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신저, 주식 그리고 비교하기?!
지금을 읽고 싶은 사람들의 미디어 이야기, 어거스트

안녕하세요. 에디터 찬비입니다.

의사가 ‘치료가 필요할 정도로 심각한 OO 중독증입니다’라고 하는 이 을 아시나요? 이 밈은 원본보다 다양한 분야에 맞게 변형된 짤들이 많아서 더 유명해졌죠. 밈으로 이야기할 때의 중독은 대부분 웃자고 하는 말이긴 하지만, 우리는 자주, 쉽게 어떤 것에 중독되었다고 이야기합니다. 아주 심각하진 않더라도 어느 정도 무언가에 중독된 사람들은 생각보다 흔할 거예요.


중독될 만한 것들이 손에 꼽힐 정도로 적던 1960년대와 달리 현재는 손가락 하나만 까딱하면 모든 것을 쉽게 얻을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만큼 많은 것들에 쉽게 의존하고 중독되기 쉬워졌죠. 그렇기에 지금을 돌아보는 좋은 키워드 중 하나가 ‘중독'이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오늘은 세 권의 책과 함께 우리가 중독된 것들에 대해 이야기 해봅니다.

👋 오늘의 에디터 : 찬비
스마트폰에서 자유로워지고 싶네요 🤳
오늘의 이야기
1. 심각한 도파민 중독입니다
2. 모든 쾌락에는 대가가 있다, ⟪도파민네이션⟫
3. 난 사실 중독이야, 야 너두? ⟪멈추지 못하는 사람들⟫
4. 플랫폼에 중독된 우리, ⟪우리는 중독을 사랑해⟫

🧑‍⚕️ 심각한 도파민 중독입니다

도파민 디톡스란 말을 들어보셨나요? 저는 ‘도파민'이라는 말이 주변 사람들에게서 많이 들려왔던 2년쯤 전에 이 영상을 보고 혹했던 적이 있어요.

영상에서 Niklas Christl라는 유튜버는 7일간 SNS, TV, 넷플릭스 등 모든 영상, 과자나 탄산음료를 포함한 정크 푸드, 술과 마약, 포르노, 음악까지 없는 도파민 디톡스를 하고, 그 과정과 결과를 보여줍니다. 결과는 대충 우리가 예상할 수 있듯이 일상에서 소소한 기쁨을 되찾게 되었고, 현재에 집중하게 되었다는 그런 이야기였어요. 2년 전, 한참 코로나의 시기엔 실내에서 자꾸 스크린만 바라보던 저에게 지쳐있었기 때문에 더 혹했기도 했던 것 같네요.


도파민은 보상 과정에 관여하는 가장 중요한 신경전달물질인데요, ‘보상 그 자체에 대한 쾌락을 느끼는 과정'보다 ‘보상을 얻기 위한 동기 부여 과정'에 더 큰 역할을 한다고 해요. 어떤 행위로 오는 행복보다는 ‘저걸 원해'라는 동기 부여를 주어서 신체를 움직이게 만드는 역할이라고요. 특정 물질이나 행위가 뇌의 보상 경로에서 도파민을 더 많이, 더 빠르게 분비하게 할수록 중독성이 더 크다고 평가한다고 하는데요, 그래서 중독 이야기가 나올 때는 자연스럽게 도파민 이야기도 하게 되는 것 같아요.


이전까지는 알코올이나 마약, 도박과 같이 중독 대상이 한정적이었다면 최근에는 게임, 넷플릭스, 쇼핑, 운동과 같이 중독의 대상이 넓어졌습니다. 특히, 스마트폰으로 항상 인터넷에 연결되어 있고, 웨어러블 기기를 하루 종일 차고 다니게 되면서 디지털 기기에 의존하기도 더욱 쉬워졌어요. 아침에 일어나면서부터 자기 직전까지 스마트폰과 함께하고, 다양한 앱의 알림을 수시로 받아 잠시 내려놨던 핸드폰도 다시 집어 들게 되니까요.


