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를린] '물 마시기'에도 불어 닥친 뉴노멀
 
Newsletter Issue 76

11 June, 2021  1192 Subscribers
 
 
 

흔히 현대인은 정보의 바다에서 살고 있다고 말한다. 만약 정보의 주된 원천이 소셜미디어라면 정보의 바다가 아니라 정보의 구정물에서 살고 있을지도 모른다. 

물이 정화 기능을 상실하면 구정물이 된다. 정보에 있어서 정화 기능은 발신한 정보의 무게만큼 함께 수반되는 책임이다. 소셜미디어는 정화 기능이 거의 없다. 조금 과장하면 계정을 탈퇴하면 그만이다. 그럼에도 최근 소셜미디어에서 공유된 정보를 사유나 검증없이 내면화하거나, 의견의 논거로 사용하는 경우가 많아지는 것 같다. 나도 당당할 수 없다.

바다는 천과 강 등 다양한 물줄기가 만나 이뤄진다. 소셜미디어는 계곡의 급류처럼 빠르고 뾰족할 순 있어도 강처럼 깊을 순 없다. 늦기 전에 진정한 정보의 바다를 이루기 위해 정보 수로를 다양하게 뚫어야겠다. 소셜미디어의 역할은 계곡의 급류면 됐다. 강은 따로 있을 것이다.

+하루에 50번씩 피드백을 확인합니다. 동물은 음식을 먹고 살지만 저는 피드백을 먹고 삽니다. 그렇습니다. (피드백은 뉴스레터 하단에 위치)

도큐 season & work
 
 
 

1. Food by ClubComb
'물 마시기'에도 불어 닥친 뉴노멀 [Germany/Berlin]
2. Music by 을지로 도시음악
Summer Dream by 村田和人 (Murata Kazuhito)
3. Movie by 단편극장
 Cargo
4. Novel by 단편서점
카페, 커피그림  (3/8회)
5. Event by season & work
LIVE 청년 경제 강연, <나는 왜 돈이 없을까>
 
 
 

'물 마시기'에도 불어 닥친 뉴노멀 [Germany/Berlin]
바로 comber
바다를 오염시키고 생태계를 위협하는 주범 플라스틱 쓰레기가 계속 골칫덩어리다. 해마다 커지는 문제에 대응하기 위해 2021년 7월부터 유럽연합(EU) 전 지역에서 일회용 플라스틱 제품의 유통이 금지된다. 독일에서는 더욱 엄격한 기준이 적용돼, 식물추출 생분해성 플라스틱의 일회용 접시나 컵도 금지되게 되었다.

이런 가운데 음료업계에서는 ‘플레이버 태블릿(향 알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페트병 등의 포장 쓰레기를 버리는 일 없이, 외출시 어디에서라도 물이나 뜨거운 물만 있으면, 좋아하는 향의 ‘음료’를 즐길 수 있다고 하는 것이다.

허브와 과일 추출물을 배합한 큐브 형태의 마이크로 드링크(MICRO DRINK) 10종과 60℃의 따뜻한 물에 녹이는 마이크로 티(MICRO TEA) 4종을 제안하는 것은 오스트리아 빈에서 탄생한 스타트업 <워터드롭(water drop)>이다. 공식 사이트에 따르면 기존 페트병에 든 음료에 비해 98%의 플라스틱과 이산화탄소 감축을 실현했다. 향 라인업으로 복숭아에 민들레 등을 배합한 ‘Youth’와 과라나(아마존 특산의 카페인을 많이 포함한 종자) 및 활성탄이 들어간 ‘NERO’ 등 독특한 취향의 것도 있다.

코로나19의 영향으로 독일에서도 음식점의 폐점이 계속 되고 있다. 외출시에는 개인 텀블러를 지참하는 라이프스타일이 뉴노멀로 자리 잡고 있다. 플레이버 태블릿이 있다면 이제는 밖에서도 간편하게 다양한 음료를 즐기는 새로운 라이프스타일이 가능해진다.

마이크로 드링크는 12알에 6.99유로(약 9,500원).
마이크로 티는 12알에 7.90유로(약 10.700원).
설탕 등 감미료를 사용하지 않아 자연스러운 맛.
1알 약 4kcal~.

콤버노트
쉽게 말하면 “평소에 물 좀 많이 드세요”라고 말하는 브랜드다. 공식 웹사이트에 그렇게 쓰여 있다. 그런데 이렇게 ‘진부해 썩어 빠진 메시지’를 어쩜 이렇게 세련되게 제안할 수가 있는가? 눈을 씻고 다시 보고 또 다시 봤다. 단순히 ‘플레이버 태블릿’을 파는 비즈니스도 아니다. 텀블러의 라인업과 이를 소구하는 UX/UI에 또 한번 놀랐다. 아무리 진부한 메시지라도 잘 구현된 브랜드 아이덴티티가 어떤 건지 보여 준 모범적 사례가 아닐까 싶다.

