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Sept. vol.2

9월의 목차

   📊   턱괴녀의 심볼마크 투표결과는? 

   ⚾️  턱괴녀의 첫 번째 주제 #외인구단_리부팅
   🏟  문제제기1. 야구장에 존재하는 미묘한 레이어와 성별의 층위
   🏅  문제제기2. 세계 최대의 스포츠 축제에 대하여 + 막간 콘텐츠 추천
   🗺  첫 번째 프로젝트, 어디쯤?
   🎤  인터뷰이를 공개합니다!


안녕하세요. 
프로젝트 연구팀 '턱 괴는 여자들' 입니다.
여러분 한 달 간 잘 지내고 계셨나요?
입추가 지나고 늦은 장마가 찾아오더니 부쩍 날씨가 선선해졌네요.
여름 내내 답답했던 KF94 마스크를 쓰기가 한결 수월해진 것도 좋고, 
다시 따뜻한 커피를 즐길 수 있는 것도 새삼스럽게 좋은 것 같아요. 

저번 뉴스레터에서는 턱괴녀 소개를 중점으로 다루었습니다. 
본 뉴스레터부터는 연구에서 그러모은 [책에는 싣을 수 없는] 와사비맛 내용들을 좀 풀어보려고 해요. 
재미있게 읽히길 바라며, 다양한 피드백을 언제나 환영합니다. (뜨거운 비평도 좋습니다.) 

Abbreviation :
턱 괴는 여자들을 ‘턱괴녀’로 표기합니다
정수경 연구자를 MMJ, 송근영 연구자를 K로 표기합니다. 

📊 턱괴녀의 심볼마크 투표 결과는? 

57%                       19%                       24%   
      
     인상 깊었던 코멘트 👀💡

📩 사려깊은 코멘트를 남겨주신 두 분께 사색의 단짝, 커피를 보내드립니다.
zoezee****님과 6-5**님께는 메일로 연락드리겠습니다. 
⚾️ 턱괴녀의 첫 번째 주제 #외인구단_리부팅 
✍🏿  K
8월 턱 괴는 여자들의 뉴스레터 개간 호에서 첫 번째 프로젝트 주제인 #여자야구를 공개했는데요. 여러분은 어떤 생각을 하셨을지 궁금해요. 저희 연구팀에게 #여자야구의 첫인상은 완벽한 무지 그 자체였고, 그 당혹스러움이 가시화를 향한 원동력이 되었습니다. 미지의 세계였던 만큼 가설이나 연구의 방향성을 함부로 세우지 않고 한 치 앞 만 더듬어가며 연구해왔는데, 인터뷰가 쌓여갈수록 새로이 알게 되는 연결고리나 맥락들이 확실히 많은 것 같아요.  

인터뷰이분들을 만날 때마다, #여자야구는 파면 팔수록 감자 줄기처럼 새로운 정보들이 줄줄이 나온다고 말하곤 했어요. 그런데 그게 비슷한 크기의 감자 알갱이들이 이어 나오는 게 아니라, 생김새와 무게도 천차만별이고 가끔은 다른 감자 줄기와 복잡하게 엮인 알맹이들이 막 나와요. 이제야 감자밭 전체를 아우를 수 있는 조금 높은 시야를 갖게 된 것 같은데, 이게 마치 중간중간 부비트랩이 설치된 도미노 판 같아서 순서대로 풀 수 있는 것이 아니더라고요. 이 지점을 비슷하게 자각하고 있던 저와 MMJ는 가장 최근 있었던 인터뷰를 마치고(8월 28일) 시간을 내서 많은 감상을 나누었는데요. 가장 핵심적인 것은 한 가지 문제는 정말 다양한 각도를 가지고 있다는 것이었어요. 그만큼 정답이 없으며, 정답이 없다는 것은 해답이 없다는 것이 아니라 우선순위를 합의할 대화의 필요성을 역설한다는 것을요.

