흄세 에세이004의 출간과 함께 흄세레터 특별호가 돌아왔습니다!
특별호는 총 2회에 걸쳐 발송되는데요. 첫 번째 특별호에서는 작가 및 작품 소개. 두 번째 특별호에서는 추천 콘텐츠 및 소소한 TMI로 채워져 있어요. 
바야흐로 '대팝업시대'🏡 레터 특별호가 발송된 후에는 흄세 SNS에서 하루 한 문장 연재가 시작되니 많은 관심 부탁드려요!

좋은 문장들 너무 많아서 오랜만에 손가락 아플 때까지 필사했던 책이에요. 작가부터 작품까지 하나하나 소개해드릴게요💜
 출간 
《작은 미덕들》
나탈리아 긴츠부르그 | 이현경 옮김

"움베르토 에코와 함께 이탈리아에서 가장 중요한 작가." _《뉴욕 타임스》


"스타일의 섬세함과 간결함은 체호프에 비유된다."

_《뉴욕 타임스》


"독자로서, 작가로서, 그리고 인간으로서, 그녀의 작품은 나의 삶을 감동시켰고 변화시켰다." _샐리 루니


"실제 여성의 목소리에 대한 새로운 틀과 그것이 어떻게 들릴지에 대한 아이디어를 우리에게 제공했다." _레이첼 커스크

현대 이탈리아 문학의 가장 눈부신 불빛
오직 문학만이 기억하는
삶의 파편들로
이젠 돌아오지 않는 시절에게 보내는
뜨거운 환대

Q1. 《작은 미덕들》의 작가 나탈리아 긴츠부르그를 소개해주세요.

A1.  "현대 이탈리아 문학의 가장 눈부신 불빛"이라 불리는 긴츠부르그는 1916년 이탈리아 팔레르모의 유대계 가문에서 태어났습니다. 1919년 해부학자였던 아버지가 (다음 레터에서 가족 TMI 대방출합니다!) 토리노 대학교에 부임하면서 젊은 시절을 토리노에서 보냈어요. 긴츠부르그는 어릴 때부터 글을 써야겠다고 마음을 먹었다고 하는데요. 《작은 미덕들》에 수록된 〈나의 일〉을 보면 "나는 이 일이 내 천직이라는 것을 아주 오래전에 알았다"라고 합니다. 그렇게 열일곱 살이던 1933년에 발표한 첫 단편소설 〈아이들〉을 시작으로 에세이와 희곡, 문화, 연극 관련 칼럼을 기고하는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했어요.


1938년에는 반파시스트 활동을 하며 에이나우디 출판사를 공동으로 설립한 레오네 긴츠부르그와 결혼합니다. 2년 후에는 파시스트 당국에 의해 시골 마을인 아브루초로 추방되는데요. 유형 생활을 하던 1942년 첫 번째 장편소설 《도시로 가는 길》을 출간해요. 이 시절을 다룬 에세이 〈아브루초에서의 겨울〉도 《작은 미덕들》에 포함되어 있답니다. 긴츠부르그는 1944년 남편과 사별한 뒤 에이나우디 출판사에서 일하며 작품 활동을 지속합니다. 1957년에는 《발렌티노》로 비아레조상을, 1963년에는 《가족어 사전》으로 이탈리아 최고 권위의 문학상인 스트레가상을, (국내에도 출간되어 있어요!) 1984년에는 《만초니 가족》으로 바구타상을 받았어요.


그 밖의 작품으로는 《그렇게 됐어요》(1947), 《우리의 어제》(1952), 《다섯 개의 단편소설》(1964), 《내게 묻지마》(1970), 《가상의 삶》(1974), 《도시와 집》(1984) 등이 있고, 1991년 이탈리아 로마에서 암으로 세상을 떠나요.

Q2. 《작은 미덕들》을 짧게 소개해주세요.

A2.  작은 미덕들은 나탈리아 긴츠부르그가 1944년부터 1962년까지 발표한 에세이 11편을 모은 책이에요. 긴츠부르그가 통과해온 삶을 사랑, 우정, 인간관계, 직업, 전쟁, 교육이라는 주제 속에서 탐구하고, 제2차 세계대전과 그 여진 속에서 실존적 의미가 고갈된 당시의 시대상을 해부학적으로 보여줍니다. 18년 동안 발표한 에세이라서 내용이 연결되지는 않지만 책을 다 읽고나면 긴츠부르그가 온몸으로 밀고 나갔던 한 생애의 풍경을 살펴볼 수 있어요. 바로 짧은 이별과 영원한 이별에 대한 그리움입니다. 거짓으로 정서를 꾸며내는 것을 경계하고, 가족과 사회, 그리고 여성으로서 겪는 세부적인 경험들을 솔직하게 보여주죠. 이를 통해 인생은 궁극적으로 살아갈 가치가 있고, 비극과 고난을 통과하며 형성되는 삶에 대한 태도가 물질적인 성공만큼 중요하다는 것을 예리하게 드러내요. "삶에 대한 사랑이 삶에 대한 사랑을 낳는다"라는 문장으로 이 책을 끝맺는다는 사실도 곱씹어볼만 하고요. 