잠시 멈추고 생각해 보세요. 유튜버 니클라스처럼 SNS와 모든 영상물, 정크 푸드, 술, 담배, 심지어는 음악까지 없는 일주일을 보낸다면 무탈하게 보낼 수 있을 것 같나요? 저는 음악까지도 제한한다는 이야기에 숨이 턱 막혔는데, 니클라스는 아침에 일어나면서부터 자기 직전까지 무언가를 듣고 있기 때문에 포함했다고 영상에서 이야기하더라고요. 도파민에 관심이 많던 2년 전에도 절대 불가능하겠다 싶었는데, 동시에 이렇게까지 내 삶에 이것들이 중요하다는 게 또 기가 막혔습니다.


저 중 제가 끊기 가장 어려운 건 스마트폰과 앱으로 하는 모든 것들입니다. 특히 저는 불과 몇 달 전까지만 해도 심각한 슬랙 중독이었어요. 모든 알림에 즉각적으로 반응해서 메시지를 확인하고 이모지를 달고, 휴가 중에도 수시로 들어가 메시지를 읽는 사람이었습니다. 한창 심할 땐 모든 사람의 말에 이모지를 달고 싶다는 생각도 들었을 정도였죠 😇. 이게 결국엔 업무에 너무 방해가 되어서 특단의 조치로 알림을 껐는데요, 그러고 나니 완전히 집중하고 있는 시기에는 덜 확인할 수 있어서 끄길 잘했단 생각이 듭니다(알림 없이도 충분히 자주 확인하더라고요 허허).


모두가 도파민과 중독에 대해서 이야기한다면 그것에 대해 더 자세히 알고 싶단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렇게 선택한 첫 책은 정신의학 교수 애나 렘키의 ⟪도파민네이션⟫입니다.

⚠️  모든 쾌락에는 대가가 있다, ⟪도파민네이션⟫

“약물이든 쇼핑이든, 관음증이든 흡연이든, 소셜 미디어든, 우리 모두는 하지 않았으면 하거나 후회하는 행동을 하나쯤은 가지고 있다.”
(출처: Dutton, 흐름출판)

⟪도파민네이션⟫은 뇌가 쾌락과 고통을 처리하는 방법을 신경과학과 뇌과학을 기반으로 설명하고, 실제 사례들을 기반으로 어떻게 중독을 진단하고 중독에서 벗어날 수 있는지를 이야기합니다. 특히, 이 책에서 가장 강력한 부분은 작가가 자신의 중독 사례를 공개한다는 건데요, 스탠퍼드 대학의 정신과 전문의이면서도 이렇게 중독을 겪을 수 있다는 이야기가 크게 공감되면서 책과의 거리가 확 좁혀주더라고요.


책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부분은 고통에 대한 이야기였어요. 고통과 쾌락은 뇌의 같은 영역에서 처리되고, 평형을 이루고 싶은 시소처럼 기능한다고 해요. 위에서 설명했듯 우리가 쾌락을 경험할 때는 도파민이 분비되는데요, 뇌는 도파민이 너무 많이 분비된다 싶으면 강력한 자기 조정 메커니즘으로 도파민 분비량을 감소시켜서 균형을 맞추려고 합니다. 그래서 강렬한 쾌락 뒤에는 살짝 고통 쪽으로 시소가 기울어서 약간의 고통을 겪게 된다고 해요. 이때 고통은 주로 그 쾌락을 불러온 물질이나 행동을 다시 하고 싶어 하는 갈망으로 나타난다고 합니다.


이어서 쾌락 자극에 반복적으로 노출되면 초기의 쾌락은 갈수록 약해지고 짧아지지만, 고통 쪽으로 나타나는 반응은 갈수록 강하고 길어집니다. 그 결과 중독에서 얻는 쾌락보다는 고통이 더 커지게 됩니다. 그리고 과도하게 중독 대상에 의존하게 되면 아예 쾌락-고통 시소가 아예 고통쪽으로 치우치게 되면서 도파민 부족 상태에 이르게 되고, 쾌락을 얻기 위해서가 아니라 우울과 불안을 피하고자 중독 대상을 원하게 된다고 해요.