저희는 연구집을 통해 인터뷰 내용과 확장된 인사이트를 가감 없이 드러낼 예정입니다. 이 ‘가시화'야말로 저희가 생각했던 연구팀의 목적이자 역할이니까요. 다양한 직군에서 #여자야구 를 다루는 인터뷰이들 간의 입장을 그대로 접하게 될 때, 독자분들은 어떤 해답의 실마리를 얻고 어떤 스타터의 역할을 중요하게 생각하실지 궁금하네요.

©️ 이현세, 공포의 외인구단 (국민일보)
저희는 생활 스포츠, 여성학, 동시대 예술, 영상 콘텐츠 등 곳곳에 흩어져 있는 #여자야구 와 관련된 창작 시도들과 여성의 부재, 배제에 대한 이야기를 #외인구단_리부팅 이란 해시태그를 통해 엮어낼 예정이에요. 팀 '턱 괴는 여자들'은 프로젝트의 결과물(연구물/전시)을 접한 대중이 생물학적 기준으로 주체와 객체를 분류하는 현 야구 시스템에 의문을 제기할 수 있게끔 견인하며, 더 나아가 무비판적으로 수용한 제도에 갇힌 의식의 저변을 살펴보고 새로운 대안의 윤곽을 제시하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책 타이틀 #외인구단_리부팅 은 야구 운영체제에 존재하는 여성 배제라는 설정을 통해 걸러진 인물들을 '외인구단'으로 상정하고, 그들의 과거와 현주소를 연구와 패러디와 재현을 통해 가시화하고자 해요. 발간될 연구집과 전시를 통해 여성 야구의 설정/방향/인식의 수정 가능성을 제고하고 기존의 운영체제(제도)를 전복하는 예술적 개입(rebooting)을 도모합니다. 

외인구단
    비주류라는 의미를 내포하며, 정식 야구팀이 아닌 열외 되어있는 용병들로 이루어진 구단을 지칭
리부팅(rebooting)
    
운영체제의 설정을 바꾸거나 프로그램 실행에 문제가 있어 전원 버튼을 강제로 완전히 껐다 다시 켜는 행위
🏟 문제제기1. 
야구장에 존재하는 미묘한 레이어와 성별의 층위
✍🏿  MMJ
“야구장에 가면 나랑 같은 취미를 공유하는 사람들만 돌아다닌다. 나랑 같은 유니폼 입고 나랑 같은 머리띠 
쓰고 나랑 같은 풍선 들고 나랑 같은 팀을 응원한다. 이게 진짜 신나는 일이 아닐 수가 없다. 야구 잘 풀린다는 이유로 생전 처음 본 옆 사람하고 하이파이브도 갈길 수 있다. 이런 소속감이 자꾸 야구장을 찾게 하는 이유 중 하나일지도 모른다.” 
- 쌍딸 ⟪죽어야 끝나는 야구 환장 라이프⟫ 2021, p.26

인용문은 20대 여성 프로야구 찐팬의 야구 기록기입니다. 그처럼 저도 파란 유니폼을 입는 야구팀을 좋아했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야구에 대한 인연은 해태 타이거즈 팬이었던 부모님을 따라서 간 광주에서 시작되지만, 스스로 야구장을 찾았던 건 2009년부터 2015년 무렵이었어요. 수업이 끝나자마자 2호선을 타고 잠실로 향하면서 무슨 치킨을 사갈까 고민했던 날들, 한국시리즈를 위한 피켓팅을 하던 날들, 학생 신분으로는 다소 비싼 유니폼을 챙겨입고 KTX를 타고 동대구역까지 야구 여행을 떠났던 날들이 있었어요. 2008년 베이징 올림픽 금메달로 야구가 재조명되기 시작하여, 제가 야구장을 다니던 2010년대 전반기는 프로야구의 신르네상스였습니다. 저를 포함한 많은 여성이 야구장에 방문하는 것을 즐기기 시작했죠. 한 연구에 따르면 프로야구를 방문하는 사람들은 일종의 ‘연고지’에 대한 애정이나 한 팀이라는 끈끈한 ‘연대감’과 ‘소속감’을 야구의 매력으로 꼽습니다. 