 

Summer Dream 
by 村田和人 (Murata Kazuhito)
양의 아주 아주 주관적인 감상
뜨거운 여름, 마치 휴양지에 놀러 간 것 같은 기분의 곡을 가져왔다. 이 곡이 실린 앨범 이름이 [ひとかけらの夏], ‘한 조각의 여름이라는 뜻이다. 게다가 곡의 제목은 <Summer Dream>이다. 여름 그 자체다.

곡의 전체적인 분위기는 블루스다. 굳이 블루스 중에서도 구분 하자면 ‘West Coast Blues’라고 볼 수 있겠다. 블루스 기반의 연주 위에 여유롭게 부르는 보컬의 조화가 좋다. 카즈히토의 음악 성향도 여유롭고 맬로우한 West Coast 스타일이다. ‘캘리보이라고 해야 하나? 무튼 여름을 주제로 만든 노래가 많다.

특히 여유롭게 늘어지는 기타 사운드가 백사장을 연상케 하고, 해먹에 누워 병맥주 하나 까는 그런 기분이다. 게다가 기분 좋게 진행되는 베이스라인도 듣기 좋다.  아르페지오로 아주 여유롭게 연주하는 피아노 소리에 3연음으로 연주하는 코드 플레이도 좋다.


양의 아주 아주 짧은 인스턴트 지식
무라타 카즈히토는 54년생. 어렸을 때 TV에 나오는 비틀즈를 보고 반해버려 그날로 일렉기타를 사서 무작정 카피 한 것으로 음악을 시작했다. 대학 시절 밴드를 결성해 좋은 성적을 냈고, 이후 야마하에서 악기 판매 영업사원으로 일하다가 81년에 퇴사 후 본격적으로 데뷔한다.

야마시타 타츠로가 키운 가수로 유명하다. 1같은 경우는 대부분 카즈히토가 작사 작곡을 했지만 야마시타 타츠로가 편곡을 해준 곡도 있고, 타케우치 마리야가 작업을 함께한 곡도 있다. 게다가 앨범 활동이 끝난 이후 시간이 나면 야마시타 타츠로의 공연에서 코러스로 등장하는 경우가 많았다. 야마시타 타츠로 스타일의 곡에서는 타츠로 만의 감성을 잘 살리고 있고, 다른 거장의 작업을 거치면 그 거장의 스타일이 곡에 묻어 나온다. 그만큼 유연하게 분위기를 잡을 수 있는 아티스트라고 볼 수 있다.

대부분의 작업한 곡이 여름을 연상하게 해서 일본에서도 여름 남자라고 불린다고. 12개의 앨범을 작업한 가수인데, 안타깝게도 12집을 마지막으로 숨을 거뒀다. 사인은 간암.

+카즈히토의 1집 1번트랙 <電話しても> 꽤 인기가 많은 곡이다. 이 노래도 여름 냄새가 물씬~

season & work

 

Cargo

감독 Ben Howling & Yolanda Remke
출연 Andy Rodoreda, Alison Gallagher
개봉 2013
러닝타임 7
스트리밍 서비스 Vimeo
에이비의 감상 노트
대한민국 사람들은 정말 좀비물을 좋아한다. 호러물은 싫다면서 좀비가 등장하는 호러물은 곧 잘 보는 사람도 주변에 상당히 있다. 아무래도 귀신 같은 영적인 존재가 나오는 음산한 분위기보다 좀비는 좀 더 파이팅(?) 넘치는 액션과 생존 본능으로 상당히 다른 결을 보여주기 때문인 것 같다. 좀비는 두려움보다는 짜릿함을 전하는 호러물인 것이다.

단편영<Cargo>는 좀비물이지만, 액션과 박진감이 없다. 좀비 영화이지만 잔인하지도 않다. 오히려 휴머니즘이 느껴지고 게다가 총 러닝타임7분 동안 단 한마디도 나오지 않는다. 이렇게 들으면 굉장히 루즈한 영화라고 생각하겠지만, 영화를 본다면 그 어느 영화보다 큰 임팩트를 느끼게 될 것이다.

기존의 장르가 가지는 고정된 이미지를 깨고 새로운 이미지와 메시지를 전달하는 것. 장편영화에서는 쉽지 않겠지만 단편영화는 조금은 손쉽게 가능한 요소일 수 있다. 이래서 내가 단편영화를 사랑하지 않을 수 없다.

