핀테크 거인 스트라이프는 수렁에 빠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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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sightEDGE - Deep Dive
주목받은 테크 & 스타트업 투자 뉴스를 한 걸음 더 들어가봅니다  
스트라이프(Stripe)는 정말 위기일까?
성장 정체, 적자 확대, 다운라운드 - 최근 언론으로부터 집중 난타를 당하고 있는 스트라이프의 위기설 뒤집어보기
 
한 때 실리콘밸리 유니콘의 성공을 상징했던 핀테크 공룡 스트라이프(Stripe)이 최근 언론의 집중 포화를 받고 있습니다. 지난 11월 직원 14%를 내보내는 대규모 구조조정을 단행하였고, 최근에는 상당한 지분 희석과 다운라운드를 감수하면서까지 대규모 자금조달에 나섰지만 예전처럼 반응이 뜨겁지는 않다는 소식입니다.

게다가 자금조달하는 이유 자체가 상장을 미루면서 임직원 스톡옵션 및 RSU (Restricted Stock Unit)와 관련한 대규모 세금이 발생한 때문이란 사실이 알려지면서 경영진의 판단력 자체에 의구심을 가지는 시각도 늘어나고 있습니다.


특히 실리콘밸리 인사이더들의 정보를 가장 발빠르게 전하는 매체 The Information에서는 스트라이프의 펀드레이징에 대한 기사를 매일 생중계하며 스트라이프를 비판하는데 앞장서고 있습니다. The Information의 리포터 케이트 클락은 자신들의 보도가 오랫동안 성역으로 여겨졌던 스트라이프에 대한 신화를 허물고 균형잡힌 시각을 제공하기 위한 명확한 의도를 가지고 있다고 밝히고 있습니다.
"As a reporter who has for years tried to find the cracks in the Stripe’s shiny facade, I more than welcome a balanced conversation about Stripe and its prospects. For so long, questioning Stripe’s valuation was the equivalent of a crime in Silicon Valley. But that’s changing." 


하지만 단순히 비상장 기업가치가 하락하였고 희석을 감수하고 대규모 자금조달에 나섰다는 이유만으로 한 때 100조 원을 넘는 가치를 인정받던 기업의 위기를 논하는 것은 무언가 중간 과정이 생략되었다는 느낌도 듭니다. 그래서 오늘 뉴스레터에서는 스트라이프에 대한 최근의 뉴스를 좀 더 큰 그림에서 다뤄보고자 합니다. 단순히 투자의 혹한기가 와서 회사가 힘들어졌다고 볼 수 있는 뉴스지만 사실 행간에는 생략된 이야기들이 많기 때문입니다.
스트라이프는 누구?

아마 실리콘밸리 뉴스에 관심이 있는 분이라면 스트라이프(Stripe)란 이름을 한 번은 들어보았을 것입니다. 아일랜드 출신의 콜린슨 형제가 2010년 샌프란시스코에서 창업한 스트라이프는 코드 몇 줄로 결제 모듈을 붙일 수 있는 API 기반 결제시스템을 히트시키면서 설립 4년 만인 2014년 유니콘 기업에 등극한 실리콘밸리 대표 핀테크 기업입니다.
미국과 한국의 결제인프라가 다른 측면이 있지만 가장 직관적으로 비교해보자면

  • [전자지갑] 페이팔 👈👉 카카오페이 또는 네이버페이
  • [오프라인] 스퀘어 👈👉 VAN사
  • [온라인] 스트라이프  👈👉 PG사 (나이스페이 또는 토스페이먼츠)

즉, 스트라이프는 국내 PG사와 가장 유사한 서비스라고 볼 수 있습니다. 소비자들이 결제를 위해 사용하는 서비스가 아닌, 가맹점이 결제를 받기 위해 사용하는 서비스인 것이죠. 과거에는 온라인 가맹점이 결제를 받기 위해 복잡한 시스템을 도입해야 했다면, 스트라이프는 코딩 전문가가 아니라도 손쉽게 결제를 붙일 수 있는 인프라를 제공하면서 빠르게 성장하게 됩니다.