특히 프로 야구는 “준공공재적 성격의 공간인 경기장에서 주류 섭취와 응원, 다양한 퍼포먼스 등 합법적 일탈이 허용된다는 것”에서 애착도가 형성되고 상승한다고 합니다.* 특히 여성 팬의 경우 한국 사회에 내제되어있는 사회적 시선과 암묵적 규율로 인해 경기장 밖에서는 일반적으로 하기 힘든 경험을 야구장 내에서 누릴 수 있다는 점을 이완영 연구자는 지적합니다. 여기서 중요한 점은 젊은 여성들이 ‘자유로울 수 있는 시공간’에 대한 합리적인 대가를 지불한다는 데 있습니다. 12,000원부터 40,000원까지 저렴한 티켓 가격으로 탁 트인 공간의 지정된 좌석에서 마음껏 응원하고 소리를 지를 수 있는 순간 그리고 시원한 맥주 한 잔을 곁들일 수 있는 시공간은 여성에게 그렇게 흔하지 않으니까요. 학교나 회사 그리고 가정에서도 쿠션어를 강요받는 여성들에게 자신의 감정을 있는 그대로 드러내는 순간들은 쉽게 가질 수 없었을 테니, 일탈에 대한 합법적인 시간은 많은 젊은 여성들에게 매력적일 것입니다. (저도 그 시원함을 사랑했던 것 같습니다) 

©Mark Ulriksen, The New Yorker, 15 April 2019
그러나 어느 날, 경기를 보던 중 야구장에 존재하는 미세하게 불편한 권력을 느꼈습니다. 그날은 응원석 근처에 자리를 예매했던 날이었는데 치어리더분들을 유독 아래에서 대포 카메라로 찍는 찍사들이 많았습니다. 순간 불쾌해지더군요. 경기의 흐름을 바꾸고 소속된 팀과 팬들의 사기를 끌어 올리는 직업을 가진 분들이 왜 희롱의 대상이 되어야 하는 건지, (같은 여성으로) 왜 저는 콜로세움과 같은 구조의 건축물에서 ‘관람자’의 자리에 앉아 동성의 그녀들을 내려다보아야 하는 건지, 그 너머로 보이는 마운드에는 또 왜 남성들만 있는 건지. 성별로 구분되는 야구장이라는 공간의 레이어에 순간 당혹스러웠어요. 여성이라는 성별로는 ‘돈을 내는 관람자’일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 이후로 저는 야구장과 멀어졌습니다. 물론 날씨가 쌀쌀해지는 늦가을이 오면, ‘한국시리즈’를 문득문득 그리워하기도 했지만요.

2019년 프로야구의 45.9%는 여성 관객입니다. 쏠쏠한 수입원인 유니폼 등의 굿즈 판매에서도 여성들은 주요 타겟층입니다. 2015년 KBO 텀블러 구매 고객 중 78.8%는 여성인 것처럼요.* 그 때문에 대다수의 구단은 여성 팬을 잡기 위한 마케팅을 펼칩니다. 야구 관련 연구물 중 거의 대다수는 ‘프로야구 여성 관객 마케팅'에 대한 것입니다. 여성을 야구 선수로서 바라보는 논문은 전무합니다 (최초 여성 야구 선수 안향미 관련 논문 1개, 사회인 여자야구팀 관련 논문 2개 제외). 턱괴녀 뉴스레터 Vol.1에서 언급했던 것처럼, ‘의학적으로 남성이 아닌 자는 부적격 선수로 분류된다는 프로 야구 규정이 1996년 삭제된 이후, 현재까지 프로 여자 야구 선수는 ‘0’입니다. 네, 불편하지만 야구장에 여성의 자리는 정해져 있습니다. 마운드에 설 수 없는 여성들은 야구 산업을 지탱하는 굵직한 기둥(혹은 지갑)으로서의 확실한 소비자이자 응원자입니다. 

