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스페인의 한 다국적 기업이 세계 최초로 문어 양식을 곧 시작할 예정이며 내년 여름부터 양식된 문어를 판매할 계획이라는 소식을 전했는데요! 이 소식을 접한 환경 보호가와 동물보호단체, 해양 과학자 등은 '문어를 몰라도 너무 모르는 이야기'라며 거세게 반발하고 있어요.

대다수 동물학자들은 문어의 지능을 높이 평가해요. 척추가 없는 동물 중 가장 지능이 높으며 강아지와 비슷한 수준으로 평가받죠.

실제로 작년 영국 정부는 문어 등의 두족류*를 고통을 느낄 수 있는 동물로 인정하고 동물복지법안의 보호 대상에 포함 시키기도 했어요.

도대체 문어가 얼마나 똑똑하고 어떤 존재이기에 많은 이들이 양식을 반대하는 걸까요? 오늘 <지구엽서>와 함께 문어에 대해 알아보도록 해요🧐

문어는 경험을 통해 학습하는 능력이 있어요. 기억력이 뛰어나죠. 개와 같은 반려동물처럼 자신에게 따뜻하게 대해준 사람은 머릿속에 기억하여 살갑게 굴고, 낯선 사람이 접근하면 경계하기도 해요. 친한 사람 앞에서는 몸 빛깔을 하얀색으로 바꾸며 늘어지는 반면, 낯선 사람을 보면 물을 발사하죠.

이런 기억력으로 문어는 문제를 해결하기도 해요. 미로를 빠져나가는 데에도 뛰어나죠. 몇 번의 시행착오 끝에 문제 해결법을 익혀 탈출한다고 해요. 한번 어떤 문제를 해결하면 기억해 뒀다가 비슷한 문제가 생겼을 경우 쉽게 해결할 수 있다는 거죠! 

뿐만 아니라 교묘하게 어항의 작은 틈새를 빠져나와 탱크 위로 올라가고 잠시 공중을 날다시피 다이빙까지 해요. 

그리고 문어는 학습능력도 뛰어나요! 나폴리 동물연구원의 연구원들은 문어의 학습능력을 시험하는 훈련을 진행했는데요. 그 결과 훈련받은 문어는 잼이 든 유리병을 주면 발로 병뚜껑을 돌려 열기도 했다고.

문어가 신체 및 정서적 고통을 느낀다는 연구도 있어요. 미국 샌프란시스코 대학의 연구에 따르면, 문어가 좋아하는 공간과 싫어하는 공간을 구분해서 준비하여 좋아하는 공간에 들어갈 때마다 전류를 흘려 고통을 느끼게 하는 실험을 했는데요.

이 경험을 마친 뒤 다시 2개의 방 중 하나를 고르게 하자 문어는 평소 자신이 싫어하던 방으로 들어갔어요. 평소 좋아하던 공간이라도 나쁜 기억이 생기고 난 후에는 더 이상 그 방을 택하지 않았죠. 이는 문어가 통증을 느끼고 그 감각을 기억할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줍니다.

앞서 언급했던 영국의 동물복지법은 문어의 이런 특징을 반영해, 문어 요리를 할 때 문어의 고통을 줄이기 위해서 전기 충격으로 통각 신경을 마비시킨 뒤에 삶기를 권고하고 있죠.

문어는 코코넛이나 조개껍데기를 가지고 다니며 이동식 텐트처럼 사용해요. 그 안에 몸을 구겨 넣고 두 개의 껍데기를 닫아 숨는 거죠. 이를 이용해 포식자의 공격을 피하고, 몰래 먹이에게 다가가 공격하기도 한답니다.

한 가지 더 흥미로운 일화로, 암컷 문어가 맘에 안 드는 수컷을 물리치기 위해 조개껍질과 모래, 진흙을 여러 차례 던지는 영상이 공개되기도 했어요. 호주 시드니대학의 연구팀이 포착했다고 하는데요. 