에이비의 영화 포스트잇
 <Cargo>는 단편영화사에서 기념비적인 작품 중 하나이다. 2013년 세계 최대 단편영화제 중 하나인 트롭페스트 (Ttopfest)’에서 3등을 수상했지만, 유튜브, vimeo 등에서 입소문을 타면서 조회수 15백만을 기록한 단편영화이다. (당시 1등 작품은 조회수 100만 정도였다) 이 인기에 힘 입어서 넷플릭스 오리지날 콘텐츠로 2017년에 장편화 되었다. 주인공은 우리에게도 친숙한 BBC 드라마 <셜록(Sherlock)>에서 왓슨 박사를 연기한 마틴 프리먼이다.

안타깝게도 장편은 흥행에 실패하였다. 그럼에도 <Cargo>의 장편화는 뜻깊다. 현재 영화계는 거대 영화사들이 독점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Cargo>는 장편영화 제작의 새로운 길을 개척했다. 이는 단편영화를 제작하고 있는 아마추어 혹은 초보 감독들에게 한 줄기 희망 같은 작품일 것이다.

에이비

 

카페, 커피그림
3/8회

7월 7일 - 정인

잠은 밤새 오지 않을 것 같다가도 아침 직전에는 정인을 찾아왔다. 동현의 연락은 오지 않았다. 동현의 연락이 정인의 마음을 힘들게 하는 것은 아니었다.

연락이 오지 않아도 정인은 잠을 잤고 아침에 일어났다. 카페에 도착하면 전날 발주 넣은 물품들을 받아서 냉장고 속에 차곡차곡 정리했다. 손님들이 오기 전까지는 라디오를 들으며 언젠가는 팔릴 옷들을 리폼했다. 고양이가 그녀에게 다가오면 사료와 물을 작은 그릇에 채워놓았다. 고양이가 밥을 먹기 시작하면 정인은 자신도 커피 한 잔을 내려 마시며 숨을 돌렸다. 손님들이 없는 틈틈이 밥도 잘 챙겨 먹었다. 정인은 동현의 연락이 없이도 잘 지냈다. 이 사실이 정인의 마음을 힘들게 했다.

정인은 고등학교 2학년 때부터 지금까지 동현과 연애하고 있었다. 11년이란 긴 시간이었다. 그러나 두 사람은 그 시간의 대부분을 떨어져 보냈다. 동현은 서울로 가서 대학을 다니고, 로스쿨에 진학하고, 변호사 시험을 준비하고 합격해서 로펌에서 일을 했다. 그동안 정인은 공주에서 대학을 다니다가 부모님이 돌아가셨고, 급하게 일을 시작했다. 그리고 약간의 돈이 모였을 때 카페를 차렸다. 문득 정인은 어쩌면 두 사람이 떨어져 있는 것에 더 익숙해져 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방학이 깊어지자 정인의 카페를 찾는 손님들이 주변 학교 학생들에서 공주를 여행하러 온 젊은 여자들이나 커플들로 바뀌었다. 정인은 전국 각지에서 온 여자들의 수다와 커플들의 모습에서 사랑의 다양한 모양을 살펴보기 시작했다. 전에는 없던 습관이었다. 정인은 지금 자신의 연애가 당연히 거쳐야 할 과정을 밟고 있는 것인지 확인하고 싶었다. 29살의 정인에게 남자는 동현 한 명뿐이었기에 때문에 더 간절했다.

언제부턴가 한 남자가 매일 같은 시간에 카페를 찾기 시작했다. 정인에게 생긴 새로운 습관은 그 남자에게도 적용되었다. 하지만 남자는 와서 어딘가에 연락도 하지 않았고 누군가와 같이 와서 대화하는 모습도 볼 수 없었다. 테이블에 앉아서 무언가를 끄적거리거나 읽을 뿐이었다. 홀로 있는 남자의 모습에서는 정인은 다른 연인의 모습을 발견할 수 없었다.

(3회 끝. 4회 계속)

최현승

+작가소개 : 작은 조약돌과 같은 글을 꿈꾸는 최현승입니다.
+글소개 : 29살 정민과 27살의 상민의 여름 날. 그리고 카페 ‘커피그림’의 이야기입니다.
 
 

LIVE 청년 경제 강연
<나는 왜 돈이 없을까>

01 - 이선호 과학커뮤니케이터 / 6.28(월)
"4차 산업혁명이 온다는데 온 거야 만거야"

02 - 김얀 작가 / 7.1(목)
"사회초년생! 오늘부터 '돈'독하게 모아보자!"

03 - 김찬호 교수 / 7.5(월)
"나는 왜 돈이 없다고 생각할까?"


 
 
 
FEEDBACK : 이번 뉴스레터는
제철과일 season & work
heavyfeather.docu@gmail.com
서울시 중구 을지로 157 대림상가 5층 575호

뉴스레터는 매주 금요일 오전 7시 30분에 발송됩니다. 
수신거부 unsubscrib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