프로야구를 사랑하는 여성 관객이 많을수록 우리는 이 보이지 않는 권력 관계에서 턱을 괴어봐야 합니다. 여성 프로야구의 팬으로서 자녀와 함께 간 야구장에서 돌아오는 날, 그 친구가 ‘엄마 나도 야구 하고 싶어’라고 한다면 어떻게 대답할 수 있을까요. 우리의 엄마들이 그랬던 것처럼 “응. 그렇구나. 너는 다 할 수 있어. 엄마가 응원할게.”라고 해줄 수 있을까요? “오빠는 할 수 있는데, 너는 하기 힘들어”라고 해야 할까요? 그 미래의 자녀가 “왜 나는 못 해?”라는 질문을 던지지 않길 바라며 저희의 연구는 시작합니다.

* 이완영(2020), 프로야구 홈 여성관중의 경기장 공간 인식이 응원 팀 인식에 미치는 영향, 젠더와 사회 31, p.148. 
* 문지수(2019), 프로야구의 여성 향한 직구, ‘스트라이크성공할까, 소비자 평가, http://www.iconsumer.or.kr/news/articleView.html?idxno=10430


👉🏿 다음호 뉴스레터에서는 시각예술 및 대중문화와 관련하여 
‘존재하지 않는 이미지, 운동하는 여자'편이 연재됩니다.
더 와사비맛이 될 예정❤️‍🔥
🏅 문제제기2.
세계 최대의 스포츠 축제에 대하여
✍🏿  K
8월에는 세계 스포츠계의 명절! 최다 종목의 최대 축제! “2020 도쿄 올림픽 있었습니다. #턱괴녀 팀은 #여자야구라는 주제를 다루면서여성의 운동여성 스포츠 종목전반에 관심을 두게 되었는데요. 때마침 열렸던 올림픽에서 주제들로 유의미하게 다가오는 부분들이 가지 있어 여러분들과 나눠보고자 합니다.

1) 2020 도쿄 올림픽 = 성평등 올림픽?
개최 전/후의 우여곡절로 인해 국가 이미지에 적자가 난 올림픽을 치른듯한 일본이지만, “성평등 올림픽"이라는 진보적인 타이틀만은 그들에게 위로를 선사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사실, 개최국 일본의 주도적인 노력이었다기보다 올림픽 운영을 맡은 *IOC의 방침을 적극적으로 잘 따른 결과인데요. 2020 도쿄 올림픽에서는 바로 다음과 같은 요소들이 “성평등 올림픽” 타이틀을 완성했어요.

🧩  근대 올림픽 중 가장 높은 여성 참가율 48.5%
한국은 232명의 선수 중 104명(44.8%)이 여성이었고, 미국, 중국, 영국의 경우 여성 선수가 남성 선수보다 더 많았어요.
🧩  선수단 입장 시 2명의 기수(여성1, 남성1)를 세울 것을 권고
우리나라의 경우, 배구의 김연경 선수와 수영의 황선우 선수가 함께 기수 역할을 했지요.
🧩  모든 국가는 여성 선수를 1명 이상 참가시켜야 한다는 규정
이는 2012 런던 올림픽 당시 권고사항이었던 것으로, 이번에는 규정으로 적용했어요.
🧩  혼성 종목 대폭 확대
도쿄 올림픽의 혼성 종목은 18개로(전체 총 33종목), 지난 리우 올림픽(9종목)보다 2배 많은 수치입니다

특히, 혼성 종목을 급격히 늘린 것은 단일 성별만 참여하는 종목을 궁극적으로 없애고자 하는 적극적인 성평등 노력의 일환인데요. 현재 남성만 참여 가능한 종목은 "공식적으로” 없어졌고(복싱이 마지막, 2012년 여성 선수 출전 허가) 여성만 참여 가능한 종목이 2개 남아있어요(리듬체조와 아티스틱 수영=옛 싱크로나이즈). 1896년 제 1회 근대 올림픽은 고대 그리스 올림픽을 계승한다는 명목으로 여성을 철저히 배제하고 시작했는데, 이제는 “공식적으로” 금남의 종목만 남아있다니 아이러니하죠?

