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3주에 보내드리는 스물여덟 번째 편지 💌
5월의 어느 날,
오랜만에 찾아뵙는 365 verse입니다 💌 

더운 공기가 가득하지만 
긴장을 놓지 못할 찬 바람도 불어오는
따뜻함과 차가움이 공존하는 시기 

이 계절과 마찬가지로
비극을 노래했던 차가움과 동시에
희망을 놓치지 않는 따스함을 드러냈던  
기형도 시인의 시를 소개해 드릴까 해요 

어린 시절, 이 문장을 보고
강렬한 충격에 사로 잡힌 적이 있었는데요

"나의 생은 미친 듯이 사랑을 찾아 헤매었으나
단 한 번도 스스로를 사랑하지 않았노라"

내면을 통찰하며 공감으로 울림을 주는 시의 힘 
이 작품을 시작으로 더 많은 시를 궁금해하게 되었던 것 같아요 

많은 사람들이 이토록 그를 그리워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어쩌면 우리는
시 속 화자의 삶을 읽으며 함께 고통을 느끼는 것만으로도 
아픔을 위로받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 보며

남들은 눈치채지 못한 희비극이 가득한
님의 인생에도 

기형도 시인의 시가
하루를 견뎌낼 버팀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으로 
오늘의 시 들려드릴게요 😊
나는 입을 열 수 없다.
말이 되는 순간, 어떠한 대답도 또 다른 질문이 된다.
네가 내 눈빛을 이해할 수 있었으면.

마치 내레이션 같은 이 문장을 보면 
눈앞에 영화가 그려지는 것 같아요 

비틀거리는 노동자들의 술 내음을 맡으며
형언할 수 없는 침묵 속에 눈빛으로 대화하는 두 사람 

문장을 읽어내려갈 때마다 
시인의 중얼거림에 나도 모르게 깊게 몰입하게 되는 것 같아요 

기형도의 시를 흔히 윤동주의 시와 비교하는 이유는 
이처럼 1인칭 시점으로 진행되는 '독백'의 형태가 닮아서라죠 


"죽지 않는 것은 오직  죽어 있는 것뿐
변화하지 않는건 변화뿐이지" 

윤동주를 닮고 싶었던 소년이 남긴 거대한 독백을 들으며 

수취인 불명이라도 좋으니 
누군가가 꼭 들어주었으면 했던 고백은 아닌지 생각해 봐요 

그 고통스러운 시대의 흔적은
시간을 뛰어넘어 우리에게 이렇게 닿아 있으니
그의 독백들은 헛되지 않았다는 사실

그리고
수많은 독자들이 그의 진심을 이해할 것이기에 
그가 조금은 더 행복할거란 사실이 안도되는 밤입니다 🌝

📝 기형도, 입 속의 검은 잎
사랑을 잃고 나는 쓰네

오래도록 사람들에게 회자되는 
유명한 한 줄들이 있죠 

빈집의 첫 문장도 그 중 하나인 것 같아요 
한 줄만 읽어도 마음을 송두리째 사로잡아
끝까지 읽어내려갈 수밖에 없게 하는 매력 말이죠 

특별히 이 시는
첫 줄 외에도 모든 문장을 곱씹을수록 새롭게 느껴지는데요 

또 다른 시인 '그 집 앞'과 이어지며
마치 연작과 같은 느낌을 자아내곤 해요 

"모든 것이 나의 잘못이었지만
벗어둔 외투 곁에서 나 흐느꼈네
어떤 조롱도 무거운 마음 일으키지 못했네
나 그 술집 잊으려네
이 세상 같은 사람은 없네
그토록 좁은 곳에서 나 내 사랑 잃었네"

