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가의 영화〉(감독 홍상수)
독립영화 큐레이션 레터 by. 인디스페이스
vol.107 〈소설가의 영화

5.18민중항쟁 42주년을 기리며 🇰🇷

5월 18일 오늘의 큐 💡   
Q. 혹시 실제 경험담인가요? 🧐
님, 영화 좋아하시죠?❤️ 꼭 봐야할 명작 리스트나, 평이 높은 작품들 중에는 창작가가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영화들이 꽤 많은 것 같아요. 음악가, 미술가, 소설가, 그리고 영화를 만드는 영화 주인공도 있죠. 그런 작품을 보면 저는 꼭 궁금증이 고개를 들고 맙니다. "혹시..감독님의 실제 경험담?" 그렇지만 사실 대답은 언제나 짐작하고 있답니다. '그럴지도....근데 아닐지도....🤔'
그럴 수밖에 없겠죠? 창작자로서의 자신의 경험, 창작 과정에서 떠올린 생각들이 주인공에게 반영되지 않을 수 없으니까요.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완전한 실화도 아닙니다. 영화라는 매체를 통해 재구성되었을 뿐이죠. 사실 이런 작품들은 영화 내적인 이야기 뿐만 아니라 경험과 창작, 그 사이를 들여다보는 것에 제2의 재미가 있는 것 같아요. 

한국에서 이런 작품을 만들어나가는 대표적 감독, 홍상수 감독의 신작 <소설가의 영화>도 역시 그렇습니다. '이거 실제 누구 이야기 같은데?'라는 생각을 하게 만들지만, 인물들은 영화 속에서 유연히 움직이며 각자의 의견을 개진합니다. 반복과 관성, 그리고 현재의 변화에 주목한 인디즈 리뷰를 만나보세요📝 항상 비슷한 방식으로 보이지만 시간을 담아내면서 필연적으로 변화하는 그의 작품이 흥미롭게 다가옵니다. 문소리 감독의 <여배우는 오늘도> 역시 보다보면 떠오르는 순간들이 많을 텐데요. 문소리 배우 겸 감독의 블랙코미디에 분명 터지실 거예요🤭(K-무비의 상징, Soju🍻?!)

실제와 픽션 사이를 유영하면서 조금 더 탐구하게 되는 것. 소설과 영화라는 매체가 가진 큰 매력이라고 생각해요. 님도 창작을 다룬 작품들을 좋아하시나요? 오늘의 이야기가 영화에 대한 흥미를 돋우는 역할을 해주면 좋겠어요💌

오래된 관성으로부터

〈소설가의 영화


어쩌다 홍상수 감독의 올해 작품을 다 봤다대게 비슷한 사람들이 나왔고 여전히 우연한 만남이 줄을 이었다흑백의 화면은딱 한 번 색을 입었다인트로덕션과 당신 얼굴 앞에서에 이어 나온 소설가의 영화는 색다르진 않았지만 이전 작품을 반복했다 하기도 어렵다특히준희(이혜영)과 길수(김민희)의 만남이 가장 특별했다소설가의 영화는 준희의 영화 속 말처럼 이야기 자체는 그리 중요하지 않다.” 특별한 사건이 없이 인물들의 입장은 흩어져 있고 담담한 대화와 가끔의 주장으로 구성됐다.

준희는 잠적했던 후배를 찾아갔다가 우연히 영화감독 부부를 마주치고역시나 우연히 길수를 만난다준희는 재능이 아깝다며 왜 연기를 하지 않냐는 효진(권해효)의 말에 호통을 친다. “아깝다라는 말의 의미에 관해 끈질기게 물으며 각자의 삶은 존중해주면 그만이라고 말한다. (...) 준희는 더 이상 소설을 쓰지 못하겠다고 말한다준희는 소설을 쓰지 못할 이유를 설명하지 않았다그냥요즘은 그렇다고 말한다이에 길수는 덤덤히 쉬라고 말한다예전에 인정받았던 일을 계속하는 것당연하기도 하다. 사람들은 아깝다고 평하기 쉽고 이는 애정 어린 말로 여겨지기도 한다. 하지만 〈소설가의 영화〉 속 준희와 길수는 삶의 관성을 다시금 이해한다.

‘여느 때와 같이 연기를 하거나 소설을 쓰는 것’, 사실 가능하지만 애써 하지 않는다. 준희가 처음 만난 잠적했던 후배는 “예전에는 읽어야 할 것 같은 책들이 있었는데, 이젠 그러지 않는다.”라고 말한다. 관성을 벗어나는 것은 시간이 흐른다는 당연한 사실 위에서 펼쳐지는 일이다. 특별한 이유는 없다. 소설가의 영화〉 속 여러 인물은 서로에게 팬을 자처한다얼마나 좋아했었는지당신이 얼마나 대단했는지 쏟아낸다하지만 팬지지하는 마음 그리고 묘한 연결은 언제나 같은 모양으로 펼쳐지지 않는다삐뚤어지기도 하고 공허하기도 하다그러나 준희와 길수는 타인에 삶과 자신의 삶을 무던히 이어낸다소설가도 영화를 찍는다.