특히 스트라이프가 등장한 2010년은 애플 주도의 앱-스마트폰 생태계가 본격화되던 시기였습니다. 당시 세상에 없던 서비스를 만들고자했던 우버나 에어비엔비는 물론 스마트폰 기반의 앱을 출시하고자 하는 대부분의 개발자들이 스트라이프를 결제서비스로 채택하면서 사업 초기부터 유례없는 고성장을 경험한 기업입니다. 스트라이프에 관해서는 국내에서 상세히 소개된 자료도 많아 참고해볼 수 있습니다.


최근 스트라이프는 단순히 결제 서비스를 넘어, 온라인에서 사업을 영위해는데 필요한 모든 금융 관련 서비스를 제공하는 '금융 인프라'로 사업을 확장하고 있습니다. 법인 설립에서부터 통장 계설, 법인 카드, 결제, 정산, 자금관리까지 모두 스트라이프의 플랫폼에서 이뤄질 수 있도록 제품을 확장해나가는 것이죠. 사실 실리콘밸리의 모든 스타트업들은 어떤 형태로든 스트라이프를 거쳐가게 된다고 언급될 정도로 막강한 시장지배력을 가진 기업이 스트라이프입니다. 
스트라이프가 실리콘밸리의 상징이 된 이유는?

스트라이프는 시작부터 꽃길을 걸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실리콘밸리 스타트업을 상징하는 대명사가 된 기업입니다.

1️⃣ 스트라이프는 와이콤비네이터(YC)의 2009년 배치 기업이며, 와이콤비네이터의 성공을 이야기할 때 가장 먼저 언급되는 기업 중 하나입니다. 기업가치 측면에서도 여전히 에어비앤비와 함께 YC 출신 기업 중 Top 2의 위치를 고수하고 있습니다. 
2️⃣ 이미 시드 단계부터 피터틸과 일론머스크가 시드투자자로 참여하였고, 거기에 세콰이어캐피탈, 안데르센호로위츠, 그리고 론 콘웨이가 이끄는 SV Angels 등 지금 기준에서도 최고의 VC라고 할 수 있는 투자자들이 앞다투어 투자에 참여한 바 있습니다. 이후에도 스트라이프는 항상 투자자들이 줄을 설 정도로 라운드에 참여하기 어려운 기업으로 정평이 나 있습니다.

3️⃣ 무언가 모르게 저커버그가 겹쳐보이는 콜린스 형제의 모습도 실리콘밸리만의 페르소나를 형성하는데 한 몫 하였습니다. 어리고, 제품에 미쳐있는 괴짜같은 모습, 그리고 내성적이고 미디어 노출도 선호하지 않는 행보 또한 성공한 창업자의 상징인 저커버그의 초기 모습과 많이 닮아있습니다. 그 결과, 형인 패트릭은 88년생, 동생인 존은 90년생으로 여전히 30대 초반의 어린 경영자임에도 불구, 행보 하나하나가 경험이 일천한 경영자보다는 왠지 천재 창업자의 모습으로 받아들여지는 것입니다. 
스트라이프 창업자 존 콜린슨(왼쪽)과 패트릭 콜린슨(오른쪽) 형제  
물론 이런 외형적인 요인들만 작용한 것은 아닙니다. 사실 스트라이프가 투자하기 어려운 기업이 된 이유는 대규모 투자 없이도 회사를 성장시킬 수 있었던 효율적인 사업모델을 구축했기 때문입니다.

비슷한 시기에 설립되어 항상 비교가 되었던 우버나 에어비앤비는 비상장 단계에서 조달한 금액이 각각 6조 원과 3조 원을 넘어서면서도 항상 대규모 적자에 시달린 반면, 스트라이프는 팬데믹 이전까지 외부에서 조달한 금액이 1조 원에 불과하지만 2019년 40조 원 이상의 기업가치를 인정받고 이익을 낼 정도로 탄탄한 기업으로 인식되어 왔습니다.

