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픔을 '기억'하는 일

Season 4 🌊🏄‍♀️ Vol 5. 2024.04.19. ~ 2024.04.25.

여자, 사람, 스포츠
개랑 산책하는데 야구방망이를 든다고?
10년, 그 세월을 우리는 어떻게

여자, 사람, 스포츠

입주자 여러분, 운동 좋아하세요? 저는 요즘 풋살에 빠져있답니다. ⚽🏃‍♀️👟 다음달에 열리는 여성 기자 풋살대회를 앞두고 경향신문에서도 선수단이 꾸려졌거든요. 😁🙌 난생처음 풋살 연습을 하러 갔을 때의 기분을 저는 오래 잊지 못할 것 같아요. 평소라면 잠에 취해 있었을 토요일 이른 아침, 새로 산 풋살화를 신고 공을 있는 힘껏 뻥뻥 차던 그 느낌을요. 2시간 동안 동료들과 서로 몸을 부딪히며 땀 흘리고, 크게 소리 지르고, 깔깔 웃기도 하던 그 시간을요.

직접 몸을 움직이다 보니, 자연스럽게 학창 시절 체육 시간이 떠올랐습니다. 운동장 대부분을 차지한 건 축구를 하는 남자아이들. 저와 같은 여자아이들은 응원하거나 기껏해야 좁은 공간에서 피구를 하던 기억. ⚽⚾🏀🏐🎾🤷‍♀️ 아마 여러분에게도 낯설지 않을 겁니다. 만약 그때부터 저에게 축구를, 풋살을 배울 기회가 주어졌다면 어땠을까요?

여성과 스포츠는 최근 몇년간 중요한 키워드였죠. SBS '골 때리는 그녀들', E채널 '노는 언니' 등이 큰 인기를 얻으면서 연예인이 아닌 일반 여성들도 운동의 매력을 새롭게 알게 됐어요. 그러면서 스포츠계에서 여전히 소수인 여성 선수들이 겪는 차별도 많이 알려졌습니다.

하지만 이들을 '선수'가 아닌 '여성'으로 보는 경향은 쉽게 바뀌지 않는 것 같습니다. 최근 글로벌 스포츠 브랜드 나이키는 2024 파리올림픽을 앞두고 미국 육상 선수 유니폼을 공개했는데요, 여성 유니폼은 다리 전체와 골반이 다 드러나는 디자인이었습니다. 👙🙅‍♀️ 남성 유니폼이 반바지 형태로 제작된 것과 차이가 크죠.

실제 선수들 역시 성차별적인 유니폼에 대해 비판했습니다. 전 장거리 육상 국가대표 🏃 로런 플레시먼은 "선수들은 민감한 신체 부위 노출에 대한 걱정 없이 경기에 집중할 수 있어야 한다. 이 옷이 기능적으로 훌륭하다면 왜 남성들은 입지 않느냐"라고 지적했어요. 그는 최근 펴낸 책 '여자치고 잘 뛰네'에서 이런 문제를 깊게 다룹니다. 여성 선수만 입는 손바닥만 한 반바지에 대해 이렇게 쓰고 있죠. 📚📝

"여성만 입게 되어 있는 이 작은 팬티는 본질적으로 여성 선수들을 전시의 대상으로 만들기 위해 디자인되었다. (…) 한 성별에만 피부 노출과 '몸에 꽉 끼는' 의상을 의무화하는 획일적인 지침은 여러 스포츠 종목의 규칙에 명문화되어 있다. 이런 의상은 하이힐처럼 여성들 사이에서도 전문성의 상징으로 내면화되어 있지만, 하이힐이 허리 통증을 유발하는 것처럼 신체 이형증을 유발하기도 한다."

