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주의의 위기'라는 말을 자주 접하는 요즘입니다. 정치 불신이 깊어지는 오늘날, 이 아슬아슬함 속에서 우리는 어떤 이야기를 함께 나눠볼 수 있을까요? 이 책으로 시작해볼 얘기가 많아요. 아래에는 이벤트도 준비되어 있으니 확인해주세요! 
Pre-View, 미리 만나러 갑니다  저자 사전 인터뷰
‘팬덤 정치’라고 쓰되, ‘시민 정치’라고 읽습니다

오랜만에 인사드려요. 인터뷰 코너로 돌아온 편독자입니다. 오늘은 마케터님과 함께 아주 특별한 인터뷰를 준비했어요. 왜 특별하냐고요? 아직 출간되지 않은 신간을 사전 인터뷰로 먼저 소개해드릴 예정이거든요. 그 주인공은 바로 3/7 출간을 앞두고 있는 《‘팬덤 정치’라는 낙인》의 저자 조은혜 선생님입니다. ‘팬덤 정치’ 운운하며 모든 정치 문제의 책임을 시민들에게 돌리는 한국사회 혹은 한국 정당정치의 현주소를 정확히 짚어내는 책이죠. 여러분의 생각은 어떠신가요? 정말 ‘모든 게 팬덤 정치 탓’일까요? 지금부터 ‘팬덤 정치’라는 용어 뒤에 숨겨진 거대한 성찰의 영역으로 건너가보겠습니다.  

《‘팬덤 정치’라는 낙인》이 3/7 출간을 앞두고 있어요. 책 이야기에 앞서 선생님의 이야기를 먼저 듣고 싶은데요. 처음 우리가 만났을 때 선생님께서 원래는 책 출간에 회의적이었다고 말씀하신 게 기억나기도 하는데, 막상 이렇게 책을 낸 소감이 어떠신가요? 소개도 부탁드려요. (편독자)


조은혜: 안녕하세요. 저는 사회학 연구자이자 <오!레터> 구독자인 조은혜입니다(웃음). 책을 마치고 난 소감은 꽤 개운해요. 논문을 기반으로 한 것이다 보니, 책을 내는 과정에서 재구성에 대한 고민이 적지 않았는데요. 책이라는 정해진 지면에 한해서 제가 해야 할 말을 최선으로 했고, 할 수 있는 걸 최대한 담아냈다는 생각이 들어서 개인적으로 남은 아쉬움은 없어요. 물론 하지 못한 이야기도 있지만, 그걸 다 담으면 대백과사전이 될 테니까요. 

평소에 책이라는 매체를 굉장히 좋아하지만, 원래는 석사논문을 내고 후속 작업으로 학술지 논문을 쓰려고 했어요. 추가적인 이론화 작업에 대한 욕심이 있었거든요. 그런데 제가 석사논문을 발행했던 시기가 제20대 대선 직전이었어요. 문재인 정부 임기가 끝나기 전에 발행한 대통령 지지자 연구물이었고, 일부분 대선 결과를 예측하는 자료이기도 해서 주목을 좀 받게 됐어요. 그 무렵 편집자님께 연락을 받고 깊은 대화 끝에 책 작업을 시작하게 됐죠.


워밍업으로 책 제목에 대한 이야기를 해볼까요? 사실 전 《‘팬덤 정치’라는 낙인》이란 제목에 많은 것이 담겨 있다고 봐요. 여는 글에도 쓰여 있듯, 결국 이 책은 ‘팬덤 정치’ 프레임을 다루는 최초의 책인 동시에 ‘팬덤 정치’라는 용어 자체를 폐지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매우 양가적인 책인데요. 선생님과 ‘팬덤 정치’ 사이의 팽팽한 긴장관계가 느껴지는데, 어떻게 해서 이 현상에 관심을 가지고 연구를 하게 되셨는지 궁금해요. (편독자)


조은혜: 사회학 연구자가 왜 정치 책을 냈지? 이렇게 생각하시는 분들도 있을 것 같아요. 굳이 짚는다면 정치사회학 책이에요. 이렇게 말하면 멀리하고 싶은 마음이 생기려나요? 사회의 뜨거운 감자를 다루면서도 어렵지 않고 재미있는 책이랍니다. 저는 사회학 연구자로 정치 담론에 관심이 많아요. 특정한 형태로 구성된 정치 담론을 향한 궁금함이 연구의 가장 큰 요인이었어요. 그걸 조금 더 풀어서 말씀드리면요.

