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2화_하이틴 감성을 좋아하시나요?

칠월의 크리스마스

최근 버거킹에서 '7월의 크리스마스' 행사를 열었다는 기사를 접했습니다. 힘들었던 2020년을 빠르게 보내고, 새로운 해를 맞이하고 싶다는 의미에서 일찍 크리스마스 분위기를 냈다고 하는데요. 이 행사를 보면서, 저에게도 2020년은 통째로 삭제하더라도 그렇게 큰 타격이 없는 해였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물론 아직 2020년이 끝난 게 아니지만) 언젠가 시간이 많이 흘렀을 때, 그리워할 만한 순간이 거의 없었다는 생각도 들었고요. 그런 생각을 하면서, 2020년은 확실히 무채색을 닮은 해라는 생각이 스쳐지나갔습니다.

2020년이 무채색을 닮은 해라면, 지난 해는 어떤 빛깔을 닮았을까. 어떤 자리에 가더라도 자신만의 독보적인 색깔이 있어서 존재감이 확실한 사람이 있는가 하면, 어떤 자리에 가는지에 따라 분위기와 비슷하게 색이 변하는 사람들이 있잖아요. 저는 후자에 가까운 사람이었기 때문에, 2020년이 아니더라도 빨강, 파랑처럼 강렬한 빛깔을 닮았던 시기는 없었던 것 같아요. 과거는 늘 미화되는 법이니까, 이제 와서 생각하면 파스텔톤 정도 되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이렇게 색에 대해 생각하다 보니, 확실히 요즘 선호하는 옷의 색깔도 변했다는 생각이 들어요. 요즘은 흰색, 베이지색, 검은색처럼 무난한 색과 단순한 디자인의 옷을 선호하는데요. 막상 옷장을 열어보면, 지난 여름에 구매했던 밝은 계열의 옷들과 화려한 패턴의 악세사리들이 눈에 띄더라고요. 그래서 올해에도 어김없이 '입을 옷이 없네'라고 생각하면서 여름을 보내는 중입니다. 결론이 갑자기 산으로 가는데(?) 하실 수도 있겠지만, 그게 매력이라고 생각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비가 쏟아지는 요즘인데, 기분만큼은 덜 습한 한 주가 되시기를 바라요!

습한 날씨에 기분도 습해진

<망고네 슈퍼> 주인장 드림

이 주의 아보카도 하나🍐

넷플릭스 - 더 서클

요즘 넷플릭스에서 가장 재밌게 보고 있는 리얼리티쇼. '우리는 SNS에서 무엇을 보고 있는가?'라는 질문을 던지면서, SNS를 기반으로 한 실험 형식의 예능이에요. <더 서클>의 플레이어들은 오로지 SNS를 통해서만 교류하고, 매일 호감도 투표를 해서 인기 순위를 선정합니다. 이렇게 인기 많은 플레이어로 선정되면 인플루언서가 되고, 인플루언서는 탈락 플레이어를 고를 수 있는 힘을 얻게 됩니다. 이 모든 과정을 거쳐 끝까지 살아남는 최종 1인이 상금 10만 달러를 획득하는 방식인데, 이 프로그램의 묘미는 SNS에서 진짜 내가 아닌 다른 사람을 사칭할 수 있다는 점이에요. 나이, 성별, 프로필 사진 등 모든 정보를 거짓으로 입력한 채 게임에 임하는 플레이어가 있는 한편, 있는 그대로의 '진짜 나'를 보여주기 위해 애쓰는 플레이어들도 있답니다! 소개만 보면 전쟁터 같지만, 의외로 따뜻하고 위로가 되는 대화도 많았던 쇼. 집콕하는 주말에 가볍게 몰아볼 프로그램을 찾으신다면, <더 서클> 추천드려요!

Ps. 개인적으로, 영어 공부하기 좋은 프로그램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외국 친구와 하루종일 채팅을 주고받는 기분이 들어요😊

이 주의 복숭아 한 조각🍑

한낮의 산책, 조소담

노랫말 속에 조금씩 숨겨놓는 아픔과 사랑처럼, 울지 않는 얼굴이라고 해서 꾹 담아놓은 마음 같은 것 몇 개쯤 없을 리 없다는 걸 항상 생각하려고 한다. 타인의 역동적인 삶의 감정들과 너무 깊이는 말고 느슨하게 연결되어 가끔 그걸 알아차릴 정도의 마음으로 살아가려고 한다. 최소한의 공감만 지닌 인간이 되지 않도록 스스로를 위한 여유를 가지려고 한다. 말 못하는 고양이에게 체하지 말고 밥 먹으라고 좋은 자리에 밥그릇을 놔주는 마음 같은 것이 세상을 더 나은 곳으로 만든다고 믿는다. (눈물)이란 보조 자막 없이도 누군가 울음 참으며 하는 이야기를 차근히 들어줄 수 있는 사람들이 많아질 때 우리가 서로에게 내어줄 수 있는 평화의 자리가 더 넓어질 것이라고 나는 믿는다.

- [피스트레인] 한낮의 산책, 조소담

닷페이스의 창업자 조소담님의 글. 자주 했던 생각 중 하나가, 사랑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진심으로 들어줄 수 있을 정도의 여유를 지키면서 살고 싶다는 것이었어요. 그 사람이 힘들다고 말할 때, 언제든 곁을 내어줄 수 있는 사람. 때론 힘들다고 말로 꺼내놓기 전에, 가만히 안아줄 수 있는 사람. 이런저런 마음들을 꾹 담아놓고 울지 않는 얼굴로 나섰을 때, 뜬금없이 사랑한다는 말을 건네줬던 사람들을 기억합니다. 그런 날에 기댈 수 있었던 영화와 음악, 이야기도 함께요. 지금까지는 그 얼굴들과 이야기를 스스로를 돌보기 위해서 써왔다면, 그 모든 이야기들을 차곡차곡 쌓아가면서 좀 더 너른 품을 가진 사람이 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내 자신뿐만 아니라, 사랑하는 사람들, 더 나아가 세상과도 연결되어 있다는 감각을 놓치지 않고 싶습니다.

Ps. 올해는 아쉽게도 취소된 DMZ 피스트레인 페스티벌과 함께한 글인데, 무사히 페스티벌을 즐길 수 있는 시기가 얼른 다시 왔으면 좋겠습니다😷

이 주의 프리지아 한 송이💐

감현서 - Would You Be So Kind (dodie cover.)

최근 '내가 널 사랑할 수 없는 10가지 이유'를 시청한 이후로, 뒤늦게 하이틴의 매력을 깨달았습니다. 그렇게 저는 홀린 듯이 4년 전, 교복을 입고 눈코입을 부르던 학생의 커버 영상을 클릭했는데요. 교실 특유의 적당히 소란스러운 분위기도, 요즘 채널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적당히 나쁜 화질도, 서로 묘하게 주고받는 눈빛도, 그리고 무엇보다 목소리가 너무 좋아서 보자마자 사랑에 빠져버렸어요. 그래서 이 채널의 최근 영상을 정주행하다가, 가장 마음에 들었던 커버 영상 하나를 가져왔어요. '저랑 사랑에 빠져주실래요?'라는 제목의 영상인데, 첫 소절부터 사랑에 빠져버렸답니다. 자연스럽고 담백하지만, 무장해제되는 목소리. 하루라도 이 목소리로 노래할 수 있다면 행복할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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