그런데 제가 "공식적으로"라는 표현을 계속 강조했잖아요. 왜인지 감이 오시나요? 우리가 계속 얘기해온 야구! 야구는 아직 여성이 출전할 수 없는 종목이거든요. 남성의 야구에 대응하는 여성 종목은 소프트볼로, 올림픽 종목 중 유일하게 두 개의 다른 스포츠가 하나로 묶이는 것이 바로 이 “야구/소프트볼”입니다. 한 종목으로 여기기로 약속했기 때문에 IOC의 성평등 레이더를 비껴간 것이지요. 이러한 ‘묶음’이 대중들에게도 아마 익숙할 거예요. 여자가 야구한다고 하면 “왜 소프트볼 말고 야구해?”라고 흔히들 말하잖아요. 소프트볼의 기원이 실내형 야구에 있다고 보기는 하지만, 현재 두 종목은 사용하는 구장의 규격과 장비 그리고 룰도 달라요. 그렇기 때문에 발전 과정에 있어서 차츰 두 개의 다른 종목으로 분리되었고, 여자 야구선수와 남자 소프트볼 선수도 각각 존재하지요. 또한, 소프트볼 역시 야구를 대체할 남성 종목으로 시작되었기 때문에 현대에 이르러 유난히 여성 종목으로 굳어진 데에는 어떠한 사회적 맥락이 있었을 것이라 추측할 수 있어요. 어떤 전환점이 있었는지는 다음 뉴스레터에서 투 비 컨티뉴!

*IOC의 방침 = 올림픽 아젠다 2020
토마스 바흐 IOC 위원장의 취임 직후부터 시작된 프로젝트. 2014년 임시총회에서 만장일치로 통과되었으며, 올림픽 관련 20개 + IOC 관련 20개, 총 40개의 세부 아젠다로 구성되어 있다. 도쿄 올림픽에서 눈에 띄었던 ‘올림픽 성평등 제고', ‘주최국의 세부종목 추가 권한' 외에도 ‘분산 개최를 통한 재정적 부담 완화 방안’ 등이 포함되었다. 2008년 베이징 올림픽을 마지막으로 정식 종목에서 제외되었던 야구와 소프트볼은 주최국 일본의 ‘세부종목 추가권’에 의해 임시 부활한 것으로, 2024년 파리 올림픽에서는 다시 제외된다.


2) 야구와 소프트볼은 합체 아닌 합체를 하게 되었나?
국제 대회에서 그 '다름'을 넘어 묶여있다는 것은 두 종목의 현실초국가적 이해관계를 담고 있어요. 

1) 현재 전 세계적으로 “야구 하는 남성"과 “소프트볼 하는 여성"의 수가 객관적으로 많습니다. 
2) 참여도가 한 쪽 성에 집중된 야구와 소프트볼은 성평등을 지향하는 올림픽에서 각개전투로는 한계가 있음을 인지했어요. 
3) 따라서, 두 종목은 국제무대에서의 존치를 위해 전략적 합병을 이루었습니다. (세계야구소프트볼 총연맹 WBSC, 2013년 설립 - 생각보다 최근이죠?). 

많은 논의를 거쳐 최선의 방안을 물색한 것이지만, 결과적으로 전 세계에서 여자 야구와 남자 소프트볼은 앞으로 더 더디게 발전할 수밖에 없다고 생각돼요. 전 세계적인 보급 확대와 각 종목의 독립이 궁극적인 해답이라는 것을 생각하면 장기적 전략 또한 필요한 부분이죠.

©️ 2019-2020 WBSC Yearbook 
세계야구소프트볼총연맹의 연간 경기 일정엔 여자 야구만 빠져있습니다. 
소프트볼 또한 그 기원이 남성 종목이기 때문에 월드컵이 열리고 있고요.