조 단위 펀딩이 필요없으니 스트라이프는 항상 투자자 대비 우위에서 기업가치 협상을 해올 수 있었습니다. 소프트뱅크 비전펀드 또한 펀드 출범과 동시에 최우선으로 투자를 희망하여 여러번 문을 두드렸지만 콜린슨 형제는 투자를 받을 필요가 없고 기존 투자자들의 재투자 니즈도 많다는 이유로 거절한 사례는 유명한 일화입니다.
스트라이프의 다운라운드, 뭣이 중헌디?

2021년 기업가치 110조 원을 기록하며 미국에서 가장 비싼 비상장 스타트업에 등극했던 스트라이프가 이제 기업가치를 낮춰 펀드레이징을 진행함에도 자금 조달이 순탄하지 않다는 뉴스는 그 동안 변화된 시장 환경을 단적으로 보여줍니다.
스트라이프의 밸류에이션 변화 (2012 - 2021)  
스트라이프는 팬데믹을 거치며 기업가치가 수직상승한 사례 중 하나입니다. 당시 비교 기업으로 거론되는 페이팔이나 스퀘어의 시가총액이 매출의 20배 이상에서 유지되던 시기였기 때문에 2021년 총 매출액 15조 원 ($12 billion)과 순 매출액 3조 원 ($2.5 billion)을 바라보던 스트라이프 입장에서도 충분히 합리적으로 평가받은 기업가치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페이팔과 스퀘어 모두 고점 대비 70% 가까이 주가가 하락한 상황이기 때문에 스트라이프의 밸류에이션 조정은 어쩌면 당연한 수순인 것입니다.

(1) 409A 가치평가

현재 스트라이프의 기업가치가 기존 $93 billion에서 $63 billion으로 감소하였다는 내용은 구체적으로 회사가 매년 내부적으로 진행하는 공정가치 평가인 409A Valuation에 관한 내용입니다.


미국 세법 섹션 409A에서 유래한 이 내용은 회사의 보통주 현재 가치를 보고하는 공식문서입니다. 미국에서는 스톡옵션 부여 시 행사가치가 회사의 현재 가치보다 낮게 책정될 경우 페널티가 발생하기 때문에 스톡옵션을 부여하는 회사는 매년 409A Valuation 보고서를 작성하여 직원들의 스톡옵션 평가에 활용합니다.
409A Valuation - 보통주 공정가치 평가와 유사
따라서 임직원의 보상 성격이 강한 스톡옵션의 가치평가에 활용되는 409A 기업가치 평가 시 회사는 이를 높게 평가할 유인은 별로 없습니다. 회사의 공정가치가 높을수록 부여된 스톡옵션의 가치는 낮아지기 때문입니다. 

사실 409A 기업가치는 시장에서 거래되는 구주 기업가치와 유사하다고 봐야합니다. 일반적으로 구주가 이전 신주우선주 라운드 대비 30 - 40% 할인된 가치로 거래된다고 볼 때 409A 가치평가를 제대로 진행했다면 직전 신주라운드 대비 기업가치가 낮은 것은 어찌보면 당연한 것입니다. 

(2) 시리즈 I 다운라운드

물론 스트라이프는 현재 진행중인 '시리즈 I' 라운드를 직전 대비 기업가치를 40% 가량 낮춘 $55 billion 수준에서 진행하는 것으로 보여 실질적인 기업가치 하락이 예상되는 상황입니다. 해당 기업가치로 신주가 발행되면 이후의 409A 기업가치는 또 한 번 낮아질 것으로 보입니다.