남성의 신체가 표준으로 맞춰진 스포츠계에서 여성이 어떻게 자신의 신체와 불화하는지도 지적합니다. 예를 들어 월경 때는 복부팽만이나 체중 증가, 감정 기복 등이 자연스럽기 때문에, 여성 선수들은 낮은 에스트로겐 수준을 유지하려고 합니다. 그런데 월경을 하지 않거나 이상 증상을 겪는 건 섭식장애, 골다공증과도 맞물려 있어요. 그 결과 여성 청소년은 같은 나이 남성 청소년보다 운동을 그만두는 비율도 높죠. 😞 이미 많은 여성 선수가 신체 강박과 대상화에 시달리는 만큼 알맞은 운동복을 제공하는 건 기본이라는 뜻입니다.

이런 성적 대상화에서 비롯한 차별은 여성을 운동장의 주인이 아닌 조연으로만 인식한다는 점에서 문제적입니다. 지난 14일 전남 드래곤즈와 안산 그리너스의 2024 K리그2 7라운드의 한 장면을 볼까요. 전남 김용환 선수가 거친 플레이를 하다가, 제지하려 다가온 박세진 심판을 몸으로 떠밀었어요. ⚠️ 누리꾼들 사이에선 이 선수가 지나치게 과격하게 행동한 건 심판이 여성이었기 때문이었다는 질타가 나올 수밖에 없었죠. 이에 대해 프로축구연맹은 상벌위원회 개최를 검토하겠다고 밝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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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곰이 보호자 제공

🗞️ 개랑 산책하는데 야구방망이를 든다고?

🐕 플랫이 두번째 입주자 프로젝트 '진도믹스견과 산책하는 여자들'을 시작했어요! (첫번째 프로젝트 '엄마 성 빛내기'는 여기에서 확인할 수 있어요) 유기견 관련 활동을 하고 있는 기획사 '귤엔터'에서 여성들이 반려견과 산책하며 겪는 '산책 시비'를 다루면 어떻겠냐는 제안을 주셨어요. 🐶

🐕 첫번째 사연은 검은색 믹스견 '애곰이'와 함께 살기 위해 강원 영월로 이주한 1인가구 여성의 이야기입니다. 애곰이 보호자는 이렇게 말합니다. "애곰이와 함께 길을 지나가는데, 무리지어 가던 남자들이 '검정 개가 정력에 진짜 좋은데'라고 말하는 거예요. 비슷한 일이 반복되면서 애곰이와 산책할 때마다 야구 방망이를 들고 나갔어요. 한국에선 개를 산책시키는 여성은 쉽게 표적이 된다는 생각이 들어요."

🐕 플랫 입주자님도 반려동물과 함께하며 겪은 어려움이 있으신가요? 그저 함께 세상을 살아가고 있을 뿐인데, 차별을 받은 경험이 있다면 👉여기에서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AP 연합뉴스

🗞️ '전쟁터'가 된 여성의 몸

🌎 여성의 몸과 재생산권을 둘러싼 전세계의 논란이 가라앉지 않습니다. 미국에선 연방대법원이 임신 중지 권리를 보장한 '로 대 웨이드' 판결을 2022년 폐기하고, 각 주의 결정에 맡긴 뒤로 곳곳에서 여성의 권리가 후퇴하고 있어요.

🌎 지난 9일(현지시간) 미 애리조나주 대법원은 여성의 생명이 위험할 때를 제외하고 모든 경우의 임신 중지를 범죄로 보는 법을 부활시켜 시민들이 크게 반발하고 있습니다. 1864년 제정된 이 법은 강간이나 근친상간에 의한 임신 중지도 금지하고 있어요. 🤯

🌎 미국에선 11월 대선이 치러질 예정인데요, 주요 경합주인 애리조나에서 이번 판결이 쟁점으로 떠오르며 선거 판세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입니다. AP통신에 따르면 2022년 중간선거 당시 조사에서 애리조나주 유권자 10명 가운데 6명이 전국적으로 합법적인 임신 중지를 보장하는 데 찬성한다고 답했기 때문이죠. 이번 판결은 공화당 소속인 전 애리조나주 법무장관이 앞서서 끌어낸 것이기 때문에, 공화당 내부에서도 우려가 나오는 상황입니다.

