Piece Of AROUND그때, 우리 주변 이야기

오늘 다시 보아도 좋을, 그때의 이야기를 소개해요.

진심을 북돋는 취향들

‘마음에도 유통기한이 있다.’라는 이야기가 있죠. 보통 누군가와의 이별을 말할 때 자주 쓰는 표현이지만, 제때 전하지 못해 애매해진 마음을 발견할 때마다 이를 실감하곤 해요. 좋아하는 마음도, 고마운 마음도 너무 오래 방치되지 않도록 알맞은 타이밍에 건네야 해요. 5월이 지나가기 전, 담아둔 고백들을 아낌없이 말할 수 있기를 응원하며 어라운드 식구들의 이야기를 소개해 봅니다.

《사랑에는 사랑이 없다》

김소연 | 문학과지성사


하나—브랜드 프로젝트 디렉터

마음을 솔직하게 전하는 일에 점점 더 큰 용기와 지혜가 필요하다고 느끼는 요즘. 작정하고 사랑에 관해 쓰기로 한 시인의 에세이가 지침이자 위안이 됐어요. 다양한 관계에 부대끼고 앓아가면서도 여전히 사랑하며 사는, 그런 외계인이 세상에 나 하나는 아니구나, 하고 안심했답니다.

“나 원래 이래!”라고 내뱉은 적이 언제였을까요. 한구석에 묵혀둔 생각과 마음을 들키고 싶을 때가 있어요. 누군가와 겨루지 않고 저를 내던질 수 있을까요. 샘은 자폐 스펙트럼을 가지고 있지만, 차곡차곡 쌓아가는 성장점과 온몸으로 실감한 표현을 곁에 있는 이들에게 자연스레 보여줘요. 가족과 친구들은 기특해하지 않고, 옆에서 튼튼한 환경을 조성해 주고요. 별나도 괜찮고, 괜찮아도 괜찮으니 나답게 살아가는 것만으로 응원받고 싶은 요즘이에요.

큰 키가 콤플렉스인 수지와 작은 키가 머쓱한 병헌. 나의 단점을 부각하는 상대방과 멀어지고 싶지만, 교양 수업 ‘사교―댄스의 이해’에서 파트너가 되어버려요. 타인의 시선에 숨어 진심으로 소통하지 않는 그들은 자꾸만 스탭이 꼬여요. 우리의 어딘가와 닮은 둘을 보며 이런 생각이 들었어요. 키가 크든 작든, 여자건 남자건 마음은 표현하지 않으면 모른다고요. 전하고픈 말이 있다면 맴돌지 않도록 밖으로 꺼내야 한다고요. 마지막 수업 날, 수지와 병헌은 어떤 춤을 만들어 낼까요?

수줍은 모녀의 언어

《AROUND》 76호 ‘집의 기록들(Time At Home)에서 유지혜 작가는 ‘사랑해’라는 말이 부담스러울 때마다 ‘해’를 과감하게 지워버린다고 말합니다. “끝맺음이 불분명하지만, 알맹이는 있는, 오그라들지 않게 애정을 전하는 표현이 돼요.” 그의 어머니로부터 탄생한 표현을 보며 꽤 기발하다고 생각했지요. 자연스레 저희 모녀가 주고받는 언어를 돌아보았습니다. 무뚝뚝한 딸은 ‘사랑해’라는 말 앞에서 늘 주춤거리곤 합니다. 대신 “영화관에 가자.” 거나  “산책하러 가자.”며 엄마의 옷소매를 쥐고선 밖으로 나가곤 하지요. 성격도 취향도 별난 딸의 뒤를 묵묵히 따라나선 엄마는 서둘러 걷는 딸의 브레이크를 밟아줍니다. 다른 보폭을 가진 모녀는 그렇게 나란히 걸으며 같은 풍경을 바라보죠. 그것이 우리가 사랑을 이야기하는 방식입니다.


글·사진 오은재

영화관에서 마주한 무한한 우주


처음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2022)를 보고 나서, ‘이건 무슨 일이 있어도 엄마랑 함께 봐야 해!’ 싶었어요. 딸의 고집을 꺾을 수 없었던 엄마는 어쩔 수 없이 2시간 30분 내내 시공간을 넘나드는 현란한 화면을 강제로 감상해야만 했지요. 영화에 푹 빠진 척, 넋 나간 건지 집중한 건지 알 수 없는 옆모습을 훔쳐보며 속으로 이야기를 건넸습니다. ‘잘 봐. 어쩌면 엄마에게도 엄마가 모르는 또 다른 우주가 있을지도 모른다고.’ 영화를 보는 동안, 엄마 또한 양자경처럼 '오늘의 바깥'에 존재하는 또 다른 자신을 상상할 수 있길 바랐거든요. 집으로 돌아가는 길, 기대 섞인 마음으로 “다른 세계의 엄마는 뭘 하고 있을 것 같아?” 물어보았습니다. 엄마는 나름 진지한 얼굴로 “공무원?”이라고 답했고요. …역시 영화 한 편이 끝나도, 엄마는 여전히 엄마였습니다. 그 와중에도 내가 모르는 엄마의 우주는 무한히 팽창하고 있을 것이라고, 감히 믿어보고 싶었습니다. 

