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Q. 오늘의 럭키넘버는?🍀 단편영화 특집 3

독립영화 큐레이션 레터 by. 인디스페이스

vol.31 단편영화 특집 3

10월 28일 오늘의 큐 💡

Q. 오늘의 럭키넘버는?🍀

누군가는 수요일이 일주일 중 제일 힘든 날이라고 하잖아요. 무료하고 심심하다면 게임이나 한 번 해볼까요? 마음 속으로 1부터 100까지 숫자 중 세 개를 골라보세요. 인디즈 큐가 마음대로 럭키넘버 세 개를 뽑아 보내드립니다. 바로바로, 2, 23, 90!

님, 어때요? 맞는 숫자가 있었나요? 솔직히 "대체 뽑은 기준이 뭐야?😕" 싶으시죠? 사실 이 숫자들은 오늘 소개해드릴 세 작품의 러닝타임입니다.

아니, 러닝타임이 어떻게 2부터 90까지?😮 짧아도, 길어도 자기만의 강렬함을 가지고 있는 것이 독립영화의 매력이랍니다. 2분의 짜릿함도, 23분의 여운도, 90분의 따스함도 모두 오늘의 독립영화들 속에 숨어있어요. 주목할만한 애니메이션 작업을 이어가는 김승희 감독의 2분짜리 초단편 애니메이션 <심경>, 그리고 배우의 얼굴을 들여다보게 되는 23분짜리 단편영화 <갈래>, 더불어 많은 여성들에게 응원이 되어준 90분짜리 장편영화 <우리는 매일매일>까지 소개할게요.

마음대로 럭키넘버지만, 행운은 따라와야죠! 오늘의 인디즈 큐를 두 번째, 스물 세 번째, 아흔 번째로 오픈하신 분들께는 작은 선물을 보내드릴게요(메일을 통해 별도 연락) 님! 오늘 하루 짧아도 길어도 기분좋기를 인디즈 큐가 기원할게요🍀

분화하는 마음, 〈심경〉

김승희 감독의 단편 데뷔작 <심경>(2014)은 자신의 마음을 바라보는 여성을 그린, 드로잉 스톱모션 애니메이션이다. 영화에서 한 여성은 스스로의 내면을 들여다보게 된다. 이리저리 반사되고 굴절되어 눈에 비친 여성의 속내는 동적이고 화려한 재료들로 가득하다. 내면에서 여성은 살찐 체형이지만 나체를 한 채 즐거이 춤을 춘다. 한편 날씬한 몸매의 다른 여자가 꽉 조인 옷을 입고는 도도히 그녀를 앞질러간다. 주인공 여성은 밧줄 위를 위태롭게 걷다가 떨어지기도 하고, 그러다 낙하산의 역할을 대신하는 어느 남성에게 매달려 다시 밧줄에 오르기도 한다.

<심경>은 여성의 마음 안에 자리하는 욕망과 이상, 타인의 시선과 무수한 방해물, 숭고와 불온을 가감 없이 전시한다. 내면의 이미지들은 끊임없이 분화(分化)하며 리드미컬하게 배열된다. 역동적으로 쏟아지는 이 이미지들은 어쩐지 곧 분화(噴火)할 것처럼 강렬하다. 영화 속에서 여성이 관조하는 자신의 마음이 정연하거나 단일하지 않은 것은, 여성이라는 존재가 도리어 자기모순을 내재하는 복잡다단한 주체들이기 때문일 것이다. 이렇듯 <심경>은 2분이 채 되지 않는 시간 동안 여성의 ‘심경’을 방만하고 혼란스럽게, 그러나 무엇보다 정확하게 포착한다.

-인디즈 15기 이보라

✔️ 김승희 감독의 새 작품 <호랑이와 소>도 현재 많은 영화제들을 휩쓰는 중! 김승희 감독은 김보람 감독의 <피의 연대기>의 애니메이션 작업으로도 유명합니다. <피의 연대기>는 왓챠에서 10월 31일까지만 관람 가능하니 왓챠 가입자들은 서두르세요! 보러가려면 클릭

‘단편영화’라는 작은 세계의 바깥을 상상해보는 것, 〈갈래〉

단편영화를 보다 보면 짧은 러닝타임이라는 제한된 조건 속에서도 세세하게 감독의 눈길이 닿은 흔적이 느껴져서 자연스레 영화가 말하고 있지 않은 것까지 상상하게 될 때가 있다. 감독이 보여준, 그리고 내가 본 작은 세계를 상상하고픈 방향대로 움직여보는 재미는 가끔은 연출 의도와 어긋나도 그 나름의 즐거움이 있는 법이다.

