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수가 난 미국 데스밸리 사막, 연합뉴스

홍수로 위협을 받은 나라는 남아시아뿐만이 아니에요. 미국에서 가장 뜨겁기로 알려진 데스밸리 사막에는 8월 5일 1년 치 내릴 비의 75%가 3시간 동안 한꺼번에 내려 홍수 주의보가 발행되기도 했어요. 미국 국립해양 대기국(NOAA)은 '1천 년에 한 번 일어날 사건'이라고 말했어요.

한국 역시 중부 지방을 중심으로 기록적인 폭우가 내리면서, 지하철이 멈추고 차량 수 천대가 침수되었고, 17명이 숨지고 4명이 실종되고, 28명이 다쳤어요. 이재민은 2만 5444세대 (4만 2807명)로, 아직까지 집으로 귀가하지 못한 이들도 780세대(1247명)나 돼요.

이 많은 물은 어디서 오는 걸까? 💦

이를 알려면 먼저 가뭄으로 물이 부족한 나라들을 볼 필요가 있어요. 7월 말 기준 유럽연합과 영국 토지의 60%가 가뭄 상태이고, 그중 15% 토지에 농작물에도 피해가 발생하는 ‘경보’ 단계가 발령이 났어요. 요하네스 바르게 (Johannes Bahrke) EC 대변인은 “지금 가뭄이 최소 500년 동안 최악일 수도 있다”고 경고했죠.

영국 남부와 프랑스는 1836년과 1959년 기상 관측을 시작한 이래로 가장 건조했어요. 영국 남동부 지역에 144일간 비가 오지 않았어요. 영국은 가뭄으로 소비자 물가가 전년 동월 대비 10%가 넘게 올랐어요. 유명한 템스강 상류도 바닥이 보이는 수준이죠. 프랑스 역시 최악의 가뭄을 겪고 있어요. 프랑스는 지자체 101곳 중 93곳에 가뭄 경보를 발령했고, 100여 개의 시와 마을에 수도 공급이 끊겼어요. 

이탈리아 포(Po)강 보레토 다리 아래로 갈라진 메마른 땅이 드러났어요, 로이터연합뉴스

이탈리아는 작년 12월부터 지금까지 비가 내리지 않았으며, 전년대비 강수량이 70%가 감소했어요. 이러한 이유로 이탈리아의 주요 하천인 포 강과 가르다호 곳곳이 말랐어요. 이탈리아에서는 미용실에서 손님 머리를 2번 이상 감겨줄 경우 최대 500유로 (한화 70만원)의 과태료를 물리는 지침이 발표되기도 했어요. 수도를 계속 틀고 있으면 1분당 13L의 물이 소비되며, 머리를 두 번 감길 경우 총 20L 가까이의 물이 소비되는데서 온 지침이었어요. 

수도를 계속 틀고 있으면 1분당 13L의 물이 소비되며, 누군가의 머리에 샴푸를 칠하고 헹궈내는 작업을 두 차례 반복하는 데는 최소 20L의 물이 필요하다.

기후재난은 곧 식량위기로..

포 강의 경우 70년 만에 최저치 수위라고 해요 강물의 90%가 줄어들었죠. 강물이 비어진 자리로 짠 바닷물이 밀려오고 있어요. 포 강 유역은 이탈리의 농업 생산량 1/3을 차지하기 때문에 비상상태가 선포되었고, 짠 바닷물로 인해 곡물 생산량의 60%가 감소할 것으로 예측되었고, 올리브와 쌀의 생산량이 감소해 가격이 최대 50%까지 오른 상황이에요. 봉골레 조개도 고염분과 고온으로 30%가 폐사하였어요.

프랑스 서부 지역의 한 농장이 8일(현지시간) 극심한 가뭄으로 쩍쩍 갈라져 있어요, 로이터연합뉴스

스페인은 지난달 사상 최고 기온을 기록하고, 댐 수위가 28%까지 낮아지면서 물 부족에 시달리고 있어요. 덥고 건조한 날씨 속에서 올리브 수확량이 1/3 정도로 감소할 것으로 예상돼요. 🫒

유엔 식량농업기구(FAO)는 지난달 발표한 ‘세계 곡물 수급 개요’에서 올해 곡물 생산량이 4년 만에 감소할 것이라는 분석을 내놨어요. 

현재 독일 가뭄 모니터링, UFZ

전력 생산과 화물 운송에도 영향을 끼치는 기후재난 🚢

독일 라인강은 물류 이동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강인데요. 수심이 현재 40cm로 사상 최저 수준으로 낮아져 석탄 수송이 지연되어 전력 생산에도 차질이 생기고 있어요.

