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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중무휴'의 함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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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뉴스레터

2023.09.15. 금요일

독자님, 드디어 금요일입니다. 전 지난주에 청천벽력 같은 소식을 들었어요. 바로…제가 추석에 당직 근무를 하게 됐다는 겁니다. 😥

휴일에도 새로운 소식은 멈추지 않지요. 경향신문 기자들은 명절이나 공휴일에도 돌아가며 일하고 있는데요, 이번 추석은 제 차례가 되고 말았습니다. 황금연휴에 일할 운명에 놓이니 비슷한 처지의 노동자에게 눈이 갑니다.

대형마트, 전통시장, 백화점 같은 유통업계에 명절은 대목입니다. 각종 선물세트도 인기고, 차례상에 올릴 햇농산물을 찾는 소비자도 많죠.

추석 당일에 쉬는 매장이 소수 있지만, 대다수 매장이 문을 엽니다. 그 말은 곧, 대부분 유통업계 노동자가 연휴 내내 일한다는 뜻입니다.

대형마트는 한 달에 딱 두 번, 보통 격주 일요일에 문을 닫아요. 2012년 개정된 유통산업발전법 때문입니다. 이 법은 당시 전통시장·중소상인과의 상생, 노동자의 건강권 보호 등을 목적으로 개정됐어요. 이후 노동자는 달마다 두 번 '쉬는 일요일'을 허락받았죠.

최근 정부는 이 규제를 완화하려는 움직임을 보입니다. 서울시의회도 발 맞추는 모양새예요. 전국사회부 이성희 기자가 서울시의회와 서울연구원이 연 관련 정책토론회를 취재했습니다. 약 3분 분량의 기사를 읽고 이야기를 이어가 보겠습니다.

☑️ 김지향 서울시의원은 대형마트 의무휴업으로 전통시장이 아닌 온라인시장이 이익을 얻었다고 주장한다.

☑️ 정부는 최근 대형마트 관련 규제를 완화하려는 움직임을 보였다.

☑️ 노동자들은 전통시장과의 상생뿐 아니라 노동자의 건강권도 고려해야 한다며 반발한다.

전통시장 활성화 안 되니 의무휴업 폐지하라고?

2023.09.13. 이성희 기자

추석을 앞두고 한 시민이 서울 한 대형마트에서 장을 보고 있다. 성동훈 기자.

대형마트 의무휴업 도입 이후 전통시장 등에서의 소비 지출이 크게 늘지 않았으며 오히려 무점포 온라인 마트가 반사이익을 얻었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일각에서는 이를 근거로 대형마트 의무휴업 축소 및 폐지 등의 규제 완화를 주장하지만, 사실상 의무휴업 당사자인 마트 노동자들은 건강권과 휴식권 침해 등을 이유로 반대하고 있다.

서울시의회는 13일 서울 중구 시의회 서소문별관에서 ‘서울 소비패턴 변화와 지역경제 활로-대형마트 의무휴업을 중심으로’를 주제로 정책토론회를 열고 이커머스 시장 급성장에 따른 유통구조 변화와 서울시민의 소비행태 특징 등을 논의했다.

발제자로 나선 우영진 서울연구원 부연구위원은 ‘코로나19 전후 서울의 온오프라인 소비지출 변화’와 관련해 발표했다. 서울연구원은 국내 대형 카드사에 의뢰해 2019년 7월부터 올해 6월까지 서울 거주 카드 소지자의 지출 내역을 분석했다. 이중 119만여명에 대한 일일 소비지출 경향을 조사했으며, 오프라인 종합소매업(백화점·대형마트·쇼핑몰·편의점) 지출 비율이 5년 전보다 10%포인트 증감한 2157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연구 결과, 코로나19 유행 이후 서울시민의 온라인 소비지출 증가 속도는 오프라인보다 빨랐다. 올해 1~6월 쿠팡과 마켓컬리 등 무점포 온라인 마트 지출이 급증하면서 온라인 지출 규모는 코로나19 이전(2019년 7월~2020년 1월) 대비 63.7% 늘었다. 그러나 같은 기간 오프라인 지출은 21.9% 증가하는 데 그쳤다.

지출 경향도 달랐다. 오프라인 지출은 주중보다 주말에 집중된 반면 온라인 지출은 주말에 감소하는 대신 주중에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우영진 연구위원은 “오프라인 지출 중 백화점·쇼핑몰 등 여가 위주의 소비처는 주말 상승 후 평일에는 하락했다”며 “반면 편의점, 할인점·슈퍼마켓 등 소상공인의 주요 구성 업종은 목·금요일 지출이 증가했다”고 밝혔다.

