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Q. 장남 없이 이장, 할 수 있다/없다?👻 〈이장〉

독립영화 큐레이션 레터 by. 인디스페이스

vol.3 〈이장〉 (감독 정승오)

오늘의 큐 💡

Q. 장남 없이 이장. 할 수 있다/없다? 👻

지금...2020년 아닌가요?

그렇긴 한데요. 조금만 생각해봐도 그리 과거의 일만은 아닌 것 같습니다. 딸이라는 이유로 첫째인데도 상주가 될 수 없거나, 제사 지낼 때 절을 할 수 없거나. 이런 에피소드 모두 심심찮게 보고 들어왔잖아요. 여기 오남매 집안도 마찬가지래요😵 "어디 장남 없이 이장을 하나!" 네 자매 혜연, 금희, 금옥, 혜영은 아버지 묘를 이장하기 위해 사라진 막내아들 승락을 찾아나서야합니다. "장남이 무슨 벼슬이야!"

오늘 소개할 영화는 가부장제의 지독한 침묵을 뚫고 움직이기 시작한 '유교걸' 네 자매(ft.승락, 윤화)의 고군분투 이장기, 정승오 감독의 〈이장〉입니다. 인디즈의 〈이장〉 리뷰부터 대담 기록, 그리고 '세기말적 가부장제에 작별을 고하는' 닮은 꼴 영화 〈작은 빛〉을 소개합니다. 하나 더, 2020년엔 아주 중요한 날이 있죠. 바로 총선! 총선을 앞두고 인디즈가 추천한 영화도 만나보세요.

〈이장〉 리뷰 :

그 무수한 모순에 대한 대답

영화의 제목은 우리가 생각하는 시골의 ‘이장님’이 아니라 묘를 옮기는 ‘이장(移葬)’이다. 아버지의 무덤을 옮겨야 하는데 막내 남동생 승락이의 행방은 알 수가 없다. 다섯 남매는 한데 모여 이장을 할 수 있을까? 〈이장〉은 등장하는 모든 인물을 통해 가부장제의 모순을 폭로하고 또 비튼다.

(...)

네 여자의 싸움은 퍽 유치하지만 서로의 약점을 정확하게 때린다. 그 속에는 지난한 세월 동안 겪은 차별이 관여한다. 혜영에게 ‘애 하나 키우면서 힘든 티는 다 낸다’라는 금희의 말은 타 여성의 노동을 평가절하하는 모순을 보여준다. 이처럼 〈이장〉에서 보여지는 가부장제는 주객이 명확하게 이분화되거나 도식적이지 않다. 집안의 모든 노동을 도맡아 하는 큰어머니는 피해자에 가까운 인물이면서도 네 자매와 막내아들을 다르게 대우한다. 가부장제의 혜택을 받은 승락 또한 입체적인 인물이다. 누나들의 시선에서 승락은 부모의 사랑을 독차지했고 ‘편안하게’ 살아왔다. 그러나 큰아빠의 명령에 앵무새처럼 말을 전하는 모습은 그의 삶이 순탄치만은 않았으리라는 사실을 보여준다.

(...)

비가 오는 새벽 다섯 사람은 모여 앉아 무심한 대화를 나눈다. 많은 이야기가 오가지 않아도 서로의 마음은 전해진다. 비가 갠 뒤 다섯 남매는 각자의 삶으로 다시 돌아간다. 해결된 일은 아무 것도 없고, 어떤 말소리도 흐르지 않는 차 안. 그러나 그들은 향할 곳을 알고 있을 것이다. 채워진 온기를 가지고, 다시 흩어진 가족으로 살아갈 차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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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디즈 14기 송유진

지금 해야 하는 가족 이야기

지난 해 여름, 개봉에 앞서 인디스페이스를 찾아왔던 <이장> 팀! 둘째 금희, 셋째 금옥, 막내 승락, 윤화가 정승오 감독이 함께했습니다. 배우와 감독이 말하는 <이장>은 어떤 영화인지 들어볼까요?

이들 중 그 누구도 자신의 의지로 가부장제 안으로 걸어들어온 사람은 없다. 영화 〈이장〉은 한편에선 페미니즘 이슈가 활발하고 다른 한편에선 아직까지도 가부장제가 죽지 않은 바로 지금 해야 하는 가족 이야기이다.

"지금은 가부장제가 죽어가는 변곡점이라고 생각하는데 여전히 윗세대는 이를 옳다고 생각하고 굉장히 단단한 껍데기로 유지하고 있어요. 그렇지만 알고 보면 깨부술 수 있는 껍데기라고 생각해요. 승락은 껍데기 안에서 생존하기 위해서 가부장제에 순응하고, 옳지 않다는 것을 알면서도 저항하지 못하는 캐릭터라고 생각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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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디즈 13기 송은지

'세기말적 가부장제'와 이별하는 중입니다👋

장남이 왜 그렇게 중요하냐고요? 불과 13년 전만해도 '호주(戶主)'는 남자만 할 수 있었거든요. 최근 '세기말적' 분위기에서 성장한 남성감독들이 가부장제의 씁쓸한 끝맛을 그려낸 작품들이 눈에 띕니다. <이장>과 함께 보면 재밌을 작품, 조민재 감독의 <작은 빛>입니다. <작은 빛>의 곽진무 배우는 이 영화 속 이야기는 편모로서 호주가 될 수 없었던 신숙녀가 딸의 초등학교 입학을 위해 결혼을 하게 되면서 시작되었다고 말합니다. <이장>과 비슷한 점이 눈에 띌 텐데요, 동시에 또다른 감동을 느끼실 거예요.