앞에서 언급한대로 스트라이프의 기업가치가 하락하는 것은 시장 상황을 고려했을 때 당연한 과정으로 보입니다. 요즘같은 분위기에서는 오히려 기업가치를 낮춰 펀딩이 가능하다면 다행이라고 보기 때문이죠. 현재 라운드 또한 기존 투자자인 Thrive Capital이 1.3조 원 투자를 확약하며 이미 리드투자자로 뛰어든 상황이기 때문에 이전보다 펀딩이 어렵더라도 라운드 종결에 큰 문제는 없어 보입니다.
피델리티의 투자 비상장기업 밸류에이션 조정
지난 2021년 3월 진행한 시리즈H 당시 $96 billion 기업가치로 라운드에 참여한 세콰이어캐피탈, 베일리 길포드, 악사, 알리안츠, 피델리티와 같은 기관들은 신주 우선주로 투자하였기 때문에 이번 라운드에서 기업가치가 조정된다면 리픽싱 조항이 발동하여 발행주식수가 조정될 것으로 보입니다. 추가 희석이 발생하여 기존 대주주 및 투자자들에게 영향이 있겠지만 아직 투자자들이 손실을 입었다고 보기에는 이른 감이 있습니다. 

(3) 스트라이프는 정말 고평가되었나?

중요한 것은 스트라이프의 기업가치가 100조 원이든 50조 원이든 과연 실제로 시장에서 그 정도 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느냐는 것입니다.

스트라이프의 기업가치를 평가할 때 반드시 살펴봐야 하는 기업은 네덜란드에 본사를 두고 있는 아디옌(Adyen)이란 기업입니다. 스트라이프와 마찬가지로 API 기반 결제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으며, 외형적인 규모나 사업 방향성 또한 굉장히 유사한 비교기업입니다. 차이가 있다면 아디옌은 이베이와 같은 대기업 고객 비중이 높은 반면 스트라이프는 스타트업과 같은 중소기업 비중이 높다는 것입니다. 
스트라이프와 아디옌의 재무 지표 비교 (출처: Tanay's Newsletter)
거래액 기준으로 스트라이프는 아디옌 대비 20 - 30% 정도 규모가 큰 것으로 집계됩니다. 하지만 이 중 PG사가 가져가는 매출 비중은 스트라이프가 훨씬 큰 것으로 나타나는데 이는 스트라이프의 고객 중 중소기업 및 스타트업이 많다보니 결제사의 수수료를 좀 더 공격적으로 책정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차이가 있다면 아디옌은 2022년에도 35% 수준의 연간 총매출 성장을 예상하고 있지만 스트라이프는 2022년 총매출이 $14.3 billion 수준으로 20% 성장에 그쳤다는 점입니다. 또한 아디옌은 EBITDA 이익률이 63%에 달할 정도로 매력적인 수익구조를 갖추었지만 스트라이프는 여전히 BEP 수준의 수익률을 보이고 있다는 점입니다.
아디옌의 과거 5년 주가 변동
아디옌의 현재 시가총액은 52조 원($41 billion) 수준입니다. 팬데믹 당시에는 주가 상승에 힘입어 시가총액 150조 원을 넘어서기도 했지만 현재는 기업가치가 많이 내려온 상황이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매출 규모가 2배에 육박하고 배후 시장도 더욱 넓다고 할 수 있는 스트라이프가 아디옌보다 약 30% 높은 기업가치로 자금조달을 한다는 점에서 스트라이프가 과도하게 고평가되었다고 보기는 어려우며 스트라이프 또한 현재 펀딩라운드에서 이 점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아디옌의 기업가치에 비추어볼 때 스트라이프는 합리적인 수준에서 펀딩을 진행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특히 결제분야처럼 아디옌 뿐 아니라 페이팔, 스퀘어(블록)와 같은 비교 상장 기업이 많은 경우에는 더더욱 공정 가치를 추정해보기 수월합니다. 다만 스트라이프의 현재 기업가치가 적정 수준이라고 하더라도 추가 업사이드를 기대해야하는 신규 투자자에게 매력적인지는 고민이 되는 지점입니다. 스트라이프 대비 총 결제액이 2배에 이르는 페이팔의 시가총액이 100조 원 남짓이란 점에서 고성장 핀테크 기업에 대한 투심이 회복되지 않는 한 스트라이프의 기업공개 또한 쉽지 않을 것이란 평가가 우세하기 때문입니다.

