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그래서 수족냉증인 사람들을 부러워할 때도 있었다. 정말 한겨울이 아닌 이상에, 보통은 늘 손이 따뜻한 편이었다. 꽁꽁 얼어있던 겨울에도 따뜻한 곳에 들어가면 손이 금방 따뜻해졌다. 손이 시렵더라도 따뜻한 손보다는 차가운 손이 더 좋은데. 그렇지만 손이 따뜻한 체질을 타고난 걸 바꿀 수는 없었으므로, 한겨울에도 아이스크림을 좋아하는 인간 정도로 타협할 수밖에 없었다. 야, 손이 차가우면 마음이 따뜻한 거래. 어렸을 때부터 이런 이야기를 건네는 사람들을 자주 만났는데, 그렇게 실없고 귀여운 말들을 좋아했다. 그런 실없는 말에는 늘 들키지 않게 웃고 싶어졌다. 

 이전에 <발명! 쓰레기걸>을 스쳐가듯 소개한 적이 있었는데, 이 채널의 강력한 썸네일을 함께 공유하고 싶어서 다시 가져왔어요. 채널명부터 남다르긴 하지만, 업로드되는 콘텐츠마다 일상적인 소재를 획기적으로 비틀어서 감탄하게 되더라고요. '친구의 뇌를 통속에 넣었습니다', '완전 빡치는 물건만 들어있는 쓰레기 뽑기 만들기' 등등 어디서도 본 적 없는 기괴하고 웃긴 메이킹 콘텐츠들을 만나볼 수 있어요. 보는 내내 '도대체 이게 뭐지...?'와 '그런데 쓸데없이 너무 잘 만들어...'를 오가면서 지루할 틈 없이 보게 되는 채널인 것 같아요. 쓸데없는 선물 교환을 좋아하신다거나, 평소 이상한 장난을 칠 궁리를 즐기시는 분들이라면 분명 재밌게 보실 수 있을 거예요! 

 한때 제 기준 최고의 러브송이라고 생각했던 9와 숫자들의 '몽땅'이라는 노래에, 이런 가사가 나와요. '주지 않을 거라면 설레는 표정 친절한 말투 그 무엇도 주지 마/ 줄 거라면 숨기고 싶은 비밀 그 어떤 어둠도 모두 달란 말이야'. 누군가를 좋아하게 되면 좋은 모습만 보여주고 싶은 마음이 너무나 커져버려서, 숨기고 싶은 모습만 자꾸 늘어나다가 결국엔 실패할 때가 많았는데요. 엉망진창인 모습까지도 다 보여달라고 귀엽게 우기는 가사에 홀랑 빠져버렸고, '몽땅' 사랑할 수밖에 없는 사람을 만나면 이 노래를 같이 들어야겠다는 생각을 했던 적이 있어요. 

 타인의 곁에서 100퍼센트의 내가 되는 일도 비슷한 맥락이지 않을까요. '있는 듯 없는 듯 지낼 거야'라는 말을 자주 하기도 했지만, 사실 경솔하게 선명해질 수 있는 순간들을 너무나 바라왔는지도 모르겠네요. 요즘은 마음껏 선명해질 수 있는 사이가 아니면, 사람들을 잘 만나지 않았는데요. 익숙한 반경 안에서 따뜻하게 잘 지냈더니, 이제는 또 0퍼센트로 투명해질 수밖에 없는 자리에 가도 씩씩하게 잘 웃으면서 버틸 수 있을 것 같은 기분이 드네요. 99.9% 선명했던 순간들을 생각하면서, 이번 주도 무사히 버텨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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