준희와 길수의 관계가 담담히 서술되는 영화의 속도도 나쁘지 않다하지만 그럼에도 술자리는 반복되고 누구는 누구와 잤다는 이야기도 빠지지 않는다. ‘거장처럼 등장하는 남성에게 여전히 어린 여자는 존경심을 표한다또한 영화를 찍는 소설가라는 설정이 예술계 내에서는 많은 것을 비틀어버릴, 기존의 관성과는 다른 행보겠지만 대중들에겐 그렇지만은 않다홍상수 영화에선 예술계 을 찾아보기 어렵다그래도 이혜영과 김민희 배우그리고 소설가의 영화에 등장하는 다른 배우들은 그 이야기를 계속해서 쳐다보게 한다. ‘이야기가 없어도 집중은 된다.


인디즈 염정인

소설가의 영화(감독 홍상수)|
드라마|92분|12세이상관람가
여소설가가 잠적한 후배의 책방으로 먼 길을 찾아옵니다.
그리고 혼자 타워를 오르고 영화감독 부부를 만나고 공원을 산책하다 여배우를 만나게 되고, 여배우에게 당신과 영화를 만들고 싶다 설득을 합니다. 둘이 분식집에서 뭘 먹고, 다시 찾게 되는 후배의 책방에서 술자리가 깊어지고 여배우는 취해 잠이 드는데…
"그건 이 직업의 업보 같은 거예요" 💃
<여배우>, <여배우는 오늘도>, <최고의 감독>이라는 세 편의 단편영화를 묶어 개봉한 문소리 감독의 <여배우는 오늘도>에는 말 그대로 감독과 여배우로서의 문소리의 이야기가 담겨있습니다. 이 작품이 개봉할 때에 씨네21은 문소리 배우에게 "이 영화는 픽션이지만 관객 입장에선 문소리와 '문소리를 연기하는 문소리'를 하나의 인물로 오해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이야기를 했는데요. 그에 대해 문소리 감독은 이렇게 대답해요. "그건 이 직업의 업보 같은 거다."*
문소리 감독은 오히려 자신의 이미지를 이용하고, 싸우고, 오히려 스스로를 들여다보는 장치로서 영화를 만들어나갑니다. 한국 영화사에 아주 소중한 기록, 문소리 감독과 문소리 배우가 함께 한 작품을 만나보세요!

예술가의 자기반영적 목소리

〈여배우는 오늘도〉와 〈소설가의 영화〉

 

2017년 개봉한 문소리 감독의 <여배우는 오늘도>는 감독이기에 앞서 ‘여배우’인 문소리가 자신의 모습이기도 하면서 아니기도 한 모습들을 픽션과 다큐멘터리 사이를 오가며 재치있게 담아낸 영화다. 실제로 졸업영화로 찍었던 것을 발전시켜 개봉한 것이기에 영화를 기획한 과정이 담겨 있는 졸업논문을 찾아볼 수 있고 이에 영화의 제작의도가 담겨 있다. 연출자인 문소리는 작품 기획의 배경에서 홍상수 감독을 언급하며 홍상수 감독의 작품에는 “감독 자신을 반영하고 있는 인물들”이 다수 등장하고 이런 자기 반영적 목소리가 등장하는 방식에 깊은 인상을 받았다고 밝히고 있다.

홍상수 감독은 앞서 언급했듯 픽션과 현실을 오고 가는 영화를 주로 만드는데, 가장 최근의 작품 <소설가의 영화>에서도 감독 자신 그리고 몇 해 전부터 줄곧 작품의 파트너로 함께 하고 있는 김민희의 상황을 유추해볼 수 있는 대사나 상황들이 심심치 않게 등장한다. 극중에서 배우인 길수(김민희)에게 작품활동을 쉬고 있어 다른 많은 감독들이 아까워하고 안타까워 한다는 어느 감독의 말을 듣고 소설가 준희(이혜영)는 초등학생도 아니고 본인이 스스로 한 선택에 대해 “아깝긴 뭐가 아까워”라며 그 표현이 무례하다고 길수 대신 분노를 표출한다. 그 외에도 영화를 만들고 시를 쓰고 소설을 쓰고 연기를 하는 다양한 예술가들이 등장하면서 그들의 고뇌와 생각을 담아낸다. 때로는 너무 사실적인 대화가 오고가서 웃음을 자아내기도 한다.