우리나라에서는 프로 야구의 인기가 높고 사회인 야구도 꽤 발달했기 때문에 상상하기 힘들지만, IOC 입장에서 야구는 소수의 국가만 즐기는 스포츠입니다. 올림픽에서 줄곧 보아온 5개국(종주국 미국을 비롯해 한국, 일본, 쿠바, 대만)이 야구를 비교적 적극적으로 즐기는 나라들이고, 그에 더하더라도 국제 대회에 출전할 수 있을만큼 인기와 인프라를 가지고 있는 나라는 10개국 미만이에요. 올림픽이 200개국이 넘는 나라가 참여하는 이벤트라는 점을 생각하면 보다 발달한 남성 리그를 기준으로 생각하더라도 입지가 불안할 수 있는 상황이죠. 이번 도쿄 올림픽에서도 전체 인원 조정 규정에 의해 6개 국가가 참여했어요.

게다가 종주국 미국의 최강 메이저리거들이 올림픽에는 출전하지 않아요. 올림픽과 메이저리그 시즌이 겹치기 때문인데요. 참가 선수들의 역량은 많은 면에서 중요하죠. 종목의 재미와 흥행이 달려있기도 하지만, 이러한 인기 여부는 곧 티켓파워, 수익과 직결되거든요. 야구가 경기장 사용과 경기 운영에 들어가는 품이 큰 종목임에도 일명 ‘알짜 선수'들이 없이 진행되어 그렇다 할 실적을 남기지 못한다는 점이 IOC로서는 아쉬웠을 거예요. 야구와 소프트볼이 올림픽 종목에서 제외될 당시 재임 중이었던 자크 로게 IOC 위원장은, 야구의 올림픽 정식종목 재진입에 메이저리그 스타들의 참여를 필수조건으로 걸기도 했어요. 소프트볼에 대해선 좀 더 많은 국가에 전파하는 것이 선결과제라고 언급했고요. 
 
👉🏿 다음호 뉴스레터에서는 역사적 맥락과 이해관계에 관하여 
‘끝나지 않는 숙제와 제도의 개입'편이 연재됩니다.
더 와사비맛이 될 예정❤️‍🔥
🤔 여성과 스포츠, 더 알고싶나요?
지루하지 않게 진도 쭉쭉 나가는 콘텐츠 추천!
✍🏿 K
🎥   KBS <다큐 인사이트 : 국가대표>, 이은규 PD
스포츠와 올림픽의 역사는 모두 여성 배제와 함께 시작되었습니다. 여성 종목은 늘 남성 중심으로 갖춰진 판에 균열을 내고, 비집어 들어가고, 존재감을 드러내고, 그러다 등장한 주목받는 선수 개인의 견인으로 성장해왔어요. 여성 스스로가 목소리를 내고 판을 키우기 전에 먼저 초대되고 제도적으로 환영받은 역사는 없지요. 125년 만에 올림픽의 참여 성비가 절반에 가까워지기까지의 이야기. 그리고 앞으로 여성 스포츠가 탄력을 받고 나아가기 위해 필요한 조건들과 남아있는 숙제에 대해서도 간접적으로 알 수 있었던 콘텐츠예요. 
📚 <여자가 운동을 한다는데>, 이은경
"흥미로운 지점은 IOC가 21세기 들어 '오버하는게 아닌가' 싶을 정도로 남녀평등을 강조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 사실 이런 배경에는 현대 올림픽이 처한 상황이 있다." 
IOC의 올림픽 아젠다 2020도 순수한 시대 정신의 반영은 아니었다는 사실! 그 너머엔 결국 올림픽이 살아남기 위한 교묘한 계산이 있고, 여성의 운동권은 그 속에서 어떻게 이용될까요. 더불어 현대의 운동하는 여성들이 실질적으로 겪는 고충들은 무엇이 있는지 생생한 이야기를 접할 수 있습니다.
🗺 첫 번째 프로젝트, 어디쯤?
✍🏿 MMJ