"이 이야기의 발단은 극 중 현이가 초등학교 입학하기 위해 호적이 필요해서 신숙녀가 결혼하게 된 것이에요. 호주제 폐지 이전 가족 구성 방식을 반영한 이야기죠. (...) 그 부조리한 시대를 살았던 분들에게 위로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작은 빛〉 인터뷰 전문 보러가기

💡 조민재 감독의 〈작은 빛〉은 카카오페이지, 네이버 시리즈 등에서 VOD로 관람 가능!

선택 2020! 새로운 얼굴들에게😉

총선이 한 주 앞으로 다가왔습니다. 거리의 유세활동과 쏟아지는 선거유인물 속에서 모두 어떤 생각을 하고 계신가요? 이번 총선은 선거연령이 만 18세 이상으로 하향되고 난 뒤 처음으로 진행되는 선거예요. 이 시즌에 보면 좋을 작품. 청소년 인권에 대한 옴니버스 영화 <시선 1318>(2008)에 담긴 윤성호 감독의 <청소년 드라마의 이해와 실제>입니다. 인디즈가 12년 전 작품을 지금 다시 보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요? 방은진, 전계수, 김태용, 이현승 감독의 단편작도 궁금하다면 <시선 1318>을 모두 보시는 것을 추천합니다. 잊지 마시길! 4월 15일 국회의원 총선거날, 4월 10일-11일 사전투표기간입니다!

"내가 바로 우주인 걸요."

당시에는 총명하게 시의성을 반영한 영화들이 시간이 흐르면 도리어 그 생생함 때문에 예전 것임이 더욱 선연히 느껴질 때가 있다. 2008년에 만들어진 윤성호 감독의 단편 <청소년 드라마의 이해와 실제>도 그렇다. 17대 대선과 88만원세대라는, 당대의 정치적 모티브를 전면적으로 드러내는 본편을 지금 와서 소개하는 데 망설임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그럼에도 이 영화를 다시 꺼내고 싶었던 이유는 그간 아주 조금이나마 달라진 세상을 돌아볼 수 있을 것 같아서였다.

<청소년 드라마의 이해와 실제>에는 구태한 어른들의 세계를 은연중에 답습하는 청소년들의 모습이 나온다. 가령, 대선을 앞두고 투표 독려 캠페인에 차출된 남고생들이 선거 완장을 찬 채 이런 대화를 주고 받는다. “넌 누구 뽑을 건데?” / “허경영. 결혼하면 1억 준다니까…” / “누가 너랑 결혼이나 한대냐?” 혹은 투표소에 들어가려는 엄마와 자동차 조수석에 앉은 딸의 대화는 이 모양이다. “엄마. 누구 뽑을 건데?” / “글쎄, 누구 뽑을까? 네가 한번 골라봐” / “이명박 찍어” / “이명박? 왜?” / “이명박이 될 것 같잖아. 찍은 사람이 대통령 되면 이긴 거니까 기분 좋잖아” 이 우스운 대화들로 청소년들이 어른들의 정치적 방기와 은밀히 결탁하게 되는 모습이 포착된다.

그러나 동시에 청소년들 또한 나름의 정치적 의제들을 논쟁한다. 바삭거리는 유휴지를 배경으로, 본편에 등장하는 여러 모양의 청소년들은 제가끔의 정치에 대해 고민한다. 거기에는 섹스에 대한 강박적인 거부감도, 학벌과 유학 없이는 성공하기 힘든 장래희망에 대한 걱정도 있다. 국회에서 법을 뚝딱거리는 것만이 정치가 아니라, 십대들이 나누는 말들 속에도 불현듯 살아있는 것이 정치임을 다시금 깨닫게 되는 장면들이다. 그러니 청소년은 우주가 낸 숙제를 받아내는 대상이 아니라, (영화 속에 삽입된 자막처럼) 그 자체로 “내가 바로 우주”다.

무엇보다 종종 후경에 비치는 17대 대선 포스터의 얼굴들이 눈에 띈다. 지금 보니 그 낡음 때문에 그들의 자리가 배경이라는 사실은 더더욱 마땅해 보인다. 당시에는 요원해보였던 선거권 연령 하향이 이뤄진 작금에 다시 보니 더욱 새삼스러운 풍경이기도 하다. 스무 살 내게 설렘과 책임감을 함께 안겨줬던 그 권리를 더 적은 나이의 친구들이 얼른 느껴본다면 좋겠다. 어떤 선택이 이뤄지든 어른들의 것과 그리 다르지는 않을 것이다. 그리고 다르지 않은 만큼 다를 것이다. 이 최소한의 조치를 오래도 기다렸다.

-인디즈 14기 이보라

💡 윤성호 감독의 〈청소년 드라마의 이해와 실제〉가 궁금하다면? 이 링크를 클릭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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