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태일의 옛집에서, 황규관

Vol. 40 2020.11.26.

오막살이 집 한 채
- 전태일의 옛집에서
황규관

노예 생활을 박차고 떠난 민족은 
광야에서 40년을 살았습니다  
방황과 분열과 굶주림과 투쟁의 나날이었습니다
기계임을 거부하며 제 몸에 불을 붙인 
한 청년은, 중음신으로 50년을 살았습니다 
젖도 없고 꿀도 없는 50년이었습니다 

그래서 죽어서도 살 수가 없었지요 
죽어서도 차마 죽지 못했습니다 
스스로 죽고도 죽을 수가 없었습니다
뇌성번개에 작은 육신을 태우고도
영혼이 꺾이지 않았으니까요

자고 나도 노예이고 잠을 못 이뤄도 노예이며, 싸우면
싸울수록 기계가 되는 이승의 세월을
저승에서도 굴리고 있었던 겁니다 
그게 벌써 50년입니다 
깃발로 살아온 50년입니다
고공농성으로 펄럭인 50년입니다 
피로 노래를 만들고
노래로 다시 피를 만든 50년입니다

몸 없이 살아온 50년 동안
집 없이 살아온 몇 해를 더 보태 봐도
아직 바다는 멀고 강물은 몸을 
비틀고 떨고 기며 바윗덩이를 굴리고 있습니다

이 모든 것은 오막살이에서 시작되었습니다
오막살이가 그것을 가능하게 했고
오막살이만이 마르지 않은 샘물이었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아직도 광야이고
광야이어야만 하며, 광야를 떠도는 바람으로
겨우 지어진 오막살이입니다
전태일, 그대가 다시 돌아와 
이 마루에 걸터앉아 쬐고 있을 햇볕도
아직 여기에서는 끝나지 않은 채찍입니다
몸속을 파고드는 불꽃입니다 
굴리고 굴려야 할 바윗덩이입니다

하지만 새로운 시작입니다 
불평등의 시간을 가로지르고
차별과 원망과 거짓 언어를 걷어내며
아귀다툼과 욕망의 분배 따위를 태워버리는
적도의 강렬한 태양입니다 
수평선 너머의 수평선
깊이를 알 수 없는 심해입니다

아무도 가보지 못한 태풍의 복판
어깨와 어깨를 부르는 파도
기계와 기계의 동맹을 휩쓸고 난 다음의
달빛 가득한 마당입니다 

영원한 오막살이입니다 
오막살이와 오막살이가 이루어낸 평화이고 
오막살이와 오막살이 사이로 흐르며 
별자리를 만드는 웃음입니다
오막살이 집 한 채가 우리의 거대한 시작입니다

* 청옥 시절 친구들에게 남긴 마지막 편지 형식의 유서를 일부 따왔다.

황규관 1993년 전태일문학상을 수상하며 작품활동 시작. 시집 『패배는 나의 힘』 『태풍을 기다리는 시간』 『이번 차는 그냥 보내자』, 산문집 『강을 버린 세계에서 살아가기』 등이 있다.
*(알림) 전태일의 옛 대구고향집이 시민들의 모금운동을 통해 기념관으로 조성됩니다.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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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이 바라는 근로기준법은 무엇인가요?
 전태일 분신항거 이후 2주만에 결성된 청계피복노동조합. 노조는 전태일이 생전에 제시했던 '노동조건개선 8개항'을 관철하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여러분이 원하는 노동 환경, 노동 조건은 무엇인가요? 사람답게 일할 수 있는 사회는 어떤 사회일까요? 
 근로기준법 준수를 위해 함께했던 청계피복노동조합의 이야기. <청계, 내 청春, 나의 봄>에서 확인해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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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1. 8. 15.(일)까지
- 전태일기념관 3층, 
2020전태일5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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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태일 50주기 국제포럼 리뷰
11월 10일부터 12일까지 온&오프라인으로 진행한 전태일 50주기 국제포럼에서는 노동 환경의 미래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우리나라를 포함한 동아시아4개국의 노동문제와 글로벌 노동운동 연대 강화의 필요성이 제기되었습니다. 앞으로 노동 환경은 어떻게 변화해야할지, 확인해보세요!
📼Soul flower (전태일 50주기 추모 영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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