한국에서 처음 대통령 탄핵이 이뤄지고 문재인 후보가 제19대 대통령으로 당선됐을 때, 문재인이란 인물에 대한 시민들의 기대가 상당히 컸어요. 문재인 대통령의 당선 득표율은 전 국민적 지지로 보기 어려웠지만 취임 초기 직무 긍정률이 80%를 넘겼죠. 저는 문재인 대통령이 지지받는 현상에 새로운 사회로의 이행 가능성, 그러니까 한국사회의 변화 가능성에 대한 시민들의 기대가 들어 있다고 봤어요.

문재인 정부 초기부터 언론은 대통령뿐 아니라 그의 지지자들에 대해서도 많이 보도했어요. 그런데 지지자를 조명하는 여러 기사의 내용이 지지자들의 실체가 없다거나 실체를 알 수 없다는 걸로 끝나더라고요. 일단 그게 이상했죠. 지지자들에 대해서 실컷 써놓고 마지막에 그들의 실체가 없다니. 아니, 그러면 실체가 없는 사람들을 어떻게 보도할 수 있지? 이 글의 정보는 어느 정도로 신뢰할 수 있지? 그런 의심이 생긴 거죠.

한편으로 문재인 대통령 지지자들은 ‘팬덤 정치’(또는 ‘정치 팬덤’)의 대표적 행위자로 서술됐어요. 그것도 궁금했어요. ‘팬덤’과 ‘정치’라는 용어가 어떻게 결합되어 쓰였고, 대체 무엇이며, 왜 지지자들이 ‘팬덤 정치’ 행위자라는 건지. 하지만 아무리 자료를 찾아도 제대로 알 수 없는 거예요. 결국 직접 연구하지 않으면 알 방법이 없겠다는 생각을 했고, 이전부터 시민 참여를 중요하게 눈여겨보는 상황이었던지라, 자연스럽게 연구를 시작했어요.


이런 문제의식 속에서 ‘팬덤 정치’ 용어가 아닌 ‘인물 지지 정치’라는 새로운 개념을 제안하셨어요. 동일한 현상을 이렇게 서로 다른 용어로 포착할 때 차이점은 무엇일까요? (마케터)


조은혜: 너무 길게 답하면 지루할 수 있고 스포일 수 있으니 최대한 짧게 말씀드릴게요(웃음). ‘팬덤 정치’는 자명한 개념처럼 쓰이지만 제대로 정립된 적 없는 불안정한 용어예요. 화자와 상황에 따라 다르게 쓰여 오남용이 심한 만큼 개념적 도구로도 적합하지 않아요. 단적으로, 문화 영역의 ‘팬’과 정치 영역의 ‘지지자’를 구별하지 않는 용어이지만 ‘정치인 지지자들이 대중문화 팬처럼 행동한다’고 비판하는 개념으로도 활용되죠. 대단히 모순적이에요.

2000년대 이후로 한국사회에 등장한 새로운 형태의 시민 정치 현상 내지 특징은 지금까지 ‘팬덤 정치’로 명명되고 있어요. 그래선 안 된다는 것이 제 핵심 주장 중 하나입니다. 자세한 이유는 책을 통해 아실 수 있는데요. 제가 ‘팬덤 정치’ 대신 ‘인물 지지 정치’를 쓴 것은 지난 연구를 통해 도출한 결론이에요. 책에는 ‘인물 중심 정치’와 ‘인물 지지 정치’를 구별해 설명함으로써 2000년 이후 시민 정치가 어떻게 전환됐는지 더 분명하게 드러내죠.

어떤 언어로 현상을 보는가는 굉장히 중요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현상을 보기 전에 언어를 살펴봐야 하고요. 2000년 이후로 전환된 시민 정치 배경의 핵심은 ‘정치 불신’, 그리고 ‘대의 권력 불신’입니다. 하지만 이걸 ‘팬덤 정치’라는 렌즈로는 읽을 수 없어요. ‘팬덤 정치’라는 개념이자 담론은 결과적으로 시민 정치를 ‘시민의 병리적 이상 행태’로 진단해요. 그러면 대안은 ‘병리적 이상 행태의 행위자들이 문제이고, 이들이 사라져야 한다’로 연결되기 쉽죠.

제가 책에 썼듯 설령 ‘팬덤 정치’로 불리는 현상이 사라진다 할지라도 오늘날 만연한 정치 문제는 해결되지 않을 겁니다. 그리고 시민 정치는 사라지지 않을 거예요. 현상을 읽어내는 기존의 진단이 맞는지 검토하고 다시 분석할 수 있을 때 정치 문제는 그만큼 잘 풀릴 수 있다고 봐요. ‘인물 지지 정치’와 달리 ‘팬덤 정치’는 정당정치 불신을 비롯해 시민들의 마땅한 문제의식까지 소거 또는 은폐하는 기제로 쓰인다는 점에서 반드시 깨져야 합니다.


