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간지점의 이은지 작가를 만나보세요!
💧 중간지점 × 땡땡 콜렉티브 💧
『땡땡레터』 시즌 4는 땡땡 콜렉티브가 ‘중간지점’과 협력 기획한 전시 《Surface Tension》에서 시작합니다. 지난 8개월 동안 두 공동체는 다양한 형태로 만나 대화를 나누고, 그 대화를 바탕으로 전시를 만들어갔습니다. 오늘은 땡땡 콜렉티브의 수연과 중간지점의 이은지 작가의 만남을 소개하고자 합니다. 
보이지 않는 경계
작가 넷이 모여 운영하는 공간인 중간지점, 그리고 이은지 작가는 2021년 성북예술창작터에서 진행된 〈성북 N 작가공모〉를 통해 처음 만났다. 땡땡 콜렉티브와 함께 을지로의 중간지점을 방문하여 소개해주던 때 이은지 작가는 설레하면서도 약간은 긴장돼 보였다.
그리고 올해 초, 중간지점과 땡땡 콜렉티브는 협력 전시를 준비하며 규칙을 정하여 대화하기 시작했다. 이제는 중간지점을 찾는 일이 아주 익숙해진 8월의 무더운 날, 이날은 조금 다른 마음가짐으로 중간지점을 방문했다.
— 안녕하세요. 먼저 간단히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중간지점에 속해 있는 작가’ 이은지입니다.
중간지점에서의 이은지 작가 (촬영: 최수연)
— 이번 전시 《Surface Tension》에서 〈호흡 맞추기〉라는 작품을 보일 예정이신데, 이를 자유롭게 소개해주세요.

저는 레퍼런스를 쌓아놓고 그것들을 다시 펼쳐보면서 작업의 방향을 정하는 편이에요. 예전에 찍어놓은 사진 중에 먹거리에 벌레가 들어오지 않게 하려고 기본적인 모터로 만들어놓은 기계가 있더라고요. 재밌는 건, 그 기구가 벌레에게 위협적이지는 않아요. 그러니까 벌레라는 존재를 생각했을 때 전기 파리채로 죽이거나 하는 일들이 많은데, 시장에서는 그걸 연약한 방식으로 접근하지 못하게 하는 장치를 이용하잖아요. 그 벌레가 음식에 피해를 줄 수 있음에도 최대한 벌레가 피해받지 않는 선에서 공존하려고 하는 모습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이은지, 〈호흡 맞추기 07: 콜렉티브〉, 2020, 종이에 수성흑연. (이미지 제공: 이은지)  

그래서 그 정도의 힘으로 자기 영역을 지키려고 하는 모습이 이런 단체 안에서의 개인의 모습이 될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어요. 그리고 이번 전시에서 중간지점과 땡땡 콜레티브가 대응하면서 얘기할 일이 많았는데, 그럴 때 느꼈던 게 있어요. 제가 자기소개에서도 말했듯이 저는 중간지점의 일원으로서 대화한다고 생각했고, 《Surface Tension》의 기획 자체도 공동체로서 소속감이 있었기 때문에 할 수 있었어요. 그런 ‘보이지 않는 어떤 경계들’을 전시장에 모아보면 어떨까 생각했어요.  

— 이번 참여작을 기획하고 실제로 형상을 만들어 나가면서 가장 심혈을 기울인 부분이 있을까요?
주로 사용하는 재료인 ‘종이’는 단단해지기 위해 다른 재료와 섞이는 과정에서 더 가변적인 모양을 띠게 됩니다. 무언가를 다룰 때 기존에 물체가 가진 성질을 그렇지 않게 만들고 싶어 하는 편이에요. 그래서 이렇게 연약한 ‘종이’라는 물질을 꼿꼿하게 꼭 세워야겠다고 생각했어요.
〈호흡 맞추기〉 채색 과정 (촬영: 이은지)
그런데 중간지점과 땡땡 콜렉티브가 주기적으로 만나면서 왜 종이의 연약함을 그대로 두지 않아야 하는지에 대해서 질문이 들어왔어요. 그에 대해 생각하다 보니 오히려 자연스럽게 있는 게 도움이 되겠다는 방향으로 바뀌었습니다. 제가 만들려고 하는 T자 모양은 균형이 중요한 형태여서, 이 종이가 휘는 것은 상관없지만 어느 정도의 중심은 잘 유지하면서 너무 위험하지 않게 서 있으면 좋겠다는 정도로만 바뀌었어요.
〈호흡 맞추기〉 뼈대 제작 과정 (촬영: 최수연)  