(출처:  미디엄)

옛날 옛적, 채집과 사냥으로 근근이 살아가던 시절에 사람들은 쾌락을 얻기 위해서는 이런저런 노력을 많이 기울여야 했을 거예요. 결핍의 시대에 살던 사람들에게 이런 뇌의 구조는 오랜 생존에 큰 도움이 되었겠죠. 하지만 오늘날의 우리는 누워서도 재미있는 영상을 볼 수 있고, 필요한 물품도 주문할 수 있고, 끼니도 쉽게 해결할 수 있습니다. 이렇게 과도한 도파민에 둘러싸인 환경이 되면서 우리는 더 많은 보상을 얻어야 쾌감을 느낄 수 있게 되었고, 고통을 견딜 수 있는 능력은 감소하게 되었다고 이야기합니다. 렘키 박사님의 이 말이 저는 마음에 계속 남더라고요.


“현대인은 사소한 불편조차 견딜 수 없게 되었다. 우리는 순간의 고통, 현재의 지루함에서 벗어나기 위해, 그저 놀기 위해 계속 애쓰고 있다.” 


그렇다면 이 쾌락-고통 시소를 리셋하고 중독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렘키 박사가 권장하는 과정 중 가장 중요한 것은 30일간 중독 대상을 끊는 것입니다. 다양한 임상 실험 결과를 통해 살펴보면 중독 대상을 끊고 4주 정도 지났을 때 시소가 다시 수평 위치로 돌아온다고 하는데요, 그러면 좀더 작은 자극에도 충분한 쾌락을 얻을 수 있게 된다고 해요. 초기에는 불안하거나 우울하고 금단현상이 찾아오는 등 기분이 좋지 않겠지만, 그 시간 동안 다른 중독 대상에 기대지 않고 오롯이 고통을 들여다보는 것이 중요하다고 합니다.


그렇게 4주간 리셋하면서 자신과 직접 대면하고 나면, 다시 어떤 식의 관계를 만들지 신중하게 고민하고 다양하게 실험해 보면서 찾아가야 한다고 해요. 아예 끊는 것이 아니라면 다시 중독으로 발전할 수 있지만, 여러 번 시도할수록 성공할 가능성도 높다고 합니다. (갈 길이 머네요..)


책에서는 건강하게 쾌락을 얻는 방법으로 아예 고통에 더 기대보라고 제안하기도 해요. 자신을 고통에 적당히 노출시키면서 시소가 반대로 쾌락쪽으로 기울도록 만드는 거죠. 예시로 찬물 목욕이나 간헐적 단식과 같은 것들이 있지만, 이렇게 극한의 고통이 아니더라도 적당히 몸을 움직이고 노력을 기울여서 원하는 것을 얻는 것도 또 다른 예입니다. 너무 큰 쾌락을 원하지 말고, 적당히 몸을 움직이고 노력해서 얻는 소소하고 빈번한 쾌락으로 만족하는 것. 쉽지 않은 것 같지만 그게 가장 건강한 쾌락이라고 이 책은 말해주고 있어요.


난 뭔가에 중독되고자 하는 현대인의 기호에 대해 가끔 궁금해지는 부분이 있다. 우리가 중독에 빠지는 이유는 혹시 신체가 살아있음을 느끼기 위해서는 아닐까 하고 말이다. (...) 웰빙을 위해선 침상에서 벗어나 가상의 몸이 아닌 진짜 몸을 움직여야 한다. 내가 내 환자들에게 늘 얘기하지만, 하루에 30분 동네를 걷는 것만으로도 차이를 만들 수 있다. 여기에는 의학적으로 반론의 여지가 없다. 즉, 운동은 내가 처방할 수 있는 그 어떤 알약보다 기분, 불안, 인지, 활기, 수면에 더 깊고 일관성 있는 긍정적인 효과를 낳는다.