스트라이프의 위기는 내부에서 시작된다

스트라이프가 지난 팬데믹 2년 기간동안 왜 기업공개를 진행하지 않았는지는 여전히 미스테리로 남아있습니다. 비슷한 시기에 설립되어 고속성장기를 함께한 에어비앤비는 물론 로빈후드, 코인베이스, 소파이 등 핀테크 유니콘 기업들도 앞다투어 상장에 성공했기 때문입니다. 내부 사정에 대해서는 알 길이 없지만 적어도 이 부분에서 창업자들이 시장 상황을 너무 낙관했거나 경영상의 판단 미스가 있었을 것이라는 의견이 많습니다.
'Stay Private Longer'를 비판해 온 우버 시리즈A 투자자인 벤치마크캐피탈의 빌 걸리
실리콘밸리의 유니콘 기업들은 독점적인 시장 지위를 확보하기 전까지 상장을 미루는 기조가 지난 10년 간 이어진 'Stay private longer'의 핵심입니다. 페이스북이 50조 원 기업가치로 비상장 상태를 유지하며 시장독점력 확보에 집중한 결과 상장 후 500조 원 기업까지 단숨에 성장할 수 있었다는 경험을 벤치마킹하는 것입니다.

우버와 에어비앤비 또한 50 - 100조 원에 가까운 기업가치 상승기에 비상장 상태로 성장에 집중하여 현재 시장지배력을 공고히하고 있다는 점에서 'Stay private longer'가 어느 정도 성공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일론 머스크의 스페이스X는 이미 독점적 경쟁력을 확보하였기 때문에 2002년 설립되었음에도 불구 여전히 비상장사로 남아 기업가치를 꾸준히 높여가고 있습니다.

사실 스트라이프의 고민이 시작되는 점이 이 부분입니다. 스트라이프가 지난 10년 간 가장 성공적인 핀테크 기업으로 고속 성장을 구가한 것은 맞지만 결제 핀테크라는 영역에서 볼 때 여전히 페이팔, 스퀘어, 아디옌과 같은 기업과 경쟁해야하는 'One of them' 기업입니다. 어딘가 독보적인 시장 지위를 주장하기에는 애매한 것입니다. 비교 상장 기업이 많다는 것이 편리할 수는 있지만 혁신성이나 독보적 경쟁력을 주장하기에는 단점으로 작용합니다.

이러한 경쟁 상황을 잘 이해하고 있는 스트라이프 경영진은 비상장 상태를 좀 더 유지하면서 성장과 시장지배력에 집중한 후 다음 사이클에 상장을 노렸을 수 있습니다. 게다가 창업자들의 나이가 어리고 이미 조 단위 부를 축적한 상황에서 조급하게 상장을 추진할 유인도 많지 않았을 것입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이번 펀드레이징 자체가 상장을 늦춰서 발생한 스톡옵션 및 RSU 관련 세금 납부를 위해 진행된다는 점에서 스트라이프 경영진의 판단 착오는 명확해 보입니다. 
장기간 비상장 상태를 유지한 스타트업들은 직원들의 스톡옵션에 부여되는 세금 이슈에 직면하게 됨 (출처: FT)
미국에서는 스톡옵션이나 스톡그랜트에 해당하는 RSU의 행사 기간이 최대 10년으로 법으로 정해져있습니다. 해당 기간이 도래하기전에 전현직 직원은 옵션을 행사하여 주식을 받아야하는 것입니다. 또한 주식을 부여받으면 앞에서 언급한 409A 평가에 따라 차익에 대해서는 세금을 납부해야 합니다.