이런 모습은 문소리 감독의 <여배우는 오늘도>에서도 흔히 나타난다. 여배우로서 겪는 고충을 자조적인 웃음으로 바꾸고 있다는 점에서 그의 영화를 보면서도 간간히 웃음이 터져나온다. 어떤 부분이 픽션을 가미해 과장된 것이고 어떤 부분이 정말 실제인지 알 수는 없지만 그가 ‘여배우’로서 겪었을 만한 일들이 얼마나 난감하고 고됐을지 충분히 예측가능하기 때문이다. 이처럼 자기반영적 목소리를 담는 영화들은 현실과 허구 사이의 경계를 줄타기하며 예술은 무엇을 담아낼 수 있는지 또 우리가 살아가는 삶은 무엇인지 질문을 던지게 한다. 인물들이 실제로 살아숨쉬는 것 같은 사실적인 묘사와 일상적인 대화에서 발견할 수 있는 재미를 느끼고 싶다면 이 두 영화를 추천한다.  


인디즈 김소정

여배우는 오늘도(감독 문소리)|드라마, 코미디|70분|15세이상관람가

배우 문소리는 오늘도 며느리, 딸, 엄마, 아내 역할로 만취 상태다. 정작 맡고 싶은 배역의 러브콜은 끊긴 지 오래고, 일년에 작품 한 개도 겨우다. 게다가 자타공인 연기파 배우 타이틀도 십팔년차 중견 여배우로 교체된 판국. 트로피 개수 만큼은 메릴 스트립 부럽지 않은 그녀지만, 연기력과 매력 사이 자존감은 점점 흔들리기만 하는데...
연기는 완전쩔지만, 매력은 대략쫄리는
데뷔 십팔 년 차 배우 문소리
2017년, 어제는 날았고 오늘은 달리는 그녀의 자력갱생이 시작된다!

* "그건 이 직업의 업보 같은 거다. 오해받고, 의도치 않은 이미지가 덧씌워지고, 그 이미지를 이용하기도 하고, 이미지와 싸우기도 하고, 아닌 척도 했다가 그런 척도 했다가. 데뷔 때부터 18년 동안 그러고 있고 앞으로도 쭉 이어질 거다. 오히려 그걸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이용하기도 해야 하는 것 같다. 그 와중에 진짜인 나, 나의 진심을 지켜가는 게 중요하다. 영화라는 게 가짜지만 진짜가 담겨 있는 것처럼. 연기 역시 진짜를 전하기 위해 온갖 가짜를 동원하는 거잖나. 마찬가지인 것 같다." 
다작이란 이런 것...🐂  
현실과 가까워보이는 홍상수 감독의 작품이 힘을 얻는 큰 이유에는 꾸준한 다작도 한 몫을 하는 것 같아요. 언제나 그 시기를 가장 가까이, 가장 솔직하게 담아내는 도구로서 영화가 자리잡고 있는 건데요. 홍상수 감독의 지난 작품 <당신 얼굴 앞에서>의 리뷰도 소개합니다. 얼마 전 이혜영 배우는 이 작품으로 백상예술대상 여우주연상을 수상했어요🏆 
"영화의 처음과 끝에서 상옥은 정옥의 꿈을 묻는다. 좋은 꿈이라고 답했던 처음과 달리 극의 끝머리에서 상옥은 조용히 눈을 감고 있는 정옥을 살핀다. 어떤 꿈을 꾸었냐는 물음을 ‘당신얼굴 앞에서’ 던짐으로써 극은 마무리된다. 얼굴 앞이 주는 묘한 공간성은 꿈을 궁금하게 하고 어제와 오늘의 경계를 질문하게 한다. 그리고 그 행위들은 당장의 모든 최선이 허무하게 돌아가버릴 수도 있다는 것을 인정하는 것이자 그럼에도 오늘을 살아가는 일이다."
당신얼굴 앞에서(감독 홍상수)|
드라마|85분|15세이상관람가


그녀는 고층 아파트에 있어 본 적이 없다. 
여동생은 어떻게 이런 높은 곳에 살면서 괜찮은 걸까, 란 의문이 든다. 
며칠 전부터 동생 집에 불쑥 들어와 살면서 한국에 다시 사는 걸 경험하고 있다. 
숨기는 비밀이 있는 것 같지만, 그래도 하루하루에 집중하며 살게 하는 맘 챙김을 잘하고 있다. 
한 그녀보다 나이 어린 영화감독이 그녀를 영화에 쓰고 싶다고 연락이 왔고, 한두 번의 사양을 거쳐 오늘 그 감독을 만나러 간다. 
서울 도심 어느 골목에 있는 작고 오래된 술집에서 낮술을 마시는데 비가 내리고 천둥이 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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