최근에 이런 즐거움을 준 단편영화가 한 편 있었다. 이유리 감독의 〈갈래〉(2017)라는 작품이다. 영화의 주인공 소설가 지망생 ‘나’는 소설을 쓰며 2년째 친구 성연과 함께 사는 중이다. 어느새 훌쩍 2년이라는 시간은 지났고, ‘나’는 주위 상황으로 인해 선택의 기로에 놓인다. 성연과 사는 집의 재계약 여부, 가족의 압박 그리고 함께 등단을 꿈꿨지만 제 길을 찾아 잘 사는 듯한 친구들의 모습까지. ‘나’의 소설 속 소녀마저 지금의 상황과 맞닿아 있어, ‘나’ 그리고 소녀는 갈림길을 앞에 두고 고민에 빠진다.

영화는 20대 중반 즈음부터 증명을 요구하는 사회 속에서 방황하는 청년의 얼굴을 ‘나’와 주변 인물을 통해 그 연출 의도를 잘 표현하고 있지만, 그러한 의도와 별개로 영화에서 가장 흥미로웠던 것은 ‘나’와 성연의 관계였다. 두 사람의 관계는 평범한 친구 사이라기엔 조금 특별하게 표현된다. 성연과 ‘나’의 현재는 너무도 달라져 있지만, 한때 두 사람은 같은 꿈(소설)을 꿨고, ‘나’에게 소설을 써보라고 한 것도, 처음으로 담배를 가르쳐준 것도 성연이었다.

보편적으로 ‘사랑’이라고 말하는 감정과 그 표현방식을 두 사람 사이에서 찾을 수 있는 건 아니지만, ‘우정’이라고 단순히 정의하기 어려운 그 미묘하고 퀴어한 관계를 영화는 포착해낸다. 예를 들면 ‘나’는 성연과 싸우고 ‘시작을 했으면 끝을 봐야지’라는 말을 하는데, 영화의 주요한 소재인 소설에 빗대는 말인 걸 알면서도 두 사람의 관계에 정말 잘 어울리는 대사라고 생각했다. 성연은 ‘나’에게 많은 것들의 계기가 되어준 친구였기 때문에 그 말이 품는 의미가 특별하게 다가왔다.

이렇게 두 사람의 관계를 상상해보게 하는 여지를 영화 곳곳에 남겨두었듯, ‘나’가 어떤 길을 걸어왔고 또 어떤 길을 걸어갈지 적당히 열어두고자 하는 마음도 느껴졌다. 이런 영화를 만날 때마다, 영화 프레임 밖을 상상해보는 일이 즐겁다. 이 글을 읽는 당신도 ‘나’의 길들을 함께 걸어보고 또 상상해보기를 바란다.

-인디즈 15기 정성혜

퍼플레이에서 보려면 클릭!

나만의 마음 처방전, 〈우리는 매일매일〉

환절기에 몸이 으슬으슬할 때면 된장국을 끓인다. 청양고추를 넣어 얼큰하게 끓인 국은 한입 떠먹기만 해도 얼었던 몸이 사르르 녹는다.

가끔 세상 돌아가는 소식을 듣다 보면 마음의 면역력이 떨어질 때가 있다. 시대가 바뀌고 있다고 생각했던 건 나만의 착각인가. 시대착오적인 언행들은 어찌나 요란하고 현란한지 눈을 감아도 보이고, 귀를 막아도 들린다. 이렇게 나만 홀로 남겨진 듯, 뼛속까지 외로움이 스밀 때 만난 영화가 있다. 강유가람 감독의 <우리는 매일매일>이다.

