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키고 싶은 감정이 있나요?

한 달 금방이죠? 잉잉이님 반가워요. 이번 겨울은 유독 긴 것 같지 않나요? 바깥에서 떤 일이 많았기 때문인지, 아무튼 올해도 겨울을 나느라 우리 둘 다 고생 많았습니다. 휴재로 방학을 보내고 온 사이 해가 눈에 띄게 길어졌어요. 하늘이 어둑어둑해져도 공기가 포근한 저녁이면 괜시리 마음이 싱숭생숭해지죠. 올 봄에는 꼭 한강 피크닉을 다녀와야지, 작년 이맘때 했던 다짐을 다시 해봅니다. 지난 호에서 다른 잉잉이들이 나눠준 '마음에 위로를 주는 음악' 공유하는 것으로 오늘의 레터 시작해 볼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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콜미바이유어네임이라는 영화의 OST - Visions of Gide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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괜찮아-소란(Soran) 처음 사회로 발을 뻗고, 떠오르는 생각과 감정을 바로 표현할 수 없다는 것에 무력감을 느끼고 힘들어할 때 괜찮다고 위로해주는 그런 노래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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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들때 가사가 없는 클래식 LP를 많이 들어요. 가사가 있으면 머리가 복잡할때 귀에 잘 안 들어오는데 클래식은 좀 다르더군요. 빠르거나 느리거나 복합적인 연주를 듣고 있으면 마모된 감정이 회복되는 기분이 들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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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앤오프의 beautiful beautiful 입니다 우울함과 무기력함이 덮쳐 힘겨운 날들을 보내고 있을 때 우연히 듣게 된 곡입니다 과장 살짝 보태서 살아갈 힘을 얻었어요 희망을 주는 가사가 너무 좋았답니다 특히 살아있다 우린 꿈을 꾼다 우린 아름다운 우리 여기에 있다 라는 가사가 유독 기억에 남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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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같은 경우에는 어떤상황에서 생긴 마음에 대한 위로이냐에 따라 다른 것 같아요. 예를 들어, 흔한 이별을 한 경우라면 정말 뻔하게도 흔하디흔한 슬픈 가사의 발라드를 듣습니당. 그러면 가사에 감정이입이 되면서 눈물이 좔좔 그렇게 펑펑 울고나면 기분이 나아지더라구요! 그리고 삶에 지쳐 아무것도 하기 싫을때, 이런 경우에는 가장 즐거웠던 시기에 즐겨듣던 노래를 듣습니다. 음악에는 그 음악을 듣던 그 시절이 담긴다는 말 다들 알고계시죠? 행복했을때의 음악을 들으면 마음이 몽글몽글 .. 그래 이렇게 재밌고 즐거웠으니까 또 그렇게 즐길 수 있을때까지 돈 버는거야 !!!!!! 라는 마음으로 고쳐먹곤 합니다용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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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절음악이 있습니다. 듣는 것만으로도 어떤 시절이 떠오르기 때문에, 또 그 음악이 아니었다면 그 시절을 견딜 수 없었기 때문에 시절음악이 된 것들입니다.

01. 빌리 조엘 → 재수와 삼수를 거듭하던 흑역사에 듣던 노래입니다. 꼭 <Honesty>나 <Piano Man>이 아니더라도 몇 시간짜리 베스트 앨범을 트랙 구분 없이 주구장창 돌리곤 했었는데요. 갓 성인이 됐지만 아직 어디에도 발을 두지 못한 저의 까닭 모를 답답함도 이 노래를 들을 때면 잠시 가벼워지곤 했습니다. 저 시절에도 참 많은 종류의 음악을 들었지만 저의 답답함을 달래주던 시절음악은 빌리조엘이 거의 유일해요. 이제 오래된 흑역사라 기억도 가물한데 그 가물거림조차 빌리조엘 뮤직비디오의 옛된 질감과 어울립니다.

02. 브로콜리 너마저 2집 <졸업> → 재수와 삼수를 거듭하던 흑역사는 사실 지금도 진행형입니다. 거듭 도전하는 시험의 이름만 바뀌었을 뿐이지요, 후후… 첫 시험과 작년 재수까지 두 번의 시험을 준비할 때 저의 시절음악은 <졸업>앨범입니다. 2번트랙 인트로의 피아노 건반만 들으면 아직도 종종 눈물나요. 진로 고민, 삶의 갖가지 고민들로 벌벌 떨 때 이 앨범 덕분에 조금 진정할 수 있었습니다.

