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사미 린 <최애, 타오르다>를 읽으며 떠오른 음악들

- 이번 호는 팟캐스트 '두둠칫 스테이션'의 격주 코너 <ㅎㅇ의 믹스테이프 픽션>의 A/S레터 입니다. 에피소드의 일부를 재가공하였고, 소개된 노래와 영상들을 보실 수 있도록 모아서 보내드려요.
- 해당 에피소드 청취 후 읽어보시면 더욱 좋지만, 레터만 보셔도 큰 무리가 없으시도록 편집했어요. 
- 별도의 페이지로 보시려면, 여기서 읽어주세요.

우사미 린, <최애, 타오르다> (미디어창비,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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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VIBE, MIXTAPE FICTION
1.
우사미 린 소설 <최애, 타오르다>에서 가장 인상적인 건 최애와 나의 안전거리에 대한 표현들이에요. 제가 이 책에서 가장 좋았던 구절은 "최애가 실제로 나를 좋게 봐줄지 알 수 없고, 나 역시 최애 곁에 계속 있을 때 즐거울지는 또 다른 문제일 것이다."(p.69) 입니다. 물론, 최애를 좋아하는 세상의 수많은 사람들이 각자 설정한 '우리의 안전거리는 이만큼이야' 라는 게 있을테고, 그게 말로 설명하라고 할 때 잘 안 될만큼 굉장히 세분화되고 다양하겠죠.

f(x)의 '미행 (그림자: shadow)'(2013)에서 제목을 보면 유추할 수 있겠지만, 화자는 누군가를 계속 쫓아요. 이 노래는 그림자가 자기의 주인인 인간을 짝사랑하는 내용이에요. 그런데 나의 존재가 드러나지는 않아요. 우리가 해가 떠있는 거리를 걸을 때를 생각해보면 그림자가 나를 따라오는지 아닌지를 의식하지는 않잖아요. 언제나 내 곁에 있는데도요. (...) 어떤 대상을 굉장히 가까운 거리에서 나를 드러내지 않으면서도 좋아하는 걸 정말 잘 담고 있는 가사에요. 이 소설을 읽으면서 가장 먼저 떠오른 곡이었습니다.

☑️ 팟캐스트에서 소개한 인터뷰: 


2. 
소설 속 아이돌 멤버인 '마사키'는 솔로곡을 발매한 적이 있습니다. 이 노래의 가사가 ‘수평선에 덧니가 파고들며’라고 시작한대요. 그리고 너무 재미있는 게 이 곡의 제목인데, 바로 '운디네의 거짓말'(p.38) 입니다. 이 부분을 보면서 아이돌 팀 소속의 멤버가 낸 솔로곡들을 살펴봤는데요. 이런 식으로 굉장히 재미있는 가사과 알 수 없는 제목을 가진 경우가 떠올랐어요. 

 백현의 'UN Village'(2019)가 나왔을 때 SNS가 막 술렁였던 기억이 나요. EXO 소속 백현이 처음으로 솔로 앨범을 내는데 곡 제목이 '유엔 빌리지'라서 사람들이 "뭐지?" 했었고요. 20초짜리 짧은 티저 영상이 떴는데 거기에 한남동 지도 같은 게 살짝 지나가는 장면이 있었어요. 그런데 유엔 빌리지가 한남동에 있는 지역이라고 하는거예요. 그래서 "저건 또 뭐지?" 했었죠. 본 노래가 나왔는데, 첫 가사가 “네비게이션 독서당 어린이 공원으로 누르고 엑셀을 밟아”에요. 이게 다 우리나라에 있는 지역이고 대기업 총수들이나 연예인들이 많이 사는 부촌이라고 해요. 이 노래는 한강뷰와 남산뷰가 보이는 부촌에서 드라이빙을 하면서 연인과 시간을 보낸다라는 굉장히 로맨틱한 내용이에요. 가사에 있는 '독서당 어린이 공원'도 지도앱에 검색해보시면 나온답니다.

우리나라에 실재하는 지역명을 담은, 어떻게 보면 좀 토속적이라고도 할 수 있는 제목이고 가사도 너무 웃긴데요. 그냥 텍스트로만 보면 웃긴데, 이게 장르가 R&B에요. 너무너무 감미로워요. 그래서 여기가 '유엔 빌리지'인지 '독서당 어린이공원'인지 그런게 그렇게 중요하게 들리지 않고요.

☑️ 팟캐스트에서 소개한 영상: 


3. 
소설의 후반부가 되면 팬인 '아카리'가 콘서트에 가는 장면이 있어요. 그 콘서트가 좀 슬픈 날이긴 하죠. (...) 아마 그 날 콘서트에서 아카리가 들은 음악은 이런 느낌이 아니었을까 싶어서 떠오른 노래입니다.

AB6IX의 '별자리 (SHINING STARS)'(2019)라고, 이게 팬송인데요. 이 노래를 특별히 많은 팬송 중에서도 선정한 이유는 서사가 독특해서에요. 그러니까 보통 팬송이라고 하면, 아이돌이 데뷔한 연차가 조금 쌓이고 팬들에게 마땅히 감사함을 표할 타이밍이 누가봐도 됐다고 생각할 때 나오는 편인데요. 이 노래는 팀의 첫 번째 앨범에 수록이 됐단 말이죠. 그 이유는, 멤버들의 구성 때문인데요. <프로듀스 101>에서 데뷔조였던 멤버들, 그들과 달리 흩어져서 활동하던 멤버들이 한 팀으로 결합하고, ‘AB6IX’라는 팀으로 나오게 된 서사가 있어서에요. 이 노래는 완전체가 만들어지기를 기다리거나 상상했던 팬들에게 아예 데뷔부터 감사함을 표하고 시작합니다. (...) 그리고 잔잔한 발라드가 아니고 일렉트릭 팝 장르에요. 통통 튀는 느낌이 있어서 처음에 들으시는 분들은 '이게 팬송인가?' 싶으실 수도 있을 것 같아요. 기분 좋게 들으실 수 있는 노래입니다.

☑️ 팟캐스트에서 소개한 영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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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 ㅎㅇ