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7월 26일
언뮤 뉴스레터 제3호
by 음악학 허물기
“재능은 우리가 성공한 운동선수에게 붙이는 가장 흔한 비전문가적 설명일 것이다.”
우리는 운동선수나 음악가 등이 입이 떡 벌어질 만큼 놀라운 성과를 어떻게 내는지 설명할 수 없으면 이내 포기하고 “재능이네! 그건 가르쳐서 되는 게 아니야.”라고 말하는 경향이 있다. 다시 말해서 경험과 훈련만으로 통상적인 범위를 훌쩍 넘는 탁월한 수준에 어떻게 도달할 수 있었는지 쉽게 이해가 안 될 때 자동으로 ‘타고났다’는 분류를 한다.

—앤절라 더크워스, 그릿 GRIT 중에서
아무도 안 믿어 주는데 스포츠 소년이었습니다. 중학교 시절, 서울시 대표로 두 차례 전국소년체전에 참가한 이력도 있습니다. 주 종목은 배영 50m, 최고 성적은 1994년 광주에서 열렸던 제23회 대회에서 기록한 전국 6위. 흔히 말하는 ‘체육 특기생’도 아니었고 운동을 계속할 생각도 없었기에 시합 기간 ‘훈련’에도 참여하지 않고 뛰었지만 ‘연습’과 경기에는 꽤 진지하게 임했습니다. 이기고 싶었고, 경기가 끝난 후에는 샤워기에 숨어 펑펑 울었습니다. 무엇보다 경쟁하며 한계를 뛰어넘는 과정이 즐거웠습니다. 그래서 지금도 올림픽 기간만 되면 가슴이 뜁니다. 종목도 안 가립니다. 우리나라 선수가 출전하는 종목은 방송만 해 준다면 식음을 전폐하고 응원합니다. 그래서 이번 뉴스레터는 망했습니다. 하지만 괜찮습니다. 2020 도쿄 올림픽이 1년 늦게 막을 열었습니다. 함께 울고 웃을 시간입니다. 그래서 아마 다음 뉴스레터도 망할 겁니다. 그래도 괜찮습니다. 최고의 스포츠 축제에서 신나게 즐기고 있을 우리 선수들, 전 세계의 모든 올림피언들을 응원합니다.
1. 프랑스 바로크 바이올린의 대가들
월요일은 KBS 음악실 ‘계희승의 음악 허물기’가 있는 날입니다. 163번째 방송에서는 프랑스 바로크 바이올린의 대가 장 바티스트 세나이에와 장 마리 르클레르의 바이올린 소나타 준비했습니다. 1988년생의 젊은 바이올리니스트 테오팀 랑글로와 드 스와르테와 앙상블 레자르 플로리상의 지휘자로 친숙한 윌리엄 크리스티가 함께합니다. 크리스티가 1944년생이니까 무려 44살 차이. 앨범 제목 그대로 ‘세대’를 초월한 두 음악가의 협업을 지금 감상해 보시죠.
2+3. 솔라리스에 각인된 바흐의 시간
이번 주에는 새로 개역되어 나온 러시아의 영화 감독 안드레이 타르코프스키의 『시간의 각인』과 작품 《솔라리스》에 사용된 바흐의 오르간 전주곡을 함께 다룹니다. 때마침 구입한토비아스 폰타라의 신간 『안드레이 타르코프스키의 공명하는 영화: 음악과 의미, 《솔라리스》부터 《희생》까지』도 소개합니다. 두 편의 글을 하나로 합친 셈인데 올림픽 때문은 아닙니다. 따로 썼더니 양쪽에서 같은 얘기를 반복하더군요. 합치는 과정에서 제목도 아무 의미 없는 키워드의 나열이 되어 버렸는데 다 쓰고 나서 보니 의외로 말이 되는 것 같기도. 못 믿으시겠다면 한 번 읽어 보세요.
4. 한 편의 글이 완성되기까지
한 편의 글이 완성되기까지의 과정을 기록한 영상이 벌써 16일 치 올라갔습니다. 이제는 자정이 가까워 오면 몸이 먼저 반응합니다. 그리고 이 시간은 아무리 바빠도, 심지어 올림픽 기간에도 지키는 중입니다. 눈 씻고 봐도 글쓰는 테크닉 같은 건 없습니다. 그저 매일 정해진 시간에 1시간씩 쓰고 고치고 생각하고 다시 쓰고. 그게 전부입니다. 이렇게 무식하게 써도 언젠가는 완성된다는 것을 보여 주고 싶었습니다. 혼자 글쓰는 시간이 외롭다면 영상 틀어 놓고 함께 써요. 늘 그렇듯이 전체 과정 그대로 녹화해 편집 없이 업로드합니다.
5. 음악(학)계 소식
2020 도쿄 올림픽 개막식 선수단 입장 시 사용된 음악의 정체와 미국 내 아시아계 음악가들의 반격, 드라마 속 클래식 이야기, 미국서양음악학회 공식 출판물 두 종과 국내 신간 소식까지. 보고 듣고 읽을거리가득한 한 주였습니다. 얼른 확인해 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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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학 허물기 Undoing Musicology
© 2021 Hee Seng Ky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