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치 채신 분 계신가요? 각주* 44호는 원래 지난주에 발송됐어야 했어요. 그런데 편집부가 그만 까먹고 말았습니다. 마감과 동시에 세 가지 이벤트를 준비하느라 혼이 쏙 빠져 있었어요. 어느 날 돌아보니 각주* 발송일이 지나 있어 저희도 당황했답니다.
마티가 준비한 5-6월 소식 제일 먼저 알려요!

📍신간! 장정일의 『신악서총람』 출간
📍사람의 일, 고양이의 일』 알라딘 북펀딩
📍마이너 필링스』 저자 캐시 박 홍 방한(!)과 북토크 (캐시 이즈 커밍)
📍라우터커피에서 마티 블렌드 커피 마시고 책 초콜릿 먹고 선물도 받을 수 있는 이벤트

북펀딩이 시작됐고, 북토크 장소와 일시를 정했고, 라우터커피에 들고 갈 짐들을 어제 다 꾸렸습니다. 한숨 돌릴 새 없이 오늘은 라우터에 시트지를 붙이러 가요. 마티가 준비한 자리 어디에서든 구독자 여러분을 만날 수 있길!

[알라딘 북펀드 OPEN]

고양이를 따라가는 단단을 따라가요

🧼 퐁퐁


명절이면 양손 가득 먹을 것을 들고 방배동 고양이를 만나러 갑니다. 벌써 5년이 되었어요. 평소에는 일하느라 바쁘다는 핑계로 얼굴을 비치는 대신 가끔 친구 단단의 손에 이것저것 먹거리만 들려 보내다가 명절에 큰맘 먹고 가는 것이죠. 그날은 활동하기에 편한 옷을 입고 튼튼한 등산화나 장화를 신습니다. 재개발로 텅 비어가는 동네 어귀에 주차를 하고, 라텍스 장갑을 낍니다. 트렁크를 열어 고양이 밥, 그릇, 휴지, 물티슈, 쓰레기봉투, 접이식 삽, 물 등 살림들을 챙기고서 빵빵해진 배낭을 둘러메고 생수통 네 개를 한쪽 어깨에 짊어지고 산을 오르죠. 우거진 수풀을 헤치고 나가다 보면 나무 가림막이나 스티로폼 상자 안에 마련된 밥자리가 나옵니다. 생수통 하나를 꺼내 그릇들을 헹구고 깨끗한 물을 붓고 먹이를 그득 담고 뒤를 돌아보면 언제 왔는지 고양이들이 조용히 앉아 있어요. 재빨리 캔을 따서 그릇에 담아준 뒤 다음 밥자리로 이동합니다. 같은 일을 몇 번 더 반복하면 그날의 일이 끝나요. 다음에 또 고양이들을 만날 수 있을지는 모르겠어요. 잘 지내라고, 오늘처럼 사람과 적당히 거리를 두고 지내라고 당부 인사만 건넬 뿐입니다. 저의 명절 일과는 이렇게 끝났는데, 이 책의 저자 단단은 이틀 뒤에 또 올 거예요. 일주일에 최소 세 번, 경기도 김포에서 서초구 방배동까지 왕복 70킬로미터를 오갑니다. 2017년 재개발로 인해 30년 넘게 살던 방배동을 떠나 김포로 이사 간 다음 날부터 이 일을 하고 있어요. 시각예술가인 단단은 어쩌다 이 일을 하게 됐을까요?

저는 단단과 알고 지낸 지 올해로 딱 10년이 되었습니다. 3년 차에 접어들 무렵부터 우리의 대화에 고양이 이야기가 끼어들었던 것 같아요. ‘창문 너머로 우연히 마주친 고양이에게 밥을 주었다’로 시작된 이야기가 ‘아픈 고양이를 병원에 데려가도 될까? 재건축이 언제 시작될까? 그 전에 중성화수술을 시켜야 할까?’라는 고민으로 이어지기까지 많은 일이 있었습니다. 어떤 날은 고양이 때문에 깔깔 웃고, 어떤 날은 고양이 때문에 펑펑 울고, 또 어떤 날은 고양이 밥그릇 뒤엎는 사람과 싸우다 분통을 터뜨렸어요. 가끔은 단단을 거들고 또 가끔은 말렸습니다. 저렇게까지 두 발 벗고 나서는 일이 사람에게도 동물에게도 괜찮은 일일까 고민되었고, 사람과 싸우다 단단이 다칠까 봐 걱정됐거든요.