🎗️ 10년, 그 오랜 세월을 우리는 어떻게

정효진 기자

💬 올해도 어김없이 4월 16일이 돌아왔습니다. 🎗️ 전 국민이 함께 눈물 흘리고, 마음 깊이 애도하고, 또 분노했던 그날 이후 10년이 흘렀어요. 그날 그 시간, 여러분은 어디서 뭘 하고 계셨나요?

💬 경향신문 사진부 정효진 기자는 세월호에 탔던 경기 안산 단원고 아이들과 같은 1997년생입니다. 10년 전 4월, 그 역시 수학여행을 앞둔 고등학생이었죠. 하지만 사고 이후 모든 것이 바뀌었습니다. 정 기자는 세월호 참사 10주기를 앞둔 지난 3월, 배를 타고 제주로 향했습니다. 산굼부리, 섭지코지, 용머리 해안, 정방폭포, 한림공원을 📸 필름 카메라에 담았어요.

💬 예정대로였다면 나흘 동안 단원고 학생들이 반별로 둘러볼 예정이었던 바로 그 장소에, 결코 아이들이 도착하지 못한 그곳에 선 기자의 마음은 이렇습니다. "우리는 어쩌면 매표소에서 서로를 지났을지도, 비에 질척이며 남은 네 발자국이 없어지기 전에 내가 다시 그 땅을 밟았을지도, 내가 찍은 사진 구석 어딘가에 너와 네 친구들이 조금 담겼을지도. 하지만 10년을 지나 스물여덟이 된 나는, 그래서 서른여덟도 마흔여덟도 될 나는, 아직 열여덟인 너희에게 숨 한 모금씩 빚졌을 수밖에."

💬 저 역시 오랫동안 노란 리본만 보면 그저 가슴이 먹먹해지곤 했습니다. 우리 사회가, 공동체가, 그리고 언론은 무엇을 해야 하는지 고민도 많이 했고요. 때론 기자의 펜과 카메라란 한없이 잔인하다는 생각을 하지만, 정 기자의 글과 사진은 저널리즘이 어떤 시각을 가져야 하는지 보여주는 것 같습니다. 경향신문 사회부 기자들 역시 '세월호 10년, 함께 건너다' 기사들을 통해 우리 사회에서 바뀐 것과 바뀌지 않은 것들을 꾸준히 보도하고 있습니다.

💬 단원고와 마주보고 있는 경기도미술관에선 7월 14일까지 세월호 10주기 추념전 '우리가, 바다'를 엽니다. 2019년 4월부터 2015년 3월까지 팽목항에 부는 바람 소리를 BPM으로 변환한 김지영, 팽목항에서 모은 플라스틱, 어구 등을 엮어 형태를 만들고, 랩으로 싸고 천으로 덧씌워 위에 그림을 그려넣은 홍순명 작가 등의 작품이 전시됐습니다. 조민화 경기도미술관 학예연구사는 "재난을 있는 그대로 기억하고, 예술로서 위로를 전하고, 공동체로서 우리가 무엇을 할 수 있는가를 생각하며 전시를 기획했다"고 말했습니다.

한수빈 기자

📝 To. Flat 🥦

👤 총선 결과를 보고 우울한 시간을 보냈습니다. 제가 사는 곳이 대전이어서 여성 국회의원이 2명이나 나왔지만, 두명 다 성평등 공약을 찾아보기 힘들었거든요. 여성의 삶에 대해, 성평등에 대해 이야기할 정치인이 아무도 없다는 사실이 절 무기력하게 만들었는데요. 그 지점을 플랫에서도 언급해주셔서 감사했습니다.

그렇지만 이후에 어떻게 하는지 지켜보는 게 우리의 할 일이겠죠. 우울한 와중에 함께 공감해주고 앞으로 나아가보자는 이야기를 해주는 페미니스트 동료들이 있어서 힘을 낼 수 있었습니다. 갈 길은 멀지만 멈추지 않고 길게 보려고요. 연대하면서 손 잡고 나아가고 싶어요.

👤 쌍둥이 키우면서 일하기, 아빠는 왜 못해? 인상깊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