Q3. 《작은 미덕들》의 매력포인트를 소개해주세요.

A3. 앞에서 적었듯 이 에세이는 18년 동안 발표되었어요. 긴츠부르그가 통과해온 삶의 변곡점들이 고스란히 기록되어 있죠. '작가가 온몸으로 글을 쓰는 게 이런 거구나'라는 생각을 하면서 읽었답니다. 더 좋은 건 스스로 굴을 파고 깊숙한 곳으로 한없이 빠져들지 않았다는 거예요. 어떤 순간에도 삶에 대한 사랑을 잃지 않으려 하고, 타인에 대한 애정을 놓치지 않으려고 노력하죠. 긴츠부르그의 책은 비극과 고통과 슬픔이 널려 있지만, 껴안을 희망과 사랑이 많이 있습니다.

Q4. 《작은 미덕들》에서 가장 좋았던 에세이 두 편만 소개해주신다면요.

A4. 〈침묵〉과 〈인간관계〉인데요!

긴츠부르그는 〈침묵〉에서 오늘날 “가장 기이하고 심각한 악습” 가운데 하나가 바로 침묵이라고 선언합니다. 침묵은 우선 세대 간의 소통 문제로 발현되는데요. “부모님이 사용하던 그 오래되고 거친 말들은 유통되지 않는 화폐”라고 말할 때, 부모님을 ‘윗 세대’로 바꿔 읽어도 무방해요. 이는 나아가 사람과 사람 사이의 소통 불능의 결과를 낳게 되죠. 긴츠부르그는 “새로운 말들도 가치가 없다. 그것으로 아무것도 살 수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라고 밝히는데, 자신이 속한 세대의 언어로도 소통의 문제를 해결할 수 없었음을 고백해요. 더 문제는 “오늘날처럼 인간의 운명이 서로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어 한 사람의 재앙이 다른 사람의 재앙이 되는 경우는 지금까지” 없었다는 데 있어요. 전염병의 유행과 다가오는 전쟁의 위협까지, 문제 해결 능력을 상실한 세상을 살아가는 우리에게 긴츠부르그는 이렇게 말하는 듯합니다. “침묵은 치명적인 질병이다. (……) 이기주의로 절망을 방어하라는 충고를 받는다. 하지만 이기주의가 절망을 치료한 적은 한 번도 없다.”


〈인간관계〉는 어렸을 때부터 어른이 되어 부모가 될 때까지 느껴온 감정들을 순차적으로 서술합니다. “인간관계는 매일 재발견되고 재창조되어야 한다”라는 자명한 문장도 긴츠부르그가 그리는 하나의 생애 안에서 생생하고 구체적인 위치를 점하게 되며, ‘어른이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그만의 예리한 답을 제시해요. 바로 “등 뒤에 죽은 사람이 조용히 존재하기 때문에” 어른이고, “그들에게 우리의 현재 행동에 대한 조언을 구하고 과거의 모욕적인 언행에 대한 용서를 구하기 때문”에 어른이며, “죽은 이들의 소리 없는 용서 때문에” 어른이라는 것이죠.

Q5. 좋았던 문장 하나만 소개해주세요.

A5. 분명 한 문장이지만! 제가 물어보고 제가 답하고 있으니까요. 문단으로 적었어요😌


"전쟁이 일어났고 사람들은 수많은 집이 무너지는 것을 목격했다. 그래서 지금은 자신의 집에 있어도 예전처럼 편안하거나 안전하다는 기분을 느끼지 않는다. 어떤 상처는 치유되지 않는다. 그래서 세월이 흘러도 우리는 절대 회복되지 않을 것이다. 아마 테이블 위에 다시 전기스탠드와 꽃병과 우리가 사랑하는 사람들의 초상화가 놓이겠지만 우리는 더 이상 그런 것들을 믿지 않는다. 예전에 우리는 갑자기 그런 것들을 두고 떠나야 했고 잔해 속에서 찾아봤지만 무엇 하나 찾지 못했다." _〈인간의 자식〉

Q6. 특히 이런 분께 《작은 미덕들》을 추천한다!

A6. 세상과 사람과 자신에 대한 사랑이 고갈되고 있다고 생각하시는 분이요. 그게 바로 저였어요...! 여름 내내 이 책을 편집하며 가까스로 저를 다스릴 수 있었고, 바뀐 계절 속에서 제가 닫아버렸던 문 바깥을 다시 상상할 수 있게 해주었어요.

Q7. 《작은 미덕들》을 10글자로 홍보해주세요.

A7. 묘하게 빠져들지만, 나가는 길 없음. 

흄세(휴머니스트 세계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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