책 너머에서 발견한 우리들


우직한 사색가와 그의 자유로운 딸이 운영하는 북스테이 모티프원은 파주 끝 헤이리 마을에 위치해 있습니다. 방문객들이 하루 동안 머무르며 독서를 통해 자신을 사유할 수 있게끔 자리를 마련해 두었죠. 책 한 권을 도란도란 나눠 읽으며 마음에 드는 문장을 나누는 것도 근사하지 않을까 싶어, 엄마와 함께 먼 길을 떠났습니다. 제 기대는 숙소에 들어서자마자 어긋나 버렸습니다. 벽면 한 켠을 차지한 책을 보며 “여기 천국 아냐?” 하며 감탄할 동안 엄마는 오래된 책 특유의 먼지 묵은 향이 싫다며 환기를 시키느라 바빴거든요. 정작 그 하루 내내 책을 펼쳐본 시간은 5분도 채 안 될 거예요. 대신 산새가 지저귀는 소리를 벗삼아 산책을 하며 미뤄뒀던 서로의 이야기를 읽어내렸습니다. 

원만한 정주행을 위하여


엄마와 함께 해외여행을 떠날 때면 호텔에서 볼 한국 드라마를 한 편 골라갑니다. 머나먼 타지를 헤매고, 향신료가 팍팍 들어간 음식과 친해지느라 진을 빼고 난 뒤의 고단함을 달래기엔 K-드라마만큼 좋은 게 또 없거든요. 주인공 세 자매는 그들을 시험하는 사건 속에서 가족을 지키기 위해 각자의 패를 쥐고선 분투합니다. 피땀 눈물을 흘리며 평생 이해하지 못할 것만 같던 서로를 인정하게 되지요. 서사가 흐르는 동안, 화면 밖의 모녀에게는 몇 번의 위기가 찾아왔습니다. 상상하기 좋아하는 딸은 작은 복선만 발견해도 ‘이건 무슨 의미일 것 같냐?’며 질문을 해대고, 눈물이 많은 엄마는 정들었던 인물의 죽음 앞에서 쉴 새 없이 코를 훌쩍였거든요. 한국이었다면 당장 TV를 끄고 방 안으로 들어갔을 상황 속에서도, 붉어진 눈시울과 어쭙잖은 추리를 받아줘 가며 꿋꿋이 드라마 한 편을 완주했습니다. 다음부터는 원만한 정주행을 위해 장르물은 제외하기로 합의를 보았지만요. 

seedkeeper X AROUND

가장자리〉  라운드 테이블

지키고 돌보는 사람들

‘가장자리 효과’라는 말을 들어본 적이 있나요? 생태학에서 뻗어 나온 이 용어에는 서로 다른 영역이 맞닿는 경계에서 다양한 생물들이 자란다는 의미가 담겨있습니다. 씨앗을 매개로 식물 경험을 선사하는 씨드키퍼와 함께 준비한 〈가장자리〉 라운드 테이블은 본연의 모습을 지키고 돌보는 사람들이 경험담을 나누는 자리입니다. 각자의 삶을 살아오던 이들이 서로의 이야기에 의지하여 일상을 어르는 위로와 힘을 발견해 내는 장면은 영역을 지키며 자라나는 식물들처럼 단란해 보였습니다. 우리가 함께 피워낸 이야기를 3번에 걸쳐 시리즈로 발행하려 합니다. 그날의 대화가 궁금하신 분들께선 매주 목요일 AROUND Naver Post를 확인해 주세요.

오늘은 어라운드 사람들의 ‘고마움을 말하는 방법’에 대해서 전해보았어요. 우리의 이야기를 읽는 동안, 마음 속에 애정 어린 얼굴 하나가 떠올랐을지도 모르겠어요. 우리가 보내온 장면을 동력 삼아 그간 미뤄두었던 안부를 전해 보는 것은 어떨까요? 다음 뉴스레터에는 여름을 맞아 어라운드의 새로운 이야기와 함께 야심차게 찾아 뵙도록 할게요. 그럼, 다다음주 목요일 아침 8시에 만나요!

6월 5일, 독자님들과 무더운 여름을 함께 날 《AROUND》 89호가 발행될 예정이에요. 어떤 이야기가 담겨 있을지 궁금한가요? 《AROUND》 89호 소식을 발 빠르게 만나보고 싶다면 뉴스레터를 구독해 주세요. 이미 지난 뉴스레터 내용도 놓치지 않고 살펴보실 수 있답니다. 어라운드 뉴스레터는 격주로 목요일 오전 8시에 도착할 예정입니다. 매일 반복되는 출근길, 평범한 아침 시간을 어라운드가 건네는 시선으로 채워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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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라운드 뉴스레터에서는 책에서 못다 한 이야기를 펼쳐 보입니다.

또 다른 콘텐츠로 교감하며 이야기를 넓혀볼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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