그런데 단단은 누가 말린다고 멈추는 사람이 아니었어요. 남의 말을 안 듣는 게 아니라, 남의 말을 듣고, 공부도 하고, 관련 제도도 찾아보되, 거기에 자신의 눈으로 지켜보고 경험한 것을 더해 끝까지 고민하고 행동하는 사람이거든요. 고양이와 고양이 사이에서, 사람과 고양이 사이에서, 사람과 사람 사이에서 어떤 일이 최선일지 고민합니다. 당연히 쉽지 않아요. 언제나 ‘인간적인’ 생각과 감정에 가로막힙니다. 사람이 ‘최선’이라 생각한 일이 고양이에게도 ‘최선’일 리 만무합니다. 그렇게 단단이 고양이를 따라가는 모습을 지켜보며 제가 할 수 있는 말은 이 모든 일을 꼭 기록해두라는 것이었어요. 마음 쓰고 몸 쓰며 따라간 그 ‘일’을 써두자고요. 6년 전 봄, 고양이들이 잠자는 지하실 입구를 벽돌로 막은 옆집 아주머니와 세차게 대거리를 한 다음 날이었던 것 같아요. 그땐 그 뒤로 얼마나 많은 일이 일어날지 몰랐습니다. 원고를 쓰기까지 이렇게 오랜 시간이 걸릴지도 몰랐고요. 

이 책은 제목 그대로 ‘사람의 일’과 ‘고양이의 일’이 교차하는 이야기예요. 어디서도 본 적 없는 고양이 3대 가족 로망스, 단단이 849일간 관찰한 고양이 28마리의 일이 생생하게 펼쳐집니다.

우리 함께, 고양이를 따라가는 단단을 따라가볼까요?
❝ 캐시 이즈 커밍 ❞

조용히, 은밀히 계획을 세우다가 참지 못하고 공개해요. 


다음 달, 2021년을 휩쓴 책 『마이너 필링스』의 저자 캐시 박 홍이 한국에 옵니다!

한국 독자들을 만나고, 차기작 자료 조사를 하고, 가족과 친구 들을 만나기 위해 미국에서 건너올 예정.


저자 북토크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6월 말에 만날 수 있을 것 같아요. 곧 자세한 소식 전할게요.

마티 SNS를 눈여겨봐주세요!

표지입니다. 이 책은 장정일이라는 이름이 저자로 인쇄된 61번째 표지입니다.

🦻팔랑

그의 첫 시집은 햄버거에 대한 명상』이었고, 첫 소설은 아담이 눈뜰 때』입니다. 책과 사유와 문학을 햄버거로 등치하던 그의 거칠고 불온한 기세는, 오늘까지 한 입도 달라지지 않았습니다. 수년 전 빌린 책 산 책 버린 책』을 만들 때도 그는 책을 낸다는 것에 매순간 곤혹스러워하고 괴로워하며 장래에는 출간을 끊겠다는 단호한 의지를 세웠습니다. 그럼에도, 자주 들르고 연락하는 어느 어느 편집자들의 청탁과 애정에는 다정하고 무르게 결국 고개를 끄덕여준 덕분에 애독자인 저 또한 드물게나마 그의 일기들을 한 권으로 읽는 즐거움을 누릴 수 있었지요.

제가 이번에 편집한 신악서총람』은 2015년 이후로 지금까지 음악에 관한 책을 읽은 서평들입니다. 책이 나와 도움을 줄 만한, 책으로 도움을 받을 독자 제위가 한 명 있는가를 골몰하며 그 한 명을 위해 마지막까지 교정지를 놓지 않은 작가는 심지어 따옴표 개수나 쉼표 위치, 아주 사소한 사건의 선후관계를 끝까지 따지고들면서도, 표지 등 출판사의 진행에는 유독 의견을 피력하지 않습니다. 본문 디자인도 표지 디자인도 작가의 영역이 아니라고 여기는 장정일은, 작가의 자리는 오직 글이 주장하고자 하는 바. 무슨 글을 왜 쓰는가에만 남아 있다고 믿으며 그렇게 삽니다.

표지 디자인을 맡아준 이기준 디자이너는 세 개의 각기 전혀 다른 시안을 보여주며 이 첫 번째 시안에 목소리를 실었습니다. 그런데 마티의 편집자들도 모두 이 시안을 선택했습니다. 
오선지와 노트와 원고지가 나란히 겹쳐진 이미지가 책의 내용을 짐작하게 해주었고, 짙은 빨강만큼 장정일과 어울리는 색은 또 없겠구나 싶었습니다. 혹여 구독자 분들은 이 표지에 흠칫 놀라실 수도 있겠다 싶습니다. 어떠신가요? 
인쇄소로 작업물을 보내려는데, 한 웅큼의 걱정이 책상 위로 떨어지더라고요. ‘전화 오면 어쩌지? 이게 표지냐고, 본문은 왜 이 모양이냐고 분명 전화가 올 것 같아!’ 순간 주춤하긴 했으나, 강렬한 본문 레이아웃과 서체, 인용문을 다룬 솜씨, 표지의 강직함이 여전히 편집자인 저의 마음에 쏙 들어옵니다.

이 표지는 장정일의 이름이 새겨진 61번째 표지입니다.
아무것도 없는 표지를 완벽하게 공감할 것이 분명한 작가 장정일을, 약력에 데뷔 연도만 남겨둔 장정일의 의지를, 저는 편집자로서 적극적으로 옹호하고 사랑합니다. (62년생 달성에서 태어나 84년 시를 발표한 장정일이 올해 61세가 되었다는 것을, 저는 오늘에야 발견했습니다.)