최근에는 유튜버 돌돌콩이 렘키 박사를 직접 인터뷰한 영상이 화제가 되기도 했는데요, 책을 읽고 영상을 보니까 정리 되는 느낌이 들고 좋더라고요.

🤧 난 사실 중독이야, 야 너두? ⟪멈추지 못하는 사람들⟫

⟪도파민네이션⟫이 중독 전반에 대해서 이야기한다면, 스턴경영대학원 교수인 애덤 알터의 ⟪멈추지 못하는 사람들⟫은 아예 SNS나 이메일,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데에 중독이 된 행동 중독을 중점으로 다룹니다. 심리학 연구를 통해서 행동 중독이 왜 요즘 시대에 더욱 많아지고 있는지, 중독되는 이유는 무엇인지, 그리고 중독에서 벗어나려면 어떻게 해야하는지를 다뤄요.

저는 어느 정도 스마트폰과 인터넷에 중독되었다고 느끼고 주변사람들과 그런 대화를 자주 나누긴 하지만, 정말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행동 중독을 경험하고 있을지 궁금했어요. 그런데 놀랍게도 한 연구에 따르면 네 개 대륙 150만 명을 대상으로 한 연구를 종합했을 때, 연구 대상의 41%가 이전 12개월 동안 적어도 한 가지의 행동 중독을 경험했다고 이야기합니다. 이 연구에서는 인구의 절반 가량이 아래와 같은 증상을 체험한다고 해요.


특정 행위를 언제 할지, 얼마나 오랫동안 지속할지, 언제 중단할지, 그리고 그 중독 행위와 어떤 다른 행위들이 연관될지 확실히 예측할 수 있는 능력을 상실한다. 그 결과 중독 행위를 제외한 다른 활동을 포기하거나, 다른 활동을 하더라도 예전만큼 즐거움을 느끼지 못한다.

(출처: 부키)  

왜 이렇게까지 많은 사람들이 중독되어 있을까요? 첫 번째는 모든 플랫폼과 서비스에서 사용자들이 더 자주, 오랜 시간 사용하도록 하는 것을 목표로, 사람들이 거부할 수 있도록 개발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넷플릭스가 자사의 라이벌이 잠이라고 선언한 그 때부터, 혹은 그 이전부터 많은 기업의 목표는 자사의 서비스가 사용자의 ‘습관'의 일부가 되도록 하는 것이었어요. 그리고 기업은 목적을 실현하기 위해 자사 사용자를 대상으로 수많은 실험을 수행합니다. 그리고 시간이 지날수록 사용자들의 반응률이 높은 문구, 버튼 색깔, 위치 등으로 집대성된 플랫폼은 점점 더 거부하기 어려워지는 거죠.


두 번째는 중독되었다고 해서 아예 그 행동을 중단할 수는 없기 때문이에요. 담배에 대한 중독을 없애기 위해서는 담배를 아예 피우지 않게 되고, 알콜 중독자들에게도 아예 술을 끊는 것이 권장됩니다. 하지만 인터넷에 중독되었다고 해서 인터넷을 끊고 살 수 없고, 스마트폰에 중독되었다고 해서 스마트폰을 안 쓸 순 없잖아요. ‘적당히' 쓰는 것은 아예 안 쓰는 것보다 더 큰 절제력이 필요하고, 그렇기 때문에 중독에 더 취약해질 수밖에 없게 됩니다.