(좌) K (우) MMJ
8월 의 뚜벅뚜벅 🐾 
  1. 인터뷰이 확장 : 기존 야구 제도권에서 활동하는 분들과 여성 스포츠와 특히 여성 야구를 다루는 해외 창작자 등을 섭외하며 인터뷰이 리스트를 확장했어요.
    ⚾️ 8/10 : 안희상 (안향미 선수 아버님) 인터뷰 및 소장 아카이브 공유
    ⚾️ 8/23 : 야구 콘텐츠 크리에이터 '썩코치'(윤 석+양인호님) 인터뷰
                        (유일한 엘리트 야구 선수 출신 크리에이터)
    ⚾️ 8/25 : 김보미, 이빛나 여성 야구 국가대표팀 선수 인터뷰   
    ⚾️ 8/27 : 허구연 야구해설위원 인터뷰
    ⚾️ 8/31 : CABEZA PATATA 인터뷰
    ⚾️ 9/3 : 사회인 야구팀 인터뷰 (예정) 

  2. 디자인 : 연구집과 더불어 저희가 첫 독자님들께 드릴 소소한 선물 디자인이 완성을 향해 달려가고 있고요. 여성 야구에 대한 시각적인 이미지가 전무하기 때문에 #외인구단_리부팅 의 메인 표지가 어쩌면 초석처럼 사용될 수 있지 않을까하는 기대와 책임감에 사로잡혀 있습니다. 그 때문에(덕분에) 레퍼런스 이미지부터 시작해서 김지윤 디자이너님과 깊고 넓은 이야기를 나누고 있습니다.
    (야구장 공간에 관한 진짜 재미있는 콘셉트로 진행하니 기대해주세요! 힌트 : 이번호 뉴스레터에 실린 MMJ의 ‘야구장에 존재하는 미묘한 레이어와 성별의 층위’🏟!) 
    🏗 8/3 : 디자인 2차 레퍼런스 회의
    🏗 8/20 : 표지디자인 마감 
    🏗 8/31 : 디자인 최종 미팅 
    🏗 9/6 : 텀블벅 디자인 마감 (예정)

  3. 원고 : '인터뷰 - 녹취 풀기', '인터뷰 - 녹취 풀기'를 진행하며 손이 날아다니고 있어요.
    또한 저와 K의 연구물을 위해 연구도 열심히 하고 있습니다. #많관부 
    ✍🏿 9/10 : 원고 1차 마감 (예정)

  4. 읽고 쓰고, 전화하고, 메세지 보내고, 이야기하고, 듣고, 생각하고, 턱 괴고. 턱괴녀를 만들면서 원고들도 자라는 동시에 K와 저는 10 to 10의 생활을 함께 하며 대체불가능한 팀웍을 성장시켜나가고 있습니다. (feat. 다비치)

* 9  텀블벅 펀딩을 오픈하니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 인터뷰이를 공개합니다! 
 ✍🏿 MMJ
. 그래서 우리는 다음의 사람들을 인터뷰합니다[인터뷰이 리스트 1 공개

  • 여자 야구 선수 
안향미, 대한민국 최초 여성 야구 선수 
“야구가 힘으로 하는 스포츠라면, 그리고 힘에 비례하여 재미있는 것이라면 모든 사람이 미국 메이저 리그를 보겠죠. 왜 (상대적으로 체력이 약한) 한국 남성 프로 야구를 보겠어요?” 

김라경, 안향미의 뒤를 잇는 2000년생 여자 야구 선수 
“저는 여러 곳을 ‘왔다 갔다’ 할 수밖에 없었던 거예요. 무대가 없었기 때문에, 제가 야구할 수 있는 곳이 없었기 때문에요. 할 수 있는 곳은 다 찾아다닌 거예요. 지금도 없어요. […] 그래서 지금 상황에서는 어디에 들어가고 어디서 야구를 해야 한다고 추천해줄 수 있는 게 없어요. 저도 제 딸을 낳으면 ‘야구 해도 돼’라고 말해야 할지 잘 모르겠어요.”