이날 토론회를 준비한 서울시의회 기획경제위원회 김지향 의원(국민의힘·영등포4)은 이같은 현상을 이커머스 시장 확장과 연결지어 진단했다. 2012년 유통산업발전법 개정 이후 대형마트 의무휴업일인 둘째·넷째주 일요일에 줄어든 대형마트와 SSM(기업형 슈퍼마켓) 등 오프라인 지출이 이커머스 등 온라인 지출로 갔다는 것이다.

소비자들은 식품 구매의 경우 무점포 온라인 마트(31.5%)와 오프라인 대형마트(24.3%) 등을 주로 이용했다. 우 연구위원은 “서울시민은 오프라인 점포를 생필품보다 여가를 위한 소비지출 용도로 사용하는 경향이 있다”며 “서울 내 여가·문화시설을 즐기러온 시민이 인근 상권·전통시장 등 오프라인 점포 밀집 지역을 방문할 수 있도록 상호 연계해 상생할 수 있는 정책적 접근 필요하다”고 말했다.

다른 발제자인 강동우 한국노동연구원 연구위원은 “사업체 수와 고용 측면에서 지역 소매업 고용에 미치는 영향은 온라인 매출보다 오프라인 매출이 더 크다”며 온라인 소비 증가는 오프라인 업체의 고용 감소에 영향이 있다고 분석했다. 정환 건국대 교수도 “지역 내 활발한 대규모 점포의 출점이 주변 상권과 고용 측면에 긍정적인 영향을 준다는 점에서 다각적인 정책 접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날 토론회는 최근 정부가 추진 중인 유통산업발전법 개정 움직임의 연장선상으로 풀이된다. 대형마트의 영업제한 시간이나 의무 휴업 등과 같은 규제를 완화하겠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야간·휴일 온라인 배송 제한도 풀릴 가능성이 높다. 최근 대구시와 충북 청주시는 대형마트 의무휴일을 주말에서 평일로 전환하기도 했다.

마트 노조는 반발하고 있다. 이마트·롯데마트·홈플러스·코스트코 등 마트 노동자 1만명이 가입돼있는 마트 노조는 이날 토론회가 열린 시의회 서소문 별관 앞에서 피켓 시위를 벌였다.

배준경 마트노조 정책국장은 “주요 대형마트들도 온라인 배송을 하고 있다. 대형마트 의무휴업 때문에 온라인 판매업체만 이득을 봤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말했다. 배 국장은 “유통산업발전법 목적에는 중소유통업의 상생 발전도 있지만 근로자의 건강권도 명시돼 있다”며 “전통시장 상생 목적만 이야기하는 것은 의무휴업일 자체를 잘못 이해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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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중무휴'

2012년 이전 대형마트 앞에 걸려있던 말이에요. 언제든지 방문해서 온갖 물건을 살 수 있다니, 얼마나 편리한가요. 요즘은 달라졌죠. 일요일에 마트 갈 일이 생기면 ‘OO동 OO마트 휴점일’을 꼭 검색해봅니다. 덕분에 허탕 치는 일이 적어졌지만, 전에는 ‘가는 날이 장날’인 적이 꽤 많았습니다.

몇 년 전, 독일에 잠깐 살았는데요, 거기선 ‘가는 날이 장날’인 적이 없었어요. 마트는 물론 모든 상점이 일요일엔 전부 쉬었거든요. 일요일이면 그냥 ‘아, 오늘 마트 안 열어. 내일 사야지’ 하고 말았으니 헷갈릴 필요도 없었던 거죠.

독일은 상점폐점법(Ladenschlussgesetz)을 통해 상점이 일요일과 법정공휴일에 영업하지 못하도록 규제하고 있어요. 바이마르 헌법에서부터 “모든 사람이 일요일에 하루를 온전히 쉬면서 ‘정신적 고양’을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하고요. 쉬는 것에 참 진심이구나 싶습니다.

익숙해지니 휴일에 쓸거리, 먹을거리들은 미리 목요일이나 금요일에 장을 봐뒀습니다. 매주 주말이면 상점이 늘어선 거리는 썰렁한 반면 공원과 천변은 북적였어요. 곧 모두에게 일요일이 있다는 사실에 감동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누구나 평등하게 '사회적 휴일'을 누리는 모습을 상상하게 됐죠.

