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에 도착한지 이틀이 지났습니다. 이틀밖에 지나지 않았지만 벌써 많이 지친 상태인데요 ^^; 이유는 일과 영화 사이에 끼여서 하루 종일 정신이 없는 상태로 이틀을 보냈기 때문입니다. 재밌는 건 여기서 하고 있는 ‘일’ 또한, 영화와 관련이 있다는 것입니다. 바로 두 감독을 인터뷰한 뒤, 그것을 글로 정리해야 하는 것인데요. 그 사이에 놓치기 싫은 영화 상영들이 있어 틈틈이 그걸 챙겨 보느라 정말 밥도 제대로 먹지 못하고 영화-영화했던 이틀이었습니다. 그래서 그냥 은근슬쩍 원데이 원무비를 넘겨볼까 하는 생각을 잠시 했지만, 차마 그럴 수 없어 짬을 내 이 글을 씁니다. 일이라고 생각하고 쓰고 있는 것은 아닙니다.



[NO.31]


영화제 와서 일하는 것도 아니고 노는 것도 아닌 (1)


2022년 10월 8일



그렇다면 영화감독 입장에서 영화제에 참석하는 것은 어떤 기분일까요. 이건 일일까요, 취미(영화)일까요. 아니면 열심히 일한 대가로 받게 되는 보상 같은 것일까요. 물론 영화를 만들어본 적도, 내가 이루어낸 무언가를 다른 사람들에게 보여주고 박수받는 자리에 초청받아본 적도 없기에, 정확한 감독의 기분을 알기는 어려울 것 같은데요. 다만 이번 기회를 통해 대화를 나누게 된 두 감독의 말을 통해 알게 된 사실은 그들이 굉장히 기쁜 마음으로 영화제에 참석을 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지금까지 제가 만난 두 감독은, 한 분은 일본 영화 <유코의 평형추>를 연출한 하루모토 유지로 감독이었고, 한 분은 인도 영화 <배달의 기사>를 연출한 난디타 다스 감독이었습니다. 그중 <유코의 평형추> 인터뷰 기사는 이미 씨네21 웹사이트에 공개가 되어 있는 상태입니다. 관심 있으시면 한 번 읽어보시기를 권합니다.


(아래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사이트로 연결됩니다)


하루모토 유지로 감독은 이미 2년 전 <유코의 평형추>로 부산을 찾은 적이 있는 감독입니다. 그리고 그 당시에 뉴커런츠 부문에서 대상을 수상하기도 하였습니다. 그랬던 영화가 2년 만에 다시 부산에 상영된 이유는, 이번 부산 영화제가 특별 기획으로 ‘일본 영화의 새로운 물결’이라는 섹션을 진행하였기 때문입니다. 2010년 대에 새롭게 등장한 신인에 해당하는 감독들을 특별 조명하는 것이 그 목적이었다고 하는데요. 작년, 전 세계 영화 팬들로부터 주목을 받은 <드라이브 마이 카>와 <우연과 상상>의 감독 하마구치 류스케가 프로그래밍에 참여하기도 했습니다.


저는 여기서 하마구치 류스케 감독의 존재감을 느끼게 되었습니다. 왜냐면 하마구치 류스케 감독이 작년에 그렇게 활약을 하지 못했더라면, 이런 섹션 역시 기획되지 않았을 확률이 높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말하자면 한 감독이 만들어낸 파도의 거대함이, 마치 여러 사람들이 함께 만들어낸 물결인 것처럼 크게 느껴졌다는 것입니다. 하마구치 감독이 그 물결에 탑승한 영화의 이름까지 직접 선정했으니, 이 섹션은 정말 하마구치의 하마구치에 의한 섹션이라고 말해도 과언이 아닌 것으로 보입니다. 하마구치 류스케의 입장에서 이 영화제에 참석하면 정말 어떤 기분일까요. 일일까요, 취미일까요, 상상 그 이상일까요. 저는 도저히 헤아릴 수가 없습니다.


잠깐 이야기가 샜네요. 아무튼 하고 싶었던 말은, 하루모토 유지로 감독의 경우는 이미 이 영화를 선보이고 큰 박수를 받은 경험이 있기 때문에, 첫 문단에서 말한 ‘기쁨’이 조금 약할 수 있다는 생각을 했다는 것이었습니다. 그건 저의 착각이었죠. 인터뷰가 시작되고, 영화에 대한 저의 감상과 함께 영화에 관한 질문이 이어지자, 하루모토 유지로 감독은 마치 처음 피드백을 받은 사람처럼 기쁜 마음을 숨기지 않았습니다. “굉장히 흥미로운 질문이네요.” “그걸 물어봐 줘서 고맙습니다.” “제가 의도했던 부분을 잘 느껴주셔서 기분이 정말 좋네요.”와 같은 말로 본인의 기분 좋음을 표현하시자, 저의 기분까지 좋아지는 느낌이었습니다. 인터뷰가 끝나자 저는 제발 가지 말라고, 나를 혼자 두고 일본으로 떠나지 말라고, 떼를 쓰고 싶은 마음이 생겨버리는 지경에 이르게 되었는데요. 저는 프로답게(?) 겨우겨우 애타는 마음을 가라앉힌 채, 마지막 질문으로 저의 마음을 에둘러 표현하였습니다.


“이 영화가 한국에 꼭 개봉해서, 감도쿠사마가 꼭 한고쿠에 오셨으면 좋겠스무니다.”


다음 주에 부산 영화제 이야기가 더 길게 이어질 예정입니다.



- ONE DAY ONE MOVIE by 김철홍 - 

추신 : 하루모토 유지로 감독과의 인터뷰는 감독이 묵고 있던 숙소, 파크하얏트 호텔에서 이루어졌습니다. 저는 이 인터뷰 덕분에 처음으로 이 호텔의 30층 로비에서 광안 대교를 내려다볼 수 있었는데요. 감독 측 직원분의 권유로 호텔 카페의 16000원 가격의 아메리카노를 마시게 되었는데 별로 맛은 없더라구요. 혹시 추후 이 호텔을 방문 예정인 분이 있으시다면, 커피는 다른 곳에서 마시기를 추천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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