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리는 미술과 어떤 방식으로 대화할 수 있을까요?
미술과 대화하는 방식
14호는 미술이 우리에게 어떻게 다가오고 있는지를 보고 있습니다. 이번 호에서는 전시를 통해 예술과 관람객이 대화하는 방식을 알아봅니다. 오늘 아현이 설명하는 d/p에서 열린 안초롱 작가의 개인전 《펨 Fem》에 관해서 읽어볼까요?
당신의 잔상들
글. 아현

문득 가까운 사람이나 그리운 장소에 관한 기억이 흐릿할 때가 있다. 가족의 얼굴, 뒷모습이나 목소리, 작은 습관들, 추억이 쾨쾨하게 쌓인 공간의 냄새나 조명 등 세세한 특징은 날아가고 잔상만 남게 된다. 그럴 때, 사진은 우리가 잊고 넘어간 시간을 기록해주고, 잊지 않도록 도와준다. 아름다움을 담고자 하는 사진이 아닌, 사소한 일상을 담은 사진들. 안초롱 작가는 d/p에서 열린 이번 개인전 《펨 Fem》에서 작가의 일상과 가족, 지인을 공유한다. 집 안과 밖을 교차하는 이미지들은 정확한 주제나 시간성을 띠지 않은 채, 작가가 간직하고 싶은 기억을 담아낸다.

전시는 사진이 지니는 매체적 특성에 대해 질문한다. 모두가 쉽게 사진을 찍을 수 있고, 심지어 컴퓨터 기술을 이용해 자연을 뛰어넘는 현실을 창조할 수 있는 지금, 사진작가가 찍어 담아내는 사진의 미학에 의문을 제기한다. 이에 안초롱 작가는 사진이 기억을 소유하는 수단이 되고, 평범한 주변 인물들의 존재를 강조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안초롱 개인전 《펨 Fem》 전시 전경. (사진 촬영: 이아현)

한편, 작가는 카메라의 눈을 통해서 개인의 욕망을 비춘다. 하트 모양이 있는 필터나 ‘♡I♥YOU♡’ 같은 문구가 찍힌 일상적 풍경을 통해 사진을 찍으면서 혹은 찍고 느꼈던 감정을 표출한다. 현상한 사진 위에 자연 풍광이 담긴 태그 체인을 붙여 평면적인 사진 전시 방식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의지를 강조한다. 이렇듯 전시는 자유자재로 사진을 이용하고 표현할 수 있는 자유로움과 일상적인 순간을 포착한 일상성을 교차하며, 사진의 배경인 집 안팎을 그린다.

안초롱, 2021 Scene by Mom, Digital C-print, Acrylic Frame, Tag Chain, Suction Cup, 6 X 4cm, 2022.
(사진 촬영: 이아현)

전시 제목인 ‘펨(Fem)’은 여성을 가리키는 Feminine의 약어이다. 작가는 여성인 자신을 포함해 어머니, 할머니, 주변의 여성들을 모두 담아내고자 한다. 특별한 포즈를 취하거나 아름다운 배경을 지니지 않은 있는 그대로의 진실한 모습을 말이다. 그리고 전시의 말미에 작가 어머니의 뒷모습과 어머니가 찍은 풍경으로 만든 엽서를 배치한다. 숱하게 봐온 가족의 낯선 뒷모습, 그리고 그 가족의 시선으로 담은 풍경을 제시해 일상의 낯선 감각을 일깨운다.


펨 Fem

 

구분 개인전

작가 안초롱
장소 

d/p(서울 종로구 삼일대로 428, 낙원악기상가 417호)

기간 2022. 5. 31. ~ 6. 25.

시간 11:00 ~ 18:00 (월요일, 공휴일 휴관)

요금 무료
후원 서울문화재단, 새서울기획, 소환사, 우리들의낙원상가, 한국메세나협회, 한국문화예술위원회
🌿 아현  

이번 호를 통해 d/p를 처음 방문하게 되었습니다. 낙원악기상가 4층 어딘가에 위치해 있다는 정보만 알고 길을 나섰는데요. 전시장을 찾아가는 여정이 쉽지 않았어서 그런지 전시장에 더 오래 있고 싶었습니다. 전시를 보러 가셨던 분들이나 이전에 d/p를 방문하셨던 분들은 잘 찾아가셨는지 궁금합니다.

14호
발행인: 땡땡 콜렉티브
발행일: 2022/06/10
문의: 00collective2021@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