한국 대형마트도 월 2회 일요일에 문을 닫습니다. 2012년 개정된 유통산업발전법 때문이에요. 법 개정은 당시 전통시장과 중소상인 등 ‘골목시장’을 보호하기 위해 추진됐습니다. 곳곳에 대형마트가 들어서면서 소상공인을 비롯한 지역 민심이 흉흉해졌거든요. 지자체부터 영업제한 조례를 하나둘 만들었고 결국 국회에서 법률까지 개정했습니다.

아래는 당시 국회가 밝힌 '유통산업발전법 개정 이유 및 주요 내용'입니다.

건전한 유통질서 확립, 근로자의 건강권 및 대규모점포 등과 중소유통업의 상생발전 등을 위하여 필요하다고 인정되는 경우에는 대규모점포 중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것과 준대규모점포에 대하여 지방자치단체의 조례가 정하는 바에 따라 오전 0시부터 오전 8시까지의 범위에서 영업시간 제한을 명하거나 매월 1일 이상 2일 이내의 범위에서 의무휴업을 명할 수 있도록 하고, 이를 위반한 자에게는 3천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하도록 하려는 것임.

그로부터 10년이 지났습니다. 전통시장과 소상공인에게 '갑'이었던 대형마트는 이제 ‘을’을 자처합니다. ‘온라인 시장’이라는 새로운 경쟁자가 나타났기 때문이죠.

기사가 지적하듯 이번 토론회는 최근 대형마트 관련 규제 완화에 관심을 보인 정부 기조와 맞닿아 있습니다. 지난해 ‘국민제안’이라며 ‘대형마트 의무휴업 폐지’ 카드를 빼 들었다가 조작 논란으로 철회하는 일도 있었죠. 이어 ‘대·중소 유통 상생협의회’를 출범했고요.

정부 주도 논의와 이번 토론회에서 쏙 빠진 얘기가 있습니다. 바로 법 개정이유도 명시한 ‘노동자의 건강권’이에요.

님은 주에 이틀 쉴 수 있다면 언제 쉬고 싶으신가요? 선호가 다를 수 있지만요, 남들 쉴 때 쉬는 게 대체로 건강에 좋다고 해요. 야간노동·주말노동 등 ‘비표준노동시간’ ‘비사회적 노동시간’에 일하는 형태가 건강에 악영향을 끼친다는 연구는 여러 나라에서 수행됐어요. 같은 시간, 같은 요일 안정적으로 쉬어야 더 행복하고 건강합니다.

대형마트 영업제한은 대형마트 운영업체와 온라인 유통업체, 중소상인, 노동자, 소비자의 이익이 얽힌 복잡한 문제입니다. 시장이 빠르게 변하는 만큼 낡은 제도를 고칠 수도 있겠지요. 다만 당사자인 마트노동자의 행복추구권과 건강권도 마땅히 고려해야 하지 않을까요?

"눈치 안 보고 쉬는 일요일을"

마트는 주말에 가장 바쁩니다. 일주일에 두 번 골라서 쉬면 당연히 일이 많은 주말에는 못 쉽니다. 눈치 보이니까요. 그래서 '다 같이 쉬는 일요일'은 소중합니다. 마트노동자 목소리를 담은 기사를 소개합니다.

자꾸 하늘을 보는 이유

노동 분야를 취재하는 조해람 기자 칼럼입니다. 조 기자는 사람들이 자기 뜻대로 되지 않는 기계를 '툭툭 치고, 발로 차고, 때려도 보듯' 노동자를 대하고 있다고 느껴요. 그는 우린 서로를 '사람 대 사람'으로 대하고 있을까 묻습니다.

주식 때문에 인재 없을까?

최근 공직자 가족의 주식에 대한 소송이 잇따랐습니다. 유병호 감사원 사무총장과 박성근 국무총리 비서실장 모두 자신의 직무와 배우자 보유 주식이 관련 있어 처분해야 한다는 판단을 받자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유 사무총장은 패소했고, 박 비서실장 소송은 아직 진행 중입니다.

이들의 항변은 같습니다. '직무관련성'을 너무 넓게 판단한다고 주장합니다. 인사혁신처도 주식 처분 등 재산 관련 규정 때문에 '인재'를 발탁하기가 어렵다고 토로해요. 문제는 이해충돌 가능성이 아니라 '제도'라는 이야기입니다.

독자님은 동의하시나요? 다음 주 점선면은 이 문제를 다뤄보겠습니다. 아래 버튼을 꾹 눌러 짧은 문답에 참여해주세요! 9월20일 점선면에 반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