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이 아무리 어두워도 촛불 한 자루라면 

신부 수업을 받다가 출가하신 분이 있습니다. 청전 스님입니다.
청전 스님을 비구로 알고 계신 분들은 당황하실 수도 있습니다. 짐작하셨겠지만 신부 수업은 결혼 준비가 아니라 사제가 되기 위한 수업이었습니다.

전주에 있던 교육대학을 다니던 청년은 1972년 유신이 선포되자 신부가 되기로 결심하고 광주가톨릭신학대학에 입학을 합니다. 그런데 전도유망하던 이 예비 사제는 3학년 때인 1977년 송광사 구산 스님을 찾아갔다가 인생(?)의 항로가 송두리째 바뀝니다. 

출가를 해서 차근차근 수행의 길을 밟았습니다. 비구계를 받고는 곧바로 지리산 백장암, 망월사 천중선원 등에서 선 수행에 힘을 씁니다. 그렇게 6~7년의 세월을 보냈습니다. 1987년 출가한 지 딱 10년째였습니다. 그 와중에 영원한 은사였던 구산 스님도 열반하셨고, 나라는 폭력과 야만이 눈앞에서 활개를 쳤습니다.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은 은둔했던 승려에게 가장 아린 기억이었습니다. 

어딘가로 가서 무언가 찾아야겠다고 생각을 했습니다. 당시에는 흔치 않던 해외 성지순례를 결심했습니다. 마더 테레사를 만난 것도 달라이 라마를 만난 것도 그때입니다. 

그런데 달라이 라마를 만나고 나서 스님은 아예 티베트 망명 정부가 있는 인도의 다람살라에 눌러 앉게 됩니다. 해를 기약하지는 않았지만 어찌어찌 31년이 흘렀습니다. 달라이 라마 밑에서 계속해서 가르침을 받았고 한국인들이 방문하거나 하면 달라이 라마의 통역이 되기도 했습니다. 

스님은 그렇게 31년을 보내고 지난 2018년 한국으로 돌아오셨습니다. 승납으로 치자면 방장이나 대선사급이었지만 큰절로 돌아가지 않았습니다. 지금은 강원도 영월에 조금만 수행처를 마련하고 홀로 수행과 일상을 이어나가고 있습니다. 

그런 스님이 원고를 하나 주셨습니다. 티베트 사람들이 가장 좋아하는 기도문 22편을 모은 것입니다. 멀리는 부처님의 말씀이 담긴 『숫타니파타』의 한 구절에서부터 인도 출생 샨티데바의 『입보리행론』 구절 일부 그리고 롭상 깰상 갸초, 톡메 쌍뽀 같은 티베트 고승들의 기도문까지, 가깝게는 달라이 라마 스스로 지은 「아침발원문」까지입니다. 

이 기도문들을 관통하는 있는 키워드는 ‘티베트불교’답게 보리심입니다. 
스님은 머리말에서 “세상이 아무리 어두워도 촛불 한 자루면 거뜬히 길을 나아갈 수 있듯이, 또 아무리 험한 가시밭길일지라도 가죽신 하나 잘 챙겨 신으면 거침없이 대지를 딛고 걸어갈 수 있듯이 우리는 이 험한 세상을 보리심 하나로 잘 살아갈 수” 있다고 강조합니다. 

정성껏 읽다보면 누구든 자신을 한없이 낮추는 마음, 즉 하심을 갖게 되고 믿음은 더욱 증장될 겁니다.

티베트 사람들의 보리심 기도문
청전 편역 | 184쪽 | 값 12,000원

“미황사를 아름다운 절로 만드는 사람은 바로 여러분입니다.”
금강 스님 미황사 마지막 법문

입춘에 먹는다는 오신채...불교에서는?
2월 3일은 24절기 중 첫 번째 절기인 입춘(立春)이다. 이날부터 새해의 봄이 시작되며 1년 동안 대길(大吉), 다경(多慶)을 기원하는 갖가지 의례를 베푸는 풍속이 전해진다. 입춘에는 예로부터 자극성이 강하고 5가지 매운맛이 나는 채소, 즉 오신채로 만든 나물을 즐겨 먹었다 한다. 겨우내 부족했던 영양소를 신선한 채소로 보충하고 봄철 입맛을 돋우기 위해서다. 

대승경전인 『능엄경』에서는 “오신채를 익혀 먹으면 음란한 마음이 일어나고, 생것으로 먹으면 성내는 마음이 더해진다"며 "시방의 천신과 신선들이 다 떠나고 모든 아귀와 악귀들이 오신채를 먹은 이는 좋아하느니”라고 나온다. 맵고 향이 강한 오신채는 수행자의 마음을 흩뜨려 정신 집중을 방해한다는 것이다.

사찰음식 역시 이러한 이유로 오신채가 들어가지 않는다. 대신 다시마, 들깨, 방앗잎, 제피가루, 버섯 등을 대체해 사용하며 간장, 된장, 고추장, 참기름, 들기름 같은 최소한의 양념을 식재료의 풍미를 살리는 정도로만 사용해 맛을 낸다. 오신채가 들어가지 않아 자극적이진 않지만, 식재료 본연의 맛을 살린 사찰음식으로 입춘맞이 밥상을 한 번 차려보는 것은 어떨까?
백련 잎 달인 물 동치미

1. 동치미 무는 껍질째 씻어 놓고 청각은 잘 다듬어 씻어 물기를 뺀다. 
2. 큰 솥에 백련 잎 2장과 물을 넣고 센불로 끓이다 약불로 달인다. 
3. 생강은 껍질을 벗기고 듬성듬성 썬다. 
4. 백련 잎 우린 물에 소금을 녹이고 함초청을 넣어 골고루 젓는다. 
5. 알맞은 단지를 준비하고 청각, 갓, 생강을 베보자기에 담아 단지 속에 넣은 다음 동치미 무를 올리고 위로 뜨지 않게 돌로 누른 뒤 백련 잎 우린 물을 붓고 삭힌 고추를 띄워 보름 정도 두었다가 먹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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