  • 제도권 속 여성 야구를 바라보는 시선
허구연, 대한민국 야구 해설위원. 대학야구, 여성야구 비제도권 야구에 꾸준한 관심과 투자
“여성 야구가 발전하기 위해서는 결국 정책적인 차원에서의 ‘교육’이 중요합니다. 여중, 여고, 여대에서부터 야구팀을 형성할 수 있는 제도가 필요할뿐더러 야구나 팀플레이 스포츠를 장려하는 교육 정책이 필요합니다. 페어플레이를 배우지 못한 아이들이 졌다는 사실을 인정할 수 있을까요? 그들이 사회에 나와 건강한 사고를 하는 사회 구성원이 될 수 있을까요?”

  • 여성 야구, 그 존재하지 않았던 이미지를 만드는 사람들
이성배,  MBC <마구단> <마녀들> 예능 제작자 
“(여성 프로야구로 발전하기 위해서는) 저 같은 콘텐츠 메이커들이 그 역할을 조금씩 수행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여성 야구를 단순한 이슈로써 접근하는 것이 아니라 당연한 자세로 지속해서 노출할 필요가 있습니다.” 

CABEZA PATATA*, 3D 캐릭터 디자인 스튜디오 based in Barcelone.
“어느 날 여성 이미지 조사를 하던 와중에, 정형화된 이미지 외에는 다양한 활동을 하는 여성을 찾기가 매우 어렵다는 걸 알게 됐어요. 우연히도 우리의 첫 번째 시리즈는 모두 여성 이미지였습니다. 그 후에 처음으로 남자를 그려서 스튜디오에 보여주자 사람들이 '오 잘됐다! 드디어 남자를 그렸구나!’하고 말했어요. 그 반대 경우였다면 아무도 그렇게 반응하지 않았을 거에요.” 
2021 Forbes under 30 선정. 
'Spotify, 'New York Times', 'Google', 'Microsoft', 'The New Yorker' 굵직한 글로벌 브랜드가 찾는 디자인 스튜디오
다양한 장르에 내제된 여성의 부재를 드러내며 ‘성평등 디자인 추구.

©CABEZA PATATA, TEAM PATATA, 2018 
https://cabezapatata.com/
턱 괴는 여자들 (2020.10~)

K
숙명여자대학교와 파리 9대학에서 문화기관에 특화된 경영학 석사과정을 이수했습니다. 문화예술이 시대를 대변하고 다음 세대를 견인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고 믿으며, 미디어 콘텐츠와 책을 기반으로 비경제적인 시대정신과 논의점을 발견하는 것을 좋아합니다. 고등학교 친구들과 오래 이어온 독서모임, 번의 타국 살이 경험 그리고 인생의 동반자인 아토피가 현재의 모습으로 나를 다듬는 데에 역할을 했다고 믿습니다한국과 프랑스의 교차하는 상대성과 묘한 유기성을 다방면으로 경험하면서, 문화예술의 도구로 주체를 활용하면 재밌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어른이 빠르게 자라고 있습니다. 

MMJ
안녕하세요 MMJ로 활동하는 연구자 겸 기획자 정수경입니다. 파리 제1대학 근∙현대미술사 박사과정 겸 미술사 연구소(HiCSA) 연구원으로서, 역사 속으로 진입하기도 하고 현재를 톺아보기도 하고 근거 있는 미래를 상상하고 있습니다. 일상에서 예술이 일어나는 순간을 탐닉하고, 역사관이 변화하는 순간을 목격하는 것을 즐깁니다. 과거에는 비주류였던 지점들이 현대에 이르러서 뒤틀리거나 격변하거나 격상하는 과정을 발견하는 것을 좋아하며, 반대로 과거에는 주류였지만 어떤 과정을 통해 메인스트림에 있었는지 과정은 정당한지를 논하는 것을 좋아합니다

턱 괴는 여자들
서울특별시 마포구 신촌로 2길 19 마포출판문화진흥센터 303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