이 영화는 감독이 1990년대 말부터 2000년대 초중반까지 활동했던 영페미니스트 지인들을 찾아가는 다큐멘터리다. 영페미들의 현재와 혈기왕성했던 과거 모습이 번갈아 지나가는 동안 자꾸 코끝이 찡해져 온다. 말로만 듣던 페미니즘의 계보를 눈으로 확인하는 것은 문자 그대로 충격이었다. 구전 설화가 아니었구나. 그들이 존재하긴 했구나. 심지어 우리, 같은 시대를 살고 있구나! 일면식 없는 영페미들의 삶을 응시하는 동안 불투명하던 내 미래도 조금씩 선명해졌다. 계속 이렇게 살 수 있을까 겁이 날 때 그렇게 어깨에 힘주고 살지 않아도 된다고 깔깔대며 등을 두드려주는 언니들이, 선배들이 그곳에 있었다.

세상의 무례함에 분노할 힘조차 내지 못하고 휘청거리는 날에 각자의 매일을 살아가는 이야기는 느슨한 연대를 갖게 한다. 그래서 <우리는 매일매일>은 좋아하는 영화라기보다는 시간을 두고 꺼내보며 아끼게 될 영화에 가깝다. 찬 공기가 몸이 아닌 마음으로 스며들 때마다 이 영화에서 만났던 그들을 매일을 떠올려야지. 다가올 우리의 매일매일을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겨울 초입에 끓여 먹는 장국처럼 몸과 마음이 뜨거워질 테니.

-인디즈 15기 은다강

📢 아아, 알려드립니다!

지난 주 소개한 엄태화 감독의 <숲>, 볼 수 있는 곳이 없다고 하여 아쉬우셨나요? 소중한 인디씨커💕님이 KT의 OTT 서비스 어플리케이션 시즌(seezn)에서 <숲>을 볼 수 있다는 고급정보를 알려주셨습니다! 아직 모든 OTT를 통달하지 못한 인디즈 큐에게 나누어주신 정보에 감사드리며🙇‍♂️ 시즌을 이용하시는 분들이라면 한번 검색해보시길!

지난주 레터가 궁금하다면, 보러가기!

오늘의 장편영화

<젊은이의 양지>(감독 신수원)

“인생실습 한 번 해보실래요?”

채권추심 콜센터의 계약직 센터장 세연은 업무실적과 정규직 채용을 빌미로 자리를 위협받는다. 세연의 콜센터에서 현장 실습을 하게 된 19살의 준은 사진이라는 자신의 전공과는 너무나도 무관한 일에 적응하지 못한다. 그런 준에게 세연은 자신도 힘든 시절이 있었다며 꿈을 포기하는 게 아닌, 잠시 세상을 배우는 ‘인생실습’한다 생각하라고 조언한다. 여느 날처럼 늦은 밤까지 독촉 전화를 하던 준은 얼떨결에 직접 카드 연체금을 받으러 가게 된다. 엄마 회사에 취직하면 안 되냐는 취준생 딸 미래와 다투고 있던 세연은 도저히 못 하겠다고 울먹이며 전화한 준에게 어떻게든 돈을 받아오라며 윽박지른다. 그리고 다시 걸려온 전화. “…연체자가 죽었어요” 그날 밤, 유서를 남긴 채 사라진 준이 변사체로 발견된 후 세연에게는 준으로부터 사건의 단서가 담긴 메시지가 하나씩 도착하는데…

안전한 관람을 위해, 함께 해주세요!

사회적 거리두기 정책에 따른 방역지침을 지켜주세요. 모두 안전한 영화관람을 위해 협조 바랍니다. 극장도 더욱 노력하겠습니다💪 건강한 모습으로 극장에서 만날 수 있도록!

영화 관람 시 주의사항

1. 인디스페이스는 음식물 반입 금지 영화관입니다. 더불어 음료 섭취 또한 가능한 자제 부탁드립니다.

2. 영화 관람시에도 마스크를 꼭 착용해주세요.

3. 티켓 발권시 전자출입명부 QR코드 등록 혹은 수기명부작성은 필수입니다. (매회차 발권마다 진행)

오늘의 이야기가 재밌었다면, 구독페이지를 친구에게도 소개해주세요!

피드백이 필요한가요? 여기를 클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