그리고 ‘〈호흡 맞추기〉가 중간지점에 들어왔을 때, 특히 공간의 중간에 있을 때 왜 의미가 있을까?’ 이런 것을 질문했을 때나 제가 파리 쫓는 기계에서 레퍼런스를 가져왔을 때, 주변에 무언가가 들어올 수 있다는 사실과 그것이 주변과 맺는 관계가 더 중요하다고 생각했어요. 그러니까 이 파리 쫓는 기계가 있는 가게를 방문했을 때 벌레가 이 안으로 모여들지는 않지만, 사실상 그 기구와 벌레는 계속 일종의 관계를 유지하면서 침입하거나 거리를 벌리거나 하는 과정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전시장 안에 〈호흡 맞추기〉가 중간에 서 있음으로써 동선 안에서 가까이 다가가거나 피하는 장치 정도만 된다면 원래 제가 봤던 레퍼런스의 의미랑 비슷해지지 않을까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원래 시장에서 봤던 기구는 자동으로 계속 회전하고 있어서 벌레가 절대 그 안에 못 들어오게 하는 모습이었어요. 그런데 제가 생각하는 공동체와 그 외부, 즉 중간지점으로 대입해서 예를 들자면 4명은 일단 공간 운영이 더 중요한 업무다 보니 계속 외부인이 들어올 수밖에 없는 어떤 환경이잖아요. 이때 우리의 것을 어느 정도 유지할 것인지, 그리고 다른 이와의 관계는 어느 정도까지 이끌어 갈 수 있는지 등에 관해서 꼭 서로 대화하지 않아도 염두에 두고 있어요. 그래서 실제 기구처럼 들어오지 말라고 전면 차단하는 느낌보다는 중간지점의 운영 환경처럼 자연스럽게, 즉 움직이면 움직이는 대로, 멈춰 있으면 멈춰 있는 대로 만나는 사람에 따라 달라지는, 그래서 실제 기구보다는 수동적인 형태로 바꾸려고 했어요.

— 중간지점을 운영한 지 4년, 올해로 5년차가 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중간지점을 운영하면서 가장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있다면 무엇일까요?

저는 2019년이 재밌었어요. 다른 중간지점 구성원도 아마 그럴 것 같은 게, 저희가 직접 몸을 움직여서 시도해야 하는 일들이 많았어요. 저는 그런 과정이 있었기 때문에 지금까지 중간지점의 방향성이 잡혔다고 생각하거든요. 그리고 그때는 우리가 공간을 운영하는 사람들이라기보다, 작가 4명이 모여서 하는 공간이라는 정체성에 대해서 생각을 많이 해볼 수 있었어요. 그때 밧줄을 만들어서 유연한 가벽을 만들었던 것도 우리가 협업하는 형태에 대해 계속 고민했던 결과예요. 그래서 에피소드라기보다는 그 해가 가장 기억에 남아요.

2019년 5%에서 진행된 전시 《땅따먹기 4P : back and forth again》의 실뜨기 모양 가벽 제작 과정
(이미지 제공: 중간지점)  
— 공동체의 연결과 지속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저는 역할이라고 생각해요. 역할이 꼭 효율을 위한 것만은 아니거든요. 적어도 어떤 기준점이 있어야 서로를 이해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공동체에서 평등한 관계로 일을 한다는 게, 사실 주어진 일뿐만 아니라 보이지 않는 일이 정말 많아요. 그런데 이걸 제가 어느 정도까지 개입해야 하는지는 애매하고 어려워요. 그래서 저는 그런 것들에서 어느 정도 경계를 만들어주는 게 역할이라고 생각해요. 제가 맡은 일이 있어야, 이를 토대로 서로 오해 없이 의사소통이 진행될 수 있는 것 같아요.

— 저도 동의해요. 수평적인, 네트워크적 관계를 지향한다고 했을 때 그게 자기가 원하는 업무만 한다는 의미는 아니잖아요. 수평적인 관계를 지향한다는 게 어느 정도의 역할이 주어져야 하는 것인데, 그 역할이 또 다른 위계를 만들 수도 있어요. 땡땡 콜렉티브도 시행착오를 겪고 나서 서로의 시간이나 상태를 고려해서 최대한 가능한 조건에서 일을 이어 나가고 있어요. 그래서 자기가 업무를 해낼 수 있는지 아닌지 솔직하게 말하는 게 가장 중요한 것 같아요.