유성호 한양대 교수는

좁은 곳에서 잃어버린 가엾은 사랑은
다시 빈집 속으로 갇혀버리지만 

빈 집 안에 고이 모셔두었기에
영원히 간직될 사랑이라고

이처럼 절망 속에서도
희망을 살포시 담아둔 그의 시 

그가 허망함과 쓸쓸함 구석에 작게 숨겨놓았던 희망처럼
우리 모두 절망 속에서도 희망의 자리를 언제나 남겨두었으면 합니다 

📝 기형도, 입 속의 검은 잎
나는 기적을 믿지 않는다

"사랑을 가장 많이 받았던 시기가 나한테는 가장 힘든 시기였지"

서울 체크인을 보다가
김완선 씨가 툭 던진 한마디에 괜히 울컥했어요 

화려하게 빛나 보이기만 하던 삶의 이면에
사랑조차 의미 없게 만들었을 고통이 느껴져서요 

많은 사람들이 열광하며 펼쳐보았던
그녀의 페이지가 이러할 진데 

평범함으로 수놓아진 
혹은 어두움으로 가득 찬
검은 페이지가 대부분인 우리의 삶에는
어떤 글씨들이 쓰여 있을까요 ? 

펼쳐볼 이들이 떠나갈까 염려하며
두려워하곤 했지만 

펼쳐지지 않은 책장 속
무한함을 감춘 신비로운 사람

누군가 펼치지 않아도
내 안에 품은 것들로 충분히 풍요롭고 만족스러운
님이라는 사실을 알아주세요 

당신이 살아온 것 역시 기적적이었으니 
우리의 페이지를 가득 채울 기적을 믿어보아요 

그리고 삶의 문장을 이렇게 끝맺음 짓자고요 

나는 기적을 믿지 않는다 
나는 기적을 믿는다 

📝 기형도, 입 속의 검은 잎
먼지 투성이의 푸른 종이는 푸른색이다.
어떤 먼지도 그것의 색깔을 바꾸지 못한다


요즘 들어 저는 진짜 스스로를 모르고 살았다는 생각을 해요 

세상 무던하다고 생각했는데
세상 예민한 사람이었고 

타인의 실수에 관대하다 생각했는데
조그만 실수는 눈감아 주지만 
스스로의 기준에 벗어나면
자주 분노하는 사람이란 걸 알았죠 

그런 스스로가 미워
눈을 질끈 감고 혹독하게 외면하기도 했지만

스스로를 잘 아는 지금은 
그래도 괜찮다고-
못나고 실수하고 예민해도 그것도 나라고-
조금은 더 받아들일 줄 아는 사람이 됐어요 

그러나
기형도 시인의 시 속 

줄이 모두 끊어진 기타도 
아름다운 소리를 연주하곤 하고 
먼지투성이의 푸른 종이도
그대로의 푸른색을 간직하듯이 

태어날 때부터 만들어진 우리 고유의 아름다움은 변하지 않을테니 
남들이 못났다고 말하면 뭐 어때요 

세상에서 단 한 명뿐인 나의 편
나 자신이 내가 이 정도라도 괜찮다는 사실을 알아주니까 

행여나 스스로를 비판하려는 마음이 자꾸 일어나면
이렇게 거듭거듭 알려주고 속삭여줘요 

"어떤 먼지도 그것의 색깔을 바꾸지 못한다"고  

님이 스스로를 토닥이는 매일에 힘이 될 수 있도록
아래 기형도 시인의 시를 몇 편 더 첨부해 둘게요
그와 함께 편안한 밤 보내시길 바라요 🌛

📝 기형도, 입 속의 검은 잎
365verse가 추천하는 플레이리스트를 들어보세요!

'달'을 주제로 했던 지난 편지에서 미처 소개드리지 못한
좋은 노래들을 플레이리스트로 만들었어요 🎵

앞으로도 채널을 통해 좋은 verse들을 소개해 드릴게요!
이미지를 클릭해서 채널로 놀러 오세요 💚

앞으로도 편지를 읽어주시는 분들의 월요일에 행복을 가져다드릴 수 있도록
더욱 열심히 좋은 시와 가사를 전하는 365 verse가 될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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