『신악서총람』은 6월 2일 배본 예정입니다.

❝ 커피 드시러 오세요 ❞

2022년, 마티는 책을 이고 지고 여기저기 가볼까 합니다. 누구와 함께 가게 될지 아직 정해진 것은 별로 없지만, 혼자 다니는 것보다는 덜 심심할 것 같아서 마티의 친구들에게 연락해보려 해요. 첫 번째 친구는 라우터커피입니다. 마티 편집자들이 라우터커피를 좋아하고, 라우터커피가 마티 책을 좋아해서 첫 랑랑 순회전을 라우터커피에서 엽니다.


마티는 라우터를 마티 책으로 꽉 채울 거예요. 소소한 이벤트도 준비했어요.

라우터커피는 마티를 위한 첫 블렌드 원두를 만들어주셨답니다! 초여름 상쾌하고 부드러운 밤바람과 우거진 숲의 밀도가 잘 표현된, 독특하고 근사한 커피랍니다.


구독자 다섯 분께 라우터에 직접 오셔서 드실 수 있는 마티 블렌드 쿠폰을 선물하려고 해요! 

아래 버튼을 눌러 신청해주세요. 당첨자 분께는 6월 1일(수)에 개별 연락 드릴게요!

❝ 한량의 도시, 강릉으로 ❞
🌱 죽순
느루 스테이에서 찍은 사진들  

강릉에 휴가 답사(?)를 4월에 다녀오고 구독자 분들에게 강릉 여행 정보를 드리고 싶어 지면이 생기길 기다리고 기다려 오늘에야 씁니다.


숙소: 느루 스테이

느루 스테이는 3대째 내려온 한옥을 세련되고 편안하게 개조한 숙소입니다. 자박자박 돌이 깔린 마당을 지나 소박하고 따뜻한 툇마루를 건너 문을 열면, 맑은 풍경 소리와 주인장이 고르고 고른 잔잔한 음악이 손님을 맞아요. 매일매일 웰컴 간식이 바뀐다는데, 제가 간 날은 강릉에서 나고 자란 메밀로 만든 메밀차. 툇마루에 방석을 깔고 앉아 따뜻하게 한 잔 마시니 생각을 비우고 몸을 쉬러 왔다는 게 실감 나더라고요. 거실 한쪽에 너른 자쿠지가 있어서 쌓였던 피로도 풀 수 있어요. 초당마을 주택가에 자리하고 있지만 사적인 휴가를 즐길 수 있도록 담장과 블라인드, 마당을 세심하게 신경 썼어요. 느긋하게, 가만히, 어깨에 힘을 탁 풀고 쉴 수 있는 곳.  

덧: 거실 천장에서 가장 굵은 서까래는 주인장의 할아버지 대부터 내려온 거래요.


맛집

느루 스테이 바로 앞에 있어요. 아침부터 차량 행렬이 끊이지 않기에 아점 끼니로 낙점. 맑고 고소하고 뜨끈한 순두부! 빨간 양념의 전골보다는 몽글몽글 흰 순두부를 추천합니다. 모두부도 꼭 하나 시키세요. 품절될 수 있으니 빨리 가세요!


대동면옥

강릉 현지인의 소개로 간 막국수집. 특별해! 까진 아니지만 맛있어! 는 확실합니다. 그거 아시죠, 대단한 미식가 한 명 만족시키는 것보다 먹는 거 좋아하는 수백 명을 끌어당기기가 힘든 거. 그걸 해내는 곳이라고 생각합니다.


테라로사 커피공장 강릉본점

강릉에서 뵌 친구의 아버님 가라사대, “그 대표가 97년 IMF 때 실직하고 일본인가 가서 사람들이 줄 서서 먹는 카페 하나를 유심히 지켜본 거야, 근데 그 집 커피가 셨대. 그래서 산미 있는 커피를 해야겠다 하고 테라로사를 열었다더라고. 거기 커피가 좀 시잖아”. 요즘은 예전에 비해 산미를 좀 약하게 하는 편이라고 해요. 저는 간 김에 제일 비싼 원두를 골라 필터 커피로 마셨고, 비싸거나 말거나 한 잔 더 마실 뻔했습니다. (본점은 차 없이는 가기 어려워요.)


서점: 한낮의바다

조용한 골목, 조용한 서점. 서점 문을 열고 들어서면 사악 느껴지는 기운들이 있는데, 이곳의 기본값은 침묵. 작은 공간을 둘러싼 서가 앞에서 손님 모두 조용조용, 조심조심 책을 고릅니다. 편하게 집어 있는 에세이와 주인장의 색깔이 묻어나는 문학들, 그림책들, 약간의 인문서가 있어요. 마티 책은 젊고 아픈 여자들』과 혼자가 아니라는 감각 있었어요. 지금은 이 책들을 누군가가 데려가서 그곳에 없었으면 좋겠어요. 아니다, 재주문을 하셨다면 제일 좋겠어요.✨

이번 주 마티의 각주* 어떠셨나요?
책 좋아하는 친구가 떠올랐다면?
도서출판 마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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