쓰신 책이 문재인 전 대통령 지지자 13명을 대상으로 한 심층 면접 자료에 기초하고 있는데요. 그중 ‘더불어민주당에 대해 냉소적으로 평가하면서도 지지를 계속한다’는 언급이 특히 인상 깊었어요. 이렇게 정치권력을 불신하면서도 (거대) 정당을 지지하고 또 당원으로 참여하는 원인이 무엇이라고 보시나요? (마케터)


조은혜: 그들은 민주주의 가치, 그리고 정당이라는 제도를 불신하지 않아요. 정당의 필요성과 중요성을 인식하기 때문에 당원으로 참여합니다. 왜 13명의 문재인 대통령 지지자가 모두 더불어민주당 당원이길 선택했는지를 책에서 세 가지 이유로 정리했어요. 이들은 더불어민주당 당원으로 사회에 참여하는 동시에 정당을 구성하는 정치인들에 대해 문제의식을 느끼고 있어요. 시민을 대변하지 않고 사익을 얻기 위해 부여받은 권력을 활용한다고 평가했죠.

수치로만 보면 문재인 대통령 지지자 13명, 더불어민주당 당원 13명이에요. 그렇지만 문재인 대통령 지지자가 곧 더불어민주당 지지자라고 동일하게 여겨선 안 돼요. 더불어민주당은 이들에게 문재인 대통령만큼 신뢰를 받지 못하거든요. 정치권력을 불신하면서도 당원으로 참여하는 이유는 시민들이 원하는 게 ‘탈정치’가 아니라 ‘정치 쇄신’이기 때문이에요. 그만큼 사회참여 의지를 강화하죠. 수치로만 포착할 수 없는 현상의 본질을 살펴볼 필요가 있어요.


최근 ‘팬덤 정치’와 관련한 국민의힘의 행보가 심상찮은데요. 이걸 대대적으로 프레임화하면서 ‘팬덤 정치’가 국민의 대통합을 방해하고, 한국 정치가 4류라는 걸 보여주는 대표 사례로 언급하고 있죠. ‘팬덤 정치’를 물리쳐야 합의 정치의 기반이 확보된다는 식으로요. 하지만 선생님은 이 책에서 저런 식의 진단을 단호히 거부하셨어요. 그 이유는 무엇이며, 이를 거부한다고 할 때 ‘팬덤 정치’ 현상에 어떻게 다르게 접근할 수 있을까요? (편독자)


조은혜: 현재 여당과 제1야당은 시민 정치를 ‘팬덤 정치’로 명명하며 시민 정치가 오늘날 많은 정치 문제를 양산하는 원인적 현상인 것처럼만 다루고 있어요. 그러나 이러한 시민 정치 양상은 앞서 언급한 것처럼 ‘정치 불신’으로부터 야기되는 사후적 현상임을 놓쳐서는 안 돼요. 이것을 간과하고 시민 정치의 문제만 부각하니까 정당의 책임을 시민에게 전가한다는 비판을 받는 겁니다. 책에서 여러 번 강조한 것처럼 적대만으로 해결할 수 있는 사회문제는 없어요.

2000년에 등장한 노사모를 기점으로 ‘인물 지지 정치’가 어떤 배경에서 왜 시작됐는가는 정당 구조를 같이 봐야만 알 수 있어요. 중요한 건 한국사회 민주주의 제도가 운영되는 방식, 그리고 대의권력에 대한 시민들의 평가가 굉장히 비판적이고 냉소적이라는 거예요. 문제는 양당의 ‘팬덤 정치’ 담론이 그 본질을 보지 못하게 적극적으로 가리고 있어요. 무책임할뿐만 아니라 기만적이죠. 이렇게 되면 결국 정치 불신은 더 깊어지기 쉬워요.

정당은 민주주의 가치에 따라 입법 과정에서 시민의 뜻을 잘 반영해야 하고, 동시에 시민의 의사를 대변하는 인물을 선출할 수 있도록 사회적 거름망 역할을 수행해야 해요. 현재 정당은 대의 기구로서 전혀 신뢰받지 못하고 있고 오히려 사회 균열과 갈등을 조장하고 있어요. 양당 중심의 적대적 공존 관계 형성은 정치 혐오와 양극화를 더 심화시키고 있죠. 정당의 성찰과 반성 없이 목놓아 시민 정치가 달라져야 한다고 외쳐봐요. 그런다고 달라지나.

