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저 니블렛 소장은 현재 국제질서를 미국과 중국 간의 ‘신냉전’이라고 표현했습니다. 과거 미국과 소련이 각각 자유진영과 공산진영으로 나눠 대립했던 것이나 지금 미국과 중국이 각각 진영을 나누어 갈등하는 것이 비슷하지만, 지금은 미국 진영에 있는 국가들도 중국과 밀접한 경제적인 관계를 맺고 있고, 중국 진영의 나라들도 미국과 미국 진영의 나라들과 많은 무역활동을 한다는 차이가 있습니다. 그래서 지금의 상황을 ‘신냉전’이라고 부른 것이지요. 니블렛 소장은 “미국이 동맹국들에게 안보적으로 어느 진영에 속할 것인지를 요구할 수는 있어도 경제적으로 이분법적 선택을 강요할 수는 없다”면서 “한국, 일본, 유럽 등 미국의 동맹국들이 모두 중국의 주요 교역국이자 투자국인데, 경제적으로 이분법적 선택을 강요한다면 열전, 즉 무력전쟁으로 비화될 수 있다”고 경고했습니다.
앨리슨 교수는 미국과 중국의 갈등이 구조적인 문제라고 지적했습니다. 자신의 저서 ‘예정된 전쟁’에서 언급했던 바로 그 ‘투키디데스의 함정’을 거론한 것인데요. 중국은 급격히 부상하는 세력이고 미국은 거대한 지배세력이기 때문에 두 세력의 충돌은 불가피하다는 것입니다. 그는 “미국은 국제질서를 구축하여 78년 동안 대규모 전쟁이나 핵무기 사용 없이 세계적인 평화를 유지해왔다는 사실에 자랑스러워하고 있다”면서도 “역사적으로 반복되는 구조적 경쟁과 갈등을 피할 수는 없다. 급속히 성장하는 중국이 거대한 미국을 심각하게 위협하는 현실은 이미 구조적이다”라고 했습니다.
앨리슨 교수는 그러나 다소 희망적인 전망도 내놓았습니다. 그는 “모든 워싱턴과 베이징의 행동 이면에는 경쟁에 대한 동기부여와 협력에 대한 동기부여가 동시에 존재한다”고 했습니다. 예를 들어 한 쪽이 온실가스를 배출하면 다른 쪽도 동일한 영향을 받는 폐쇄된 생태계에 산다면 서로 온실가스를 많이 배출하려고 경쟁을 하다가도 심각성이 증대되면 생존을 위해 서로 협력하는 방법을 찾을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겁니다. 핵무기 개발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자신의 패권을 유지하려고 또는 새로운 패권을 차지하기 위해 핵무기 개발 경쟁을 벌이다가도 결국 누구도 생존할 수 없다는 사실 앞에서 군축 협력에 나설 것이라는 겁니다. 앨리슨 교수는 “경쟁하려는 인센티브와 협력하려는 인센티브 간에 끊임없는 긴장이 있다”고 했습니다.
지난 해 11월 샌프란시스코 정상회담에 대해서도 앨리슨 교수는 “바이든과 시진핑 두 사람이 가장 예민한 문제에 대해 비공개로 솔직하게 이야기 하는데 4시간이 걸렸다”면서 “두 사람이 본질적으로 경쟁적인 관계이지만 협력하는 방법을 찾으려 노력했을 것”이라고 예측했습니다. 하지만 또 “샌프란시스코 회동이 긍정적이기는 하지만 잠깐의 휴식에 불과하다. 미중 상황은 계속 악화될 것”이라며 “우리 모두 안전벨트를 꽉 매야 할 때”라고 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