독일 라인강은 수심이 얕아지면서 월활한 운행을 위해 대형 화물선들의 화물양을 평소의 1/4로 줄이면서 제조/물류도 타격을 입고 있어요. 운임료도 3배 이상 올랐죠. 이는 곧 물가 상승과 이어져요. 수일 내 라인강의 수위가 30cm가 될 것으로 전망되는데, 그럴 경우 화물선 운항이 아예 중단될 예정이에요.

독일 라인강 수위가 영유아 키 높이 정도인 40cm라니... 데일리포스트

프랑스에서는 냉각수 부족으로 56기의 원자로 가운데 절반을 가동 중단시키고, 전력을 영국에서 수입하고 있는 상황이에요. 

중국의 경우, 8월 19일 기준 3개월간 지속된 폭염으로 강우량이 급감하여 66개 하천과 25개 저수지가 말라 30만 명이 식수난을 겪었어요. 

중국의 양쯔강 수위는 150년 만에 최저치로 떨어졌고, 대부분의 전력을 수력에 의지하는 중국 남부의 경우 심각한 전력난을 겪어 폭스바겐, 도요타, 폭스콘 등 세계 주요 기업들이 공장 가동을 멈추거나 생산량을 줄이는 일도 발생했어요. 전력난으로 인해 상하이의 전광판들도 잠시 불을 꺼 잠시 야경을 볼 수 없었던 적도 있어요. 이 지역은 지금은 폭우가 쏟아져내려 3600여 명의 이재민이 발생하는 등 양극 기후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인간보다 고통받는 야생동물 

아프리카 케냐의 23개의 지역이 심한 가뭄으로 물 부족을 겪고 있으며, 케냐국립가뭄대책본부(NDMA)는 현재의 식량 불안정 인구 410만 명이 가뭄으로 인해 10월이면 435만 명으로 늘어날 것으로 예측했어요. 

케냐에서는 가축들과 야생동물들도 말라죽고 있다고 해요. 나집 발랄라 케냐 관광야생동물부 장관은 "지난해 밀렵으로 죽은 코끼리는 10마리도 채 안 되지만 가뭄으로 물을 먹지 못해 죽은 코끼리는 최소 179마리에 이른다"라고 말했을 정도예요. 밀렵으로 사망한 코끼리보다 가뭄으로 사망한 코끼리가 20배가 넘는 것인데요. 🐘

야생동물이 물을 찾아 모여드는 케냐 남동부의 차보국립공원에선 최근 바짝 말라죽은 코끼리 사체가 어렵지 않게 발견되고 있어요. 북부지역에서는 코끼리뿐만 아니라 죽은 기린과 염소, 낙타, 소 떼 등의 사체가 무더기로 발견되고 있어요. 

원인은 당연히 기후변화

전문가들은 이들 나라에서 증발된 물이 다른 나라에서 폭우로 떨어지고 있는 것이라고 하는데요. 하늘로 올라간 물은 어디론가 내려와야 하기 때문이에요. 유럽과 중국 등지에서 증발한 물이 파키스탄과 같은 나라에 물 폭탄으로 떨어지고 있는거예요.

유엔기후변화 보고서 AR6, 편집 지구엽서

현재 상태가 유엔에서 예측한 지도와 비슷해서 이미 예견되었던 일이었다는 걸 우린 알 수 있어요. 아래의 비교 사진을 보면, 유럽과 중국 남부에서는 물이 사라지고 있고, 파키스탄과 인도 북서부에는 물이 집중되고 있어요. 벌써부터 예측 사진과 매우 흡사해지고 있어요. 

이러한 현상은 온도가 올라가는 동안 더 극단적인 양상으로 바뀔 거예요. 지구의 온도가 올라가면, 그만큼 수증기를 더 많이 품을 수 있고 극단적인 날씨를 낳게 되겠죠.

유엔기후변화보고서 AR6와 비교한 8월 날씨 (mbc), 편집 지구엽서

이번 8월 세계 날씨를 보면, 이제 어느 나라도 안전하지 않은 것 같아요. 기후 위기는 단지 비가 더 와서 불편하다에서 끝나는 게 아니라 전기세와 채소, 곡물값 등 생활비 전체가 올라 가정경제도 타격을 입게 돼요.  

하지만 이 고통의 크기는 모두에게 같지는 않을 겁니다. 국가 간, 계층 간, 세대 간 불평등은 더 심화될 것이고 이번 서울 반지하 사고처럼 약자에게 더 가혹할 거예요. 지난 8일 밤 수도권에 내린 폭우로 서울 관악구 신림동 반지하에 살던 발달장애인 가족 3명이 사망한 일을 지구인들도 많이들 아실 거예요.

실제로 “여성환경연대가 지난 5월 30일부터 6월 12일까지 전국 성인 남녀 1,263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월 소득이 낮을수록 기후변화를 더욱 심각하게 인식하고 있었어요.”

하지만 결국 얼마나 버티는지의 차이일 뿐, 곧 모두가 고통받을 것임은 자명한 일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