이 영상에서 암컷 문어는 짝짓기를 시도하려고 가까이 다가온 근처 굴의 수컷 문어에게 진흙을 10차례 집어던졌고 그중 절반가량을 명중시켰어요. 또한 짝짓기를 거부당한 수컷이 무작위로 진흙을 집어던졌는데 이는 좌절감을 표출한 것으로 추측돼요😅

문어에게는 적에겐 강하게 먹물을 뿜지만 친근한 상대와 서로 장난칠 때는 먹물을 약하게 내뿜을 정도의 판단력이 있어요. 사육자가 먹이를 주지 않을 때는 배고픔을 참지 못해 고약하게 심통을 부리고 종종 장난치듯 물벼락을 쏟아내기도 하죠.

또한 한 연구에 따르면 문어가 물결이 찰랑이는 수조에서 빈병을 물이 흐르는 반대 방향으로 던져놓고 병이 떠다니는 모습을 지켜보는 행동을 반복했다고 해요.

이렇게 장난도 치는 문어에게 ‘활동적인 문어’, ‘차분한 문어’, ‘대담한 문어’ 등 성격이 있다는 논문도 나왔어요!

오랫동안 문어는 은둔형 외톨이로 알려져왔는데요. 문어의 서식지는 해조류가 자라고 있는 암초지대로, 주로 작은 바위틈의 돌 밭이나 동굴에서 혼자 숨어 사는 줄 알았어요. 짝짓기 하거나 사냥할 때를 제외하곤 집 밖으로도 잘 나오지 않는다고 알려져 있었죠.

하지만 2009년 미국 일리노이 대학의 연구팀은 조개껍데기로 둘러싸인 동굴 속에서 무리 지어 생활하는 16마리의 문어를 발견했어요. 그곳의 문어 16마리는 밤에는 먹이활동을 하고 낮에는 큰 조개껍질이 있는 곳으로 돌아와 모여살고 있었어요. 

이곳의 문어들은 가끔 싸우기도 했지만 화합을 이루며 살고 있었어요. 여럿이서 그들의 영역을 지켜나가며 어떤 경우 동료들을 방어해 주는 유대관계를 맺고 있었죠. 

흥미롭게도 이렇게 모여살고 있는 문어들은 천적을 두려워하지 않았어요. 오히려 누구 하나라도 다칠까 봐 서로가 서로를 방어해 주며 친밀감을 나타냈죠.

수컷은 교미 이후 몇 달 내로 죽게 돼요. 암컷은 수정이 된 후 알을 낳아 보살피다가 생을 마감하죠. 수정란에서 어린 문어가 부화할 때까지 5~7개월간 아무것도 먹지 않아요. 알이 부화하기까지 옆을 지키지 못하고 죽는 경우도 있어요.

암컷 문어는 적절한 굴을 찾아 알을 천장과 벽에 늘어놓고 보살피는데요. 문어는 물을 뿜어 알이 있는 곳에 이끼 등이 끼지 않게 물을 순환 시키고, 성게나 불가사리의 접근을 차단하고, 촉수로 알을 어루만져요. 알이 부화하면 힘차게 물을 뿜어 새끼들을 바다로 내보내고 눈을 감습니다.

위 사진은 한 영상의 캡쳐 본인데요. 제일 왼쪽 사진 속 보이지 않았던 문어가 몇 초 뒤 갑자기 생겨났어요! 정말 감쪽같죠?

문어는 다른 동물을 흉내 내고 주변 환경에 맞춰 피부색과 무늬를 자유롭게 바꾸는 능력이 있어요. 바위에 붙으면 바위색으로 변하고, 산호 옆에 있으면 산호와 같은 색으로 변해요. 이처럼 피부색을 변형시킬 뿐 아니라 문양과 질감 또한 0.7초 만에 바꿀 수 있답니다.