하지만 해당 시점까지 기업이 비상장 상태라면 주식 매각이 어려워 문제가 됩니다. 당장 현금화할 수 있는 돈이 없는데 세금 부담이 생기기 때문입니다. 특히 스트라이프와 같이 대규모 스톡옵션/그랜트를 활용하여 성장한 기업들은 항상 비상장 기간이 10년에 이르게 되면 유사한 이슈가 반복되곤 합니다. 에어비앤비도 창업 10년이 되던 2019년 유사한 상황에 직면하며 2020년 IPO를 서둘렀던 사례가 있습니다.


스트라이프는 당분간 기업상장이 어렵게되자 직원들의 세금납부 및 구주매입을 위해 자금을 조달하는 모양새입니다. 물론 전현식 직원들에게 책임있는 자세를 보이기 위한 행보라는 칭찬도 있지만 그 이전에 해당 이슈를 미리 예상하지 못했다는 점은 여전히 의아한 부분입니다.

게다가 이와 같은 이유로 설립 이후 조달한 자금의 2배가 넘는 5조 원에 가까운 펀딩을 진행하는 것은 부담입니다. 당장 경쟁에서 앞서기 위해 성장과 M&A에 자금을 투자해도 모자란데, 시리즈 I 자금이 회사의 성장에 투입되는 것도 아니다보니 투자 매력도가 더욱 떨어지는 것입니다. 결국 스트라이프의 진짜 위기는 기업가치 하락이 아닌, 반복되고있는 경영 판단의 실패인 것입니다.

스트라이프의 미래는?

예전 뉴스레터에서 유니콘 스타트업의 CFO가 갑자기 사임을 하면 경고신호라는 점을 다룬 적이 있습니다.


아니나 다를까, 지난 2월 2일 스트라이프의 CFO인 디비야 수리야데바라가 가족 문제에 전념하겠다며 갑작스럽게 사임을 발표하였습니다. GM의 CFO에서 2년 전 영입된 스타CFO였는데 중요한 펀드레이징을 진행하는 와중에 갑작스럽게 회사를 이탈하게 된 것입니다.

언론에 알린대로 개인적인 사정인지, 스트라이프의 미래를 보고 이직을 결심한 것인지, 아니면 이번 스톡옵션/RSU 세금 이슈를 미리 예측하지 못한 데 따른 책임을 지는 것인지는 알려진 바가 없습니다. 하지만 이번 사태를 계기로 스트라이프의 경영진에 재정비가 필요하다는 점은 명백해 보입니다.

스트라이프는 여전히 저력있는 회사입니다. 동전의 양면같은 부분이지만 창업자들이 여전히 장기적인 비전을 가지고 회사를 이끌 잠재력과 여건이 된다는 점은 잘 활용한다면 여전히 대체 불가능한 성장 동력이 될 수 있습니다. 경쟁 결제기업 중 창업자가 여전히 실권을 쥐고 경영을 이끄는 곳이 없다는 점도 분명 기회입니다. 또한 구글의 에릭 슈미트나 페이스북의 셰릴 샌버그처럼 창업자들의 미숙함을 보완할 수 있는 파트너를 찾을 수 있다면 이번 위기 또한 순조롭게 넘어갈 수 있을 것입니다.

위기는 반복된다는 이야기처럼 스트라이프 또한 페이팔이 2002년 경험한, 페이스북이 2009년 경험한, 스퀘어가 2015년 경험한 위기를 지나가는 상황입니다. 하지만 리드 호프만이 늘 이야기한대로 실리콘밸리의 가장 큰 경쟁력이 '축적된 경험'이란 점에서 이번 위기 또한 능력있는 리더와 임원들을 영업하여 새로운 도약의 기회로 활용할 수 있을 것입니다. 결국 핵심 관전 포인트는 밸류에이션 하락과 같은 외부적 지표가 아닌, 스트라이프 창업자의 의사 결정 하나하나가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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