재미있었던 것은 이 책에서도 ⟪도파민네이션⟫과 비슷하게 중독과 지루함의 연관성에 대해서도 이야기한다는 거예요. 1970년대 심리학자 스탠턴 필은 “중독은 충족되지 못한 심리적 요구와 단기적으로 그 요구를 달래주는 일련의 행위 사이의 결합이며, 결국 장기적으로는 해로운 결과를 낳는 것"이라고 주장했다고 해요. 그의 주장에 따르면 어떤 체험이든 그것이 심리적 고통을 덜어준다고 생각하면 중독될 수 있다는 거죠. 중독 유발 요인이 외로움과 무료함과 고통을 달래 준다는 사실을 학습하는 문제"가 곧 중독과 연결될 수 있다는 말이 저는 충격적이면서도 동시에 슬프게 다가왔습니다.


저는 업무 특성 상 중간중간 30초에서 1분씩 결과가 나오길 기다릴 때가 많은데요, 대체로 이 짧은 시간을 그냥 보내지 못하고 습관적으로 핸드폰을 들어 슬랙이나 카톡을 확인해요. 그런데 이 책을 읽은 날은 핸드폰에 손이 갈 때마다 내가 이 잠시를 못 견뎌서 의존하게 되었나 하는 생각이 들면서 잠시마나 핸드폰을 멀리하게 되더라고요. 어떤 것에 의존적이거나 중독되었다고 느낀다면 이 의존하는 마음이 어디에서 시작되었는지를 돌아보는 것이 도움이 될 것 같았어요.


책의 2부에서는 각 플랫폼/서비스들이 중독을 유발하는 원인을 목표, 피드백, 향상, 난이도, 미결, 관계라는 키워드로 하나씩 짚어줍니다. 그리고 각 전략에 대응할 수 있는 방식을 3부에서 설명해요. 대응방식에는 한계가 많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어떤 식으로 우리가 그 서비스/플랫폼을 끊을 수 없도록 만드는지를 좀 더 이해할 수 있다는 점에서 좋았습니다. 궁금하신 분들께는 이 책을 읽어보시는 것을 추천드립니다.


그리고 위 두 책이 만약 올해, 혹은 내년에 출간되었다면 상당 부분이 숏폼 콘텐츠를 다루고 있을 거란 생각을 했어요. 자극적인 콘텐츠를 담은 짧은 영상이라는 특성상 많은 사람들이 틱톡, 릴스, 숏츠를 보는 데에 시간을 많이 보내고 있으니까요. 위 두 책은 개인적으로 어떻게 중독을 막을 수 있는지를 위주로 다루고 있지만, 모든 플랫폼이 사용자의 시간을 어떻게든 점유하려고 하는 이 현상이 과연 바람직한지, 장기적으로 있을 수 있는 악영향을 막기 위해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지에 대해서도 고민해야 할 시점인 것 같습니다.

🫨 플랫폼에 중독된 우리, ⟪우리는 중독을 사랑해⟫

도우리 작가의 ⟪우리는 중독을 사랑해⟫는 자신이 시간을 할애하는 수많은 플랫폼이 어떻게 우리를 '중독'시켰는지를 다양한 사례를 들어 이야기해요. 위 두 책이 중독에 관해 연구를 통해 밝혀진 것들을 기반으로 심리학적﹒뇌과학적으로 접근한다면, 이 책은 개인의 이야기에서 출발해서 국내 사회에 대한 이야기로 확장되는 에세이로, 최근 몇 년간 사람들이 집착한 키워드들에 대한 국내 트렌드를 잘 담고 있다는 점에서 결이 조금 다릅니다. 


이미 차례부터 굉장히 흥미로워요. 갓생, 배민맛, 방꾸미기, 랜선 사수, 중고 거래, 안읽씹, 사주 풀이, 데이트 앱, 좋아요. 5년 전쯤엔 없었던, 그런데 지금은 모두가 알고 일상에도 밀접한 이 키워드로 도우리 작가는 각종 플랫폼이 우리 삶에 어떻게 은근히 스며들어 일부가 되었는지, 지금은 자연스러워 보이는 이 키워드들이 왜 사실은 자연스럽지 않은지 이야기합니다.