이처럼 문어가 피부를 자유자재로 바꿀 수 있는 이유는 색소 주머니 덕분이에요. 피부에 있는 수백만 개의 주머니 모양의 세포에는 여러 가지 색의 색소가 들어있죠. 색소 주머니는 근육 섬유와 연결돼 근육이 수축하면 주머니가 커지면서 주변 피부의 색이 변하는 구조입니다. 

인도네시아 연안에 서식하는 ‘흉내 문어’는 자이언트 크랩이나 불가사리 등 무려 40가지의 바다생물로 변신할 수 있다고 해요🪄

브라질 한 대학의 뇌연구소 연구팀의 논문에 따르면 문어는 두 가지의 수면 단계를 가지고 있으며 심지어 꿈도 꾸는 것으로 추정돼요. 지구인이 렘수면과 비렘수면으로 구성된 수면 단계를 가지고 있고 꿈을 꾸는 것처럼 말이에요.

이 연구에 따르면 문어가 잠을 자는 동안 색깔을 바꿀 수 있으며 이러한 색의 변화가 ‘고요한 수면’과 ‘활동적인 수면’ 등 두 가지 수면 단계와 연관을 보인다고 해요!

문어가 똑똑한 이유를 밝혀내기 위해 생물학자들의 연구가 이어지고 있는데요. 지금까지 밝혀진 것들을 살펴보면:

  

지금까지 살펴본 사실들만 보더라도 문어는 양식된다면 평생 고통받을 것으로 예상되죠.

실제로 좁은 공간에서 많은 문어를 집약적으로 양식할 때 높은 사망률, 공격성 증가, 기생충 감염 증가 등 다양한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해요.

김태호 전남대 교수(해양생산관리학)팀이 해상 가두리에서 문어 사육을 실험한 결과 한 달 동안의 생존율은 튜브형 가두리에서 8%, 은신처를 설치해 운동성과 사회성을 고려한 집단형 가두리에서 20%에 불과했죠.

무엇보다도 문어는 애초 단조로운 사육환경에 맞지 않아요. 문어는 인지적 자극과 탐색 기회를 원하죠. 그런데 집단 사육 환경은 문어를 지루함과 좌절감에 빠뜨릴 가능성이 크고 심각한 동물 복지 문제를 일으킬 거예요.

또한 문어 양식은 새로운 환경 문제를 일으킬 수 있어요. 문어는 육식동물이며 자신의 몸무게의 2~3배에 달하는 먹이를 먹어야 하기 때문이죠. 따라서 문어 양식은 이미 문제시되고 있는 어류 남획을 더욱 부추기게 될 거예요. 더욱이 배설물과 사료 찌꺼기로 인한 수질 오염, 항생제 남용, 자연 서식지 파괴 등 부작용도 고스란히 되풀이될 거고요.

추신. 못다한 이야기

지구인 여러분! 다들 넷플릭스에서 다큐멘터리 <나의 문어 선생님> 보셨을까요?

혹시 아직이라면 꼭 한 번 보시길 추천드릴게요. 오늘 레터로 알게 된 내용에 더해 문어를 더욱 생생하게 알게 되실 거예요!

다큐멘터리 <나의 문어 선생님>은 '사람과 문어의 따뜻한 정서적 교감', '우정'에 대한 얘기를 담았어요. 문어와 우정을 나눈다니 생소하죠?

슬럼프에 빠진 다큐멘터리의 감독은 남아프리카의 바닷속에서 한 문어를 만나고, 이후 1년 동안 매일 '그'를 만나러 갑니다.

그렇게 매일 문어를 만나 관찰하던 중 문어가 포식자인 상어와 이리저리 쫓고 쫓기게 되기도 하는데요! 이 장면이 나올 땐 손에 땀을 쥐며 어느샌가 문어를 열심히 응원하고 계실 거예요🥺

이미 보신 분들이라면 감상평을 지구에게 나눠주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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