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상작가 양윤화와 회화작가 정이지의 2인전을 보고 왔어요. 두 작가의 작업의 분위기가 닮았으면서도 엇나가는 지점이 무척 좋은 전시였습니다. 두 작가의 작업은 많은 것을 이야기하거나 큰 목소리로 이야기하는 대신 잔잔하게 어떤 분위기를 전달합니다. 정이지의 회화는 일상의 사물이나 순간을 조용하게 담고, 양윤화의 영상과 설치는 음악과 시처럼 함축적이고 간결한 모습을 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 여백의 공간, 비어있는 공간에는 무엇인지 모를 따뜻한 감정과 유대, 친근감 같은 것으로 채워져 있었습니다. 아마도 서로가 서로의 작업을 보면서 너무 좋아했다는 두 작가의 감정이 어딘가에 스며 들어 있는 것 같았습니다. 또한 전시에는 소설가이자 시인인 임솔아 작가의 글이 함께 놓이면서 한 편의 책을 보는 것 같은 경험을 하게 합니다. 전시 제목처럼 유리창으로 따뜻한 햇빛이 들어오는 전시장에서 바닥에 놓인 양윤화의 작업을 빙 돌아가며 정이지의 회화를 보는 것이 참 기분 좋은 시간이었습니다.  

《장식전》은 미술 전시가 아니라 다섯 명의 장식가가 참여한 장식 전시입니다. 기획자 이상엽은 미술과 장식 사이의 애매한 지점에 관심을 갖고, 미술 작가를 장식가로 초대해서 전시 공간의 장식을 부탁합니다. 작가들은 장식가가 되어서 벽을 꾸미거나 불필요한 장식을 더하거나 수공예적인 장식품을 전시합니다. 여성적인 것, 공예적인 것으로 치부되며 천대 받던 장식의은 명예를 회복할 수 있을까요? 저는 미술과 장식 사이에서 진동하는 애매함이 오히려 재미있었는데요. 집을 꾸미듯이 전시 공간 '오래된 집'을 꾸민 장식전을 구경하시고 각자의 감상을 나눠보면 좋을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