(출처: 한겨레출판)  

이를테면 이런 식이에요. 매일 ‘갓생'을 살겠다고 시도하고 실패하고를 반복하다가 갓생이란 무엇인지, 왜 갓생을 사는 게 이렇게 힘든지를 살펴보는 거죠. 갓생이란 것이 사실은 굉장히 비현실적인 루틴을 가리키고 있고 거기에 남들 인정까지 받아야 찐 갓생인데, 매일 8시간 이상 일하고 겨우 퇴근해 지친 상태에서 미라클 모닝과 자기 계발까지 하는 게 가능할까. 번아웃이 넘쳐나는 이 사회에서 오히려 이 갓생을 타깃으로 해서 생겨난 수많은 앱과 서비스들이 수혜를 받고 있는 건 아닐까. ‘갓생 뭐 좋지~’ 라고 가볍게 생각하고 넘어가려던 저를 잠깐! 하고 붙잡은 느낌이었어요.


방꾸미기 챕터를 읽으면서는 너무 공감이 가서 얼얼할 정도였어요. 집을 쉽게 바꿀 순 없으니 ‘베개 커버 하나’로 시작하는 인테리어에 대한 욕심은 그 베개 커버에 어울리는 모노톤 디자인의 이불과 저렴하게 살 수 있는 패브릭 포스터, 종국에는 원목 가구로까지 이어지게 만든다고 책에선 이야기해요. 그런데 저도 처음 시작은 이불이었고, 그다음엔 책상 주변 가구들이었는데, 이사하면서는 원목 가구들에도 욕심을 내게 되었거든요. 방은 나 혼자서 지내는 공간인데, 예쁘면 좋지만 예쁘지 않아도 내가 편하게 지낼 수 있으면 그만이죠. 언제부터 내가 이렇게 자꾸 오늘의 집 집들이 속 집과 비교하면서 왜 저렇게 될 수 없을지 고민하고 슬퍼했나 싶더라고요.


다양한 기업들이 제시하고 우리들이 은연중에 받아들인 솔루션들은 실제 사회 문제를 가리고 ‘돈'을 쓰라고 이야기합니다. “자본 없는 자본주의 인간"으로서 작가는 플랫폼이 주는 프레임 밖으로 나와 현상을 바라보고, 더 근본적이고 본질적인 해결책을 찾자고 이야기합니다. 그런 점에서 중독처럼 배달 음식을 주문하고, 돌아오는 달의 운세를 찾아보고, 수시로 SNS에 접속하며 '좋아요'를 기다리는 평소의 일상을 다른 시선에서 바라볼 수 있어 좋았습니다.


중독이 우리가 별생각 없이 손을 뻗는, 결과적으론 해로운 결과를 낳는 것들이라고 할 수 있다면, 자꾸 멈춰서서 왜 우리가 그 대상에 손을 뻗는지, 정말 그 대상에 기대는 것이 원인을 해결할 수 있는지를 살펴봐야 하는 것 같아요. 중독 그 자체를 멈추진 못하더라도 좀 덜 의존하는 방향으로 나아갈 뿐 아니라, 더 좋은 해결책을 찾을 수도 있을 테니까요. 잠시의 심심함을 못 참아 유튜브를 켜지만 자꾸 새로고침 하며 새로운 영상을 찾는 내가 반갑지 않다면 잠시 심심한 마음을 들여다보거나 주변을 관찰하는 식의 다른 방식을 택할 수 있겠죠?


여러분은 어떤 것에 중독되어 있으신가요? 이번 기회에 그 중독을 한 번 들여다보지 않으실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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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터 <찬비>의 코멘트
이 예쁘고 옷 잘 입고 사랑스럽고 솔직한 여자를 사랑하지 않을 수 있을까요. ❤️ 오이러버인 저는 잉글리시 저먼 큐컴버 샐러드 너무 궁금하더라고요. 여름이 가기 전에 해먹어보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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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dited by  Zoe • 한새벽 • 구현모 • 후니 • 찬비 •식스틴 • 나나 • 오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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