‘인물 지지 정치’ 형태의 시민 정치가 문제가 없다고 하는 게 아니에요. 문제를 제대로 인식하고 건강한 참여 문화를 축적하기 위해서라도 정당정치와 시민 정치를 같이 성찰하고 분석해야죠. 결국 우리는 시민 정치에 대한 논의를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 해요. 이 과정에서 꼭 던져야 할 질문은 이런 거예요. 실제로 시민들이 정치 참여를 할 수 있는 조건에서 살고 있는가? 시민들의 사회 참여와 직접행동이 어떤 구조/토대 위에서 이뤄지고 있는가?


이제 막 첫 책인데, 사회적으로 극도로 민감하고 부담스러운 이슈를 정면으로 다루셨어요. 독자들이 주의를 기울여 읽어주면 좋겠다고 생각하시는 부분이 있을까요? (편독자)


조은혜: 독자들이 어떻게 읽어줬으면 좋겠다고 말하기보다 어떤 이유로 이 책을 집을지, 그리고 어떤 점이 가장 궁금할지, 책을 어떻게 읽을지 듣고 싶어요. 이 책에서 저는 세 가지 축을 중요하게 연결했어요. 1) 문재인 지지자들의 정치 참여 양상, 2) ‘팬덤 정치’의 기원과 그에 대한 질문(도대체 왜 이 불안정한 용어가 20년 넘도록 쓰이는가), 3) 시민 정치와 정당정치의 긴밀한 연관 관계. 그렇기 때문에 각 독자가 주목하는 부분도 다양할 거예요.

한 가지 부탁드리고 싶은 것은 기존의 익숙한 담론과의 거리두기예요. 예를 들어, 문재인 지지자들을 비합리적이거나 비이성적인 존재로 간주하는 것 자체가 하나의 ‘팬덤 정치’ 프레임이거든요. 합리와 비합리, 도덕과 비도덕, 상식과 비상식은 어떤 개인이나 집단에게 공존하는 문제예요. 그러니 이들을 섣불리 양분된 틀로 판단하기보다 글의 흐름에 따라 현상을 읽어주시면 좋겠어요.

‘팬덤 정치’ 담론은 문재인 대통령을 지지한 시민들이 마치 처음부터 문재인 지지자로 세상에 존재하고 등장했던 것처럼 간주해요. 하지만 그렇지 않거든요. 문재인이란 인물은 인권변호사로 활동하다가 2003년에 공직자가 됐고 2012년에 정치인이 됐어요. 하지만 문재인을 지지한 시민들은 그 이전부터 존재했고, 각자 다른 이유로 문재인이란 인물을 지지하기로 선택하죠. 공통적으로 문재인을 지지하기 전부터 사회와 정치에 관심을 가진 시민들이에요.

사회 변화를 기대하며 문재인 대통령에게 이례적으로 높은 지지를 보낸 사람들을 ‘비이성적 집단’으로 만드는 ‘팬덤 정치’의 낙인에 대한 책임을 누가 질 것인가? 이 거대한 성찰의 영역을 어떻게 할 것인가? 정당은 그저 뼈아픈 자기성찰을 회피하고 싶은 게 아닌가? 이런 질문들을 제기하면서 읽으시면 책이 더 흥미로울 거예요. 이 책은 여는 글에서 밝힌 것처럼 시민 정치를 논하는 장의 귀결점이 아닌 시작점에 위치한 구성물이니까요.


마지막 질문입니다. 어떤 사람이 이 책을 읽으면 좋다고 생각하시나요? (마케터)


조은혜: 정치에 관심이 많든 적든, 그래서 도대체 ‘팬덤 정치’가 뭔데! 왜, 뭐가 문제인데! 뜨거운 감자에 궁금함을 느끼는 모든 분에게 추천해요. 어렵지 않고 무엇보다 여러분을 해치지 않아요. 생각한 것보다 유익하고 그만큼 재미있을 거예요. 그리고 뜨거운 감자를 만든 사람들에게는 특히 강권하고 싶네요. 그 방향 아니에요. 다시 가봅시다. 아직 늦지 않았어요. 우리 함께 논의를 새로 해봐요.

'팬덤 정치'라는 프레임은 무엇을 은폐하는가?
자기성찰을 회피해온 한국 정당정치의 현 주소를 짚는 문제작, 《‘팬덤 정치’라는 낙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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