맞아요. 솔직함도 진짜 중요해요. 아까 수연님도 말씀하셨지만, 역할이 있어도 위계가 아예 안 생기지 않거든요. 저는 그게 있는 게 좋은 것인지, 그것조차 없애려고 노력해야 수평적인 것인지 그게 되게 헷갈렸어요. 그런데 저는 개인적으로 땡땡 콜렉티브를 만나고, 대화하면서 느낀 것, 요즘 MBTI가 유행하면서 또 느낀 것은 각자의 성향에 맞게 역할이 주어지는 게 가장 수평적인 것 같아요. 제가 이전에는 제 성격대로 의견을 많이 제시하다 보니까 저야 솔직해서 편하지만, 누군가는 불편할 수도 있잖아요. 그래서 그럴 때면 ‘내가 의견을 많이 참아야 하나? 어떻게 해야 할까?’ 이런 고민도 솔직히 있었어요. 그런데 개개인의 성향이 정말 다르다는 것을 생각하니까 그런 고민에 대한 부담이 줄더라고요. 그리고 이런 생각이 들수록 공동체 구성원 간의 대화가 정말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어요. 그런데 현실적으로 쉽지는 않은 것 같아요.

— 곧 서촌에 ‘중간지점 둘’이 개관한다고 들었습니다. 중간지점 둘이 있기까지 어떤 대화와 과정이 있었나요?

‘중간지점’이라는 이름이 관계성을 내포하고 있어요. 무조건 두 가지 이상의 것이 있어야 물리적으로도, 생각도 가능한 지점이기 때문에 시작은 모호했지만 결국 중간지점이 하나만 존재하지는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을 이전부터 했었어요.

그래서 중간지점 둘도 치밀한 계획에 따라 시작한 건 아닐 수도 있어요. 언제까지 두 지점을 같이 운영할지는 모르겠지만 일단은 해보자는 생각이에요. 중간지점은 항상 어떤 제안이 들어와서 함께 했을 때 얻어가는 게 컸어요. 그런 맥락에서 두 공간을 일단 가지고 있으면서 여기서 할 수 있는 것, 저기서 할 수 있는 것을 고민하다 보면 우리가 말하고자 하는 중간지점의 범위가 확장되지 않을까 생각했습니다.

2시간 가량의 대화를 통해 그간 중간지점의 인터뷰에서 잘 다루지 않았던 공동체 속 개인, 그러니까 ‘중간지점 속 이은지’를 알 수 있었다. 공동체와 개인은 분리해서 볼 수 없듯, 대화에서도 이은지는 때로 중간지점을 대변하고, 때로는 이은지를 설명했다.

이은지 작가는 공동체의 ‘보이지 않는 경계’를 강조했다. 그간 땡땡 콜렉티브와 중간지점은 분리되거나 뒤섞이며 대화를 이어 나갔고, 여느 대화는 개인적이기까지 했음에도 각자는 은연중에 자기가 속한 단체에서의 소속감을 염두에 두었다. 그러나 그 경계는 결코 침범할 수 없는 어떤 것이라기보다는, 오히려 연약한 경계로서 누구든 받아들일 수 있는 공존의 방법이다. 《Surface Tension》에서 중간지점은 땡땡 콜렉티브라는 물질과 관계하는 액체다. 두 공동체가 겹치는 사건 속에서 이은지 작가는 '호흡 맞추기'를 제안한다.
🌻 이은지

이은지는 서울에서 거주, 활동하고 있는 작가이다. 개인전 《Creeper》(Keep in Touch Seoul, 서울, 2020), 《숨 참기》(서교예술실험센터, 2019)를 비롯하여 《한국화와 동양화와》(Gallery TOWED, 도쿄 ∙ FINCH ARTS, 쿄토, 일본, 2022), 《구름 그림자》(성북예술창작터, 2021), 《하나의 점, 모든 장소》(금호미술관, 서울, 2021),《cut! cut! cut! — index》(전시공간, 2020), 《PERFORM 2019 : Linkin’ out》(일민미술관, 2019), 《제강이 춤을 출 때》(갤러리 175/ 중간지점, 2019) 외 다수의 전시에 참여하였다. 금호창작스튜디오 프로그램/레지던시에 입주 작가로 참여했다.(2020-2021) 아티스트 런 스페이스인 중간지점을 조직, 공동 운영하며 내외부 프로젝트를 기획하고 있다. 

《Surface Tension》


일시 2022. 9. 17. ~ 10. 9.

장소 중간지점 하나 (서울시 중구 을지로14길 15 장양빌딩 703호)

참여 땡땡콜렉티브(김강리, 이아현, 조현지, 최수연) × 중간지점(김기정, 김옥정, 박소현, 이은지)

후원 한국문화예술위원회 · 시각예술 창작산실 공간지원

디자인 스튜디오 미정

16호
발행인: 땡땡 콜렉티브
발행일: 2022/09/01
문의: 00collective2021@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