03. 실리카겔 <NO PAIN> → 재수와 삼수를 거듭하던 흑역사라고 하지만 작년 재수는 여느 해들과도 좀 달랐어요. 저는 기본적으로 야망이 큰 사람이고 삶을 어떻게든 잘 살고 싶은 사람인데, 처음으로 삶을 살 힘이 다 떨어졌다 할까요. 보수적인 눈길로 덤덤히 돌아봐도 아 그때 나는 죽음과 많이 가까웠구나 생각이 듭니다. 실리카겔의 <NO PAIN>은 딱 그맘때 만난 노래입니다. 작년 9월, 한 줌 모래 같은 승산을 못 본 척할 수 없는데도 못 본 척하고 그저 입시를 완주하기 위해 자소서를 몇날 며칠 고쳤는데요. 기한까지 글을 완성하기 위해 하루에 4시간을 자고 나머지 시간을 PC방에서 보내면서 <NO PAIN>만 미친 사람처럼 16시간, 17시간씩 귀에 꽂고 그 시간을 돌파했습니다. <NO PAIN>의 뮤직비디오는 두 가지 측면에서 저에게 기적이었습니다. '협동'과 '놀이'가 바로 두 키워드인데요. 성격도 취향도 살아온 삶도 전부 다른 갖가지 사람들이 한 데 모여서 자기 업에 덕력 폭발하는 솜씨를 발휘하는데 그 표정은 또 어찌나 즐거워보이던지요. 기타를 들든, 카메라를 들든, 콘티와 볼펜을 들든, 저마다 긍정되는 다 같이 노는 공간. 내 자리도 한 자리는 있겠구나 하는 안도감이 들었습니다. 당시에 잉잉레터에 제보했던 "뭔가 단단히 잘못된 길을 가고 있는 건 아닐까?" 라는 걱정 역시 이 안도감으로 조금은 달랠 수 있었어요. 내가 어디로 가더라도, 내 자리는 있어. <NO PAIN>은 리터럴리 사람을 살리는 노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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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키고 싶은 감정

어린 시절 저는 호기심이 많은 아이였다고 말씀드렸던 것을 기억하시나요? 키가 닿지 않아 볼 수 없었던 은행 창구의 데스크 너머 풍경처럼, 경험해보지 못한 모든 것들이 제게는 호기심의 영역이었어요. 시간이 흐르며 성인이 되고, 궁금증을 해소할 수 있는 자유가 주어지면서 어릴 적 만큼 호기심을 지니고 살지는 않게 되었답니다. 궁금한 게 전만큼 많지 않으니 기대하는 일도 설렘을 느끼는 일도 자연히 줄었구요. 이렇듯 살아가는 동안 조금씩 희미해져가는 감정들이 분명 존재하는 것 같아요. 오늘의 질문을 미리 던져 봅니다.

내가 가장 지키고 싶은 감정은 무엇일까?

앞서 언급한 호기심을 비롯하여 기쁨, 설렘, 자랑스러움 등등... 여러 감정이 머릿속에 떠올랐지만 한 가지를 고르기란 생각보다 쉽지 않더군요. 고심 끝에 '편안함'이라 답을 내렸습니다. 정확히 말하자면 평정심인데요. 평정심의 사전적 의미는 '감정의 기복이 없어 평안하고 고요한 마음'이에요. 감정을 느낄 수 없는 나무 토막이나 로보트가 되고 싶다는 뜻은 아닙니다. 오히려 그 반대에 가깝죠. 제가 바라는 평정심이란 이런 것입니다. 모든 상황과 사건들을 또렷이 마주하고, 그로 인해 일렁일 감정의 파도를 온전히 받아낸 다음, 그 감정에 오래 잠겨 있지 않고 이내 평온함으로 돌아오는 것.

그렇다면 기쁨 같은 긍정적 감정에도 초연해야 할까요? 아무래도 긍정 감정과 부정 감정은 궤를 같이하는 모양이라, 기쁨은 챙기고 괴로움은 모른 채 한다는 게 (저로써는) 가능하지 않더라구요. 또한 기쁨도 과해지면 마음의 균형을 무너뜨릴 수 있는 것 같구요. 아무래도 평정심을 지키는 가장 좋은 방법은 평정심을 무너뜨릴 만한 일을 미연에 방지하는 것일 텐데요. 그게 쉬운 일이 아니다 보니 깊어진 감정에 잠기는 시간도 많았습니다. 그럴 땐 일기를 쓰거나 달리기를 하는 게 도움이 되었어요. 종교는 없지만 요즘은 반야심경도 읽어 보고 있습니다. 그중 가슴에 와닿았던 '얻어야 할 것은 아무것도 없다'는 문장을 잉잉이님께 나눠봅니다.

가장 지키고 싶은 감정이 무엇이니? 같은 질문에 친구는 호기심이라고 답했어요. 본인은 역마살이 끼어서 한 곳에 머무를 수가 없다고, 세계 곳곳을 돌아다니며 평생 새로운 것들을 곁에 두고 신기함 속에 살고 싶다고. 그걸 위해 해외 영업 직무로 이직을 준비하고 있다고도 덧붙였죠. 내가 지키고 싶은 감정과는 결이 많이 다르구나. 친구와 이야기를 나누며 어쩌면 '지키고 싶은 감정'이란 게 한 사람의 삶의 형태를 결정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잉잉이님은 살아가면서 지키고 싶은 감정이 있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